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regrets/35089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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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나를 반겨준다.

가슴 쪽에서는 통증이 느껴지고, 내 왼팔에는 여러가지 주삿바늘이 꽂혀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1인실에 누워있었고 내 왼쪽에 있는 소파에서 엄마가 자고 있었다.


"엄마..?"


엄마를 부르는 나의 작은 목소리에 엄마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 쪽을 돌아본다.


"후붕아..! 흐흑! 흑.."


"괜찮아 엄마. 나 진짜 괜찮아. 일단 내가 왜 병원에 누워있는지 설명좀 해줄래?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 ㅎㅎ.."


"다 설명해줄게. 일단 의사 선생님부터 부르자."


라며 엄마는 내 머리맡에 있던 호출벨을 누른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내 오른쪽에 있던 전자 장비를 이리저리 조작하시더니 기쁜 소식을 전해온다.


"맥박이랑 호흡수.. 다 정상이구요. 아마 가슴쪽에 통증이 아직 느껴지실 수 있어요.

수술은 잘 됐으니까 걱정하실 건 없구요. 좀 심하다 싶으시면 다시 호출벨 눌러주세요. 

진통제 센 걸로 놔드릴게요. 환자분 가슴쪽 말고 다른 아프신 곳 있으세요?"


"아뇨.. 없는 거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호출벨 눌러주세요!"


드르륵. 탁.


"다행이다. 후붕아.. 정말 다행이야.."


"내가 괜찮다 했잖아 엄마. 이제 도대체 이게 뭔 일인지 설명좀 해줄래 ㅎㅎ"


"아아, 그렇지. 일단 김후순 그 년 불렀으니까 걔 옆에 두고 설명하는게 나을거야.."


"어.. 김후순..이라는 사람이 누구야?"


엄마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본다. 마치 내가 김후순이라는 사람을 모를 수가 없다는 것처럼.


"김후순 기억안나? 너랑 결혼한 니 와이프!"


"엥? 아니 진짜 내가 결혼을 했다고?"


"아이고 후붕아.. 너가 김후순을 기억 못하면 어떡하니.."


그렇게 물어도 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결혼했는지도 처음 알았고 그 상대가 김후순 씨라는 것도 방금 알았다.

기억상실증이 온건가?


"김후순 그 년이 너 찔렀어.."


"어???"


안 그래도 지금 머리가 복잡한데 엄마의 말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면, 나는 결혼을 했고.. 그 상대가 김후순 이라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날 찔렀다?


"너가 칼에 찔린 것도 기억이 안나는거야?"


"어..응.."


"아이고.. 우짜면 좋니.."


똑똑. 드르륵.


엄마가 들어오려는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흥분하며 그 사람의 멱살을 잡는다.


"이 썩을 년아! 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어떻게 니 남편을..!!!"


"죄송해요 어머니. 죄송해요."


엄마는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고 그 사람은 연신 고개를 숙여대며 사과를 하고 있다.


"사과는 우리 후붕이한테 하는게 맞지 않겠니?! 너가 수백번 수천번 사과해도 모자르니까!!"


"저기.. 후붕아.. 그.... 내가 착각해서 찌른거.. 미안해..!! 흐흐흑......."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그러니까 내 앞에서 사과하고 있는 이 사람이 내 와이프면서 날 찌른 사람이다..?


"아.. 예.. 그쪽이 그.. 제 와이프 되시는 분인가요? 죄송해요 제가 기억이 안나서.."


아까 엄마처럼 내 앞의 이 사람도 놀란 눈으로 아무 말 없이 날 멍하니 쳐다본다.


"후붕아..? 화 풀어.. 내가 잘못했어.... 흐흑"


"아니 이게 제가 화가 난게 아니고.. 진짜 기억이 안 나서 그래요..."


"......"


엄마가 옆에서 조용히 호출벨을 누르자 바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가 왔다.


"선생님. 후붕이가 기억상실 증세로 자기 와이프를 기억을 못하는데.. 혹시 봐주실 수 있을까요?"


"아.. 기억상실이군요.. 꽤 있는 케이스이긴 합니다 어머님."


"꽤 있다구요..?"


"네. 우리 몸은 큰 충격을 받을때 몸의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그 순간의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가끔 그 작용이 과해서 그 기억과 관련된 일부 또는 모든 기억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증상이 지금 후붕이한테 나타난 거..인가요?"


"네.. 현재 환자분의 증상으로 봐서는 확실하네요."


"기억이 돌아올 수는 있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머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는 의지가 강할 수록 기억이 빨리 돌아올거에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네. 편히 쉬세요."


의사 선생님이 나가시고, 엄마는 후순씨에게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한다.


"후붕아, 엄마가 미안하다.. 내가 저런 년이랑 결혼하겠다는 널 말렸어야 했는데.."


"그게 왜 엄마가 사과할 일이야.. 저 사람이 날 찌를 줄 누가 알았겠어. 근데 도대체 왜 찌른거래?"


"글쎄다.. 내가 너 깨어날 때까지 매일매일 물어봤는데도 미안하단 말 밖에 안하더라."


"흠.. 후순씨좀 불러줘. 얘기좀 해볼게."


"그래라. 혹시라도 그 년이 또 칼 들면 큰 소리로 나 불러. 알았지?"


"설마 그러겠어 ㅎㅎ 알았어 엄마 걱정하지 말고 휴게실 가서 좀만 쉬고 있어."








"아니 그니까 진짜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왜 찔렀는지만 말을 좀 해줘요. 안 그래도 지금 기억이 없는데

제가 왜 찔렸는지는 알아야 될거 아니에요. 혹시 모르죠? 그 말을 해주면 제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올지"


"...그.. 너랑 나랑 같이 찍은 옛날 사진 보고 있었는데.. 내 옛날 모습이랑 지금 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다른

여자랑 찍은 사진인 줄 알고.. 바람난 줄 알고.. 흐흑.."


"아.. 옛날이랑 지금 모습이랑 좀 많이 달라요?"


"너랑 결혼하고 나서.. 살이 좀 쪘는데.. 그것때문에 못 알아 봤어.."


"아하.. 좀 어이가 없긴 한데 이유라도 알게 되니까 답답한 게 조금은......"


그때 갑자기 앞이 흐리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게 느껴진다.

흐릿하게 후순씨가 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엄마랑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이

달려 들어오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렇게 한동안 정신이 몽롱하다가 갑자기 뚜렷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으아아아악!!!"


소리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내 눈 앞에 괴물이 보인다. 그것도 아주 무서운 괴물이.


"으아악!! 저리가!! 제발!!!! 뭐든지 다 할테니까 제발 가줘!!!!!!!!"


"후붕아!! 후붕아!!! 왜 그래!! 의사 선생님! 대체..!"


"간호사, 진정제 갖고 와! 빨리! 환자 분! 진정하세요! 저희가 지켜드릴게요! 괜찮아요!"


"선..선생님!! 선생님은 저 괴물이 안 보여요?! 저 괴물부터 어떻게 좀 해주세요!!"


"네?? 괴물이라니.."


내가 손가락으로 바로 앞에 보이는 괴물을 가리키며 다시 한 번 부탁한다.


"저 괴물이 안 보여요?? 저것좀 치워주세요!!"







"아.. 김후순씨? 잠깐 나가주시겠어요? 일단 환자분 진정부터 시켜드려야 하니까.."




https://www.pixiv.net/artworks/9174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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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