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천시의 한 학교에서 스스로 목에 가위를 꽂아

자살한 소년이 발견됐습니다,근처에 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


한 낡은 집에 살던 김후붕(30대 후반),

오늘도 후붕이는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보기 시작해,

매일 뉴스에선 사람이 죽는,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하지만 후붕이는 언제나 무덤덤하게 바라볼 뿐이었어,

"사람은 당연히 죽는데 뭘 새삼스럽게 저러는걸까"


과거

후붕이는 어릴 때 엄마가 바람이 나 도망갔어,

후붕이를 계속 괴롭혔던 후붕이의 친형도 

교통사고로 죽었고,

그 뒤 후붕이는 아빠랑 둘이서 살게 되었지만 

그 아빠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지,

후붕이가 전역하고 돌아왔던 날,바로 그 날에 말이야


후붕이는 그 날부로 삶의 모든 걸 잃었어,

맨날 다른 남자를 만났던 엄마도,

자신을 학대하던 친형도,

피곤해도 언제나 살갑게 대해주던 아빠도,

후붕이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어.


후붕이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했고

그러면서 점점 차가운 사람이 되어갔지,

허나 후붕이는 애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남들에게 차가운 속내를 드러내거나 

피해를 주거나 하지 않았어.


후붕이는 일을 굉장히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 후붕이의 실적과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서 높아졌어,그렇게 승진도 여러번 하게 된

후붕이는 오늘도 재빨리 자신의 일을 끝내고는 

옆에서 힘들어하는 후배나 신입들을 바로 도와줬지

'부장이란 양반이 사회초년생들한테

귀찮은 건 다 시켜먹는구만'

"또 뭐 도와줄 거 없나"


후붕이에 대한 평가가 정점에 다다를 때쯤

한 여직원이 후붕이에게 고백했어,

후붕이의 후배였던 후순이는 후붕이의 행실과

후붕이의 다정한 성격에 반해버렸다고 해,

후붕이는 처음 받아본 고백이었기에 부담스러워서

며칠을 피해다녔지만 결국 후순이의 고백을 받아줬지


후붕이는 시간이 지나고 점점 후순이에게

진짜 사랑을 느끼게 됐어


후붕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겐

모든 걸 줄 수 있을 만큼 헌신적인 사람이었지,

후순이가 힘들 땐 언제든 달려가 위로해주고

후순이가 아플 땐 집에서 쉬라고 하며 후순이의

일까지 대신하고는 일찍 퇴근해 후순이를 간병하러 갔지,

그 뒤에서 직원들은 후순이를 부럽게도 보고,

후붕이가 아깝다고도 생각했지


후붕이의 후배중 하나였던 후진이는 

후붕이를 좋아했던 사람중 하나였고,

그때문인지 후순이를 좋게 보지 않았어,

후붕이가 후순이를 챙기느라 일을 못해

후붕이의 실적도 몸 상태도 계속 떨어졌거든

"망할 년..저 년때문에..."

후진이는 후붕이가 후순이에게 당하고,

갖고 놀아지고 있다고 

생각해 늘 주머니에 녹음기를 넣고 다녔지


후붕이가 후순이와 연애한지 2년 반,

후붕이는 예전에 비해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어,

자신의 일을 하며 후배들,신입들의 일도 도우고

부장의 폭언과 욕을 들으며 연애까지 해야했거든,

그래도 후붕이는 웃으며 꽃과 혼인신고서를 들고는 

후순이와 함께 살던 집에 돌아가고 있었어

"이런 건 뻔해서 별로인가?"


후붕이는 집까지 도착했고,집 앞에는 후진이가 있었지

"내가 집을 알려준 적이 없을텐데,어떻게 여기있는 거야?

네 집 여기서 엄청 멀잖아."

"저는 여기 사시는 부모님하고 식사를 마친 뒤 

돌아가려는 참이었습니다만..

아까부터 계속,밖에까지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나서 말이죠,

선배님 집인 줄은 몰랐습니다"

후붕이는 후순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강도라도 들었나 확인하기 위해

일단 창문으로 올라가 집 내부를 둘러봤다


현관에는 모르는 신발이 한 켤레 있었으며

거실에는 누군가가 먹고 치우지 않은 음식들,

그리고 후붕이와 후순이의 침실에는...



후붕이가 들고 온 꽃이 떨어져 그저 부서진

식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변했다.


후붕이는 모멸감을 느꼈다,

후순이가 바람피며 기뻐하고 있다는 걸 보며

후붕이는 화가 차올랐다


하지만 몇 초 뒤,후붕이의 머리에 하나의 생각이

스친 뒤 분노는 쉽게 가라앉았다.

'복수할 때 화만 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그건 패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이성을 갖더라도 때로는 냉혈하게 해야한다고'

후붕이는 차가워진 목소리로 후진이에게 물었다.

"후진아,너 언제부터 저 소리를 들었지?"

"음,중간부터 계속 들은 것 같아요"

"그런가..생각할 게 많아지는구만..."

후붕이가 복수 방법을 계획하고 구상할 때,

후진이는 2년 반 동안 녹음해온 녹음기들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후붕이에게 넘겼다

"백팩을 통째로 주는 거보니까 녹음기가 되게 많은가보네,

네가 바라는 거라도 뭐 있어?"

"복수,같이 하지 않으실래요?"


후진이 시점

나에겐 금태양이라는 남친이 있다,

그는 바람기가 심했고 여자들에게 거짓말을 쳐서

돈을 뜯는 소위 양아치라고 친구들이 그랬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난 그의 실체를 보게 되었고 그는 친구들의 말대로

양아치였다,그 이야기를 내가 꺼내고 얼마 안 가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그렇게,나는 20대를 양아치에게 날려먹은 것이었다.


그 뒤 나는 노력한 끝에 한 회사의 면접시험에 합격했고 

후붕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아 조금씩 발전해나갔다,

나는 '무엇무엇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해도 

꼰대처럼 나오지 않고 도와주는 후붕 선배가 정말 좋았다,

하지만 후순이라는 년이 달라붙은 뒤

후붕 선배는 점점 초췌해지고,

복도에서 쓰러져 병원에 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순이라는 년은

바쁘다고,부모님이 아프다고,매일 다른 핑계를 대며

병문안조차 오지 않았다,회사 직원들이 매일 번갈아서

병문안을 갔을때도 혼자만 말이다,


난 그때부터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껴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

그렇게 2년 반이 지난 뒤 부모님과의 약속으로 식사를 하고

돌아가던 길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녹음기를 켠 후

슬쩍 봤더니 후순이 그 망할 년과 금태양이 서로 몸을

섞고는 아주 개지랄을 떨고 있었다,양아치놈이랑

남친몰래 바람피는 년,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1년 반때부터 후순이가 바람핀다는 증거는 이미 잡아놨다,

몇 시간 뒤 후붕 선배가 도착했을 때는 그 놈년들의

거사가 이미 끝나있었다,그 상황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듯한 선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녹음기들을 선배에게 드렸다,

고백부터 지금까지,후순이의 모든 개소리가 담겨있는

녹음기들을 말이다.


후붕이는 후진이와 같이 복수에 대한 계획을 짰다,

첫번째,간단하게 조진다

두번째,제대로 한번 조진다


후순이는 자신이 바람핀 걸 후붕이가 아직 

눈치 못 챘다고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