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경찰과 서예지의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경찰이 귀찮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짜증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색 영장은 제대로 가지고 오신 다음에 다시 얘기하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죠" 


지극히 정상적이며 당연한 말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은 듯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탈하게 웃으며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공무 집행 방해입니까?"


그리고는 다시 나를 차가운 표정으로 굳히며 위압적이게 말했다.


처음 느껴보는 위압감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이 멋대로 주춤 거렸다. 그런 내 한심한 모습을 경찰 또한 봤는지 약간 비웃는 듯이 피식거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만 서예지씨는 저희와 동행해주시죠"


그렇게 나지막하게 말을 끝낸 경찰이 서예지의 손목을 잡고는 약간 끌어당기며 밖을 향했다.


"자, 잠깐!"


"이 이상 방해하신다면 공무 집행 방해로 같이 구속 시키겠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앞을 내딛을려고 했던 발이 멈칫했다.


그렇게 경찰이 서예지를 끌고 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씨발..."


서러움에 눈물이 폭발할 거 같아 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작게 욕을 내뱉었다.


***


"아니, 그러니까 운전 면허도 없는 사람이 무슨 일로 자동차 타고 다녀서 회사 이미지를 실추 시키겠어요"


"그건 나야 모르죠"


앞에 있는 형사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씨발...'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을 거 같은 형사의 행동에 울분이 터질 거 같았지만 다행히 속으로 욕하는 것으로 끝 마칠 수 있었다.


"일단은 다음에 다시 한 번 오시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죠"


"아니! 그러니까! 하...."


하지만 형사의 마지막 말이 어떻게든 짓눌렀던 울분을 터뜨리려고 하였지만 다행히 다시 한 번 꾹꾹 눌러 담을 수가 있었다.


"그럼 다음엔 언제 오면 되죠?"


"어.... 다음주에 다시 한 번 와 주세요"


뚜벅뚜벅.


전혀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형사에 대한 답답함과 아직까지 찾아오지 않은 김정현에 대한 서러움이 담겨 있는 발소리와 함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 씨발... 이제 좀 있으면 이사고 그러면 김정현 그 놈한테 고백할라 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고개를 숙여 다리에 받쳐 놓은 팔에 머리를 기대며 내가 정말로 뺑소니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각을 다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에는 뺑소니를 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계속 고민을 해 나가던 도중 앞에 최근에 새로운 신형으로 나왔다는 버스가 내가 앉아 있는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하..."


한숨을 내쉬며 버스 카드를 찍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자리에 앉았다.


"아, 맞다. 유정이한테 연락도 못 했네..."


버스에 앉자마자 집에 혼자 기다리고 있을 유일한 가족이자 동생인 유정이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폰을 들어 유정이에게 전화를 걸려는 그 순간.


"뭐야 저게..."


나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다.


"왜 거기서 단둘이 있는거야?"


김정현과 유정이가 서로 대화를 나누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


"씨발..."


작게 욕짓거리를 뱉으며 경찰을 쫓으려고도 하였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서예지가 불리해질 수도 있기에 서예지를 쫓으려던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 맞아 선배한테 동생 있다고 했었지 일단 내가 따로 연락 해둬야겠네"


머리를 식히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도중 서예지에게 동생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이 났고 빠르게 폰을 들어 전에 서예지가 강제로 내 폰에 저장 시켜놨던 서예지의 동생, 서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벨 소리가 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너머로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가 말했다.


"여보세요, 서유정 씨 핸드폰 맞나요?"


"네, 맞는데 왜요?"


"지금 서예지씨가 현재 뺑소니 혐의로 서까지 끌려가셔서 제가 대신 연락 드렸습니다"


"네?! 언니가 뺑소니요?"


나의 말에 서유정이 몹시 당황한 듯이 말했다.


'귀 아파..'


스피커로도 내 귀에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를 지르자 잠시 짜증이 나 전화를 끊으려고 하였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서예지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기에 그것은 포기했다.


"이, 일단은 잠시 저랑 만나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