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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끝나고 그녀들 중 하나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게…뭐야…"


조명이 꺼진 수복실 한 켠에 모여 푸른 빛을 내는 패널의 주위로 각 지휘관들과 그에 준하는 면면들이 모여있었다.

둠브링어의 지휘관 메이는 평소의 오만함과 기세등등함은 온데간데 없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작은 체구를 가늘게 떨고 있다.


"다프네, 닥터…이게 정말 가장 최근의 기억이야? 혹시라도 모듈에…"


조작이 가해진 것은 아닌가, 라는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묻는 발할라의 지휘관 레오나의 물음에 다프네는 말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군."


은은한 푸른 빛을 내는 패널에 비춰진 피투성이의 두번째 사령관을 응시하면서 불굴의 마리가 말했다.


"대비해야 해."


그 말이 우습다는 듯, 앵거 오브 호드의 칸이 패널 옆의 침상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아르망을 바라본 채 조소했다.


"무엇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이……악마에게 대비해야 한단 뜻이다."


"그는 인간이다."


'악마 따위는 상대도 안되지' 라고 칸은 덧붙이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수복실의 출구로 향했다.


"어디 가시는거죠? 칸"


몽구스의 작전관 홍련의 말이 칸의 등을 쫓았다. 애써 차분함을 유지한 듯한 그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불안하게 느껴진다.


"호드의 자매들을 데리고 오르카를 떠난다."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칸!"


"그래, 그 대비를 하는거다. 무엇이 문제지?"


으드득하고 이빨을 가는 소리가 마리의 입가에 맴돌았다.

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리면서도, 그 깨달음이 가져다주는 사실 앞에 자신의 무력함이 곱절로 느껴졌다.

그래서 마리는 어둑하고 고요한 수복실에서 더욱 목소리를 키웠다.


"호드의 자매들만 데리고 떠나겠다고? 칸, 오르카의 타 부대원들은 자매가 아니란 소리인가?"


"그게 지금 해야 할 말인가 싶군. 감정이나 인도적인 것을 떠나 가능성의 문제다. 홀로 탈출하기도 버거울텐데. 그렇지않나?"


"두번째 사령관을 끌어내리면 될 일이다!"


"그와 대치하고 적대하겠다고? 그래, '인간'을 상대로 그게 그나마 가능할 만한 개체는 라비아타, 무적의 용, 메이, 알파…그 외에 또 누가 가능하겠냐만은, '한 번' 성공해봤으니 두 번 못할 것은 없겠지. 무운을 빈다."


"마치 본인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이 말하네?"


패널에 비춰진 악마의 모습에 시선을 뺏겼던 레오나가 무심히 날아든 그 말이 본인의 심기를 거슬렀기에 평소보다 더욱 싸늘한 눈매를 한 채 칸을 쏘아보았다.


"그 서류에 서명한 이상 누구도 이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데?"


오르카 전반의 절반에 해당하는 실권과 지휘권한을 이양한다는, 그 서류의 서명에 대한 이야기가 왜 지금 주제로 떠오르는가? 

칸은 이번에야말로 조소로는 부족하다는 듯 만면에 그늘진 비웃음을 보였다. 


"난 서명한 적이 없다만?"


"반대도 하지 않았잖아?"


"너희 마냥 먼저 나서지도 않았지."


"암묵적인 동의가 아니었어? 이제와서 그런 식으로 회피해?"


"할 수 있는게 없었을 뿐이지. 그것보다, 그것이 지금 중요한가? 지금 다시 꺼낼만한 얘기도 아닐뿐더러 현 상황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데. 그런 식으로 과거를 헤집어봤자 추해지기만 할 뿐이야. 너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말이지. 부디 냉정하게 판단해. '철혈' "


"기다리게, 칸"


거칠어진 숨에 맞춰 어깨를 떨고있는 레오나의 옆으로 무적의 용이 한발 나서며 말했다.


"그래, 그대의 말대로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더해서 지금 바로는 그다지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네만."


용에게서 여느 때와 같은 위엄이 느껴지지만, 허리 춤의 칼집을 꽉 잡은 그 손이 동요로 인한 떨림을 애써 다잡는 듯 했다.


"명령에 저항이 가능한 개체가 있다해도, 결국 그가 휘하의 모든 이들에게 직접 명령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그대에게 동의하네, 칸. 다만, 지금 바로 탈출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네. 라비아타공 마저 감금되어있는 이상… 은밀하게…면밀하게 준비해야지. 다들…… '사령관실'로 가세."


그 말을 신호로 다프네를 제외한 모두가 수복실의 출구로 향했다. 

기도라도 하는 듯이 아르망의 두 손을 다정하게 부여잡고 있던 닥터는 일어나면서 침상의 구석에 시선을 옮겼다. 

웅크려 앉은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샬럿에게 자신 또한 다른 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 마디 던지고는 자리를 나서는 지휘관들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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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밤 중에 어딜 그렇게 몰려 가시나요?"


그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지휘관들이 함교를 막 지나치고 나서였다.

어두운 복도를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가 한층 더 복도를 서늘게 만드는 듯 하다.


"두번째 사령관의 블랙 리리스인가. 무슨 용건이지?"


"그 두번째는 빼라고 했을텐데요?"


블랙 리리스는 웃음 속에 경고를 섞어 보이고는 경쾌한 발소리로 복도를 울리며 지휘관들에게 다가섰다.


"주인님께서 여러분을 재촉하셔요. 아르망 씨를 통해 지시사항을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하셨는데, 준비들은 되가냐고 하시네요?"


"아직일세, 각 부대에 여러 사유로 부재 중인 인원이 꽤 있어서 말이야. 준비되는데로 찾아뵙겠다고 전해주게나."


그럼. 하고 말을 마친 용이 돌아서려는 차에 블랙 리리스가 표정을 지우고 목소리를 내리깔아 그 서늘함을 더한 채 대답했다.


"알고들 있지…? 주인님의 지시사항이야. 혹시라도 허튼 짓 하다가는 누구든 머리통에 바람구멍이 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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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휘하의 함대로 탈출하세. 현사령관의 눈에 자주 띄는 호라이즌 보다는 머메이드와 포세이돈 위주로 인원을 수용하면 될 걸세."


전 사령관이 떠나기 직전부터 드나들지 않게 되었던 사령관실이 오랜만에 회의라는 용도로써 북적이고 있었다.

조명 하나 없는 사령관실에서 패널의 빛에만 의존 한 채 처음 한 동안은 열띈 의견이 오고갔지만, 회의는 점차 겉돌기 시작했다.

한 때 이 사령관실에서 자주 보였던 흐름이었기에 지휘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다물고 만다. 



"탈출방법은 그의…현사령관의 그…방법을 저희도 똑같이 따라하는 편이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됩니다. 가능성 면에서 생각해봐도 가장 나을 것 같아요. 최근의 현사령관은 서류검토는 커녕 직무에 신경쓰는 인상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도 선조치 형식으로 인원들을 먼저 빼내는게 중요해요. 문서를 시작으로 한 정보 위조는 그 이후로 미뤄도 늦지 않을 겁니다. 대원들을 각 작전지역으로 파견한 뒤 함대로 합류시키는 식으로, 그 뒤에 정보를 위조하는 걸로…네, 아무리봐도 이게 가장 가능성이 있겠어요. 시간을 생각해봐도요."


초조한 기색으로 패널 근처에 서서 '탈출 작전'의 개요를 설명하는 콘스탄챠는 열 띤 설명을 이어나가면서도 각 지휘관 개체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자신의 관찰이란 이름의 의심을, 그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평소의 회의의 진행을 보조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의견을 모집하고 피력한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쉬고만다. 지휘관들 대다수가 자신이 품고 있는 의심을 알아채기는 커녕, 누구 하나가 차분한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만도 했다. 이 사령관실에 도달하기 전에 마주친 블랙 리리스의 입이 현사령관의 '지시사항'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이틀 전, 아르망이 현사령관과 동행하기 전에, 그녀를 통해 전해진 지시서의 내용은 서두와 본문만 보면 그렇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도리어 환영할 만한 내용이었다.

마지막의, '일정 수의 인원을 의무적으로 차출' 이라는 문장만 뺀다면.

지휘관들로 하여금 휴양지에서 휴식을 보낼 인원들을 '선정'하라는 것도 아닌 '차출'하라는 것도 이상했지만, 지휘관들의 재량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 의무적인 사항으로, 강제적인 지시로 내려온 것이다. 그 서류에 각 지휘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의아해 했고, 그 의아함은 구조되어 수복실로 실려온 아르망을 통해 확실한 공포로서 다시 다가왔다. 


본인들의 손으로 부하들을 죽거나, 한낯 유희거리로 전락해 죽느니만 못한 상태로 몰아넣는 짓을 맨정신으로 할 지휘관은 없었다.

아직은 '지시'이지만, 그 것이 언제 '명령'으로 변할 지 알 수 없다.

'차출'이 '지목'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내가 '지목' 당할 수도 있다.


수복실에서 기억 모듈을 읽어내어 영상을 투영한 패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 패널을 조작하던 다프네와 닥터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고, 몇 번이고 지휘관들에게 되새겨주었다.

그 사실에, 현재 자신들이 짊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을 부정당하고, 제조된 목적을 부정당하고,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모두가 일회성 '유희거리'로 전락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각 지휘관들의 뇌리 깊숙한 곳에 아로새겨졌다. 한 밤중에 열리는 회의에 제대로 된 집중이 될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공포에 몸을 떠는 지휘관들을 눈 앞에 두고도 콘스탄챠는 의심한다.

이 급조한 계획에서의 가장 위험한 변수라고 판단되는 것이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현 사령관은 큰 권한을 이양받은 시점부터 자신이 직접 제조에 관여한 바이오로이드를 다수 보유 중이다. 방금 전의 블랙 리리스도 그의 손을 탄 바이오로이드였다.

둘, 현 사령관은 바이오로이드의 외형보다도, 바이오로이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모듈'에 큰 관심을 보인다. 

셋, 주인님이 오르카를 떠나시기 전 후로 기존에 존재하던 바이오로이드들의 모듈이 조작된 정황이 여럿 발견되었다.


어떻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콘스탄챠였지만 의심한다고 해서, 자신의 의심이 적중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 또한 마뜩찮았기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기만 할 뿐이다.


"부하들에겐 무조건 함구해야 해. 그 누구도 알아선 안 돼."


레오나가 시선을 땅에 둔 채 입을 열었다. 패널에 반사된 빛으로 푸르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이 '철혈'이란 이명에 걸맞은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채로 탈출시키는데다 각종 위조 및 위장까지 해야 하는건가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근심어린 목소리가 홍련이라는 것은 사령관실의 모두가 알고있었다.


"운에 기대야 하는 만큼…변수는 적은게 좋아요. 만에 하나라도 알려졌다간 혼란이 겉잡을 수 없어질 겁니다."


"하나 건의할까."


칸이 말했다. 이 곳의 그 누구와도 다르게 목소리에 흔들림이 없었기에, 모두들 칸의 말에 주목했다.


"나는 먼저 소수의 자매들과 탈출하지."


그리고, 누구나가 목 너머로 꺼내고 싶었으나 감히 그러지 못한 말을 이었다.


"우리의 원 주인, 첫번째 사령관을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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