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이는 선배를 데리고 들어갔을 때는 몰랐어.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케잌사면 같이 끼워서 주는 샴페인있자나. 달콤하고 도수낮은거. 처음에는 케잌에 샴페인 먹으면거 선배 대학시절얘기를 들었어. 라떼는 말이야 같은 그런거 말고 그냥 본인 인생사 같은거


근데 평범한 얘기도 이 사람이 얘기하면 왜 이렇게 재미있고 구성지는지 후순이는 별거 아닌 얘기도 크게 웃고 같이 화를 내면서 둘의 수다는 정말 길었어. 안주 삼아 먹던 샴페인도 다 마시고 MT끝나고 자취생들 챙겨가라고 받은 남은 소주도 몇 병이나 비울 정도로


후순이는 취해서인지 후붕이의 불만을 얘기하기 시작했어. 자신에게 언제나 지고 살아왔던 아이가 점점 나보다 앞서 나가는거 같다. 그 노력을 지지해줘야 하는데 무언가 상황이 역전되어가는거 같아서 조금 불편하다.

이런 내 모습이 역겨운데 그래도 난 그 아이보다 언제나 우위에 서있고 싶다.


그 얘기를 들은 선배가 이런 조언을 하는거야 


" 너와 그 아이가 서로에게 한명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너가 두명을 손에 쥐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능력 있어 보이지 않냐고 "


궤변이었다.


" 그 아이를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야. 그냥 너가 더 능력있는 여자가 되는거지. 상대는 나 밖에 없는데 난 너말고 스페어가 하나 더 있는거 짜릿하지 않아? "


후순이는 그때 느꼈어. 이 남자 나 꼬시는구나. 이 사람에게 잡아 먹힐수도 있겠구나. 조심해야지. 경계해야하는데..


그러나 술기운 때문인지 그 사람이 스며들어와서였는지 여전히 그 사람 농담은 재밌었고 후순이는 적당히 넘겨야지 하는 생각과 다르게 잠깐 정신을 놓으면 그 사람 얘기에 빠져들어 있었어


" .. 될 까? "


" .. 네? "


" 키스해도 되냐고 "


후순이가 해야 할 정답은 뭐라고 하냐고 나 남자친구 있다고 이러려고 자신에게 잘챙겨준거냐고 그래야 했는데 아까 나누던 능력이란 단어에 꽂혀서인지 세게 나갔어.


" 뭔 남자가 그런걸 일일이 허락받고 해요? 분위기 보고 스무스하게 하는거지 에효 "


" 너가 얘기한거야 .. " 


그 후 선배는 자연스럽게 후순이에게 키스를 하였고 더 자연스럽게 옷을 벗기고 그렇게 후순이를 안았어


그렇게 밤을 보내고 선배는 다음날 10시 수업있다고 가버리고 후순이도 일어나서 씻고 밥을 챙겨 먹으면서 핸드폰을 보았어


읽지 않은 카톡과 부재중 전화가 꽤 와있었고 걔중엔 후붕이 이름도 있었지만 본인 생일축하 카톡들에 묻혀있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 우선 짧게 감사인사를 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후붕이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어. 뭐 아직 11시 정도 밖에 안됐으니 아직 수업중이겠지 하고 별 신경쓰지 않고 일단 술을 깨는데 


술이 깰 수록 어제 일이 생생해지는거야.


" 아... 씨발.. 나 뭐하는 짓이었지? "


너무나 늦은 반응이었어


후순이는 그리고 다시 후붕이에게 온 카톡을 읽어봤는데 뭐 딱히 특이사항같은건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도둑이 제 발 저린달까 후순이는 다시 후붕이에게 전화를 하였고 여전히 후붕이는 받지 않았어


설마? 하다가도 말도 안돼지 생각 들었어 


왜냐하면 후순이 본인도 그 선배를 집에 들일때까지만 해도 이럴 생각이 1도 없었으니깐 이렇게 선넘을 줄 본인도 몰랐는데


' 긴장하지 말자.. 모르면 되는거야 '


후순이가 가지고 있던 감정은 죄책감이나 미안함보다는 불안함이 훨씬 더 컸어


그때 후붕이에게 전화가 왔어 


후붕이는 당연히 어제 왜 전화가 안 되었는지 물어보았고 후순이는 생일주 먹고 뻗었다고 그러면서 필름 나간거 처음 느껴봤는데 너무 신기하고 무서웠다고 있는 설레발 없는 설레발 떨면서 얘기했어 


후붕이는 알겠다고 생일축하한다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마지막이 뭔가 쌀쌀 맞은게... 시험 얼마 안 남아서 신경이 날카롭겠지란 생각에.. 후붕이가 별말 없음에.. 그러면 그렇지 하고 픽 웃었어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뒤돌아서 정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시트를 보니 다시 긴장되었지만 후붕이가 모르는데 별일 있겠냐고 선배랑 정리나 깔끔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후순이는 선배랑 점심 먹으면서 어제 일은 둘다 술취해서 아무일도 없었던거다. 선배는 나 약을 챙겨줬고 우린 케잌을 먹었고 선배는 그 후에 나간거다 라고 얘기했어.


선배가 밥먹다가 후순이를 힐끗보고 픽 웃으면서 " 그래 뭐 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 " 라고 얘기했어 선배의 뒷말이 신경쓰이지만 후순이는 어제 당사자만 입다물면.. 보름만 있으면.. 후붕이도 대학생이 되니 즐거운 대학생활 즐겨야지 생각했어.. 그리고 과연 이 선배를 내가 믿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이제 슬슬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때 선배가 말하기를


" 후순아. 나 때문에 너가 많이 불편하면 내가 취준때 까지 아예 너 아는척 안해 줄 수 있어 "


" ...... 뭔데요? 뭘 원하는데요 .. "


" 요거 이제 나를 아주 잘 파악하네 ㅋㅋ "


" 하.. 무리한거 아니면 들어줄테니깐 대신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달라고 해도 들어줘야돼요 "


후순이도 선배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 사람이 그저 유희를 즐기는 사람이지 사람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어


" 마지막 사전답사 ! "


" .. 어디요 "


선배는 다음주 미뤘던 후순이 생파 이후에 시설 좋은 모텔 답사를 가자고 했고 후순이는 그얘기가 뭔지 이해하고 화를 냈다.


그러자 선배가 


" 어차피 카페가고 밥먹고 놀러다니고 데이트하다보면 마지막 코스는 정해져있는거 아닌가? 나 스스로도 그러면 깔끔히 떨어져주고 그냥 내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게 "


후순이가 쌍욕을 하고 뭐라뭐라 했지만 그간 유순했던 선배도 이건 물러서지 않았다. 반대로 얘기하면 후순이 입장에선 이것만 받아들에면 모든 점에서 물러서준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후순이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남자를 기억에서 지우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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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후회해요 누군가는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