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써본 이야기.
버리기엔 아까워서 올려봐.
ㅡ
「“정말 멋진 이야기잖아. 안 그래?”」
ㅡ ‘구원의 마왕’, 『전지적 독자 시점』 中.
*
모든 시나리오가 끝난 지금. 그들은 커다란 집에서 모두가 모여 살고 있었다.
“우리 소풍 가자!”
갑자기 밥을 먹다 말고 일어난 이지혜가 숟가락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왜 다들 그렇게 봐? 이처럼 평화로운 때가 아니면 언제 가겠어.”
옆에 있던 이길영도 한마디 거들었다.
“나도 누나 말에 찬성! 이참이면 바다로 가요!”
그때, 신유승이 이길영을 쏘아보며 말했다.
“뭐래. 바다보다는 한강이 낫지.”
이길영 또한 신유승을 째려보았다. 김독자는 급하게 둘을 말렸다.
“얘들아 싸우지 말고...”
둘이 동시에 김독자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물었다.
“그러면 아저씨는 어디가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이길영이 팔짱을 끼더니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
“당연히 아저씨라면 바다겠지. 나랑 약속도 했거든!”
신유승 또한 지지 않고 갈색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아저씨는 내 배후성이야. 내 말을 더 잘 따라줄걸?”
정희원이 둘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었고, 한수영은 재밌다는 듯이 아예 편안한 자세를 잡고 보고 있었다. 김독자는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음... 나는 말이지······”
*
유중혁에게 떠밀려 온갖 장비를 들고선 걷고 있는 이지혜가 툴툴거렸다.
“아니, 그 많고 많은 곳 중에서 무슨 산이야...”
「“산이 좋지 않을까? 봄이기도 하고 말이지. 무엇보다 저번처럼 다같이 산에 모여서 캠핑도 하면서 보내면 좋을거 같거든.”」
김독자는 뜬금없이 ‘산’이라는 선택지를 골랐다. 일행들이 너도나도 꺼낸 선택지 중에서 유일하게 나오지 않았던 ‘산’을 말이다.
옆에서 같이 걸어가던 이현성이 이지혜의 짐을 들어주며 말했다.
“난 좋은데 말이지. 군대에서 진지공사 나간 것처럼 추억도 떠오르고 말이야.”
이지혜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현성이 제정신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어? 독자 씨. 여기 아니에요?”
“네. 도착한 거 같습니다. 유중혁, 여기다가...”
김독자는 유중혁이 들고 있던 장비가 보이지 않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들고 온 짐은? 너한테 있었잖아?”
“그거라면 저기 있다.”
유중혁이 몸을 돌려 이지혜와 이현성을 바라보았다. 이현성의 표정은 보람차 보였지만, 반대로 이지혜는 죽을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부... 정말 이러기야······?”
김독자 옆에 다가온 한수영이 레몬사탕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저 주인공 놈도 말이지, 가끔 보면 지 동료들 부려 먹는데 재능이 있다니깐.”
김독자는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눈치챈 유중혁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그때, ‘한낮의 밀회’에서 무언가 들려왔다.
ㅡ 저 망할놈. 이런 소리는 잘 들어요.
ㅡ 다 보인다. 한수영.
“어흠. 아무튼 나는 텐트나 설치하고 있을게.”
“어, 어. 난 애들이랑 놀고 있을게.”
한수영 또한 유중혁에게 벗어나면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으악! 수영 언니, 기습은 나쁜 거라고요!”
“그 나쁜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배워둬라, 신유승!”
“좋아. 바로 그거에요, 수영 누나!”
신나게 놀아다니는 셋을 뒤로하고 김독자는 이지혜, 이현성과 함께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생각보다 능숙하게 텐트를 완성한 김독자를 바라보며 이지혜가 감탄하였다.
“아저씨, ‘환생자의 섬’에 있을 때랑은 다르게 잘 치네?”
김독자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텐트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래도 예비역의 짬이 있지 않냐.”
물론, 지금은 예비역이든 뭐든 다 소용없지만 말이다. 텐트 설치를 끝낸 이현성이 이마에 맺혀있던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이쪽은 다 완성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셋은 모두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뭘 보냐.”
“에이, 사부도 참. 우리가 텐트도 다 쳤는데?”
김독자 또한 이지혜 옆에서 같이 깐족거렸다.
“맞아. 그리고 이제 슬슬 우리 회귀자님의 음식을 맛보고 싶은데~”
유중혁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미리 설치해둔 간이 조리대로 가서 스토브에 불을 켰다. 그러고는 여러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맛있겠네요.”
어느순간 셋 옆에 유상아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이런 모습은 ‘노동자 혁명’ 때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요.”
“정말 그렇습니다. 그때도 정말 재미있었는데...”
물론, 김독자는 그 망할 ‘노동자 휴일’ 서브 시나리오에 매달려 있던지라 행복을 누리기도 힘들었지만 말이다.
“근데, 희원 씨랑 설화 씨는 어디 가셨죠?”
“아, 그분들이라면 저기 있을 거예요.”
김독자의 질문에 유상아가 손가락으로 숲 안쪽을 가리켰다.
“그러면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김독자는 그 숲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명의 사람이 보였다.
“이거 맞나요, 설화 씨?”
정희원은 한 약초를 뽑아 이설화에게 보여주었다. 이설화는 그 약초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음... 네! 맞는 거 같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희원 씨.”
“근데 그 약초로 뭘 만드시려고요? 시나리오는 다 끝났잖아요.”
이설화는 웃으며 답하였다.
“시나리오는 끝났더라도 아픈 사람은 많아요.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틈틈이 찾아두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역시, 설화 씨이십니다.”
그 목소리에 정희원과 이설화는 뒤를 돌아보았다.
“독자 씨!”
김독자는 웃으면서 이설화가 들고 있는 약초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시려고요?”
이설화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 더 이상 ‘생사환’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 쓸만한 약들을 만들어보려고요.”
이설화의 세상에선 아직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일까. 그때, 멀리서 한수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독자! 이설화! 정희원! 밥 다 되었으니깐, 빨리 튀어와! 안 그러면 우리가 다 먹는다!”
정희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서 가죠. 수영이한테 음식을 빼앗길 수는 없으니깐.”
*
김독자는 유중혁이 차려놓은 음식들을 보고 감탄하였다. 그것은 간이 조리대로는 만들 수 없는 퀄리티들의 음식이었다.
“아저씨! 어서 와서 먹어봐요! 진짜 맛있어요!”
김독자는 아이들이 맡아둔 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김독자의 입에 두 아이의 숟가락이 마구마구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잠깐만 얘들, 웁!”
“아저씨. 걱정하지 말고 이것도 먹어봐요!”
그렇게 정신없이 식고문을 당하고 있는 김독자를 뒤로하고, 한수영과 정희원이 음식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
“야! 그건 내가 찜해둔...”
“이건 저기도 있잖아. 욕심 좀 그만 부려!”
허겁지겁 먹는 두 사람 사이에 껴있는 이현성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저도 먹고 싶습니다, 여러분.”
유상아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수영이도 그렇고 바뀐 건 없네요. 저번엔 저하고 싸우더니만.”
“그러다가 체해요, 여러분!”
이설화는 와중에도 일행들의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들 모두가 식사를 마치고서 설거지 내기를 하였다.
“자, 내기는 간단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곳에 뿌려져 있는 코인을 모으는 것! 가장 적게 모은 두 사람이 설거지를 하는 거다. 그러면 준비하고... 시작!”
한수영의 신호를 시작으로, 모든 일행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코인을 찾기 시작했다.
유상아는 자신의 권능을 이용해 코인을 찾고 있었고, 이설화는 열심히 주변을 살피며 코인을 수집하고 있었다.
신유승 또한 [바람의 길]을 사용하여 코인을 모으고 있던 그때, 메뚜기가 신유승의 코인을 뺏어갔다.
“찾았... 야! 이길영!”
주변 곤충들을 시켜 코인을 재빠르게 모으고 있는 이길영이 보였다.
“왜, ‘어떤 방법’이든 상관은 없잖아?”
얄미운 표정을 짓는 이길영을 본 신유승은 [다중 교감]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주변에 날아다니던 곤충들이 하나둘씩 추락하기 시작했다.
“신유승, 이러기냐!”
“복수다. 이 벌레야.”
그 순간, 그 둘 앞에 또 다른 두 사람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헉... 헉… 뭐야. 이현성 씨… 생각보다 빠르시네요?”
“이 정도는 별거 아닙니다.”
정희원과 이현성이 나란히 달리며 코인을 찾고 있을 동안, 김독자는 편안히 의자에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 하네. 안 그래 중혁아?”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차를 유중혁은 마시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거 같군. 근데, 네놈은 왜 가만히 있나.”
“나? 나는 딱 봐도 제외잖아.”
그때, 열심히 아바타를 시켜 코인을 수집하고 있던 한수영의 본체가 김독자에게 다가왔다.
“넌 왜 이러고 있냐. 코인 안 찾고?”
한수영의 말에 김독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했다.
“나는 이 모임의 주최자잖아. 그러면 이런 내기는 빠지는 게...”
한수영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김독자에게 말했다.
“지랄한다. 코인 얼마 안 남았으니깐 빨리 찾아!”
김독자는 순간 얼떨떨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더니, 이내 [바람의 길]을 발동하고는 열심히 코인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기는 끝이 나고, 정희원과 이현성이 설거지 내기에 걸려 김독자는 아슬아슬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근데 둘이 뭔가 일부러 걸린 느낌인데…?
김독자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팍!
한수영이 몰래 다가와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너 또 이상한 생각 하고 있지.”
김독자는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한쪽 눈을 찡그린 채로 한수영을 바라봤다.
“아야… 무슨 이상한 생각?”
한수영은 김독자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흠······ 아니야? 그러면 말고.”
그러더니, 갑자기 한수영이 김독자의 손을 잡고선 끌고 갔다.
“왜 그러는데?”
“모처럼 여행하러 왔는데 말이야, 산책은 가줘야지. ”
한수영이 주머니에서 무언갈 뒤적거리더니, 사탕을 꺼내어 김독자에게 주었다.
“자, 여기.”
김독자는 사탕을 받아 입에 물었다. 딸기 맛이었다.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한수영이 말을 꺼냈다.
“야, 김독자. 요즘 왜 이렇게 얼빠져 있냐?”
“어? 어······. 전혀 그런 적 없는데?”
한수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몇 가지를 물었다.
“근데 시나리오 진짜 끝난 거 맞아? 왜 시스템이 소멸하질 않지? 너도 아직 스킬 쓸 수 있지?”
“음······ 아마 없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지.”
시나리오가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하지만 아까 전 ‘설거지 내기’에서도 그렇고, 지금까지는 시스템의 힘들을 사용하기엔 문제가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조용히 다가온 유중혁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엄밀히 따지면, 그 소설을 쓴 ‘원작자’를 찾기 전까지는 모든 게 끝났다고 볼 수는 없겠지.”
한수영은 옆에 나타난 유중혁을 한대 쳤다.
“놀래라. 기척 좀 내면서 다가와 좀!”
“네놈이 둔한 거다.”
한수영과 유중혁이 싸우고 있을 때, 김독자는 알 수 없는 두통에 휩싸였다.
모든 시나리오는 끝났다. 일행들은 함께 그 모든 시나리오를 거쳐왔다. 근데 왜ㅡ
“야, 김독자! 정신 차려! 아무튼 간에, tls123은 대체 누굴까? 지금까지 몇 가지 추론을 해봤지만 죄다 틀렸었잖아. 가장 유력했던 ‘가장 오래된 꿈’도 작가는 아닌 거 같고······ 김독자, 넌 어떻게 생각해?”
김독자는 그 물음에 뒤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깐 상아 언니, 길영이가 있잖아요.”
“뭔 소리야. 네가 먼저...”
아이들이 걱정 없이 행복하게 놀고 있는 모습.
“현성 씨, 그게 아니라니깐요! 자세히 보세요. 이런 건 말이죠...”
“이제 이해했습니다, 희원 씨. 맡겨만 주십쇼.”
…두 사람도 다른 의미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기 대짜로 누워 자는 이지혜까지.
모든 일행이 시나리오가 끝난 이후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김독자가 원했던 그 모습. 그가 바랬던 그런 결말이었다.
“어······ 글쎄. 뭐, 이제 와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싶기도······.”
그때, 멀리서 누군가 김독자를 불렀다.
“아저씨! 거기서 뭐 하세요? 같이 놀아요!”
“독자 씨는 수영이와 같이 있잖니. 잠시 내버려두고...”
김독자는 유중혁과 한수영을 두고 아이들에게 향하였다.
“전 괜찮습니다. 잠시 얘기를 하고 있던 것 뿐이에요. 그러면 어디 한번 놀아볼까?”
김독자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뒤로, 한수영과 유중혁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수영은 김독자에게서 낯선 느낌을 받았다.
팍!
등에 캠프파이어 재료를 매고 온 장하영이 둘의 등을 치며 나타났다.
“둘이 여기서 뭐 해? 그렇게 놀고만 있을 거면 나 좀 도와주지, 그래.”
*
“후, 다 끝냈다!”
캠프파이어 설치를 끝낸 장하영이 손을 털었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밝았던 하늘은 어둠으로 가득찼다.
“다들 모여! 이제 불 피울거니깐!”
하나 둘씩 캠프파이어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간다!”
한수영이 한 손에 [흑염]을 피우더니, 캠프파이어를 향해 발사했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나무 장작들을 보며 일행들은 감탄하였다. 살짝 꺼림직한 부분이 있다면 불이 검게 타는거?
“왜. 내 잘못이 아니라 장하영이 라이터를 두고 왔다잖아.”
장하영이 급하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애초에 다들 도와줬으면 이럴 일은 없었잖아!”
유중혁이 그런 장하영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였다.
“네놈이 늦어서 담당한 일 아닌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는 장하영을 보며 일행들이 웃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김독자 또한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바랬던 결말.」
“근데,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어요.”
신유승의 말에 일행들 모두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단 하나의 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직 한수영만이 반짝이는 하나의 별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별 또한 사라졌다.
정희원이 자리에 드러누우면서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이제 우리 세상인걸?”
유상아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리고 여기 모두가 모여있잖아요?”
그렇지, 모두가 모여있다.
「그리고 그도 그 장소에 있었지만, 동시에 있지 않았다.」
*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 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일행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 독 자 많이 슬 퍼 보 인다.」
“아니거든.”
「거 짓 말도 못 한 다.」
망할 무생물. 위로도 못해줄지언정 더 긁고나 있다.
나는 담소를 나누며 깔깔 웃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ㅡ 자, 그러면 다들 오징어 구워 먹자!
ㅡ 왜 오징어인 겁니까.
ㅡ 글쎄요. 뭔가 그래야 하는 느낌이라서?
내가 원했던 결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왜. 왜 허망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나도 당신들과 결말을 보고 싶다.」
난 손을 꽉 쥐었다. 내가 선택한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결말을 만들어낸 대가, ‘가장 오래된 꿈’이 되는 것.
「김 독 자 후 회 해?」
“후회하긴 뭘. 내가 좋아하는 일이잖아.”
난 다시 한번 창문에 비춰지는 일행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창문에는 김독자가 일행들을 바라보며 아주 밝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캠프파이어의 불이 꺼지고 일행들이 각자의 텐트로 가고 있었다. 모두가 텐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잘 준비를 할 때, 한수영만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더니, 나와 눈을 마주쳤다.
ㅡ 김독자?
[이동을 시작합니다.]
순간 지하철이 암전되고, 불이 켜지자 창문 밖으로 일행들은 사라지고 <스타 스트림>의 모습이 보였다.
「그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이 알게 모르게 그 이야기에 함께 하고 있었다.」
이 지하철은 다시 한번 모든 세계선을 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느 세계선에서도 볼 수 없는 거일 것이다.
「내가 만든 이야기이자, 일행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
나는 애써 올라오는 부정의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멋진 이야기잖아.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