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사키와 함께 폐쇄공간을 벗어나, 그 입구가 막히는 것을 본 나는 비밀 아지트의 입구, 폐허 앞에 있었다.


나 "하아......미연 놈들도 철수했군. 남아있었다면 성가셨겠어......"


알몸의 기억상실녀를 데리고, 놈들과 싸우면서 달아났다면 또 다른 귀찮은 일에 휘말렸을 것이다.


무라사키 "그......고, 고맙다......"


그 기억상실녀──무라사키는,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서인지 나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아니, 신경쓰지 마라."


쌀쌀맞게 대답했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애가 탄다.


기억이 돌아오면 내가 아사기로 변신한 것이나, 무라사키의 배를 갈라 현자의 돌을 뽑았다는 등 보복을 당할 이유가 많으니 말이다.


무라사키 "저기......넌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나 "──읏! 그, 그렇지......음......아아, 그랬지! 아까 그 여자!"

무라사키 "아까......너한테서 뭔가를 빼앗았던?"

나 "그래, 그 빌어먹을 여자! 완전 악당이야. 나는 녀석을 쫓지 않으면 안돼......너와는──."


여기서 이별──렇게 고하려니까, 순간 무라사키의 표정이 흐려진 것처럼 보였다.


나 "......여기서, 헤어지려는 참인데."

무라사키 "음......그런가, 알겠다. 신세를 졌군. 고맙다."



그렇게 대답한 무라사키는 미소를 띄우고 있어, 불평하는 일 없이 고분고분 했다.


나 "아직 기억은 돌아오지 않은 거야?"

무라사키 "아아......하지만 걱정마라. 난 이게 있으니......응?"


무거워 보이는 큰 도끼를 붕붕 휘두르고, 무라사키는 한껏 미소를 보인다.


나 (......기억이 없어 불안한 주제에, 일부러 날 신경써주는 건가?)


하지만 싫지 않아──기억이 있든 없든, 무라사키라는 여자는 올곧은 성격인 것 같다.


딱히 보호해 줄 이유는 없지만, 남겨두면 버리고 간다는 생각이 들어, 은근히 켕기는 느낌이 있다.


나 (──하지만 오보로를 쫓아야 해. 돌은 고사하고 보수마저 떼일 판이야.)


다시 한 번, 무라사키의 모습을 확인해 보면, 응? 하고 되묻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나 "......괜찮은가 보네. 그럼, 난 간다."

무라사키 "응......미안했다."

나 "......? 사과할 게 뭐 있다고?"

무라사키 "아니......나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도움을 받아 놓고도 너에게 답례할 수도 없으니......그렇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무라사키의 표정이 환하게 빛났다.


무라사키 "이름을 들려주지 않겠나. 기억이 돌아왔을 때 반드시 답례를 하겠어! 약속하지."

나 "──그건......"


대마인과 적대하는 몸인, 그런 내가 이름을 말해야 할까?

약간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나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만날 수 있겠지, 그럼."

무라사키 "그런가......그렇다면, 나중에 또 보자."


나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라사키도 그 이상 물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라사키 또한 나에게 등을 돌리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려고 한다. 알몸으로.


나 "......어이, 옷은 입으라고?"

무라사키 "왜?"


현자의 돌을 얕보았나. 아니, 한 번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치유된 영향일까.


나 (옷을 입는다는 감각도 날아가버린 거냐! ......아, 아니, 나는 상관없지만. 얼른 오보로를 쫓아야만......쫓아야만......)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 말에 옷을 입는 것의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한 손을 들어 인사하고 떠나려 한다.


나 "아아, 잘 가......"


뽀얀 피부에 요염한 광택을 내며, 묵직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엉덩이를 흔들고, 건강한 허벅지를 과시하듯 걷고 있다.

이런 꼴을 한 여자가 거리를 활보하면 소동이 나지 않을 리 없다.


힘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정도면 그나마 낫다. 그러나 일반시민이나, 주둥이를 잘 놀리는 놈들에게 붙잡혀 성가신 사태라도 생기면──.


나 "......으으......에이이이이잇! 이 근처 어딘가에 옷은 없는거냐!!"

무라사키 "왓!? 왜, 왜 그러는 거지?"

나 "젠장......됐으니까,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전하고는 무라사키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나는 노마드의 비밀 아지트로 돌아갔다.


나 "......이거라도 입어. 귀찮은 일이 줄어들 테니."

무라사키 "고맙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미안하군."


발견한 것은 속옷 뿐이었지만, 일단 이거라도 입어 두면 조금 나아질 것이다. 내 마음고생도.


나 (젠장......이걸로 완전히 허탕쳤군! 이렇게 고생하고 겨우 200만......전혀 수지가 맞지 않아!!)


그야말로 헛수고다. 마음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부으며, 오보로에게 어떻게 복수할까 하고, 이를 갈면서 생각하다 보면──.



무라사키 "음, 알몸이 편하지만......뭐 좋다. 굳이 찾아준 이상, 소중히 여기지. 고맙다."


속옷을 받아든 무라사키는 수줍어하며 그렇게 말하고, 낙천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 "......아아, 신경쓰지마."


그 미소가 너무 눈부셔서일까. 상대가 불사의 대마인, 야츠 무라사키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코 넋을 잃고 만다.


무라사키 "? 왜 그러지, 아직 더 남았나?"

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이번에야말로 작별이다."

무라사키 "아아......이상하군. 잠깐 같이 있었을 뿐인데, 쓸쓸한 기분이 들다니."

나 "오, 오우. 그렇네."


혼란스럽지만, 기억이 돌아오면, 나와 무라사키는 곧장 서로 죽이려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관계라고 다시 생각한다.


무라사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반드시 갚지."

나 "괘, 괜찮은 거냐? 기억이 돌아오면 나를──."

무라사키 "......?"


역시 하지 말자. 괜한 말을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도 싫고.


나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럼 안녕."

무라사키 "음.....아아, 또 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등 너머로 들려오는 무라사키의 말. 나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그 자리에서 떠나는 것이었다──.


END


여자 능욕할 때만 S 성향 나올 뿐이지.

결전 아레나 후붕이도 은근히 착한 성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