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네를 처음 본다는 듯이 당황하며 허둥지둥대는 타르탈리아. 쟤가 저러는 건 처음본다.


"하아~ 대체 뭐 하는거야. 황금옥에서 그렇게 죽일듯이 싸웠으면서, 게다가 마신 오셀을 깨워 리월을 멸망시키려한 주제에 이제와서 모른다고!"


"....음! 그 기백! 확실히 여행자가 맞는것 같네! 혹시나해서 물어보는데 네 여행의 목적은 오빠를 찾는거 맞지?"


"타르탈리아! 뭘 그런걸 묻고 그래!"


나는 황급히 타르탈리아의 뒷통수를 후려쳤다. 루미네는 그런 타르탈리아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타르탈리아도 자신이 실수한걸 아는지 음식만 식탁에 놓고 빠르게 도망갔다.


"하, 하하. 루미네 배고프지? 밥 부터 먹을까?"


"...알았어."


나와 루미네는 타르탈리아가 가져온 봉투를 열고 나는 챙겨둔 술을 꺼냈다.


"우와~ 맛있는 냄새!"


"그, 레스트. 나도 그거 마시고싶은데?"


루미네가 수줍게 내가 마시는 술을 가리킨다. 하긴 성인인데 나이가 어려보인다고 최근에 마시질 못한다고 했지.


나는 루미네의 잔도 꺼내 함께 마셨다. 술 기운이 확 올라와 얼굴이 붉어졌다.


"아참! 그러고보니 검창 각청한테 차였다면서!"


갑자기 약점을 찌르는 페이몬.


나는 속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에 꾸욱 술을 들이켰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주구장창 술만 마시네.


"우이구~ 각청도 너무하다니까! 우리 검창이 어떻다고! 그래, 이욍 이렇게 된거 각청을 향한 마음은 접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건 어때?"


"후우. 연모의 마음은 진작에 접었어."


"와아~ 잘됐다 잘됐어! 이제 근처에서 새로은 사랑을 찾아봐! 혹시 알아? 당장 네 근처에 너를 사랑하는 여자...읍읍!!"


"하하하하! 페이몬이 이상한 말을하네!"


급하게 페이몬의 입을 막는 루미네. 페이몬은 읍읍, 거리며 얼굴을 흔드는데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그보다 주변에서 사랑을 찾는다라.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리 새어나온다.


"아니, 이제 사랑은 포기할거야. 우정이라면 모를까 순수하게 날 사랑해줄 여자는 없을것 같거든."


구라다. 사실은 사랑을 원하지만 각청한테 그렇게 차이니까 사랑이 다 뭐냐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


"응? 뭐라고?"


"레스트. 너 지금 슬프다는 듯이 웃고있어."


루미네가 이상한 말을 한다. 슬프다는 듯이 웃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지 난 모르겠다.


포옥-


'어라?'


푹신한 무언가가 내 얼굴을 감쌌다. 간신히 얼굴을 들어보니 날 보며 웃고있는 루미네가 보인다.


술에 취한걸까?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다.


"너는 그런 대접을 받을 남자가 아니야. 그렇게 자기혐오를 할 남자가 아니야!"


"루, 루미네! 일단 진정해! 너 지금 엄청 흥분했어!"


"싫어! 이대로 놔두면 레스트는 자꾸 괴로워하면서 무언가 일을 벌일 거잖아! 그렇게 둘수는 없어!"


얘 왜 이래! 진짜 제대로 취했잖아! 아니, 그보다 이렇게 쉽게 취해도 되는거야? 너는 주인공, 여행자잖아!


그런 상념들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루미네의 얼굴이 내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입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맞닿았다.


루미네의 얼굴이 코앞에서 보인다. 당황해서 얼굴을 급하게 떼어내자 루미네가 요염하게 입술을 핥는다.


"루, 루미네!?"


"후, 후후후. 이건 덮치는게 아니야. 지금 레스트는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상처 입은 상태. 즉, 이건 순애야. NTR이 아니라."


"아, 이거 큰일났네."


페이몬이 허공에서 머리를 글적이다 나를 보며 엄지를 척 세운다.


"그러면 우리 루미네를 잘 부탁해 검창!"


그리고 음식을 챙기더니 그대로 포르르~ 위로 올라가 버리는 페이몬이었다.


"잠깐! 혼자만 도망치지마! 루미네는 말리고! 으윽!"


"후후후. 이제 도망 못치겠지? 하아~ 나는 이제 한계야. 얼른 즐기자♥"



이제는 없어진 미래. 어리석은 자신의 꿈을 꾼다.


"아, 아아!"


처음 레스트님과의 만남은 즐거웠습니다. 그분은 반인반선인이라는 이질적인 존재에게도 상냥하셨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애정을 보내주셨죠.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데, 데이트를 하듯이 거리를 걸을때는 마음이 편해 좋았습니다.


반인반선인이라는 저의 정체성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과연 제가 리월에 있어도 되는걸까 고민해 왔었기에 그의 존재는 저에겐 구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건 저의 아둔함과 여행자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죄송해요. 저를 구원해준 당신을 버려서! 그리고 이제와서 당신에게 다가가려고 해서 죄송해요!"


여행자, 그는 아름답고 강했습니다. 비록 레스트님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 수준, 아니 비교조차 불가능하지만 그때의 어리삭은 저에게 그는 레스트님보다 더 큰 구원이었죠.


외부의 세계에서 건너온 여행자. 쓸데없이 수명만 긴 저와 함께해주실수 있을 정도로 긴 수명.


그 모든것이 제가 여행자에게 빠지게 만들었고 그때마다 저를 도와주고 구원해준 레스트님을 멀리하고 선을 긋게 만들었습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리석은 선인이라! 당신을 버린 더러운 여자라 죄송해요!"


"아아아! 아니에요! 제가 원한건 이런게 아니었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 저는 레스트님알 멸시하고 경멸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자꾸 저에게 다가오는 벌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저를 만날수만 있다면 그 목을 물어뜯어 죽여버렸을 텐데...


그분은 결국 리월을 떠나셨고 여행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처음부터 저흰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저희를 버리고 타국으로 떠니셨죠.


그때 깨달아야 했습니다. 저를 진정으로 위해주고 사랑해주고 구원한건 그 뿐이란 사실을요.


허지만 저희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여행자가 떠나는 것과 동시에 돌아오신 레스트님을 의심했습니다.


아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건방지게 의심 따위를 해서 죄송해요! 당신을 공격해서 죄송해요! 당신의 말을 믿지 못해서 죄송해요!


결과는 파국이었습니다. 그분은 돌아가셨도 그제서야 저희는 그분의 헌신과 노력을 깨달았습니다.


그때가 되서야. 그분이 돌아가시고 완전한 상실을 경험하고 나서야 저희는 그분의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절망 했습니다. 괴거의 과오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쳤으나 이미 돌아가신 그분이 살아돌아올리 없죠.


그러나 레스트님과 저희는 다시 만났습니다. 최악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영웅. 레스트의 시체가 분실되었다!]


[이것 또한 리월 칠성의 수작질이 분명하다!]


.

.

.

.


"아윽!"


이나즈마. 번개의 신이 다스리는 영원의 국가. 최근 오랫동안 이어져온 쇄국정책이 끝났다.


감으는 월해정의 총괄비서로서 이나즈마에 오게 되었다. 레스트의 죽음 이후 정상이 아닌 그녀였으나 일처리에 한해서는 예전과 같았기에 리월 칠성이 어지러운 지금 이곳에 올 사람은 그녀밖에는 없었다.


이나즈마에 온 감우는 화들짝 놀랐다. 쇼군의 권위를 나타내는 천수각은 붉은 화마에 삼켜쟈 불타오르고 우인단의 전사들이 속속히 상륙하여 이나즈마의 백성들을 학살했다.


이나즈마의 병사들은 진보된 기술력과 사안으로 무장한 우인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럴수가!"


감우는 당황하며 우선 천수각으로 뛰어갔다. 우선 쇼군을 만나 상황을 정리하고!


화마를 피해 천수각 꼭대기에 올라간 감우는 그곳에서 경악스러운 것을 보게 되었다.


촤악!


날카로운 검이 위로 솟구치고 이나즈마의 지배자인 라이덴 셔군의 몸이 쪼개졌디.


흘러내리는 피와 뇌수와 함께 번개의 신의 힘이 폭주하며 사라진다. 그것이 허무하기 그지없는 마신의 죽음임을 감우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있었다.


깁작스러운 라이덴 쇼군의 죽음. 라이덴 쇼군을 죽인 당사자는 우인단을 상징하는 가면과 함께 사안이 박힌 검을 들고있었다.


"다, 당신은 누구시죠!"


감우는 활을 겨누며 외쳤다. 동시에 그녀의 본능이 소리쳤다. 저항하지 말라고.


"날 잊은거야? 이거 참 섭섭하네 감우."


"...어?"


들리지 말아야 할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듣지 못해야 할 목소리가 자신의 귀를 찌른다.


그럴리가 없다. 그는 이미 죽었다. 그의 시신은 선인들이...!!!


감우는 떠올렸다. 선인들이 회수한 시신을 리월 칠성이 자신글의 실책을 무마할 도구로 쓰고자 반황 요청을 하여 간신히 반환 받았고. 그걸 정체 모를 집단에게 빼앗겼다는 걸.


"하, 하지만! 죽은 자를 되살리는 건 그 누구도...!"


"죽은 자를 살리는 건 불가능하지. 하지만 아이테르 그녀석처럼 예외인 존재라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가면이 벗겨진다. 그 안에는 감우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털썩-


활읗 놓치며 감우는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레스트는 다가왔다.


"다시 만나이 좋네. 다시금 내 소개를 하도록 할까? 내 이름은 레스트. 우인단 11집행관 중 1위를 담당하는 새로운 집행관이지. 앞으로 잘 부탁하지. 월해정의 총괄비서님."


"아, 아아아....!!!"


자신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그가 이렇게 된거야!


감우의 외침을 들으며 레스트는 묵묵히 검을 들어 올렸다.



"아아아아-!!!"


감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에 흥건한 땀. 이제는 멀쩔한 자신의 뿔을 몇번이고 매만지며 감우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당신은 얼음 여왕의 꼭두각시가 됐어요. 하지만 이번에는...이번에는 다를거에요! 제가 당신을 지키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