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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이제 그만 해."


동이 튼다. 타닥거리는 장작에는 잔불만이 남았고 지저귀기 시작한 샛소리에 머리가 더더욱 지끈거렸다.

아르망은 머그 잔을 양 손으로 잡은 채 다 꺼져가는 모닥불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결국 그 놈은 어떻게 됐어?"


이 이상 듣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어떻게 됐건 결국 그들이 맞이한 것은 파멸이다.

나와 다를게 없어졌을 뿐이다. 나와 같은 선에 섰을 뿐이다.


"그는 약속대로 누구에게도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 날 까지는…"


몽롱한 눈을 한 아르망 대신 발키리가 대답했다. 


"함대에 잠입해 있던 그의 휘하들과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 그는 오르카를 포함해 함대의 상호 파괴를 명령했어요. 끝에는, 파괴된 오르카와 함께 그는 수장 됐습니다."


장황했던 본인들의 말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비참함이 새삼 다시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발키리는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였다.

담담한 발키리의 시선 끝에는 아이들이 잠든 텐트가 있었다.

어스름이 서서히 걷히고 햇살의 줄기들이 나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그 한줄이 발키리의 왼 뺨에 닿았다. 

언제나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 그 모습이 서글픔에 상기되어 있는 것 처럼도 보였다.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전함도… 두 아이만이라도 끝까지 살릴 수 있었어서 다행이에요. 결과적으로 인간님의 손에…"


끝말을 흐리는 발키리를 더 보고 있을 이유는 없어 자리를 일어섰다.

…오늘 하루는 빨리 시작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모포를 두르고 있던 아르망에게 겉옷을 하나 더 올려주고 나는 아이들이 잠든 텐트로 향했다. 이불을 걷어차고 대자로 뻗어있는 더치 걸 옆으로, 알비스와 LRL은 서로 부둥켜 안고서 아직 꿈나라를 헤엄치는 중이다. 더는 누군가가 잡아갈 일도 없는데 온몸으로 서로 떨어지기 싫다고 말하는 그 모습이 애처로워 조금 더 꿈에서 시간을 보내게 해주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아르망. 네 말대로라면 너는 테마파크에 굳이 다시 찾아온거잖아. 이유가 뭐야?"


내 물음에 아르망이 고개를 든다.

햇살에 비친 아르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옅은 미소를 띄운 것 처럼 보였다.


"…그 때의 폐하와 같은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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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로 봐줄만 하네."


손도끼와 나뭇가지를 들고있는 더치 걸이 말했다. 내 눈에도 이정도면 그들이 쓸쓸해 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방금 전부터 나무십자가 이곳 저곳에 갓 따온 꽃들을 붙이고 있는 알비스와 LRL은 괜찮다고 달래줬는데도 아직까지 침울한 기색이 전부 가시지 않았다. 아르망에게 테마파크에 대해 어렴풋이 전해들은 두 아이는 어제, 테마파크에 가자고 졸랐던 것이 기억나 울음보를 터트리면서 몇 번이고 잘못했다며 사과해왔다. 밥도 먹지 않겠다 한 탓에 도리어 아르망이 곤란해했으나 추모비를 만드는 것을 거들겠다는 두 아이였기에 상황은 훈훈한 해프닝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인간 님! 꽃 색깔은 상관없지? 흰색 꽃이 많이 없어."


"그래. 뭐든 좋아. 여기에 잠든 언니들도 기뻐할 거야. 그리고, 알비스."


"응? 왜?"


"…사령관님이라고 부르는게 편하면 사령관님이라 불러도 돼."


"에…진짜? 사령관님 다시 사령관 하는거야?"


"그건…아직 모르겠어. 미안해 알비스."


"괜찮아! 사령관님!"


이제야 침울한 것을 벗어던져 완전히 본 모습을 찾은 알비스가 이번에는 십자가 밑에 놓아 둘 꽃들을 따오겠다며 LRL의 손을 잡고 근처의 화원으로 뛰어갔다. 뛰어가는 두 아이의 뒷모습이 기특해 작은 웃음이 지어졌다. 담배를 피우고 오겠다는 더치 걸에게 손으로만 대답하고 나는 아르망에게 말했다.


"아르망."


"네, 폐하."


"샬럿을 불러 줘. 근처에 있지?"


"…괜찮으신가요?"


올려다 보는 아르망의 시선에는 걱정만이 아닌 그와 상반되는 것들도 섞여있었지만 그것은 지금부터 내가 다룰 문제다.

내가 어떤 답을 내놓든 아르망은 납득해줄 것이다.


"그래. 이리로 불러 줘. 발키리, 아이들을 보러 가라."


아르망과 똑같은 얼굴을 한 발키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들에게 향했다. 

담배를 두 대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대는 입에, 한 대는 십자가 뒤쪽의 흙바닥에 꽂았다. 십자가에 만발한 형형색색의 꽃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들을 태워보낸다. 담배냄새 사이로 파고든 꽃향기가 코를 간질였고 돌아와서 울상 지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피식 쓴웃음이 지어진다.


담배 한 대를 다 피워갈 때가 되자 아르망이 말을 걸었다.


"폐하."


"그래."


고개를 돌리기 전에 한번 더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붙여놓은 꽃들이 한 번 더 불어온 바람에 잔향만을 남긴 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


"…샬럿."


"네…그…호칭을 무어라 불러드려야…"


"인간 님으로 충분해."


"네, 인간 님."


자세를 고쳐잡은 뒤 손을 깍지끼고 하복부의 언저리에 둔 채, 눈을 감고 내 말을 기다리는 샬럿에게서 한 때의 진지한 총사대장의 모습과 재판장에서 선고를 받는 죄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흔들림 없이, 어떠한 처분이든 달게 받겠다는 듯 서있는 그 모습에 뜨거운 응어리가 지다가도 피부를 쓰다듬는 바람이 가져다주는 차분함에 가는 한숨을 흘리고 만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꺄르륵대는 소리에 입술을 한 번 깨물고, 나는 입을 열었다.


"아르망과 동행하던 거 아니었어? 추모하러 온 거 잖아."


"예…예? 아…네, 그랬습니다."


기다린 것과는 달랐는지 뜻밖이라는 그 표정을 나는 무시하고 옆으로 한 발 물러서서 샬럿에게 자리를 내줬다.


"왔으면 해야지. 충분히 시간 들여서 해라. 다시 올 일 없게."


시선을 떨구고 샬럿이 앞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내 곧게 서있는 그 모습이 파르르 떨리면서 몸의 구석구석이 꼼지락거린다. 갈 곳 잃은 눈이 흔들리고 자격이 없다 생각하는 그 발을 내밀고 도로 들여다 놓기를 반복하다가, 아이들이 소리가 가까워 지는 것을 신호로 샬럿은 그 모든 저항감을 떨쳐내고 십자가의 앞으로 향했다.


십자가 앞에서서 샬럿은 고개 숙인 채 가만히, 이 곳에 서서 존재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들리지 않을 말들을 읊조렸다.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때가 됐을 즈음, 들썩이기 시작한 그 뒷모습을 나는 못 본 척하고 알비스가 내밀어오는 꽃 한송이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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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아르망."


아이들은 샬럿과 함께, 모아온 꽃들을 십자가 앞에 수놓으면서 추모를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오르카에 남을 수 있었어."


내 말에 놀란 아르망이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런 아르망을 한 손으로 제지하고 계속해 말을 이었다.


"단 둘이 있을 때 그 놈이 말했어. 모두가 자신을 따를거라고. 너는 그녀들에게 더 이상 유일하지 않다고. 너는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한다고. 그 자리에 계속 있겠다면 철충이 아니라 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얼마나 죽어나가든, 반드시 끌어내릴거라고. 네가 바이오로이드를 인간과 다름없이 대하는 이상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을거라고… 이제와서 생각해봤자지만 만약, 내가 그 놈에게 맞받아쳤으면 어땠을까.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너희 곁에 있는 건 그 놈이 아니라 내가 될 수 있었을까."


"폐하!"


"그랬다면, 적어도 너희가 그런 꼴을 볼 일은 없지 않았을까."


"폐하! 아니에요! 모두 그들이… 저희가 자초한 일입니다. 절대로 폐하의 탓이 아니에요! 발키리! 무슨 말이라도…!"


아르망을 울릴 생각은 없었다. 이제와서 발키리에게 무르게 굴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문득 든 생각이었을 뿐이다. 아주 조금, 솔직해졌을 뿐이다.

그러나 그 바늘만한 작은 구멍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급류가 되고 폭포가 되어 멈출줄을 모른다. 태풍에 방파제가 파괴되고 어찌할 도리없는 물살에 댐이 무너져내렸다.


"너희가 후회해야 하는걸까? 후회해야 하는건 내가 아닐까? 말해 줘 아르망. 내가… 나는 어떻게 했어야 될까? 만일 내가 이겼다 하더라도 남은 이가 없이 잿더미 뿐이라면…"


"폐하! 제발!"


"인간 님. 아니, 사령관 님."


뒤쪽에서부터 뻗어나온 양 팔이 웅크리고 있던 흉부를 감싸안았다. 힘을 줘 껴안아 온 탓에 등에서 보다 선명히 느껴지는 포근함이, 언젠가 느꼈던 익숙한 손마디가 아무 말 하지 말라며 속삭여온다. 불어오는 바람이 밤의 갑판을 상기시킨다. 감싸안은 그 팔에 가만히 내 손을 포개어본다. 무뚝뚝한 위로에 눈 앞이 울렁거려 나도 모르게 고개를 파묻고 만다.


"…너희가 죄를 지은게 아니야. 내가 너희에게 죄를 지은거야."


"사령관 님."


"…"


"더 마주하시고 나서도 늦지 않습니다. 모두 사리지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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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처음 쓸 때 만도 못하구만 

쓰다보니 13번째 까지 왔네 처음엔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흑흑


재밌게 읽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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