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심심하네."

카앙-! 카강-!

뇌전처럼 번쩍이며 빠르게 공격을 때려박는 각청. 하지만 상대는 그런 각청의 검술을 우습다는 듯이 받아 넘겼다.

"너, 너 대체 누구야! 어떻게 그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거냐고!"

번개 원소도 자신의 검술도 먹히지 않았다. 이에 각청은 분노를 터트렸다.

어째선지 아까부터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미녀는 각청의 길을 틀어막고 그녀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레스트에게 가지 못하게 하였다.

거기에 지금은 그녀 혼자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각청의 옆에는 하늘빛 머리에 마신 전쟁에도 참여한 전적이 있는 역전의 용사, 감우 또한 함께 있었다.

"거기서....비키세요! 그의 앞날을 위해서 각청씨와 만나야해요!"

얼음 원소가 가득 실린 화살이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리며 날아든다.

"뻔~해."

하지만 쌍창을 든 금발의 미녀는 이조차 받아 넘겼다. 그 위세는 비록 인간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으나 마신의 영역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그렇기에 각청과 감우는 상대의 정체에 대하여 물었고 이에 금발의 미녀는 웃었다.

"내 이름은 많아. 그중 하나만 대자면...스카사하? 정도 되겠네. 뭐, 대충 가장 위대하고 원대한 존재한테 영혼이 묶인 전사라고 생각해."

흔히 무한하게 세상을 건너는 자, 무한한 삶을 살아가는 신의 종이란 의미에서 방랑하는 자. 라고 불리기도 하지.

그녀, 스카사하는 그리 말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방랑하는 자?"

"이계의 신의 화신인가요."

"아참. 덤으로 너희들에 그렇게 찾고있는 그놈의 스승이기도 하지."

이어지는 스카사하의 말에 둘은 화들짝 놀란듯 두 눈을 크게 떴으나 이내 전보다 더욱 짙은 적대감을 품기 시작했다.

"당신이군요. 스승이라면서 자신의 제자가 죽는걸 방치한 자가! 당신은 그분의 스승을 자칭할 자격이 없어요!"

감우가 소리치고 이에 힘을 얻듯 각청 또한 세차게 번개 원소를 일으켰다.

"지랄하네. 스승의 자격이 없다? 다른 년들이면 몰라도 네년들이 할 소리는 아니지. 그도 그럴것이 제자가 '그렇게 되버렸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너희잖아?"

"윽!"

"아, 양심도 없는 너희한테 그런 소리 해봤자 이해 못하려나. 그도 아니면...나랑 제자의 끈끈한 사이가 질투나나 보지?"

그녀는 색기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불길하기 짝이없는 미소에 각청은 덜덜 떨며 물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

"뭐, 이거 한가지만 얘기해 줄게. 내 제자는 몸을 섞은 경험이 풍부해.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리 말하며 스카사하는 자신의 입술늘 핥았다.

"이, 이 개같은 년이!!!!"

각청은 자신의 분노를 참지않고 쏟아냈다. 감우도 화가 머리끜까지 났는지 살기가 담긴 흉흉한 눈빛으로 다시 활 시위를 당겼다.

"하하하! 거 팔팔하네!"

스카사하는 다시 둘을 상대로 무기를 휘둘렀다.

스카사하 나이는 측정불가. 창세신이라는 존나 쎈 신에게 영혼이 저당 잡힌 불쌍한 존재.

참고로 원래는 여자가 아닌 남자이며 당연하지만 여자의 몸이라도 여자를 좋아하는, 처녀막이 무사한 처녀다.

카아아아아앙-!!!





루미네와 함께 고대의 바위 용 도마뱀을 쓰러트렸다. 루미네는 언제나? 언제나와 같이 여러개의 원소를 담은 검으로 뛰어난 검술을 선보였다.

이에 맞추어 나 또한 스승에게 구르며 배운 창술을 적극 보여주며 함께 싸웠고 바위 용 도마뱀은 금방 바닥에 쓰러졌다.

"후우...수고했어 루미네."

"너도 수고했어 레스트. 근데 여긴 어쩐일이야? 아, 설마 나보러 온거야?"

쓰러진 도마뱀을 뒤로하고 루미네가 언제나 처럼 내 품에 안긴다. 땀을 잔뜩 흘린 상태인데도 이렇게 태연하게 안기다니. 그보다 루미네도 땀을 흘렸는데 좋은 냄새만 난다.

'핫! 이게 아니지!'

나는 애써 빨게지려는 얼굴을 다듬으며 루미네를 밀어냈다. 어? 루미네? 루미네? 루미네? 루미네? 어째서 루미네가?

"응? 왜 그래 검창! 정신차려!"

포옥-

어느샌가 포르르 날아온 페이몬이 내 얼굴을 끌어안고 마구 흔든다. 덕분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어라? 근데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아니, 갑자기 넋놓고 중얼거리던데...레스트 괜찮아?"

"전혀 안괜찮아 보여! 분명 어디가 아픈거야!"

루미네와 페이몬인 호들갑을 떤다. 분명 언제나와 같은 일이다. 그런데도 이상하다. 어색하다. 왜 그녀들을 처음 만나는것 같은 생소함이 느껴지지?

나는 이런 의문들을 느꼈으나 그저 기분 탓이겠지 했다. 실제로 루미네와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기도 하니 괜히 그런 기분리 들었나 보다.

짝-! 짝-!

멍한 정신을 일깨우고자 가볍게 뺨을 두들겼다. 루미네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본다.

"이제 진짜 괜찮아졌어. 그보다 저 시체는 어떻게 할거야?"

"아, 저거? 으음...글쎄? 일단 의뢰에 따라 지진으로 튀오나온 놈들을 잡다가 저거하고 마주치긴 했는데 이제 어쩌지?"

아무래도 루미네는 고대 바위 용 도마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모양이다.

나는 친절하게 저 생명체가 무엇이고 얼마나 값이 나가는지 알려주었다. 루미네와 페이몬. 특히 페이몬의 두 눈이 반짝거린다.

"우. 우와! 그렇게나 값이 많이 나간단 말이야!"

"고럼! 저놈들의 시체에서 벌릴건 하나도 없는데다 희귀하기 까지하니 전국으로 팔려나간다고!"

"꿀꺽. 그, 그러면 저걸 경매에 붙이면 우리 몫은...얼마?"

"정확히 50:50으로 분배할 테니까 5천만 모라는 받을수 있을걸."

내 확언에 루미네는 기쁨의 비명을 질렀고 페이몬은 이제 매일매일 맛있는거 사먹자며 루미네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후후. 저 시체는 나중에 업자들이 와서 회수할거야. 그러니 우리는 안심하고 밖으로 나가자."

"응. 나도 좀 씻고싶어."

우리는 지금 땀 범벅이다. 쓸데없이 단단한 바위 용 도마뱀을 루미네를 지켜주며 싸우려다 보니 금방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늦어 해가 진 상태였다.

벌써 밤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아참! 근데 우리 리월에서 잘곳 없잖아!"

"아, 맞다! 그리고 숙소도 지금은 문 닫았을텐데!"

여행자는 당연하지만 언제나 돈에 쪼들리며 산다. 그렇다보니 집이란게 없어 밖에서 노숙하거나 여관을 구해서 머문다.

근데 지금은 여관도 문들 닫았겠지. 리월의 여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밤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꽉차 문을 닫는다.

루미네는 이런 찝찝한 상태로 노숙해야 하냐며 울상을 지었다.

"크흠! 그, 그러면 우리 집에서 쉬었다 갈래?"

그런 루미네가 안쓰로웠는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권유했다.

루미네같은 미소녀한테 그런 권유를 하다니. 나도 참 성장했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떨렸다.

하지만 내 걱정이 무색하게 루미네는 오히려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좋아!"

그렇게 루미네는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삐걱거리며 리월로 돌아와 집의 문을 열었다. 집에 들어온 루미네는 귀엽게 미소 지으며 흥미롭다는 듯이 내 집을 구석구석 흝어봤다.

"집 안이 깔끔하네. 흐응~ 혹시 레스트, 너 말고 다른 사람도 같이 살고 그래?"

루미네의 평온한 목소리. 나는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나 혼자 사는 집이야. 그러니까 안심해. 아, 일단 씻을래? 욕실은 저기야."

"뭐야. 여자라고 배려해주는 거야? 그러면 레스트의 배려를 고맙게 받을까~"

루미네는 살랑거리는 발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욕실의 문을 닫기 전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엿보거나 하지는 않을거지?"

"아, 안해!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히히히. 알고있어. 알고있어."

루미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 집 문을 두들긴다.

"? 이번엔 또 누구야."

갑자기 온 새로운 손님. 의아해하며 대문을 여니 음식 상자를 든 타르탈리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새끼는 낮에도 왔으면서 왜 또.

"하하, 반가워 친구."

"반갑긴 개뿔. 낮에도 봤으면서 왜 또 왔어."

"아니, 별건 아니고. 친구랑 얘기할게 좀 있어서 말이야. 그, 친구 지인 중에 금발에 창 두개들고 무쌍 찍는 분 계시지 않아?"

"...너가 그 사람은 어떻게 아냐? 설마...!"

"! 아니! 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야! 그냥 흥미가!"

"그 양반하고 싸워서 개털렸구나!"

내 스승은 내가 생각해도 괴물이다. 2원소 쓰는 루미네한테도 밀리던 타탈이가 마왕무장을 사용한다 해도 스승한테 비빌수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타르탈리아 성격상 강해보인다고 무작정 선빵친게 보여서 나는 연민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세게 맞진 않은건지 상처가 있진 않네.

"크흠! 어쨋든 안에 들오가도 될까? 만민당에서 먹을것도 좀 사왔는데."

"안돼."

나는 집 안에있는 루미네를 생각해 들요보내지 않으려고 했으나 타르탈리아는 막무가내로 안으로 들어왔다.

"거참! 친구끼리 왜 이럴까!"

"안된다니까!"

잠시동안 이어진 옥신각신 끝에 결국 타르탈리아는 집에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주 나쁘게도 루미네가 다 씻고 옷을 입은채 밖으로 나왔다.

"하아~ 레스트 집에 막무가내로 들어오다니 여전히 예의없네 우인단 11집행관씨."

그녀를 본 타르탈리아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아, 좆됐다. 설마 여기서 마왕무장을 꺼내진 않겠...

"이봐 친구! 저 여자는 또 누구야!"

......어라?

나는 정말로 루미네를 처음보는 듯한 타르탈리아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

사실 스승은 제가 적은 다른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창세신한테 인생을 저당 잡힌 장난감 신세로 이세계 저세계 떠도는 친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