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키비타스 루나


재단은 호구가 아니였다.

그들은 최고사령부가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각 지역사령부들은 이제 난민들을 무제한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하버드, 프린스턴, MIT, 옥스퍼드 등 유명 대학교에서 나온 석박사들을 고용하는 재단 입장에서는 최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유명 대학교 졸업자가 아닌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고학력 기술자와 전문가들만 들여보내고 굳세게 문을 잠가버렸으며, 이미 들여보낸 난민들은 실험체나 노예 등으로 사용했다.


심사에 지원하기 위해 재단까지 도착한 다양한 난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을 들여보낸 재단은 더이상의 인원은 필요가 없었고, 지원조차 하지 못하고 밀려난 난민들은 그나마 재단에서 주기적으로 괴수들을 정리하는 장벽 근처에서 살았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은 제2의 중세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였다.


난민들 중에는 다양한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있었고, 이들은 기가 막힌 장사거리를 찾아내게 되었다.

바로 자신들과 같이 괴수들로부터 피신을 했으나 재단으로부터 버림받은 난민들이였다.


유명대학을 나오지는 못했어도 의사는 의사였고, 건축가는 건축가였다.

난민들로부터 돈이나 여러 물품을 받고 집을 지어주거나, 진료를 봐주거나, 물건을 만들어주거나, 더 나아가 교육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재단이 세운 장벽 밖에 새로운 마을을 짓게 되었고, 각 기지에서 그것이 유행하니 그들은 그것을 재단 지하에 있는 태양의 도시와 비교하여 달의 도시. 키비타스 루나라고 불렀다.


이게 또 오묘한 상황이였다.

재단 입장에서는 멀리 내쫓자니 군대가 아까웠고, 냅두자니 언제 미친짓을 할 지 몰라 위험성이 높았다.


재단은 난민들과 협정을 맺게 되었다.

그들은 매년 키비타스 루나에 대표가 걷는 세금의 5%를 납부하며, 재단에서 필요할 시 전문인력을 제공하는 대신 위험에 처할 때 재단은 군대를 보내 그들을 지킨다는 내용이였다.


재단은 왠만큼 큰일이 아닌 이상 괴수들에게 직접 손을 쓰지 않아 좋았고, 루나의 난민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받아 좋았다.


이렇게 평화는 지속되었고, 지속된 평화는 번영을 낳았다.

번영은 계급을 만들었고, 계급은 격차를 만들었다.

격차는 평화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삐삐삐

삐삐삐삐삐


"으어..."

괴상한 소리와 함께 일어나서 알람을 껐다.

옷도 안갈아입고 침대에서 잠들었나 보다.


어제 끄지 못한 TV가 아침 소식을 알려주는 것을 보다가 안움직이는 몸을 겨우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월요일 출근을 위해 옷을 챙겨 입고 간단하게 화장을 한 후 집밖에 나섰다.


집을 나와 막 켜지고 있는 인공 태양의 햇살을 받으며 재단청사 7동까지 이어주는 2번 트램을 탔다.


7동 정문에 도착해 검문을 감독하는 감독관과 의미 없는 말을  몇마디 나누고, 사무실 키패드에 카드를 넣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킨 후 업무용 메신저를 읽고 업무를 하려던 중 제37K기지 윤리위원회장에게 온 메일이 있었다.


「아영씨.

출근하고 메일 확인하면 위원회장실로 오세요.」


'내가 하인인가?

왜 오라가라 시켜?'


걸어가면서 품은 잠깐의 의문을


'그래 내가 하인이지'


잠깐의 체념으로 끝낸 후 위원회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요."


'달칵-'

부드럽게 열리는 문을 닫고, 인사를 했다.


위원회장은 대충 끄덕이면서 말문을 꺼냈다.


"아영씨. 일이 많이 힘들지?"


"아니에요. 제가 무슨..."


위원회장은 차를 권유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요? 그럼 이번에 일이 하나 들어왔는데 이만한 적임자가  내 생각에는 아영씨 밖에 없어서 그런데 괜찮겠죠?"


답정너냐.


"네. 괜찮습니다."


"이번에 루나 남부 구역에서 말썽이 하나 생겼는데 처리해줄 생각이 있을까요?"


"...?"

먹던 차가 위에서 올라오는 기이한 경험을 느끼면서 질문을 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위원회장은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얘기했다.


"말 그대로에요. 아영씨 루나 남부 구역에 가본 적이 있어요?"

"아뇨."


사실 몇 번 구경으로 가본 적은 있다.


"남부 구역은 그냥 쓰레기들이 사는 쓰레기장이에요.

하루 벌어먹을 돈을 벌어서 도박판에 꼴아박는 놈, 싸구려 마약에 취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놈, 소매치기, 장기매매업자.... 창밖을 봐요. 저런 놈들 천지잖아?"


창밖을 보자 저 멀리 뼈만 남은 사람들이 감독관에 감시 하에 노동을 하고 있었다.


아마 루나 남부 구역에서 온 사람들이겠지


"네"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아영씨가 감찰관으로 가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아도 괜찮으니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와줬으면 좋겠어요. 징세관들이 세금을 걷는 게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단 말이지?"


위원회장은 잠시 목을 축이고 이야기를 맺었다.


"걔네들도 생각이 있으니 감찰관에게 대놓고 반발을 하지는 않을거에요. 거기가서 이번일만 잘 해결하면 올 겨울까지는 과장 달 수 있게 힘 써볼게요."


"생각을 좀 해봐도 좋을까요?"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요."


과장이라... 과장을 달면 금전적 여유도 생기고, 아파트도 넓어지고, 갖고 싶었던 롤러블 폰도 살수 있을거다.

무엇보다 이제는 '계급'이 중세 시대의 귀족 작위 마냥 바뀌었다. 과장을 달면 B계급도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찰나에 생각을 정리하고 대답했다.


"네. 가겠습니다."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위원회장이 웃는 꼴을 보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요. 잘생각했어요. 아영씨가 역시 센스가 좋네. 

사람들이 다들 한다는 거 내가 아영씨 위해서 이렇게 얘기한겁니다."


웃기네. 다들 안간다고 했겠지.


"내가 거기 직원들한테 잘 얘기 할테니 어여 가봐요."


징그럽게 웃는 위원회장에게 인사하고 나왔다.


#2. 키비타스 루나 END





중간에 끊는 지점을 찾는 게 힘들다.

혹시 소설 잘쓰는 사람 있으면 평가나 Tip 같은 거 알려줄 수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