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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길영이는 한참을 울다가 잠에 들었다. 유승이가 그냥 나가버린 것이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방을 나온 후 유승이를 찾았다. 배후성은 화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유승이는, 산 아래로 넘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조심히 다가가자, 유승이는 깜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저씨?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사실대로 말해줄까 하다가 그냥 지나가는 길에 보여서 왔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유승이는 내 거짓말을 너무나도 잘 안다.


"아저씨... 아까 저랑 이길영이 말하는 거 들었죠."

"그래. 들었어."


유승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배후성은 화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전부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는 이번만큼은 이 작은 소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하려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길영이 많이 좋아해요.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 보다 더 많이. 그런데 길영이는 그렇지 않은가봐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길영이한테 살짝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미 서로 좋아하고 있단다, 라고 말해주면 더 상황이 복잡해질 것 같아 알겠다고 답하고는 [바람의 길]을 사용해 유승이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하늘을 나는 동안 태양빛을 받아 밝게 빛난 소녀의 얼굴은 숨길 수 없는 떨림과 설렘을 잠시나마 감쳐주는 듯 하였다.


[새로운 현상금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현상금 시나리오 - 큐피드>

분류 : 히든

난이도 : ???

클리어 조건 : 당신은 당신의 화신과 당신을 가장 좋아하는 소년 간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한 시간 안에 둘을 커플로 이어주시오.

제한 시간 : 16일

보상 : ???

실패 시 : 신유승과의 화신 계약 해지, 당신에 대한 신유승의 호감도 하락, 당신에 대한 이길영의 호감도 하락


이런 것도 시나리오가 된다고? 아예 이름도 [사랑 화살의 궁수] 진명을 그래도 박아넣었구만. 아무튼 제한 시간이 16일이라. 정확히 12월 25일, 크리스마스다. 실패 시의 페널티도 무시무시하고. 그냥 내 힘으로 꺼버리면 안 되나?


[당신의 꿈 장악력이 부족합니다.]

[계속해서 힘을 사용하면 당신의 수명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이번 연말은 내 인생 중 가장 험난한 나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다음 날 나는 길영이를 따로 불렀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정확히 듣기 위해서였다. 말하면서 계속 흐르는 눈물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요약해보자면 유승이가 희원 씨에게 애완용 그롤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엿들은 길영이가 그롤과 비슷한 충왕종을 테이밍에 가져다 주었으나, 당연히 싫다고 하며 거절당했고 서로 기분이 상해 싸우게 됐단다. 이거, 길영이가 잘못한 게 맞는 것 같은데. 하지만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차근차근 말을 해주었다.


"길영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어야 하는거야. 물론 너는 좋아하는 마음에서 최선을 다한 행동이라도, 받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야지. 이건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야. 길영이는 똑똑한 아이니까 잘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어. 잘 할 수 있지?"

"네! 이제 뭘 해야하는지 알 것 같아요!"


[성좌, 무저갱의 지배자가 식용 곤충을 선물하라고 말합니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노려봅니다.]


"길영아. 당분간은 배후성 말 듣지 마."

"....네.'


길영이를 보낸 후 나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그롤을 하나 잡아다가 집으로 갔다. 내 선물을 보자마자 기뻐하며 그롤을 안아드는 유승이를 보니 나도 기뻤다. 근데 내가 와서가 아니라 그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유승이에게도 나는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아도 상대방을 배려하며 말을 해야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게 말하고. 유승이는 노트에 하나하나 적어가며 경청했다. 써놓은 것을 살짝 보니 내가 좀 꼰대가 된 건가하는 당황스러움이 밀려왔지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말들을 해주고, 은밀히 정보-좋아하는 것이라던가, 지금 기분, 상태 등등-들을 전해주었다. 길영이의 기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유승이가 느끼는 감정은 상황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호감, 즐거움, 설렘, 기쁨의 감정만이 사랑하는 소년소녀 사이에서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길거리는 점점 연말임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색색의 전구가 여기저기에서 빛을 내뿜고 있었고, 멸망 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성좌들의 캐롤과 낭만적인 눈송이들이 간간히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삼일 전부터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더 끼어들면 안 된다는 간접 메세지를 여럿 받았기 때문이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둘은 이미 불같은 사랑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성좌, 버려진 미로의 연인이 둘을 잇는 사랑의 실을 뽑아냅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막내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며 수련을 계속하라고 말합니다.]

[성좌, 가장 어두운 봄의 여왕이 김독자는 이제 자신의 사랑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주위를 둘러보면 잘 맞는 상대가 있다며 답답해 합니다.]


흑염룡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으니 괜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내일, 12월 24일 유승이의 생일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대충 길영이가 중간에 딱딱 맞춰서 해주면 될 것 같고. 유승이가 아예 먼저 고백해버릴 수도 있겠다. 나는 유승이가 가지고 싶어했던 선물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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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 뻐꾹! 뻐꾹....

김독자 컴퍼니 사옥의 뻐꾸기 시계가 새로운 날의 12시를 알리자 모든 사람들이 한 소리로 외쳤다.


"유승아! 생일 축하해!"


모두들 각자의 스킬을 사용해서 천장을 유승이의 얼굴과 생일 축하 문구로 물들였다.


"자, 지금은 일단 각자 잠자리에 들고 내일 아침 10시에 다시 여기에 모여서 같이 점심 먹으러 갑시다."

"뭐 먹으러 갈건데?"

"오늘 주인공은 유승이니까 유승이가 정하지 뭐."


내 말에 지혜는 고개를 끄덕였고, 유승이는 해맑게 웃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잠깐만, 길영이는 어디 갔지? 먼저 자러갔나. 이럴 때 가서 생일 축하한다고 하면서 같이 잠에 들면 딱 좋은데. 하지만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으니 나도 내 방으로 올라갔다.


나는 꿈을 꾸었다. 내가 한 줌의 문자 덩어리가 되어 사라지고, 동료들은 나를 찾지만, 다시는 나는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고 모두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예지몽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무래도 지금부터 대책을 세워가는 편이 좋겠다. 시계는 이제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누워서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잡생각만 가득 찼다. 결국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는 두 시간이 지나있었고, 한숨을 내쉬며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옷까지 갖춰입은 나는 문득 창 밖을 보다가 눈이 내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승이가 정말 좋아하겠는걸. 링크로 유승이 정신에 접속해보니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가볍게 1층으로 뛰어내리자 한수영이 소파에 누워있었다.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추운데 입 돌아갈라."

"어... 일어났냐? 방금 내려왔는데 할 거 없어서 잠깐 누워있을라 그랬는데. 근데 방금 너 나 걱정해준거야? 추운데서 잔다고?"

"내가 세상에서 걱정 안 되는 두 사람이 있거든? 하나는 유중혁이고, 하나는 너야."


입을 삐쭉 내밀며 소파에서 기지개를 킨 한수영은 하품을 하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어. 눈 오네. 신유승이 좋아하겠구만."

"그래. 정말 완벽한 생일이 되겠어."

"완벽하다기에는 하나가 부족하지 않아? 며칠 간 그 벌레 꼬맹이 안 보이던데."


무심하게 툭 뱉은 그 말에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길영이가 안 보인다고?


"야. 언제부터? 오늘 길영이 없으면 안 되는데?"

"나도 몰라. 대충 5일 전부터 어디 갈 계획 세우고 있던데?"


얘는 오늘 유승이 생일이라는걸 모르나? 아니 모를 수가 없다. 내가 몇 번이나 강조했으니까. 나는 급하게 문을 열고 길영이를 찾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금세 혼자가 된 한수영은 김독자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두 꼬맹이 연애만 보지 말고 나도 봐달라고..."

.

.

.

오전 10시가 다 되도록 서울 전역을 뒤지고 마력 파장 탐지기로 대한민국 전체를 훑어보았지만 어디에도 소년을 찾을 수 없었다. 주변 성좌들에게도 수소문했지만 다들 모르는 눈치였다. 길영이의 배후성은 아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이러다가 큰일 나겠는데. 일단 점심 약속도 중요하니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1층 거실에 모여있었다. 유승이가 가장 먼저 나를 발견했고 토토독, 뛰어와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저씨. 길영이 어제부터 못 봤는데 어디 갔어요? 오늘 고백하려고 했는데..."

"너 선물 사러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곧 점심 먹으러 같이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


물론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갔다. 나는 [한낮의 밀회]를 발동하여 동료들에게 조심스럽게 길영이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소득은 전혀 없었다. 내 속은 점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는 꽤 순조롭게 흘러갔다. 유승이가 좋아하는 고르곤졸라 피자와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나눠먹으며 모두 웃었고, 유승이도 잠시 동안은 길영이를 잊은 듯 보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오락실로 가서 몇 시간 동안 여러가지 게임을 했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갔다. 집에는 이미 우리엘과 페르세포네, 어머니와 스승님이 계셨고, 앞마당에서 바베큐 파티를 진행하기로 계획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길영이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유승이도 다시 불안해하는 기색을 보이며 나에게 질문이 많아졌다. 유중혁이 이설화와 고기를 구우면서 각자 선물을 전달했고, 자신이 갖고 싶어했던 물건들이 쏟아져나오자 유승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유승이의 감정 속에는 불안과 당황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꿈 장악력을 조금 사용하기로 했다. 


몰래 마당에서 빠져나온 나는 곧장 시공간과 차원을 비틀어 길영이의 행적을 쫓았다. 겨우 10초 간 힘을 발동했을 뿐이지만 이내 고통이 찾아왔다.


[당신의 꿈 장악력이 부족합니다.]

[과도한 힘의 사용으로 수명이 단축되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으면 수명 단축은 가속화됩니다!]


내 눈 앞에서 수명이 실시간으로 깎이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볼 수 있다면 될텐데.


[김독자 소멸까지 남은 시간

30□일 3시간 12초]


아. 찾았다.


금방 힘을 틀어막자 다리의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았다. 길영이는 지금 [생명의 근원지]에 있다. 이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위험한 곳에 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라도 빨리 찾아와야한다. 시나리오 이동 포털을 여는 순간, 뒤에서 유승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어디 가요?"


나는 뒤를 돌 수 없었다. 지금 소녀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사실을 말해 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거짓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이길영 찾으러 가는거죠?"


나는 아무 말 없이 [마왕화]를 발동해 날개를 펼쳤다. 지금 이 순간, 유승이의 눈에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악마로 보일 것이다.


"이제 괜찮아요. 이길영 안 찾으러 가도 돼요. 저 먼저 들어갈게요."


유승이는 그대로 뛰어올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언뜻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도 지금 나의 감정을 알 수 없었다. 나는 포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포털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3급 괴수종 [에길리파]였다. 이곳 [생명의 근원지]는 시나리오 전역에 괴수를 공급하는 곳이자, 모든 생자와 망자들의 영혼이 [명계]로 향하기 전에 정기를 공급받고 지나치는 곳이었다. 때문에 이곳은 무슨 생명체가 나올 지 알 수 없어 극도로 위험한 곳이다. 적어도 이길영 같은 꼬마에게는. 하지만 나에게는 말이 다르다. 눈빛으로 에길리파의 머리를 떠트린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괴수종과 충왕종을 휩쓸며 길영이의 마력 파장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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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디어 찾았네. 아직 유승이 생일 안 됐겠죠?"


[성좌, 무저갱의 지배자가 빨리 선물을 들고 지구로 돌아가자고 재촉합니다.]


"알겠어요. 이리 와 티타노!"


근처에서 서성이던 충왕종 하나를 테이밍해 올라탄 이길영은 자신의 배후성이 열어준 포탈로 향했다. 배후성이 아니었으면 이런 완벽한 생일 선물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포탈에 충왕종의 다리 하나를 걸친 순간, 익숙한 성좌의 간접 메세지가 들려왔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화신 '이길영'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합니다.]


"어? 독자 형?"


나는 길영이가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바람을 가르며 그 앞에 멈춰섰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라본 소년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나있었다.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하..."

"저 유승이 생일 선물 구하러 왔는데요? 그보다 어떻게 오신거에요?"

"지금 이미 유승이 생일이 끝나가... 며칠 전부터 너가 안 보여서 지금 엄청 우울해하고 있다고...."


얼어붙은 길영이의 얼굴을 보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빨리 가! 가서 그 빌어먹을 선물 전해주라고!"

"아, 알겠어요!"


포탈 안으로 사라진 길영이를 보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15분이 채 안 걸렸으니 어떻게든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진맥진한 나는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검지만 확실하게 빛나는 별이 말을 걸어왔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태워주냐고 묻습니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괴수종을 찢어발기며 내 앞에 착지한 흑염룡은 나를 등에 태운 후 지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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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승은 침대 위에서 웅크리고 앉아 두 가지 이유로 울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이길영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두 번째는 자신의 배후성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두 번째는 배후성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어린 그녀는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 전역에 울려퍼진, 자신을 찾는 앳된 목소리에, 신유승은 반사적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함박눈과 함께, 이길영이 내려오고 있었다. 놀란 눈으로 밖으로 뛰쳐나간 신유승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신유승의 심장 소리에 맞춘 듯 빠른 속도로 김독자 컴퍼니 사옥 앞에 착지한 이길영은 아직까지 앞마당에서 고기를 먹던 사람들을 놀래켰다.


"길영아!"

"너 어디있다가 왔어? 유승이가 계속 찾았는데."

"지금 신유승 어디있어요?"


"나 여기 있어."


오른쪽을 돌아보자, 문 앞에는 신유승이 서있었다. 이길영이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신유승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너...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아니... 그게..."

"똑바로 말해!"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놀란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신유승은 울고 있었다.


"내가... 너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근데 내 생일 지나고 나서 나타나가지고 갑자기 나를 찾는 거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거야?"


생일이 지났다고? 이길영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럴리가.


"그러니까.... 그게..."


당황스러워 말을 더듬자 신유승의 눈물을 더 세차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길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고 있었고, 유승이는 그런 소년을 한참이나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십 초,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도려는 유승이를 멈춰 세운 것은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잠깐만 유승아. 길영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대."


나는 흑염룡의 등에서 뛰어내려 길영이 옆에 내려앉았다. 떨고 있는 소년의 등을 두드러 주며 나는 속삭였다.


'너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돼. 진심을 말하면 되는거야.'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길영이는 다시 유승이에게 다가갔다.


"신유승."

"됐어! 다가오지 말라고!"

"신유승. 할 말이 있어."


"나 너 좋아해. 너 생일 선물 구하려고 [생명의 근원지]도 갔다왔는데, 이렇게 늦을 줄 몰랐어. 하지만 내가 널 위하는 마음은 정말로 진심이야.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내 마음 받아줄래?"


이길영이 손에 펼쳐든 것은 SSS+급 반지, [태초의 생명]이었다. 신유승이 가장 가지고 싶어한 아이템이자 이 차원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초희귀의 아이템. 물론 유승이는 물건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전하는 진심을 받아주지 않을 사람은 없다.


길영이에게 천천히 다가간 유승이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몇 초간 눈을 맞추고, 유승이는 길영이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나도 너 많이 좋아해! 내가 먼저 고백하려고 했는데!"


둘이 포옹을 시작한 그때, 또 다시 새로운 날을 알리는 시계가 울리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폭죽이 두 연인의 몸을 환하게 밝혔다. 유승이의 생일은 아직 지나지 않았었다. 잔뜩 빨개졌지만 행복하게 웃으며 유승이는 손을 잡았고, 둘은 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향해서 달려갔다.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어린 것들이 나도 못하는 연애를..."


동료들은 각자 한 마디를 덧붙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모두들 새로운 연인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었다.


"우리도 따라갈까요?"

"조금만 있다가. 둘만의 시간을 좀 주자고."


[현상금 시나리오를 완료했습니다!]


계속해서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김독자 소멸까지 남은 시간

304일 00시간 00초]


이렇게 길게 써본 건 처음이네요. 요즘 괴담이랑 시만 쓰다가 로맨스 쓰려니 더 힘들기도 하고. 사설이 길었네요. 현생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다음 편은 조금 더 오래 걸릴지도 모릅니다. 피드백 언제나 환영하고요. 개추와 댓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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