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채널 (arca.live) - 전편들이야! 다들 아직 안봤다면, 한번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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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형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고문관을 맡기고 간 건가?’」
ㅡ ‘화신 김독자’, 『전지적 독자 시점』 中.
*
하급 도깨비 ‘영기’.
성류 방송에서는 저조한 구독좌들의 수를 보이고 있으며, 관리국의 간단한 서류 작업들에서는 사고를 치고 있었다.
「[야, 영기! 이거 정리해두라고 했잖아!]」
「[ㅈ...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오늘도 당당히 관리국에서 까이고 오는 길이지만, 기분이 안좋지만은 않았다.
상급 도깨비 ‘바람’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네 이름이 ‘영기’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상부에서 널 눈여겨 보고 있더군. 오늘 너의 ‘도깨비 감투’에 ‘안내’가 내려올거다. 대기하고 있도록.]」
물론, 좋은 소식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그의 ‘도깨비 감투’는 마냥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구독좌의 수가 적어서 그런지, 적은 수입으로 인해 꾸밀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 헐어버린 문, 앉아있을 의자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어디선가 목소리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급 도깨비 ‘영기’. 생각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군.]
영기는 순간 엄청난 격에 짓눌렸다.
영기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누구십니까…?]
더욱 강한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지더니, ‘도깨비 감투’의 바닥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보이는 여러명의 도깨비들.
영기는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일어나게. 곧, 그분이 오실테니.]
누가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기는 떨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일어섰다.
[겁을 먹은 모양이군.]
[그 분께서는 왜 이런 하급 도깨비에게...]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눈을 뜨게, 어린 도깨비여.]
영기가 조금씩 눈을 뜨자 보이는 9마리의 도깨비.
영기는 이들을 관리국의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대도깨비들.
[많이 놀란 표정이군. 하지만, 그 표정은 넣어두게. 이것은 맛보기이니깐.]
그들의 중심에 서있는 한 대도깨비가 있었다.
영기는 그를 ‘신입 도깨비 교육’때 본 적이 있었다.
[ㄱ...가랑님께서 이런 곳에 무슨 일로…?]
대도깨비 가랑. 모든 대도깨비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도깨비였다.
[음? 바람이 네게 전달해주지 않았는가? ‘안내’가 내려올 것이라고.]
이런 안내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아... 아닙니다! 들었습니다!]
[그러면 준비하게.]
그 순간 끼익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일대의 공기가 바뀌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군.]
모든 대도깨비들이 긴장할 정도의 격이 느껴지자, 가랑을 제외한 대도깨비들은 양 옆으로 물러났다.
터벅. 터벅. 터벅.
발소리를 들은 가랑은 뒤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오셨습니까, ‘이야기의 왕’이시여.]
모든 이야기의 왕이 영기의 앞에 서 있었다.
[대도깨비들은 귀한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네. 가랑, 자네에겐 특히나 고마워. 이제 가봐도 좋네.]
대도깨비들은 한명씩 고개를 숙이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이야기의 왕’과 ‘영기’만이 남아있었다.
[하급 도깨비 ‘영기’.]
[ㄴ...네!]
[최근 저조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더군. 그런 채널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
영기는 재빠르게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말하였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신다면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도록…!]
그때,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이곳에는 두 도깨비만이 있을텐...
“야 야. 왜 애를 그렇게 갈구고 있냐. 네가 일했던 편집사에서도 너처럼은 안 갈구겠다.”
[이 아이디어는 당신이 낸 것입니다, 한수영.]
영기는 고개를 살짝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못마땅한 표정의 도깨비 왕의 옆에 서 있는 한 여성.
최근에 벌어진 관리국 대소동 때 어렴풋이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지만, 확실치는 않았다.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누구십니까…?]
“응? 나를 모른다고? 하긴, 너희에게 ‘한수영’은 익숙지 않겠지.”
여성은 목을 가다듬으며 말하였다.
[난 ‘거짓 종막의 설계자’. 너에게 맡길 중요한 것이 있어서 왔다.]
*
ㅡ 그렇게 해서 ‘채널 정지’는 면하게 해줄테니, 준혁 어르신의 개인 채널로써 활동하라는 협... 아니, 제안받았습니다.
ㅡ 그러니깐, 넌 지금 내 배후성과 <스트림 계약>을 체결하고 왔다는 거네?
ㅡ 맞습니다.
미친 배후성. 비형도 아니고, 영기와의 스트림 계약을 맺었다고?
그래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가 있다고... 아니지, 잠깐만.
이러면 ‘도깨비 보따리’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소리잖아.
젠장, 아까 돈 좀 아껴둘걸.
갑자기 김독자의 검소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일단, 그건 그거고 먼저 확인할 게 있었다.
ㅡ 영기.
ㅡ 네, 어르신.
ㅡ 지금 금호역으로 가지 말라고 한 이유는 뭐냐?
ㅡ ‘거짓 종막의 설계자’님께서 이렇게 전하라고 하셨는데…
ㅡ 어떻게?
영기는 턱을 잡고서는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ㅡ ‘시커먼 놈이 날뛰는 중이다.’라고요.
ㅡ 그것뿐이야?
ㅡ ‘네가 좋아할 만한 녀석들도 같이 왔다.’라고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젠장,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난 금호역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데요, 준혁씨?”
난 침을 삼키며 조두아에게 답해주었다.
“망할 회귀자님께서 오셨나 봅니다.”
*
유중혁은 자신의 일행들을 끌고 금호역에 왔다.
“천인호는 어디 있지?”
본래라면 이현성의 특성 진화 이후로는 볼 일이 없던 곳이었지만, 이번 회차에는 무언가 달랐다.
「“오직 나만이 너를 시나리오의 끝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
「“나와 하나가 되자, 유중혁!”」
자신이 이 세계의 끝을 알고 있다는 등의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든지, 심지어 그 중 몇몇은 수십번 대의 시나리오의 정보를 말한 대가로 개연성 후폭풍에 의하여 소멸당하였다.
특히 그중에서 눈여겨볼 만한 이들은 따로 있다.
본인들을 ‘사도’라고 칭하는 자들.
유중혁이 전 회차에 한 일들부터 시작하여서, 할 일들까지 전부 다 꿰뚫어 보고 있는 이들이었다.
본래였다면 다 죽였을 테지만, 그가 죽이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일단, 금호역으로 가서 천인호를 처리해줘. ‘계시’에 따르면, 그가 살아있으면 앞으로 힘들어질 거야. 그리고, 이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 관계에 좋은 일이 있기를 빌며 소개해주는 사람들이고. 분명히 맘에 들어 할 거야.”」
‘첫 번째 사도’.
유중혁도 그가 누군지는 자세히 몰랐지만, 그가 보여준 여러 가지 모습들은 ‘예언자’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그가 알려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여겨볼 만하였다.
[스킬, ‘현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이 쓰레기 새끼들을...”
정희원.
특성 ‘웅크린 자’를 보유한 여성으로, 그녀의 특성 개화는 그가 다시 금호역에 온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개화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이지혜, 정희원. 너희는 천막 안으로 잠입해서...”
유중혁은 이지혜와 정희원에게 무언가를 시켰다.
“...진짜로? 일단 알았어, 사부. 희원 언니, 여기예요.”
철두파를 바라보는 정희원에 눈빛에서는 알 수 없는 살기가 느껴졌다.
유중혁은 시야를 돌려 철두파와 대치 중인 이현성과 한 여성을 바라보았다.
이현성과 함께 있는 갈색 머리의 여성은 유상아.
“희원 씨 괜찮으시려나...”
배후성을 한 성좌가 아닌, 성운 전체로 두고 있는 여성이다. 혹시나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이현성과 함께 붙여놓은 상태였다.
챱! 챱!
유중혁은 그 소리에 표정을 찡그리며 옆을 돌아봤다.
저기 사탕을 빨고 있는 한 어린 아이는 이길영.
‘테이밍’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으로, 잘만 키운다면 신유승을 뛰어넘는 아이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데리고 다니는 중이었다.
“아이 씨, 또 무슨 일이냐. 한창 즐기고 있었는데.”
천막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나오자, 유중혁은 그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말하는 것을 보면 방철수인 것 같은데…
[스킬, ‘현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저희는 천인호 씨만 찾고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어디 계신지만 알려주신다면… 대장?”
유중혁은 말하던 이현성을 제치고는 진천패도를 꺼내 남성에게 겨두었다.
“네놈은 누구지?”
남성은 유중혁의 행동에 놀라며 뒤로 넘어졌다.
“어우 시발, 뭔데! 그 검부터 내려놓고 말하자고, 응?”
유중혁은 더욱 검을 가까이 겨두었다.
“대장! 갑자기 왜 그러는...”
“마지막이다, 질문에 답해라.”
“알았어, 알았다고 시발! 난 금광호이고, 이 사람들의 행동대장이야, 됐지!”
금광호? 유중혁은 철두파의 인원 중에 이러한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다. 특히, 행동대장 정도라면 더욱이나 몰랐을 일은 없었다.
“방철수는 어디 있지?”
“뭐, 방철수? 걔가 죽은 지 언젠데!”
“죽었다고?”
“그래! 천인호가 걔를 아니꼽게 보고 있다가, 걜 죽이고 나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운 거라고!”
천인호는 지금까지 방철수를 버린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초반 시나리오에서는 방철수와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천인호에게 있어 귀한 인재였다.
하지만 그런 방철수의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때, 호리호리한 마른 몸을 가진 실눈의 남성이 천막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천인호였다.
“유중혁 씨…? 저번에 군인 양반과 한 번 난리를 치고 가더니만... 이번엔 무슨 일이십니까?”
천인호가 나타난 이상, 유중혁도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유중혁은 금광호를 향해 겨누던 칼을 거두고, 천인호에게 겨누었다.
“여전하군, 천인호.”
“뭔지 모르겠지만, 무슨 오해가 있으신 거 같습니다. 유중혁 씨, 저희는 그저 여기 보이는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뿐ㅡ”
그때, 이지혜가 천막 안에서 구해온 음식을 던지며 나타났다.
“보호는 무슨. 사람들이 다 굶어가던데. 자, 여기 사부가 말했던 것들. 진짜로 있던데?”
수많은 양의 음식들이 흘러내리고, 그 모습에 소외 그룹 사람들은 동요되고 있었다.
“아니, 저렇게나 음식을 많이 가지고도 조용히 있었다고?”
“우리에게도 음식을 줘라!”
이지혜는 그 모습을 보며 킬킬거렸다.
“잘 설명해야 할거야.”
순식간에 커진 사람들의 원성에 천인호는 당황하는 듯하였지만, 이내 목을 가다듬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 음식들은 전부 여러분께 균등하게 배분될 것입니다. 혹시나 모를 탈취에 대비하여 여러분들께는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실눈을 살짝 뜨며 유중혁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유중혁 씨는 이런 정보들을 어떻게 알고 계셨나요?”
유중혁은 천인호가 '선동'을 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저희 모두를 죽이고서는 음식을 독차지하려고 하셨던 건 아니십니까?”
사람들은 천인호의 ‘선동’에 오히려 유중혁의 일행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천인호의 말이 맞아. 너희들은 그저...”
“나쁜 녀석들… 우리를 죽이고서라도 음식을 가져가려고...”
정희원은 천인호에게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칼을 뽑아내었다.
“저 미친새끼가ㅡ!”
[화신, ‘정희원’의 특성 ‘웅크린 자’의 모든 진화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유중혁은 천인호에게 달려들려는 정희원을 말렸다. 마지막의 감정으로 인해 흐트러져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아직 확실한 방법은 아니었다만, 이번 회차에서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스킬, ‘군중 제어 Lv.5’가 발동합니다.]
유중혁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모든 게 음식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나?”
그러고는, 굶어 죽어가는 한 여성을 가리켰다.
“이 여성은 본래라면 정당한 배급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철두파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간단한 배급조차 받지 못하고는 죽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울고 있는 한 아이를 가리켰다.
“저 아이의 엄마는 정찰대에 지원하였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있지. 철두파에 소속된 이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마...맞아! 그러고보니 김 씨도 정찰대에 지원해놓고선 돌아오지 않았다고!”
“내 친구도 정찰대에 지원한 뒤로 보이지 않고 있다고요!”
천인호는 급하게 해명하고 있었다.
“저번에도 다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정찰 도중, 괴수와 마주쳐 어쩔 수 없이...”
“모두, 괴수에게 당하였다고 했겠지.”
유중혁은 천인호의 말을 끊으며 이현성에게 물었다.
“이현성. 금호역에 있던 사람들은 몇 명이었지?”
이현성은 급하게 군인 수첩을 꺼내더니, 한 페이지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저희가 왔을 때만 하더라도 대략 83명이었습니다.”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50명도 되지 않아 보인다. 그 수십명 모두가 ‘괴수’ 때문에 죽은 것 같나? 그렇다면, 네놈들 앞에 있는 철두파 녀석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온 것이지?”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모를 정보. 오직 유중혁만이 알 수 있던 정보였다.
“너희들은 이 모든 게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다.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죽음의 문턱에 있음에도, 저 녀석들이 두려워서 덤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중혁은 모두를 둘러보고는, 정희원을 바라보며 끄덕였다.
[등장인물 ‘정희원’의 특성이 개화합니다.]
“모두 눈을 떠라. 그리고, 똑똑히 바라보아라. 네가 맞설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화신, ‘정희원’의 특성이 ‘멸악의 심판자(영웅)’으로 개화합니다.]
푸슉!
“너 같은 악마 새끼들은 죽어야지 마땅해.”
전신에 핏빛 아우라를 머금은 정희원의 칼날이 천인호를 꿰뚫었다.
“젠장, 다들 뭐해! 빨리 안 쳐죽이고!”
금광호의 말에 철두파들이 일제히 일행들을 향해 공격해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난 정희원 앞에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화신 ‘정희원’을 응원합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본인의 생존만을 위해서 남은 신경도 안 쓰는 쓰레기들.”
이현성과 이지혜가 일행들과 소외 그룹들을 보호하고 있을 사이에, 정희원은 금호역을 돌아다니며 철두파를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죽여나갔다.
엄청난 원망과 분노가 그녀의 검에게서 동시에 나타났다.
눈앞에 보이는 악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
정신을 차리니, 철두파가 있던 자리에는 수많은 신체 조각들과 시체들만이 즐비했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판단에 감탄을 표합니다.]
유중혁은 자신의 검을 묵묵히 쥐고 있는 정희원에게로 다가가 말하였다.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 정희원. 이제 복귀하도록 하지.”
그 말에 정희원은 유중혁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정희원의 눈동자에는 엄청난 원망이 느껴졌다. 그 원망은 곧, 한 사람에게로 향하였다.
유중혁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당신은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이들을 무시한 거야…?”
귀살의 징조.
“정희원, 마음을 다스려라. 넌 지금ㅡ”
갑작스럽게 날아온 정희원의 검을 유중혁은 재빠르게 피했다. 그러고는 진천패도를 뽑아 정희원의 검을 막아섰다.
“당신도 그들과 똑같아! 어떻게… 어떻게…”
정희원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유중혁이 말을 꺼냈다.
“나도 한때는 너와 같았다. 모두를 구하려고 했었지. 나의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말이다.”
유중혁은 오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도 처음부터 악을 외면하지 않았다. 한때는 모든 십악(十惡)을 죽이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하여 모두를 악으로부터 구하는 데 힘을 썼다.
「“사부, 정말로 이 사람들을 두고 갈 거야?”」
「“대장! 이 사람은 수많은 이를 죽였어요! 그래도 정말...”」
일행들의 물음에 유중혁은 항상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내버려 둬라, 이런 것에 매여있을 여유는 없다.”」
그는 세계를 구한다는 일념 하나로 엄청난 시간을 견뎌왔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선 세계를 포기할 각오 또한 되어있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시간. 그 시간과 항상 함께하였던 그 일념이 결국 그를 악의 손길로 이끈 것이 아닐까.
“명심해라, 정희원. 한 가지 길만 고집한다면, 그만큼 포기 해야 하는 것도 있다.”
정희원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 그 길은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야.”
정희원이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희원이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지는 그녀의 뒤에 한 남자가 보였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잠시 화장실 좀 들렀다 왔더니 이게 무슨 일이야?”
유중혁은 진천패도를 검집에 넣었다.
“김남운. 임무 중에는 개인 행동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에이, 대장도 너무하다. 나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면서.”
유중혁은 김남운을 노려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돌려 철도 아래로 향하였다.
“우리가 볼일은 끝났다. 이제 가도록 하지.”
“희원 씨는 제가 맡겠습니다.”
이현성은 기절한 정희원을 들쳐맸다.
모든 일행이 유중혁을 따라 철도 아래로 내려간 그때, 유중혁은 일행들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 진천패도를 겨눴다.
*
우리는 어둠 속에서 금호역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ㅡ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50명도 되지 않아 보인다. 그 수십명 모두가 ‘괴수’ 때문에 죽은 것 같나? 그렇다면, 네놈들 앞에 있는 철두파 녀석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온 것이지?
유중혁의 말에 조두아가 놀래며 말했다.
“어? 김독자가 금호역에서 한 말이랑 비슷하네요.”
정말이다. 심지어 이현성에게 물어본 것까지 비슷하였다.
“김독자가 유중혁이 한걸 참고한게 아닐까요?”
확실히 일리가 있다. 김독자의 시나리오 파훼법은 대부분 유중혁이 사용했던 방법들을 참고한 것이니깐.
“아마도 현재 회차에 일어날 일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유중혁이 했을 말이었다면... 네. 그런거 같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정희원의 특성 개화부터 시작하여, 폭주까지. 유중혁이 떠나기 전까지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유중혁이 일행들을 데리고 철도 아래에 내려오려고 하였다.
“이제 슬슬 역을 떠나려나 봅니다. 다들 몸을 숨기세요.”
우리는 숨을 죽이며 유중혁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근데…
“장난은 거기까지 하지. 이제 나와라.”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드디어 유중혁이 미쳤다고...]
어떻게 알아낸거지? 이쪽은 어두워서 위에서는 볼 수 없었을텐데. 뭐, 어쩔 수 있나.
나는 만약에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놓은 차선책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아바타.’
난 일행들과 똑같이 생긴 아바타를 소환하였다.
[현재 당신이 보존한 기억은 ‘96.00%’입니다.]
“두아 씨. 일행들을 부탁합니다.”
“한준혁! 너 뭐하려고ㅡ”
나와 아바타들은 천천히 손을 들고 기둥 밖으로 나갔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성좌, ‘사랑과 미의 여신’이 당신의 희생적인 행동에 감탄을 표합니다.]
[당신에게 300코인을 후원합니다.]
“네놈들은 누구지?”
날 향해있는 칼날. 잘못 말하면 내 목이 날아가는 것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뭐라고 말하는 게 저 사이코패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조심히 넘어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놈들은 누구냐.”
그래, 그 방법이 있다.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세계라면…
“잘 해내고 왔네. 유중혁.”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난 마음을 가다듬으며 유중혁의 일행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야, 정말 못 알아보겠어? 실망이네.”
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김독자가 초반에 유중혁을 만나 살아남는 방법.」
‘아바타.’
[현재 당신이 보존한 기억은 ‘93.00%’입니다.]
「김독자는 ‘제 4의 벽’으로 인해 재능을 제한받았지만, 그런데도 숨길 수 없던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내 아바타를 본 유중혁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네놈 설마...”
난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바로 기적의 주둥아리였다.」
“그래. 난 첫 번째 사도다.”
[성좌, ‘거짓 종막의 설계자’가 당신을 바라보며 어이없어 합니다.]
유중혁은 순간 놀라더니, 다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이곳으로는 왜 온 거냐. 네놈은 충무로 역에서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나.”
난 최대한 한수영의 능글스러움을 따라 하려 노력하였다.
“왜긴 왜야. 네가 잘 하고 있나 보려고 왔지.”
유중혁은 시선을 돌려 나의 일행들, 정확히는 내 아바타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한테는 이미 다른 동료들이 있던 걸로 아는데. 네 옆에 있는 자들은 뭐지?”
“다른 동료들? 아, ‘사도’들을 말하는 건가? 걔네는 그저 소모될 자원들일 뿐인거고. 이 사람들은 내 진짜 동료들이야.”
그 말에 유중혁은 나를 쓰레기처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동료들을 그렇게 부려먹다니. 잔인한 녀석이군.”
뭐래. 지가 가장 그러면서.
“널 보고 배운거지.”
유중혁은 자기 일행들을 바라보더니, 유상아가 유중혁을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선 내게 진천패도를 더욱 가까이 겨두었다.
“그거 아나? 충무로 역에서 이곳으로 오기 전, 첫 번째 사도는 내게 말했다.”
유중혁에 눈빛에 점점 살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도들은. 자신의 믿을만한 동료들이라고.”
진천패도의 푸른색의 강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유중혁의 뒤를 보니, 그의 일행들도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네놈은 첫 번째 사도가 아니군.”
엄청난 속도로 유중혁의 검이 아바타들의 머리를 스쳤다. 난 겨우 고개를 숙여 그 검을 피할 수 있었다. 젠장. 완벽했던거 같은데. 아니였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룹 채팅’을 이용해서ㅡ
“아저씨!”
난 내 손에 급하게 ‘흑염의 그림자’를 소환 후, 싸움을 준비하며 조두아에게 말했다.
“두아 씨, 부탁드립니다. 제가 시간을 끌 테니, 어서 윤아와 예서를 안전한 곳으로… 두아 씨?”
조두아는 내 곁으로 오더니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꺼내며 전투를 준비하였다.
“준혁 씨는 아무리 봐도 거짓말에 소질이 없으신 거 같네요.”
윤아가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면서 내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도 같이 싸울게요.”
예서도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옆에 섰다.
“네가 무슨 주인공이냐, 한준혁?”
“아니, 이번에는 진짜 위ㅡ”
“조용히 해요. 다 이미 각오했으니깐.”
유중혁 측에서는 이지혜가 자신의 검을 꺼냈고, 이현성이 선두에 섰으며, 유상아가 이길영을 뒤에 숨기고는 ‘아라크네의 거미줄’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렇게 유중혁의 일행과 나의 일행들이 부딪히려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어떤 단검이 날라왔다.
유중혁은 가볍게 그 단검을 쳐내며, 금호역의 플랫폼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 있는 여러 사람. 자세히 보니, 사람들은 피부나 옷에 공통적으로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난 그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12사도라 칭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자신들만이 진짜 계시를 읽었고,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놈들이에요.”」
「“그들은······ 저희보다 더 많은 ‘계시’를 읽은 자들입니다.”」
사도들이었다.
이마에 ‘3’을 써 넣은 한 사내가 감탄하며 말했다.
“오, 이걸 쳐내? 역시 3회차라도 유중혁이다, 그건가.”
그 사람들은 철도 아래에 내려와 유중혁과 나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뭐야, 당신들은 관여하지 않기로 했잖아!”
어깨에 ‘7’이 써져있는 한 남성이 나이프를 주우며 말했다.
“역시 이지혜. 정의감 투철하네. 싸우러 온거 아니니깐 진정하라고.”
그들은 킬킬 웃으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유중혁은 인상을 구기며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한 남성에게 말했다.
“여기는 네놈들이 낄 자리가 아니다.”
남성은 ‘1’이 쓰여 있는 케이프를 벗고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도 급하니깐 왔지. 저 녀석은 냅둬. 너에게도 그렇고, 나에게도 필요한 사람이니깐.”
남성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날렸다. 그 순간 남성의 신체가 뒤틀리더니, 이내 한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눈 밑에 있는 눈물점. 그리고 철도를 향해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여성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내가 말했잖아. 결국은 클리셰가 이긴다고.”」
나는 그 여성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사도들의 왕’이자, ‘첫 번째 사도’.」
“생각보다 늦으셨군요.”
「그녀는 ‘피스랜드의 여신’, ‘흑염마황’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여성은 고오한 눈빛을 빛내면서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코앞까지 다가오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여러 이름 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이름이 있었으니.」
그러고는 입에 있던 레몬사탕을 빼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짓 종막의 설계자’. 이 세계의 창조주였다.」
“뭘 모르네. 주인공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 나와야지 멋있는 거라고.”
나의 배후성. 한수영이 시나리오에 현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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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만 해도 독수 쓰다가 평범한 걸로 돌아오니깐 느낌이 다르네.
다들 재미있게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