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망할 성좌 놈들, 분명 내 트라우마를 보고 잔뜩 신이 나있겠지.
지금 내가 이런 속 편한 소리나 할 때냐며 의문을 가질 수고 있다만,
나는 지금 사망했음에도 사망하지 않은 상태다.
[전용 스킬,'정신 방벽'을 수복 중입니다']
[81%.....]
아마도 내가 모르는 특성 덕분이겠지,
사망한 직후에는 자아가 두 개라도 되는 듯 기억도 일정하지 않고, 혼란스러웠는데,
수복 50%이후로는 어지러움도 괜찮아지는게 내 정신 방벽이 이 소생 특성의
부작용을 막고있었나보다.
"유중혁?"
또 다시 트라우마가 시작된 건가 했는데,
내 뒤에 서있는건 낯선 이였다.
내 기억속에서 보지 못한 사람인데,
"...유중혁은 아니군요..."
그럼 누구지?
"한국인인 것 같은데, 당신은 대체 누구죠?"
금발의 스포티한 차림의 외국인 여성이 험악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몇 번이고 미래를 보았지만, 당신 같은 존재를 본 적이 없는데....."
소녀의 왼쪽 홍채가 불길하게 소용돌이쳤다. 너무나 불쾌하고도 불길한 느낌의 적색,
'특성 일람'을 발동하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대악마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화신은 유중혁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밖에 없다.
"에언자, 안나 크로포트."
"!'
멸살법의 주요 조연들 중에서 그녀는 굉장히 인상 깊게 남을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이 인물만큼 유중혁에게 트라우마를 준 성좌도 흔하지 않으니까.
".......나를 알고 있군요,"
"생각보다 덤덤한 반응이네? 지금이 상황은 예언하지 못 했을텐데?"
"..........."
제길, 스킬 발동도 제대로 안 되는 타이밍에 안나 크로포트라니, 오늘 참 드럽게 재수없는 날이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 그 어떤 미래에서도 당신은 존재 하지 못 했는데?"
"글쎄? 그 쪽 특성이 고장이라도 났나보지."
"전 지금 장난을 치는 게 아니에요. 제대로 질문하죠, 당신은 누군가요?"
여성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죽지 못했다면 몰랐겠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예상이 간다.
안나 크로포트가 지금까지 나를 눈치채지 못 한건 아마 내 정신 방벽 때문이겠지,
내게 이걸 준 성좌가 어떤 존재인지 이제 더더욱 확신이간다......
그나저나 실망인데,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네?"
"내가 보낸 '핵', 잘 받아 썼잖아?"
여성의 눈이 휘둥그래지기 시작했다.
"핵의 마력으로 '대악마의 눈동자'를 눈에 심었을텐데? 아니야?"
"서, 설마 당신? 어.어떻게? 당신은 도대체......"
[90%......91%]
[전용 스킬,'정신 방벽'이 활성화됩니다!]
"! 무,무슨......"
"대륙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게시지, 언젠가는 만나자고."
눈앞에서 안나 크로포트가 흐릿해지더니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바닥으로 주저 앉았다.
빌어 먹을, 너무 늦잖아......
다시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풍경과 함께 나 또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현성과 정희원, 그리고 유상아는 무사히 그린존으로 돌아갔을까?
유중혁 자식, 설마 길영이를 죽이거나 하지는 않겠지?
아직 세 번째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면 어떻하지? 특성에 내가 모르는 발동 조건이라도 있다면?
만약, 그러면........
............형!...............
.................제발............
.........................어떻해..........
............독자 씨!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용 특성'2회용 화신'이 발동합니다!]
[당신의 화신체가 복원됩니다!]
[당신의 영혼이 화신체로 진입합니다!]
그래,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친 숨이 토해져 나왔다.
"도,독자 씨.....?"
안개가 개듯 시야가 맑아졌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것은 눈이 퉁퉁부어버린 이길영의 얼굴과 그 뒤로 똑같이 눈물 자국이 난 일행들이 얼빠진 얼굴이었다.
"......저 아직 안 죽었어요."
내 말에 일행들 모두가 내게 달려들었다. 몸을 빼보려고 해도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몇 분후,
나는 무릎에 잔뜩 굳어진 피딱지를 떼어내며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겁니까?"
"오후 1시에요. 왜, 누구랑 싸우기라도 하시려고요?"
"비슷합니다."
아까까지만해도 밝았던 얼굴들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흥분한 정희원이 따져 물었다.
"아니, 일어난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쌈박질이에요!"
"독자 씨! 안 됩니다. 한숨도 못 주무시지 않으셨습니까?"
이현성이 일어서려는 나를 억지로 눕혔다.
바닥에 눕자 무언가가 걸어오는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개새끼야."
"다시 살아나서 한다는 말이 쌍욕인가."
"내가 왜 뒤졌는데, 쌍욕으로 끝낼 생각은 마라.
이 개 같은 싸이코패스...."
이번에야말로 저 새끼 턱주가리에 주먹을 박아넣으리라
다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윽!"
순간 다리에 끔찍한 고통이 일었다.
[현재 화신체의 수복이 완전하지 않습니다!]
아까 무릎에 굳은 피가 괴수들의 피가 아니었나보군,
[수복된 화신체가 붕괴합니다!]
[빠른 수복을 위해 휴면상태에 들어갑니다!]
아, 안 되는데....오늘 공필두도 잡아야하고.....
저 새끼 턱주가리에 주먹도 하나 박아줘야......
하는데.......너무 피곤해. 몸에 힘을 빼자 유상아가
황급히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다.
"유상아 씨....."
"네,네!"
"죄송한데....저 잠깐만 잘게요....."
그렇게 나는 완전히 잠에 빠졌다. 어떠한 꿈도 없는,
오랜만의 단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