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regrets/25364409



한달.

두달.

세달.


이상해.


올레크가 석달째 밖에 나오질 않아. 무슨일이 있는거야? 

매번 찾아갔지만 "괜찮으니 돌아가..."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아.

중요한 문제라는게 뭐야? 나한테도 알려줄수 없을정도로 중요한거야?

난 네가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아이라고 믿고있는데...


혹시 내가 싫증난건 아닐까? 아니겠지? 아닐거야.

내가 싫증났다고 아예 집에서 안나온다는건 이상하잖아?

답답해, 올레크...대체 무슨생각을 하고있는거야?

난 너랑 살려고 매일 이렇게 열심히 돈도 모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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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발레리는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일찍 빵을 구워 판다.


땅은 황폐해졌지만, 점차 다시 식물이 자랄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발레리는 그 땅에서 난 밀을 사다가 빵을 만든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집세를 내야 하니까, 언젠가 올레크와 같이 살 집을 구해야 하니까.

물론 올레크의 집안은 집 한채정도는 거뜬할 정도로 부유하지만, 신분을 숨기기 위해 평범해 보이도록 살고 있단걸 발레리는 알 리가 없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발레리는 매일 빵바구니를 들고 길거리로 나갔다.


하지만, 식량의 귀해졌다고 한들, 집을 살 돈을 빠르게 모으기엔 역부족이다.

열심히 빵을 팔아봤자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뿐, 목표는 까마득히 멀다.

발레리는 좀처럼 모이지 않는 돈 때문에 매일 조바심과 강박에 시달렸다.

그리고 올레크가 집에서 나오지 않는 동안,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짜증섞인 혼잣말은 매일매일 늘어난다.



그렇게 올레크가 집에서 나오지 않은지 넉달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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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올레크! 아무리 중요한일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이쪽은 매일 돈버느라 힘들다구!"


그날따라 그녀는 유독 화가 났다.

열심히 일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하루하루 시간을 낭비해가는 올레크가 조금 미웠다.

집에만 틀어박히기 전에도,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만큼만 일했다.

그녀와는 다르게, 그에게는 집도 가족도 있었다.

어쩌면 그가 진지하게 자신과 함께 살 생각을 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결혼은 나만 생각하는 중인걸까?'


불현듯 걱정도 스쳐지나간다.

둘은 애초에 서로 고백도 한적없다. 그저 눈빛과 표정만 주고받고 사귀게 되었으니.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끝낸다면 언제든 끝낼수 있는 관계다.

아니, 애초에 그 둘은 정작 중요한 것들은 제대로 말로 표현한 적이 없다.

이제는 그가 집밖으로 나오지도 않으니, 눈빛도 표정도 없으니 더더욱 불안해진다.



엄습해오는 불안감과 걱정, 짜증, 강박에 올레크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진지한건 나뿐이야?'

-'나만 열심히 살고있는거야?'

-'내가 준 난초는 제대로 키우고 있는거야?'

-'내가 우스워보여?'

-'똑똑한 과학자 부모님좀 뒀다고 나 무시하는거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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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 얘기 자세히 들려줄수 있니?"


"헉?!"


아차, 혼잣말로 새어나갔나봐.

좀전에 빵을 사갔던 중절모를 쓴 아저씨 두명이 갑자기 내 앞에 서있다.


"과학자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 말이란다. 조금 듣고싶은데?"


뭐지 이 아저씨들은? 왜 올레크의 부모님 얘기를 듣고싶어하는거야?


"아저씨는 누구신데 그런걸 물어보는거에요?"


느낌이 안좋아. 이 아저씨들 혹시 올레크를 노리는거 아냐?


"하하 아가씨, 미안하구나. 내 소개가 늦었군. 난 정부에서 파견된 요원이란다."

"단도집익적으로 말하마. 그 과학자 부모님이라는 사람들,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단다."

"나쁜 범죄조직들이 그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고있어. 우린 그들을 보호하러 왔단다."


아저씨들은 작은 목소리로 정부 소속이라고 써져있는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

정부? 왜 갑자기 정부에서? 올레크네 아저씨 아줌마가 위험하다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올레크는 이래서 이걸 숨기려했던거야?

아니, 아니야. 이 아저씨들 말을 어떻게 믿어? 올레크네 집에 해코지 할 사람일수도 있잖아!


"아니에요. 제가 잠시 정신이 이상해서 헛소리를 했나봐요. 과학자같은건 몰라요."


그래, 난 아무것도 몰라. 올레크네 집은 비밀로 해야해.

물론 아저씨들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표정이 아니었다.


"후우...얘아,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란다. 정부에선 그 과학자들의 지식이 필요해. 그러니까 한시라도 빨리 신변을 확보해야한단다."

"당연히 그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보호하던 사람한테도 후한 보상을 할 준비가 되어있어."

"그들이 어딨는지 알려주겠니?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 보상을 해줄 수 있단다."


그렇게 말하며 아저씨는 작은 가방 하나를 내 앞에서 열었다.

큼지막한 금괴가 여덟개. 잠깐, 이거 진짜야???

돈으로 하면 대체 이게 얼마야??? 집 한채는 뭣도 아니잖아??!!


"그래 아가씨, 어떻게 하겠니? 네가 돕지 않아도 우린 결국 그들을 찾아내겠지만, 우리에겐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단다."

"네가 그 수고를 덜어준다면 흔쾌히 이걸 주마."

"그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인재들이야. 부탁하마."


꿀꺽.

저절로 침을 삼켰다.

저것만 있으면, 집도 살수 있어. 더이상 빵을 팔지 않아도 되.

올레크네가 위험하다니까 이 아저씨들이 도와준다는 거지? 신분증도 있잖아.

올레크도 안전해지고, 같이 살 집도 구할수있어.

가게도 차릴 수 있고, 먹을 것, 입을 것 걱정도 안해도 돼.


그래.

올레크를 위해서야.


"정말로...그 사람들 지켜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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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갖고 조심스레 집으로 들어왔다.

아저씨들이 올레크의 부모님들을 보호하면 올레크도 다시 밖으로 나올수 있겠지.

날 봐서라도 부모님을 따라가진 않을거야. 그러면 둘이서 금을 팔러 도시 밖으로 나가자.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가서 금을 파는거야.

올레크만 진심이면 돼. 나랑 결혼할 생각만 있으면 돼.

난 모든걸 제대로 했으니까, 이제 올레크만 내게 답해주기만 기다리면 돼.


올레크와 함께 모스크바로 떠나 멋진 집을 구경하는 상상을 하니 즐겁다.

내일이면 부모님이랑 함께 안전하게 다시 밖으로 나오겠지?

그럼 큰맘먹고 불꽃놀이를 올레크한테 보여주자.

멋진 불꽃에 한눈파는사이에 금덩이를 보여주는거야. 눈이 휘둥그레지겠지?

조금만 기다려 올레크, 널 위한 깜짝 서프라이즈를 준비해줄게.


내일이면 올레크를 다시 볼거라는 기대에, 원망도 걱정도 완전히 풀렸다.

오늘밤은 편안히 잘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다음날 올레크를 찾아갔을땐,

손에 들고있던 불꽃놀이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올레크네 집은 더 밝고, 커다란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다음화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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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써보는 소설인데 필력 진짜 후진거같음. 가독성에 문제가 있으면 지적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