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고 전 아내인 후순이는 대학교에서 처음 만났었다.

그 시절, 나는 23살 이었고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준비했었다.

후순이는 나와 같은 2학년이었고 21살 이었다.

처음 만나게 된 때는 나랑 친구가 술을 마실적이었다.

친구는 여친을 같이 데리고 왔고 동시에 그녀가 친구 한 명도 데리고 오고 싶다고 말해서 후순이를 데려왔다.

그 자리에서 후순이를 처음 만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연애를 해본적이 없었다.

넷이서 술을 마시던 중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 여친 한 번도 사귄적 없지?"


놀리듯이 질문한 친구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여친은 후순이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이번에 만나는 남친이 몇 번째야?"


"아마 4번째?"


4번이나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후순이는 나랑 다른 삶을 살고있었다.


매력은 없고 너무나도 평범한 나는 누가 봐도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고 매일이 지루했다.

후순이는 누가 봐도 이쁜 미모에 주변에 남자들은 항상 꼬였다.

항상 꼬이는 남자들도 나랑 같은 부류가 아닌 누가 봐도 '인싸'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술을 마시면서도 고백을 하고 싶다거나, 혹은 꼬시고 싶다는 생각은 못들었다.

그렇개 술 자리가 끝나고 친구와 친구의 여친은 둘이서 지하철로 들어갔다.

나는 집이 술집에서 10분 거리여서 걸어가기로 했다.

그때 후순이가 나에게 물었다.


"오빠도 이 길로 가요?"


여자하고 대화 한 번 못해본 나는 대답할 때 삑소리가 나버렸다.


"응."


술에 취해서 그런지 후순이는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주로 말한 이야기는 자신의 연애사였다.


"재가 여러 남자를 만나봤어요... 하나같이 날 음침한 눈으로 보는 애들 뿐이란 말이에요?

남사친도 많고 남자를 많이 만나본 저는 대충 하는 행동만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니깐요...

저는 좀 신선한 사랑을 원하는데 다들 똑같아요.

주는건 돈 뿐이고 저를 인형처럼 다루길 원하는지 여친으로 대하길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술 마시면서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았어요."


"나?

나는 어떤 사람인데?"


"좋게 말하자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찐따같고 ㅎㅎ"


옛날의 나...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은 비슷하게 놀려댔다.

거기서 후순이가 내 마음을 뒤흔든 말을 했다.


"그래도 오빠는 성격 좋은 사람이에요.

아마 여친이 생기면 여친이 정말 오빠를 좋아할 거에요.

분명히 사랑을 전부 쏟아 부을테니깐.

응원할테니깐 힘내요!"


이런 칭찬을 들은적은 처음이었다.

놀리듯히 말하지도 않았고 예의상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후순이의 눈에서 진지함과 진심으로 한 말임을 느꼈다.

처음으로 이성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 날 이후로 후순이와 술 마실 자리가 있다면 무조건 참석했다.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친구의 여친이 부를때만 나올 뿐이었다.

그녀에게 고백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남친을 사귀고 있었기에 말하지 못했다.

그때 친구의 여친이 후순이에게 물어보았다.


"남친하고 어디까지 진도 나갔냐?"


"헤어졌는데?"


"왜? 

이번 남친도 같은 이유로?"


"응, 지루하고 재미없어.

너무 뻔한 연애였어."


그 말을 듣고 희망이 생겼다.

내가 다른 남자들보다 잘난 것은 없지만 작은 희망을 믿어보기로 했다.


술자리에서 내 눈은 후순이를 곁눈질 하고나서 고개를 숙이고 근심 가득한 표정을 하고서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친구의 여친이 눈치를 챘는지 후순이가 참석하지 않은 다음 술자리에서 나한테 물어보았다.


"주연오빠, 후순이 좋아해요?"


"응?....

사실 좋아해...어떻게 안거야?"


"곁눈질 하고는 한숨을 푹 쉬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친구는 또 나를 놀려댔다.


"와 ㅋㅋㅋ 결국 너도 고백하는 날이 오는거냐?"


"그러게, 그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사람 일 모르네."


"음...자기야, 주연이 차이는 모습 한번 보게 후순이 번호 줄 수 있어?"


"자기 마음씨 여전히 나쁘네...오빠, 번호 받아요."


"이렇게 마음대로 줘도 돼?"


"괜찮아요.

저더러 믿을만한 사람이면 번호 줘도 된다고 했어요."


"고백 잘 해봐.

너도 살면서 사랑 한번 해봐야지, 힘내라."


친구의 여친은 나의 진심을 믿어주었고 놀리던 친구도 마지막은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내 손에는 후순이의 번호가 있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후순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여보세요?"


"아...그, 후순이니?"


"네, 저 맞는데요.

그런데 누구세요?"


"나 주연이야."


"어머, 오빠가 왠일이세요?"


"그, 이, 이번주에 시간 돼?

혹시 토요일날 시간 될까?

말 하고 싶은게 있는데 대학교 앞 카페에서 만나줄 수 있을까...?"


"음? 네? 

아 ㅋㅋ 알았어요. 그때 봐요. 2시 가능하죠?"


불가능할리가.

일정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미룰 생각이었다.


그렇게 토요일이 와버렸다.

난생 처음으로 향수를 사서 써보았고 패션도 백수만 입을법한 옷에서 최신 유행이라는 패션으로 바꾸어보았다.


후순이가 오는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나가서 대기하기로 했다.

30분 정도 일찍와서 카페 안에서 후순이가 들어와서 바로 볼수있을 자리를 잡았다.

후순이가 카페에 들어서고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들어와서는 내가 하는 말을 끊고 나에게 질문했다.


"그, 후순아... 오늘 내가 너 부른 이유가 뭐냐"


"혹시 막, 고백 그런거에요?

맞죠?"


그 말을 들은 나는 아무런 변명 없이 수긍했다.


"으, 응...같은 집 방향으로 걸어갈때 너하고 대화를 하면서부터 너를 좋아했어.

뭐랄까...그 감정을 표현이 안되네.

너한테 매력을 느꼈어.

생각이 깊고 정도 많고...누구보다 착한거 같아서 좋아하게 된거 같아."


내 고백을 거절해줘도 괜찮다.

나는 옛날부터 연애같은건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련따위 없다.

예전처럼 편한 사이로 지내기는 힘들겠지만 대화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순이는 항상 멋있고 성격도 밝은 남자들이랑 사겨왔다.

분명히 차일거라 생각한 나는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음...좋아요.

오늘부터 사겨요."


"정말...? 나로 괜찮겠어?"


"제가 저번에 말 했잖아요?

오빠라면 여친에게 사랑을 많이 줄거 같다고...

그래서 사귀는 거에요.

부담 갖지마요, 저도 새 사랑 해보고 싶어서 사귀는 것이니깐."


항상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나에게 달콤한 향이 나는 삶이 찾아왔다.


그 날 이후로 다른 커플처럼 살아왔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카페를 가보고, 방학에는 여행도 가보고...


성관계도 처음 해보았다.

자위할 때 만큼 신선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살이 닿을때 느껴지는 따뜻함은 나의 마음을 불태웠다.

성관계에서의 쾌락은 성적으로 흥분도 있지만 그 보다 강한 것이 서로를 향한 애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처음 해보는 나를 후순이는 귀여워했다.


"오빠 처음해봐?"


"어...응."


"안그래도 힘들어 하는게 보여서 물어봤어.

그나저나 우물쭈물 하는거 너무 귀여운걸? ㅎㅎ"


"미안...기분 별로 안좋았어?"


"아니?

신선해서 좋았어.

오빠랑 사귀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진심으로 사랑을 준 사람은 오빠가 처음이거든.

나는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한 분밖에 안계셔.

하나뿐인 부모님 조차도 나를 사랑하진 않았어...

'그냥 딸이니 키워야지' 이런 마음인거 같았는데...너무 애정결핍 같아?"


"아니...어쨌튼 힘들었겠네.

내가 앞으로 못받은 사랑 많이 줄게.

우리 계속...좋은 사랑하자."


"응 오빠...고마워."


나는 이 사랑이 오래 갈줄 몰랐다.

이 사랑이 영원하길 빌었다.


몇 년이 지나고 서로가 직장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정착을 하고는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집안일은 내가 거의 하는 편이었다. 

요리도 주말을 제외하곤 내가 했었다.

하지만 요리사의 일은 험하다고 들었기에 충분히 이해했다.

나는 맹목적인 사랑을 주자고 결심했다...

이런 나를 이해해주고 반겨줄 사람은 후순이밖에 없었다.


우리는 서로 결혼을 원했고 서로의 부모님의 동의만 있으면 결혼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후순이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엄마가...사고를 당했다고요?"


하나밖에 없었던 후순이의 부모님은 자동차 뺑소니를 당하셨다.

후순이는 하나밖에 없던 부모님을 잃고서 당분간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후순이의 레스토랑 직원들도 위로를 하고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위로를 하였다.


어느날에는 후순이가 혼자 여행을 갔다 온다고 말했다.


"오빠...나 2박만 여행하고 올게... 갔다왔다 돼?"


"아냐, 여행가서 기분 전환하고 와. 

잘 갔다와."


"응...!"


여행을 갔다오고 후순이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같다.

내 부모님은 후순이를 딸같이 보겠다고 하셨다.

서로가 서로를 반겼기에 화목한 가정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결혼식 날이 찾아왔다.

드레스를 입은 후순이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내가 여태까지 본 후순이 중에서 가장 아름다워."


"내가 여태까지 본 오빠중에서도 가장 멋진걸!"


결혼식에서 후순이가 입장할때는 내 아버지가 대신 잡아주셨다.

아버지는 그때 이렇게 말 하셨다고 한다.


"후순아, 내 아들 후붕이...

때론 눈치없고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잘 부탁한다."


나하고 신부가 나란히 섰을 때 나의 부모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셨다.

기쁨의 눈물이셨을 것이다.

나도 나중에 아기를 가지고....

아기는 커서 아이가 돼버리고 후에는 학생이...

가끔씩은 대들 것이다.

그것조차 추억이 돼버리고 어른이 된 내 아이는 결국 결혼을 하고 나도 부모님처럼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사히 결혼식을 마친 우리는 제주도로 신혼 여행을 가서 아기를 가졌었다.

너무 기뻤었다.


"여보...아기 생겼어."


"진짜...? 정말이지??"


눈물이 쏟아졌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후순이의 표정은 걱정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후순아...왜그래?"


"으응....아기를 가졌단게 신기하기도 하고...무섭기도 하네."


"걱정마, 후순이가 아기 잘 낳도록 나도 최선을 다해서 도울테니 화목한 가정을 만들자...영원토록...!"


"응..."


후순이의 반응이 별로였지만 산전우울증이라고 생각했다.

내 직장 동료들도 아내가 아기를 축하해줬다.

9개월 후, 예정보다 빨리 후순이는 아기를 낳았다.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그게 뭐 어쨌단거냐, 우리의 아기란 것이 중요하지.


2주 정도의 산후조리가 끝나면 후순이의 레스토랑 직원들이 전 상사의 레스토랑에서 복귀 축하파티를 연다고 들었다. 

직원분들은 작년 겨울에 본 나를 초대했다.

나도 복귀를 축하하기 위해서 나와 후순이의 이름이 박힌 다이아 목걸이를 선물하기로 했다.

아주 비싼, 명품으로 말이다.


파티 당일이 왔고 후순이와 같이 갔다.

다들 후순이를 반겨주었다.

정말 좋은 직장동료들을 두었다고 생각했다.

파티가 무르익어 갈 때즈음 볼일을 보러 잠깐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드가다 후순이의 후배가 있었다.


"주연님이라고 하셨죠?"


후순이가 많이 혼냈던 후배였다.

분명히 안 좋은 감정이 있을테니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순이의 착한점과 혼낸 것들은 모두 후배를 위한 것임을 말해주었다.

이런 말로도 해결은 안될 것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후순이의 이미지가 나아질 수 있도록 착한점들만 이야기했다.


그러자 후배분은 내게 말했다.


"혹시 전화번호 교환 가능하세요?

힘들때마다 후붕이님이랑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네, 물론이죠.

여기요."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 자체로 기분좋다.

나도 아이와 아내에게 도움이 되리라 마음먹었다.


그때 아까 후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사진이 왔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후순이가 어느 남자랑 모텔로 들어가고 나오는 사진을 보았다.

몇 번을 보아도, 누가 보아도 후순이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후순이었다.

거기에 후배가 문자를 더 보냈다.


'후붕이님, 이런 사진을 받으셔서 굉장히 당황하셨을 거에요... 

사실 제가 아내분이 전 직원하고 외도를 하는게 의심돼서 전 직원의 뒤를 밟았는데 둘이 만나는 것을 봤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서 알려드린 점,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말 했다고는 밝히지 말아주세요.'


몇 개월 전?

코트를 입고 눈이 오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겨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작년부터 바람을 폈단 것인가?

머릿 속이 어지러워졌다.

혼자서 변기 칸에 들어가서 소리를 죽이고 울었다.


나만을 바라보았던 후순이가...

아기를 가진 후순이가...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던 후순이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배신감이 내 등을 수십번을 찔렀댔다.

이성을 잃고 룸으로 들어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너가 미쳤구나?

여태까지 나 사랑했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네?"


"아니에요...오빠 미안해요, 바람은 절대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다른 남자랑 모텔을 가고 나오는게 어떻게 바람이 아닐수가 있는가?


"바람이 아니라고?

너가 이 남자랑 모텔을 들어가는데 제대로 찍혔는데,

아니라고? 아니라고??!"


"흐흑...정말...이에요...흑...

믿어주세요 제발..."


나는 후순이의 눈물을 볼 때마다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었다.

사달라는 것은 돈만 된다면 사줄려고 노력했다.

먹고싶은 것도, 밤이 되어도 사러 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후순이의 눈물을 볼 때마다 역겹고 토가 나올뻔 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제발....흐윽...한 번만 용서해줘요

제가 미쳤나봐요, 오빠의 사랑 몰라봐서 죄송해요

앞으로 남자들하고 따로 만나지도 않을테니깐,

폰 관리도, 돈 관리도 오빠가 해도 되니깐...!

게임 해도 잔소리 안하고 앞으로 밥도 제가 차릴테니깐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제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눈물에 목이 잠긴 목소리로 미안하다고만 한다. 

하지만 봐줄 생각은 없다.


"양후순, 됐고 이혼하자."


"죄송해요...버리지...말아주세요..."


"그래...아이는 친자확인 해봐야겠어.

내 아이라면 양육권은 내가 가질거야."


순간 내가 준 목걸이가 생각났다. 

분명이 만들 때까지만 해도 행복했지만 이제는 보면 볼수록 토가 나올려고 한다.

목걸이는 내가 회수하고 목걸이가 들었던 상자와 비닐봉지에 괜히 찢으면서 화풀이를 하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 날은 집을 들어가지 않고 친정에 가서 하룻밤을 잤다.

부모님은 걱정하셔서 내게 물어보셨다.


"아들, 왠일로 온거니?

오늘 후순이 복귀파티 한다고 했지 않니?"


눈물이 쏟아졌다.


"그...끝나고...크흡, 싸웠어요."


"아이구...벌써부터 그러면 안좋은데, 잘 달래주렴.

안그래도 부모님도 안계신데 우리라도 잘 해줘야지."


"네...저 바로 잘게요.

잘자요."


잔다고는 했지만 화와 불안감이 나의 목을 조였다.

그래서인지 잠은 안와서 밤을 새버렸다.

아침이 밝고 산부인과로 가서 아이의 친자확인을 해보려고 했다.

5시간 있다가 오라고 했다.

불안감을 5시간이나 느끼면서 대기실에서 멍하니 있었다.


시간이 다 됐고 결과를 확인하러 가보았다.

결과는 99.99% 친자가 아님.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직원께 감사인사 하나 못한거같다.

죄송해요, 죽어서야 인사할듯 하네요.


그 날 담배를 처음 피워보았다.

여태가지 느낀 따뜻함을 당분간 담배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한 손에는 친자확인 결과서가 있었다.

태워버려서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후순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태우지는 않았다.

담배 한 갑을 다 피우고는 집으로 갔다.


집에 갔을때는 컴컴한 밤이었다.

집에 불이 안 켜진 것을 보았을 때 아직 안왔나 싶었다.

들어가서 보니 울고 지쳐서 소파 위에서 자고있었다.

악몽을 꾸고 있었던 것인지 계속 살려달라고 옹알거렸다.

꼴보기 싫었던 나는 불을 키고 뺨을 때렸다.


(짜—악!)


"오....오빠...왔구나."


"그래, 친자확인 결과 보여주러 왔다."


"우리 아기지...? 그렇지??"


나는 결과서를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본 후순이의 표정은 굳어졌고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었다.


"미안해요...한 번만 봐주세요! 

앞으로 집안일, 요리, 뭐든지 다 제가 할게요!

하루종일 감시하시든...저를 굽든 삶든 맘대로 다뤄도 되니깐...버리지 말아주.."


"내가 널 버려? 

니가 날 버린게 아니고?

여태까지 착한척 나 사랑하는척 수고했다.

시발년...영원히 만나는 일 없으면 좋겠다.

이혼 해."


"아뇨...싫어요...전 오빠랑 영원히 살고 싶어요...

우리 아기가 아니더라도 전...!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랄마, 싫으면 됐어.

이혼소송 할테니깐."


"잘못했어요, 제발 봐주세요..."


"꺼져."


우리는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진행했다 

결과는 나의 승소였다.

후순이가 모텔을 다른 남성과 들어간 사진이 부정행위로 판단되어 승소를 할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양육권은 후순이에개 넘겼다.


법원을 나오고 나는 후순이에게 말했다.


"이틀 동안 친정에서 잘테니깐 너 물건 다 내 집에서 빼.

안하면 다 갖다 버릴테니깐."


"저...계속 생각하고 있을테니... 계속 오실 거라고 믿고 있을테니깐!

전 재결합 하고 싶어요...혹시나...그래도 혹시나 다시 저랑 살고 싶다면 연락 주세요...

전화번호도...벨소리도...안 바꿀테니깐

카톡 프사도...안 바꿀거에요..."


후순이는 감기 몸살에 걸린 것마냥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동공은 흐려보였고 멍해진 듯이 내게 말했다. 

며칠째 씻지 않았던지 머리카락은 떡져보였고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었고 기어들어갔다.

그래도 전 아내라고, 해어지면서 옛날과 그녀의 달라진 점이 보였다.


"끝까지 입을 놀려...창녀새끼."


"그런 시선도 괜찮으니깐...부탁이에요...

와주세요..."


그녀의 말을 무시한채 친정으로 돌아간 나는 부모님께 있었던 일을 말했다.

끄윽끄윽 울면서...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계속 울면서 말했다.

충격을 먹은 듯한 얼굴을 하고는 위로를 해주셨다.


"그래...힘들었겠구나...

우선 밥 부터 먹자."


"네..."


나에게 남은 것은 부모님과 따뜻함을 느낄 담배 뿐이었다.

직장에서도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다들 위로의 한 마디를 던져주고 갔다.

그 중에서도 작년 나를 사수로 맞이한 올해 29살의 이얀순 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후임이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다.


"세상에...세상에 별 미친년이 다 있네요.

오빠는 꼭 좋은사람 만날거에요!

걱정말아요."


"응....고마워."


내가 담배를 필 때도 여후임이 와서 피는 것을 막았다.


"아~ 저번에도 피지 말라고 했잖아요...

힘들수록 건강 챙기셔야죠!"


내가 점심도 안 먹는 것을 보았는지 도시락을 싸와주었다.


"오빠! 오늘도 분명 점심을 안 가져오셨겠죠?

그럴줄알고 준비했어요!

맛있게 드시라구요~"


"어, 응...정말 고맙다."


착한 후임을 둔 것이 위로가 되었다.

이때까지는 후임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후임에게 관심이 간 것은 회식자리 이후부터 였다.


다들 회식이 끝나도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후임이 뒤에 따라와서는 같이 걸어갔다.


"오빠도 이쪽 길이에요?

저돈데!"


옛날이 생각났다. 

후순이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던 때도 같이 길을 걸어가면서 부터였다.

옛날일이 생각나면서 울음이 터졌다.


"흐윽...큭....흐어, 흐어... 흐어....."


숨을 격하게 쉬면서 콧물이 목을 막았다.

후임은 코를 풀라면서 휴지를 건냈다.


"미...미안, 괜히 추한 모습 보였네..."


"옛날 일 생각나신 거에요?"


"응...미안"


"미안할 것 없어요.

저도 선배와 같은 상황이 되면 분명 갑자기 울음 터졌을걸요?"


그리고 후임은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할게요...저 오빠랑 처음 만나고 나서 6개월 후, 오빠를 좋아해버렸어요.

오빠는 평소에도 웃길려고 자기비하를 해대지만 저는 오빠의 좋은점을 알고있어요.

제가 힘들때 쓴 소리 하나 없이 도와주시죠.

제가 싸질러 놓은 짐을 같이 부담해주시고 언제나 위로를 해주시죠.

오빠랑 있으면 왜인지 모르게 편해져요."


"얀순아...그만.."


후임은 술에 취한 것인지 내 말을 끊고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내가 있으셔서 그냥 포기했어요.

그게 맞으니깐!

하지만 지금은 이혼하셨잖아요...좋아하는게 죄에요?

저는 정말로... 진짜로... 오빠만을 좋아할 자신 있어요.

그런 년하고 다르게 오빠만 볼 자신 있어요.

오빠가 누구하고 관계를 끊으라고 한다면 끊을 자신도 있어요.

전 그만큼 진심이에요.

저는 오빠가 저를 좋아하게 만들거에요.

반드시"


"미안...지금은 연애하는게 무서워.

내가 언제 또 배신당할지 알아?

솔직히 지금은...너도 못 믿겠어.

당분간 이런 일로 이야기 꺼내지마.

난 집 드간다."


"알았어요...그래도 언젠가는 제가 고백해서 받아줄 정도로 저만 생각나게 할거에요.

가다보니 오빠 집 앞에까지 와버렸네... 집 잘 들어가요!


후임의 고백을 단칼에 거절했다.

또 다시 버림받는게 무섭고 불안하다.

나는 어린시절과 달라진게 없이 찌질하다고 느꼈다.

집에 들어서자 후순이의 짐은 없어졌다. 

집이 넓다고 느끼긴 처음이다.

동시에 나의 마음도 빈 곳이 많아졌다.

나는 결혼은 커녕 서로가 진심인 연애를 할 수나 있을까?

....

라고 생각했다.




3년 뒤 겨울,

나는 후순이의 후임이었던 주연이를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다.


"어...주연씨?"


"어...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나의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늦게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좀 더 일찍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덕분에 제대로 헤어졌어요. 

아내가 친자가 아닌 것도 알아냈고...나쁜년 하나 걸러내줘서 고마워요."


나는 후순이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그녀를 상사로 둔 주연이라면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보았다.


"근데...후순이는 어떻게 지내요?"


"아, 그 사람 퇴사했어요.

뭐, 솔직히 반 강제적인 퇴사죠.

눈치받고 어떻게 살겠어요?"


"퇴사를 했다고요?"


"네, 근데 하필이면 그 일이 다른 식당이나 직장에도 알려져서 그런가... 일자리는 못 얻고 있다고 상사 중 한 분이 말씀 하더라고요."


꼴 좋다.

아이도 있는 그녀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는데, 만약 잘 살고 있었다면 속이 뒤집어 질뻔 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당연하죠, 편하게 부르세요."


"형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지금 재혼해서 살고있어요.

여름에 아이도 낳아서 잘 기르고 있어요.


"정말요?

언제 재혼 하셨어요?"


나는 계속되는 여후임의 대쉬에 못이기고 마지못해 연애를 했다.

연애 초반에는 여후임으로부터 일방적인 애정을 받았다.

내가 매정하게 굴어도 그녀는 웃음으로 받아주었다.

나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헤어지자고도 통보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하나를 제안했다.


"그럼 한가지만 제안해도 돼요?"


"뭔데?"


"딱 한 달.

한 달 동안 정말로 저에게 아무 감정 못 느끼시면 헤어져 드릴께요."


"하...그러든가."


한 달의 시간이 지날수록 후임에 대한 사랑도 커졌다. 

하지만 불안감도 커졌고 자기혐오도 늘었다.

약속된 한 달의 시간이 찾아왔오고 그녀가 결정하라고 했다.


"오빠, 오늘이 한 달째인데 헤어지고 싶어요?"


"미안..."


"이유를 들어봐도 괜찮을까요?"


"너를 사랑해, 정말 사랑해.

그치만....그치만...!"


아기가 우는 것 마냥 울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을 하는게 무서워.

내가 버림받을까봐 무섭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안좋은 면을 알아채지 않을까, 나를 이용해먹지 않을까 무서워...

근데 어떻게 너를 믿어?

너처럼 나에게 과분한 애가?"


"저는 오빠를 무척이나 사랑해요.

오빠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정도로 사랑해요.

다른 남자 안 보고 한 평생 오빠만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해요.

오빠는 저를 못 믿으시더라도 저는 오빠를 항상 믿을거에요.

저의 각오는 이래요."


나는 그녀의 품 속에서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울어댔다.

그녀는 나를 꼬옥 끌어안고는 말을 이어갔다.


"오히려 오빠가 저에게 과분해요...

오빠만큼 착한 사람이 제 남친이 되어주신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를 믿어줘요.

분명 후회 없는 인생을 만들어 드릴테니깐."


당분간 담배에서 느꼈던 지독하고 독한 따뜻함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 둘은 연애를 이어가고 넘어서 결혼까지 하였다. 

사내연애로 결혼까지 간 우리들은 회사에서 이슈의 중심이었고 많은 축하를 받았다.

일 때문에 바빴던 우리는 여행은 못갔지만 아기를 낳고 즐거운 삶을 살고있었다.


여태껏 있었던 이야기를 주연이에게 다 해주었다.


"와우, 좋은 사람 찾으셨네.

이게 찐 천생연분 같은데요?"


"고마워요ㅎㅎ 주연씨는 여친 없으세요?"


"하하, 시비거시는 거에요?"


"아니에요 장난이에요.

아니면 후순이라도...?"


"아, 줘도 안먹어요.

근데 그 사람 한 번도 못봤어요?"


"아...사실 저번주에 봤어요."


저번주 주말, 갑작스럽게 후순이가 집으로 찾아왔다.


(띵동)


"누구지?"


인터폰을 통해서 보니 후순이가 있었다.


"하, 얀순아, 내가 나가볼테니 아기좀 봐줘."


"왜? 누구에요?"


"전 아내."


밖에 나가보니 헤어질 때 하고 몰골이 똑같은 상태로 서있었다.

추위에 몸은 부들부들 거렸고 창백한 얼굴이었다.

무엇보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랐다.

이사해서 다른 곳에 살까 싶었지만 직장과 가까운 집이었기에 그대로 살았지만 이런 일이 있을줄 상상이나 했겠나.


"양후순, 너 얼굴에 철판깔았냐?"


"흡....

그...요즘 혼자 살아서 쓸쓸하죠?

배는 안 고파요? 제가 뭐라도 만들어줄까요?"


"안 그래줘도 돼.

내 아내가 만들어 주거든."


"아내...? 언제, 언제 재혼한거에요?"


"작년에 재혼했어.

너는 재혼 안하냐?"


"저 재혼 할 생각 없어요... 저 정말 잘 할 자신 있어요,

당신만 바라볼 아내가 될테니깐 저한테 돌아오시면...!"


이때 얀순이가 아기를 끌어안고 현관에 나왔다.


"자기, 이 사람이 그 후순이에요?

흐으응...벌 받으셨네.

이야기 다 끝나면 밥 먹으러 와요, 밥 차릴게요."


얀순이는 들어가고 나하고 후순이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갔다.


"오...오빠, 아이는 언제 가진 거에요...

우리 애는!! 우리 애는 어쩌고, 어떡하고??"


"우리 애?

지랄마, 니랑 바람 핀 놈 사이의 아이겠지."


"제발요, 잘 살수 있어요! 

용서해주세요....흐윽..."


후순이가 바람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너, 바람은 왜 폈냐?"


"후배 수습생 중 한명이 계속 관심을 주길래 색다른 사랑을 잠깐만, 잠깐동안만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잠깐동안만 불장난을 한거에요.

정말이니깐 믿어주세요, 지금은 연락도 안하는 상태에요!"


"역시...넌 쓰레기야.

나한테서 신선한 사랑을 느꼈고 그 후로는 그런 사랑이 지겨워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나봐?"


"제발요, 제발 제발 제발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난 오히려 그 친구에게 고마워."


진심이다.

진심으로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 친구가 없었으면 얀순이라는 지금의 훌륭한 내 여자를 못 만났을 것이다.


"그 친구가 너같은 년 잘 걸러줘서 고마워.

너처럼 바람핀 년들은 언젠가 또 바람을 피거든."


"아니에요, 저는 아니에요!

제 핸드폰 오빠가 가지고 저는 하루종일 감시 속에서 살아도 괜찮으니깐, 당신을 위해서 살테니깐!"


후순이가 내 팔을 붙잡고 끌어 안을려고 했던 것을 밀쳐서 막았다.

그러자 그녀의 허름한 롱패딩은 지퍼가 떨어지고 팔 부분은 자전거의 페달에 찢겨져서 팔과 다리가 보였다.

그녀의 팔과 다리에는 자해의 흔적이 남아있다.


"자해도 했었네?"


"너무 힘들었어요.

오빠가 없는동안 사랑을 받지 못한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오빠 생각하면서 자해를 했어요.

오빠가 사랑을 주시면 저도 그에 보답할테니 다시 만나요!"


"아이는 어쨌고?"


"제 집에 있어요.

보고싶으시면 바로 데리고 올테니깐..."


"됐어, 계속 자해나 하면서...내가 느낀 아픔 이해하면서 살아.

내가 버림받은 기분 똑같이 느끼면서...이번에는 너가 버림받은 기분을 느껴보라고.

그게 나를 위해서 사는거야.

난 저녁 먹어야해서 가볼게."


"잠깐....!"


(쾅)


그러고보니 일자리는 구했냐는 말을 물어보는 것을 까먹었다.

일자리 마저 못 구했으면 좋겠는데.

밖에는 후순이가 계속 머물러있었다.

그리고 흐릿한 목소리가 어디론가 들려왔다.


"또 찢어졌네..."


하여튼, 일주일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난 이런 일이 있었음을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 마냥 주연씨에게 들려주었다.

주연씨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들었다.


"정말 현실이 더 드라마라고 하더니...그래서 저한테 아까 후순이선배 취칙에 대해서 물어본거네요?"


"그렇죠."


"뭐, 그 사람은 이제 취집밖에는 답이 없겠지만...아, 저 일하러 가볼게요."


"아직 그 H레스토랑에서 일 해요?"


"네, 이번에 승진도 해서 부조리장 달았어요."


"오오,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열심히 일 하세요."


"네, 형도 열심히 일 하세요.

그럼 가볼게요!"


"네, 잘가세요."


모두 자기의 위치로 가버린다.

각자가 있어야 할 곳으로 말이다.

나의 첫 사랑이었던 후순이하고는 나쁘게 헤어졌다.

내 인생에서 최악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시련을 잘 이겨내고 진짜 나를 찾은 것 같다.

진짜 나를 찾고 삶이 즐거워졌다.

나 말고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

물론 양후순 빼고 말이다.

앞으로 그녀가 보낼 인생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내가 밟고있는 찢어진 비닐봉지처럼 영원히 아프게 찢기길 빈다.

사람으로서 가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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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완성해서 오타가 많을 수가 있음...여태껏 주연이 시점으로 해서 후붕이 시점으로 마무리 했음.

이름을 얀순이로 한 이유는 얀데레처럼 한 사람만 좋아해서...

다들 잘자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