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무슨 소리지..? '


" 후붕아.. 우.. 우리관계가.. 끝나.. 끝나다니? "


" 나도 대학교 들어왔는데, 캠퍼스 연애도 해봐야지? "


후순이는 '관계' '여자친구' 라는 말 말고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단 걸 깨달았어. 아 '곧 이라는 거구나..' 아이러니 하게도 안도감이 들면서 ' 이 아이 아직 나를 못 잊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리고 후순이는 본인에게 아직 기회란 것이 있다고 믿었어. 비록 후붕이 옆에 있는 후희라는 아이가 작년에 봤던 낯익은 아이란것은 알았지만 후붕이의 유일한 여자친구가 아니라니 그게 뭐 대수랄까? 둘사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명문대학교 OT는 출발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부외자였던 후순이는 뒤돌아 걸어 나왔어. 후붕이에게 상처받을 소리를 들었지만, 미소가 지어졌어. 


그래. 넌 나 아니면 안되는거야. 이제 새로 시작하면 되는거야.


후순이는 집에 돌아왔고 후붕이와 후희는 같은 버스에 탑승하고 OT장소로 갔지. 후희는 아무렇지 않게 후순이를 대하는 후붕이의 모습을 봤어. 누가봐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후붕이의 한쪽 다리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는 모습을 보고 후붕이가 안쓰러웠어.


후희는 자신이 친구로서 후붕이를 위로해주자. 즐거운 기억으로 힘든 추억을 이기게 해주자 라는 생각에 OT기간 내내 후붕이 옆에서 이런저런 장난도 치고 술자리게임도 하고 후붕이도 후희와 함께 있으면서 오전에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 가는 것 같아 보였어.


OT 마지막 날 점점 쌓여가는 숙취에 후희는 잠깐 바람쐬러 나와 벤치에 앉아있는데 멀리 가로수 아래 한 인영이 보였어. 어두운 곳에서 누가 토하나?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후붕이였던거야.


" 후붕아! "


후희는 후붕이에게 달려갔고 그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하는거야 후희는 왜 나를 피하는 것 같지? 하는 생각에 후붕이를 쫓아갔고 밝은 가로수로 나왔을 때 왜 후붕이가 그자리를 피하려고 했는지 알게 됐어


후붕이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있었고 눈아래가 빨간거 보니 울고 있었던거야. 후붕이는 겸연쩍다는 듯이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속 좀 게워내고 있었는데 쫓아오면 어쩌냐? 쪽팔리자나ㅋㅋ" 하고 웃는데 후희는 슬펐어. 


아니 아픔이 전달되는 것 같았어. 후희는 자기도 모르게 울면서 얘기했어 괜찮냐고. 


괜찮다고.

힘드냐고.

힘들지 않다고.


내가..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도.. 내가 옆에 있어줄게..


후붕이는 씨익 웃었어. 눈썹은 내려간 채 올라오지 않았지만 웃었어. 왠지 안도감이 생긴것같이..


둘이 숙소로 같이 돌아오는 길 후붕이는 후희에게 처음으로 '전' 여자친구인 후순이에 대해서 얘기해줬어. 고등학교때부터 언제나 자신의 앞에서 멋있었다고 아름다웠다고 지극히 평범하고 별거 아닌 자신과 비교하여 그 아이는 밝고 당당한 아이였는데 별거 아닌 자신의 앞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을 보니 자기가 더 잘못한거 같아서 마음이 쓰인다고. 항상 쾌활했던 아이에게 자신이 실수한게 아닌가하고


후희는 얘기했어


"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 아이는 그 아이고 넌 너야. 나는 그 아이를 잘 몰라서 뭐라 얘기할 순 없지만 최소한 내앞에선 넌 언제나 진중하고 진취적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둘은 같이 숙소로 돌아왔어


후붕이가 오티를 보내고 있는 기간동안 후순이는 예전의 아르바이트 했던 곳으로 돌아왔어 그곳에서 선배를 찾았고 당장 선배에게 따지려고 했지.


선배는 얘기했어. 자신이 잘못한게 뭐가 있나. 나도 돈을 내고 갔던 곳의 사진을 올린 것 뿐인데 놀이공원 사진은 올린 것은 실수였다. 너의 남자친구가 찾아볼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그냥 밤하늘에 불빛나는 머리띠를 한 너의 모습이 가장 빛나보이고 잘나와서 올린 것 뿐이다.


사실 선배가 SNS에 올린 사진 중 본인이 나온 사진은 고작 1장 뿐이었고 나머지는 그냥 SNS용 사진 뿐이었으니 선배말이 잘못된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렇게 잘못한게 아니지 않는가


마침 선배도 그렇게 얘기했다.


" 너 남친,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거 아니야? 아니면 자신보다 잘난 여자친구 때문에 자격지심이라도 있나? 그래서 재수한거 아니냐고 그거라도 이겨보려고? 하긴 후순이가 후챈대 경영학과에서 손꼽히게 잘나긴 했지 "


역겨워야했다.


후붕이를 깔아 뭉개는 얘기를 하는 선배의 말이.

우리관계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선배의 말이. 역겨워야만 했다.


근데.




그럴싸 한 얘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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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동안 곰곰히 생각해보니 후순이 업보가 부족한 거 같아서요 


그냥 누가 써달라는 시놉시스만 적으려던게 내가 쓰고 앉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