주의: 오랜만에 삘 받아서 소재에 있는 거 주워서 쓰는데 전독시 본지도 꽤 되서 캐붕 많을지도 모름








"중혁씨 저거봐요 눈이에요!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흠... 그렇군."






"사부... 감상이 그게 뭐야!"




그 해 크리스마스는, 꽤 오랜만에 맞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정확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겠지만, 뭐 그게 그거 아닌가. 사실상 이브 부터가 크리스마스라고 봐도 되겠지. 한수영은 피식 웃고는 쌀쌀한 몸을 녹여줄 코코아 한 잔을 들고 창문이 잘 보이는 거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푸핫! 신유승 너 이것도 못 피하냐?"


"야! 눈사람 만드는데 치사하게 기습해놓고는 뭐? 너 거기 딱 기다려!"


소복히 쌓인 눈 위에서, 꼬맹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서 가끔씩 지나치게 어른스러워보이기도 하는 아이들이지만, 이럴 때만은 그들에게 남아있는 순수함과 깨끗함이 잘 보였다. 가끔씩은 그게 부럽기도 했다. 한수영은 순수에서는 꽤나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얘들아~ 슬슬 어두워지고 있는데 들어와"


김독자가 아이들을 불렀다. 떨어지는 눈송이 사이로 비치는 붉은 노을은 그날따라 매우 예뻐보였다.


그래, 그날은 그렇게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들뜬 사람들. 크리스마스 이브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김독자 컴퍼니의 웃음으로 가득찬 그들의 저택. 그 사이에서, 한수영의 [예상표절]은 문득 뭔가 괴리를 읽어냈다.


아니, [예상표절] 그 자체가 괴리였다. 물론 김독자가 돌아오며 스타 스트림의 힘이 잠시 돌아오긴 했지만, 그가 돌아왔다는 것은 결국 '가장 오래된 꿈'의 자리는 그의 파편들에게 맡긴 것. 즉, 스타 스트림의 힘은 금방 다시 사라졌었다. 그랬어야 했다.



한수영은 다급히 그녀의 예상표절이 읽어낸 장소로 달려갔다. 일종의 균열 속에서, 사라졌던 스타스트림의 힘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는,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를 알아챈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각자 이브를 즐기고 있던 김독자 컴퍼니 모두, 같은 장소로 모여들었다.


"김독자, 무슨 일인지 아나?"


유중혁이 물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조금은 풀어져있던 그는 다시 얼굴에 인상을 쓰며 경계를 취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겠어. 비유야 뭔가 느껴지는건 없어?"


"자세히는 모르겠어...하지만 하나 느껴지는 건 이 균열 속에서 흘러나오는 설화는 절대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아."


일행들은 즉시 경계태세를 취하며 오랜만에 돌아온 자신들의 설화와 스킬들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한수영도 손에 흑염을 피워 올린 채로 입술을 짓씹었다. 분명 작동은 하고 있지만 김독자 컴퍼니의 전성기의 힘보다는 훨씬 흐릿한 종류의 힘이었다.


그 순간, 균열 안에서 울렁임이 느껴졌다.


그 안에서 거대한 진언이 터져나왔다.


[너무나도 긴 평화에 찌들어있었구나! '김독자 컴퍼니'-!]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김컴의 격이 겨우 진언에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격은, 약화된 그들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존재의 것이 분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있다고? *발 성좌들 그때 거의 다 뒤졌잖아!"




균열이 천천히 벌어져가기 시작했다. 그안에서 천천히 흘러나온 설화는,


[신화급 성좌, '번개의 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화급 성좌, '외눈의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화급 성좌, '정오의 태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살아있을 리 없는 이들이 되었다.




"당신들은...!"




김독자 컴퍼니의 저택은 감당할 수 없는 개연성의 폭풍에 그대로 휘말리고 있었다.




"네놈들...어떻게 살아남은거지? 살아남았더라고 해도 스타스트림 자체가 소멸한 지금 그 정도의 힘을 감당할 개연성이 있을리가 없을텐데?"




유중혁이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주작신보]와 [파천검공]으로 제우스에게 달려들었지만, 그가 휘두른 번개에 순식간에 튕겨나갔다. 한수영은 급히 [예상표절]로 상황을 유추해나간다.




[그래. 우리는 그 충돌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가진 가진 힘을 거의 다 잃고 말았지]




이현성이 펼친 '설화금속'의 방벽도, 오딘의 [궁니르]를 막지 못하고 그대로 부숴졌다.




[하지만 너희들이 스타스트림이 없는 이 세계선에서 천천히 약해지는 동안-!]




라의 세 태양이 일대를 불바다로 만드려 하는 것을 일행들이 온힘을 다해 막아낸다. 하지만 최상의 설화급 성좌들조차 태양 하나로 가볍게 태운 라의 전력을 완전히 막기는 힘들었다. 한수영은 얼굴을 구겼다. 막 [예상표절]이 답을 도출해낸 참이었다.




"성좌들의 무덤이 된 '방주'에서... 죽은 성좌들이 자아내는 개연성을 바탕으로 힘을 축적했다. 라는건가.."




사실이라면, 아니 아마 사실이겠지. 그렇다면 그들의 승산은 거의 없었다. 성좌들의 힘도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아마 '방주'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충분히 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지금 강림한 것일테니. 한수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바타]를 발동했다. 




"우리도 순순히 당해주진 않을거야 이 *새끼들아-!"




한수영의 [아바타]들은 그대로 성좌들에게 달려가더니 스스로의 몸에서 조금 더 짙어보이는 흑염을 피워올렸다. 스스로의 목숨을 태워 피워올리는 불꽃. 한수영은 [아바타]를 이용해 편법으로 발동시켰지만 원래는 사용자의 목숨을 요구하는 만큼 그 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성좌들이 잠시 주춤하는 그 찰나의 시간을 유상아의 만다라가 연장시켰다. 기회를 틈타 유중혁은 제우스의 왼팔을 베었고, 이지혜의 함대는 라의 다리 한쪽을 집중포격해 못쓰게 만들었다. '심판의 시간'을 발동한 정희원은 오딘의 가슴에 커다란 상흔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싸운지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그들의 싸움은 완벽히 합이 맞았다.




승산이 보이는 듯 했으나 죽은 성좌들의 힘을 먹고 자라난 신화급 성좌들의 설화는 순식간에 상처를 수복했다.이젠 완전히 어두워질 시간인 밤하늘이었지만 이질적인 태양과 번개의 불빛이 하늘을 낮보다 더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한수영은 미친듯이 [예상표절]을 돌렸다. 저 정도의 개연성을 확보한 신화급 성좌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쪽에서도 그만한 개연성을 가진 존재가 찍어누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타 스트림이 없는 세계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그들 중 누가 갑자기 그 정도의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




"*발! 김독자 막아!"




한수영은 급히 고개를 돌려 그 자식을 찾았다. 좀 전부터 갑자기 보이지 않던 빌어먹을 마왕은, 온몸에 개연성의 폭풍을 두르고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을 다루고자 해도 네 몸이 버티지 못할것이다 어리석은 자여-!]]]




세 성좌는 약속한듯이 같은 소리를 외치고 그들의 힘을 한점으로 집중하여 쏟아냈다. 김독자는 조용히 한 손을 앞으로 뻗더니 외쳤다.




['가장 오래된 꿈'의 권한으로 개연성 적합 심사를 요청한다!]




오랫동안 꺼져있던 밤하늘에서, 세 태양과 번개의 빛을 뚫고도 보일정도로 강한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꿈'의 파편들이 개연성 적합 심사를 진행중입니다.]




김독자를 향하고 있던 세 성좌들의 힘이 조금씩 소멸해가기 시작했다.




[개연성 적합 심사 결과, 스타 스트림이 없는 세계에서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는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고저 없는 차가운 시스템의 목소리가 잠시 들린 후, 세 성좌들을 감싸고 있던 개연성의 폭풍은 그들의 몸을 태워가기 시작했다. 아마 가만히 두어도 그들은 개연성의 폭풍에 휘말려 순식간에 소멸할 것이다. 하지만 일행들의 관심은 더 이상 거기에 있지 않았다.




"크윽..."




자신이 쓴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의 후폭풍에 휘말려, 김독자의 몸 또한 조금씩 분해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


"형!"




길들인 생물들이 없어 싸움에 참여하지 못하고 뒤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이 공중에서 서서히 떨어지는 김독자를 향해 달려갔다. 한수영도, 그리고 다른 김컴 일행들도 급히 그를 향해 달렸다.




"김독자. 개연성을 나눠라."




유중혁이 김독자의 멱살을 잡고 명령조로 말했다. 그들이 함께 개연성을 감당하면 김독자가 죽지는 않을 것이다. 죽지만 않으면 안나 크로프트가 확립한 의료체계를 통해 치료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김컴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두 사람을 빼고.




쿨럭-




김독자는 피를 토해내며 여전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 한수영은 눈을 질끈 감은채로 토해내듯이 말을 해나갔다.




"*발 *끼야. 왜 항상 내 역할인데 이건. 니가 직접 말하라고 나쁜 놈아!"




김컴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려워보이는 표정으로 한수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거 나눠봤자. 다 뒤지고 끝이야."




한수영은 고개를 떨구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저 또라이 신 3인방 *끼들이 *신이긴 해도 개연성은 무시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모아왔어. 그걸 절대신의 권능 같은거로 억지로 소멸시켜버린거야 김독자 이 새*는. 2명이서 나누든 3명이서 나누든 10명이서 나누든, 그냥 다 죽고 끝나는 거야."




항상 자신의 역할이었던, 김독자의 사망선고를.




짝-




김독자의 고개가 돌아갔다.


정희원이었다.




"내가... 내가 독자씨 한 번만 더 그 *랄하면 죽는다고 했죠"




"미안합니다"




"미안하면 제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지 않았다면 다 죽었다는 걸. 하지만 모두가, 이 선택에 동의하지 못한다. 물에 빠진 자에게 칼 끝을 내미는 이 끔찍한 마왕은, 또다시 빌어먹을 수식언처럼 고통스런 구원을 들이밀었다.




조용히, 그의 몸은 가루로 흩어져 없어졌다.




댕-댕-댕-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크리스마스였다.




문득, 한수영의 의식이 멀어져갔다.




['거짓... 설계자'의 ... 발동...]


['가장 오래된... 파편... 다른 이야기를...]


[성흔, '반복되는...(Lv.임시)...]




그리고,














[12월 28일]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