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스카 진수부, 집무실.


신이치로 제독은 머리를 감싸쥐며 신음하고 있었다.


"으윽....."


이오지마에서 졌다.


자랑스런 무적 일본 해군이 졌다.


하지만 신이치로는 패배로 인한 분노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이로 인해 발생할 실망과 비난, 언론과의 인터뷰,


이오지마 패배의 책임을 묻는 청문회 출석.


그로 인해 벌어지는 자신에 대한 책임 문책.


신이치로는 그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우에다 신이치로(上田新一郎).


요코스카 진수부 제독의 풀네임이자


우에다 조이치로 전 총리의 맏아들.


기실 그는 지휘관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매일같이 술 마시며 여자나 부르고 행패부리던 망나니였다.


그러다 아버지가 총리가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을 탈바꿈했다.


'너는 이 아비처럼 크게 되어야 할 놈이다.'


신이치로의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달고 산 말이다.


그렇게 말쑥한 신사, 아니 정치인이 되어 가던 신이치로가


요코스카 진수부의 제독이 됐다.


우에다 전 총리가 큐브에 무슨 수작을 부렸다는 기사가 몇 개 나왔으나 


일본인 지휘관의 탄생이라는 소식에 묻혀버렸다.



신이치로는 자신의 아버지가 반 강제적으로 데리고다녀


정치판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언론도, 여론도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았다.


그리고, 그날 오후 NHK 도쿄의 속보는 이랬다.


'해군, 이오지마에서 또다시 대승.'


사람들은 그 뉴스를 실은 신문과 방송을 보며


히히덕거리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사흘 후, 구레 사령부.


"그럼, 더 이상 세이렌의 움직임은 없는 거야?"


"그렇사옵니다, 지휘관님."


 "으음....."


세이렌(심해서함)들은 이오지마를 점거한 채


며칠동안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지?


"일단, 세이렌의 동태를 계속 주시해 줘.


낌새가 있으면, 바로 내게 알려 줘."


"네, 지휘관님!!"


회의실 안에 있는 중앵의 함선소녀들이 일제히 대답한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회의를 파했다.


"좋아, 해산!"


회의실에서 왁자지껄 소리를 내며 나가는 함선소녀들.


함선소녀들이 나가자, 집무실로 돌아가는 내 옆에 누군가 시립했다.


"고생하셨사옵니다, 지휘관님."


"응, 수고했어. 아마기."


이번주 비서함은 아마기다.


지난주 전과에서 동생인 아카기와 두 척 격차로 비서함이 되었다.


그 때 아카기의 얼굴이 참 볼만 했었는데.


아마기와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집무실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벽 한켠의 TV가 켜지며 동일본의 소식을 내보낸다.


"이오지마 승전 기념식이 해군성 앞에서 열렸습니다.


신이치로 제독에게는 천황께서 하사하신 훈장을-"


삑.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아마기는 바로 TV를 껐다.


역시 아마기의 눈치와 판단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내가 언질을 주기도 전에 미리 일을 처리해 와


나를 웃음짓게 한 적이 많다.


"이오지마 승전... 하아..


동일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패전이 들킬까 두려워서일 것이옵니다.


우리 중앵에 뒤지고 싶지 않아 더욱 그럴 것이옵니다."


"그렇다고 세이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후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에 놓인 서류 한 장을 집어들었다.


"함선교류식..."


함선교류식.


서일본과 동일본의 해군이 서로 교류하며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정보를 염탐하고 전력을 측정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이번 교류식엔 쓰루가와 류호, 미카사가 가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저 쪽에서 오는 함선소녀는..


오요도와 카가, 그리고 야마토였다.


야마토라...


나는 야마토를 본 적이 없다.


야마토는 내가 요코스카 진수부에서 떠난 이후에


탄생한 함선소녀이기 때문이다.


요코스카가 그토록 자랑하는 함선소녀이니


한번, 그 힘을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오요도 그 년이 오는 게 치떨리게 싫지만.


나는 중앵의 지휘관이니, 책무를 다 해야한다.





다음편은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