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리르>
[그르르르르르.....]

펜리르는 앉은 채로 오른쪽 앞다리를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상대가 하찮은 인간이기에 아무래도 의욕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바람을 가르며 거대한 발톱이 다가온다.

<오니발키리>
[위험해!]

오니발키리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
[핫!]

나는 '여유롭게'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옆에서 후려치는 일격을 피했다.

<펜리르>
[그르르르.....]

펜리르는 그것이 불만이었는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오니발키리>
[좋아 가라!]

또다른 오니발키리의 응원이 날아온다.
어느 쪽을 향한 말인지는 몰랐지만, 나는 시험 삼아 칼을 휘둘러 보았다.

<펜리르>
[그르]

펜리르는 귀찮은 듯이 앞발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키이잉!

하나가 내 팔뚝만한 두께의 발톱이 시원스레 공격을 튕겨낸다.
안되겠다 이건.
이런 칼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어.

<브륜힐드>
[위다! 피해라!]

브륜힐드가 외친다.

<펜리르>
[가아악!!]

펜리르가 거대한 입을 열어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다.

<나>
[큿!]

<오니발키리>
[[[아아앗!!]]]

몇 사람인가의 오니발키리들의 비명을 들으며 나는 머리 위의 송곳니를 간신히 피한다.

<펜리르>
[그슈으으으으]

나를 깨물지 못한 펜리르가 초조한 듯이 으르렁댄다.
안 좋은데.
점점 진심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이 몇 합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이제 내 실력은 대단치도 않다는 것을 오니발키리들도 알 수 있었겠지.
얼른 에인헤랴르의 자격 따위 없다고 포기하고 싶었다만,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브륜힐드>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오니발키리>
[그녀석은 예전에 오른눈을 다쳤다. 왼쪽에서 돌아들어가는 거다!]
<오니발키리>
[에인헤랴르, 힘내!]
<오니발키리>
[우리가 보고 있으니까!]

어쩐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를 응원하고 있다.
어떻게 된거야!?

그거야 내가 강한 쪽이 녀석들에게 있어서는 고맙겠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되는 건 묘하다.

<펜리르>
[그르르, 그르르르르, 그르르으~~!]

펜리르는 주인님들의 모습이 몹시 불만스러운 듯하다.
나랑 싸우라고 불려나왔는데, 어째서인지 나만 응원받고 있다. 당연하겠지.

<펜리르>
[가르으으으읏!!]

그 분노를 내던지듯이 펜리르는 앞발을 들어올리고, 기세 좋게 내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엉성한 공격이었다. 움직임을 읽고 있던 나는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반사적으로 칼을 내보냈다.

브슈우우웃!!

새파란 피가 튀어오른다.

<나>
[아.........]

우연히 잘 베어들어간 내 칼은 펜리르의 손톱을 뿌리부터 깨끗하게 잘라내고 있었다.
큰일났다. 저건 아픈데.

<펜리르>
[그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아니나다를까, 펜리르는 대포효했다.
두 눈에 미친 듯한 노기를 머금고, 고통의 포효로 열린 입으로 깨물어 온다.

큰일이다! 완전히 진심이다!
이번에는 못 피해!

<나>
[큭!!]

필사적으로 뛰어 물러나면서 문자 그대로 잡아먹힐 각오를 한 순간,




<도나>
[출력전개! 그래비티 필드!]
<브륜힐드>
[Engagement of Diamond!!(금강석의 맹세)]

도나와 브륜힐드가 동시에 끼여들어왔다.

도나는 그래비티의 칼날을 형형히 빛내고, 브륜힐드는 그녀 자신의 육체를 써서 펜리르의 송곳니로부터 나를 막았다.

<도나>
[후우마, 더는 너 혼자 싸우게 두지 않겠어! 이번에는 내가 너를 지킬 차례다!]

고 하는 도나의 말은 기쁘다만,

<브륜힐드>
[그래!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너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나도 함께 싸우게 해다오!]

그런 브륜힐드의 대사는 의미불명이다.
게다가 다른 오니발키리들도 앞다투어 난입해 왔다.

<오니발키리>
[혼자서만 치사하다, 브륜힐드!]
<오니발키리>
[나도 에인헤랴르랑 같이 싸울래!]
<오니발키리>
[나도!]
<오니발키리>
[당신에게는 손가락 하나도 대게 두지 않아!]

<나>
[뭐야 이건....?]

내가 싸우는 걸 봐줄 수가 없었던 건가?
하고 아연해 있는데,

<펜리르>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펜리르가 슬픔으로 포효하면서 투정을 부리듯히 격렬하게 몸을 뒤틀었다.
주인들에게 배신당한 기분이겠지. 이 녀석도 불쌍하게 됐다.

그런데, 펜리르의 신체에는 북구신화에 있는 마법의 사슬인 그레이프니르를 닮은 사슬이 몇 개나 휘감겨 있다.
그런 몸으로 도리도리를 하면 당연히, 사슬이 격하게 휘둘러지는 탓에,

<나>
[그하아악!!]

운 나쁘기로는 정평이 난 나에게 그 중 하나가 정통으로 맞는다.

<도나>
[후우마!]
<브륜힐드>
[에인헤랴르!!]
<오니발키리>
[아아, 저런!]

도나와 브륜힐드, 다른 오니발키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시원스레 쓰러지는 것이었다.

-------

<나>
[으......으으..........]

눈을 뜨자, 모두들 나를 불안한 듯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나>
[후우마, 괜찮나!?]
<나>
[아아, 괜찮은 것 같아]
<브륜힐드>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회복능력이군. 그야말로 에인헤랴르다. 또 너를 한 가지 깊이 알 수 있었군]

<오니발키리>
[나의 치료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야. 아픈 곳이 있다면 말해 줘. 그리고 내 이름은 사라야]
<나>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 고마워]

감사를 표하고 몸을 일으키자, 펜리르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펜리르>
[가르르르르........]

<오니발키리>
[이봐! 펜리르!]
<오니발키리>
[엎드려!]
<오니발키리>
[거기에서 반성하고 있어!]

<펜리르>
[끄-----응]

오니발키리들이 입을 모아 꾸짖자, 펜리르는 슬픈 듯한 목소리로 울었다.
아무래도 오니발키리들에게 혼이 난 듯, 기운이 없어 보인다.

<나>
[내 실력 따위는 이 정도야. 이걸로 알았겠지? 나는 너희들이 말하는 에인헤랴르 같은 게 아냐]
<브륜힐드>
[아니, 우리들 전원이 너를 에인헤랴르로 인정했다]

<나>
[하? 어째서?]
<브린힐드>
[그만한 것을 네가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브륜힐드가 강하게 말하고, 오니발키리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오니발키리>
[아아, 에인헤랴르다]
<오니발키리>
[틀림없어]
<오니발키리>
['천제'의 뜻을 품은 아기씨의 소유자야]

<나>
[아니, 의미를 모르겠다만....]
<도나>
[진짜로 둔감한 녀석이다]

도나는 기막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브륜힐드>
[우리들은 너를 에인헤랴르로 인정하고, 나아가 너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나>
[그렇다는 건?]
<브륜힐드>
[우리들 중 누구를 고를지는 너의 의사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브륜힐드>
[관습으로는 에인헤랴르의 씨를 품을 수 있는 것은 한사람이다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네가 원하는 만큼, 우리들에게 아기씨를 내려다오]

<브륜힐드>
[물론, 곧바로 결정할 수는 없겠지. 인간이란 그런 거라고 도나에게 들었다. 그러니 오늘은 이걸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나>
[내가 쓰러져 있는 새에 무슨 얘기를 한거야?]
<도나>
[이것저것. 여자들끼리의 얘기다]

나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브륜힐드>
[그러면 마계에 돌아가자, 모두들]

브륜힐드의 신호로 오니발키리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 나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표정은 변함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상태로,




<오니발키리>
[후우마, 나를 기억해줘]
<오니발키리>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오니발키리>
[나를 골라줘, 달링]

<나>
[........]

<브륜힐드>
[모두들 네가 마음에 든 것이다. 물론 나도다. 너에게 반했다.
나에게 아기씨를 주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오니발키리 일동>
[후우마, 또 보자-----!!]

누군가의 능력을 사용했겠지. 오니발키리들은 펜리르를 데리고 일제히 사라졌다.

<나>
[................]

<도나>
[인기만점이로군]

도나는 기막힌 듯하기도 하고, 동정하고 있는 듯하기도 한 얼굴이다.
나는 조금 식은땀을 흘렸다.

피-피-피-피--?

<나>
[우옷!]

갑자기 통신단말기가 울린다.
아스카로부터의 연락이다.

<나>
[나, 나다!]
<아스카>
[아, 드디어 연결됐다. 후우마, 이쪽은 전부 정리했어. 그쪽은 괜찮아?]
<나>
[아아, 어떻게든 말야]

<아스카>
[다행이다. 도나, 몸 쪽은 괜찮아?]
<도나>
[아아, 이제 괜찮다..... 크크]

<아스카>
[왜 웃고 있는거야? 뭐 됐어, 아까 해안에서 합류하자]
<나>
[아, 알았어]

나는 통신을 끊었다.

<도나>
[아스카한테는 비밀로 해둘까?]
<나>
[부탁한다.....]

이거 큰일이 일어난다고.

<나>
[우선은 하나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도나>
[그러는 편이 좋겠군]

--------

후일---




<가면의 마담>
[아스카, 당신에게 온 물건이야. 보낸 사람 이름은 없지만 품명에 '반품 불가'라고 써 있는데]

<가면의 마담>
[만약을 위해 스캔했지만 내용물에 문제는 없어. 자 여기]

<아스카>
[하아? 반품불가?]

아스카는 소포를 손에 들고 의아해하고 있었지만, 이내 그 정체를 짐작한다.

<아스카>
[참, 조크에 센스가 없는거야. 싫다, 이거 내가 줬던 가게 제품이잖아. 아무 생각도 없다니까]




<아스카>
[불평해 주지 않으면 안되겠어. 문자 문자]

요전에 알려달라고 했던 후우마의 연락처로 허겁지겁 문자를 치기 시작한 아스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