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층



레이나 "아......큭......"


죽이지는 않았지만 중상을 입힘으로써 레이나는 땅바닥에 쓰러진다.


이것으로 남은 것은 무라사키와 그녀와 교전 중인 미연 부대 뿐이다.


오보로 "목적을 착각하지 마. 어디까지나 현자의 돌 회수니까."

나 "그렇지......자, 갈까?"


싸우면서 멀리 떨어진 무라사키, 그곳을 목표로 우리들은 발을 내딛는다.

거리감을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위치에, 그녀가 있었다.


자신이 쌓아올린 미연 부대의 시체더미 옆에 서 있는 무라사키의 눈동자가 황황히 붉게 빛난다.

그 박력에 눌리면서도, 미연 부대는 어떻게든 현자의 돌을 회수하려고, 집요하게 무라사키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라사키는 그 반복되는 공격을, 아이와 놀아듯이 간단히 대응하고, 또 시체더미를 쌓아 간다.

그래도 다수의 희생 끝에, 무라사키의 몸은 조금씩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각성한 무라사키의 능력 탓인지, 애써 입힌 상처는 금세 아물어졌고 그녀에게 데미지는 없어 보였다.


그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미연 정예 부대는 승기를 잡지 못하고, 포위망은 서서히 후퇴하게 된다.


나 "저건 뭐하는 괴물이야......어이, 어떻게 할 건데. 미리 말해 두지만 나로서는 무리다."

오보로 "알고 있어......잘 들어. 저건 절대 쓰러뜨릴 수 없어. 하지만, 돌을 꺼내려면 일단 움직임을 멈추는 수밖에 없지."

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어떻게 저런 괴물을 붙들어 둔단 말이야?"


그러자 오보로의 어이없다는 시선이 쏟아졌다.


오보로 "뭣 때문에 아가를 불렀다고 생각해. 빨리 쓰기나 해, 그 사안의 힘을 말이야!"

나 "뭣......아, 아니, 무리라고!?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사안의 능력은──."

오보로 "나도 알아. 드래곤하프 때, 유키카제로 변했던 힘이라는 건."

나 "......응, 그 말대로야."


그렇기에 무라사키의 쓰러뜨릴 수 없다.

변신 능력은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습과 목소리, 냄새 등을 변화시킬 뿐이다.


오보로 "그렇지? 그럼 쓰러뜨릴 수 있어."

나 "......바보 같은 소리. 만일 강력한 무언가의 모습으로 변한다 해도, 힘은 지금 이대로야.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고."

오보로 "그걸로 충분해......모습만 닮았으면 말이야. 그 능력으로 아사기로 변신해. 그 여자의 모습을 보는 건 최악이지만."

나 "아사기로......?"


전투력까지 아사기로 변한다면 모를까, 어째서 그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한 내 얼굴을 보고 오보로가 계속한다.


오보로 "무라사키는 아사기를 연모하고 있어......아니, 신봉하고 있다 해도 좋아. 저 모습이 되어도, 약점은 아사기야."

나 "저기, 그런 걸로──."


반박하려고 조금 언성을 높여보지만, 불시에 쏟아진 살기를 느껴, 나는 오싹하고 등을 떨었다.


오보로 "봐, 꾸물거리고 있으니까......괴물도 이쪽을 알아챘어. 미연보다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몰라."

나 "젠장......온다!"


살기를 돌림과 동시에 날아온 무라사키는,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미연 부대를 도살하고, 우리를 향해 큰 도끼를 내리친다.

무서운 기세의 초격을 간신히 피하지만 이쪽을 향한 무라사키와 시선이 마주친다.


나 (......웃고 있어, 이 여자......)


기쁜 미소를 띤 무라사키는, 도끼 자루로 노크하듯 땅을 찍었다.


오보로 "친구들을 부르는 모양이네......성가시게."


오보로의 말대로 그녀가 쌓아올린 시체 더미가, 움찔움찔 움직이더니 거기서 마수나 움직이는 사체가 나타나, 일어선다.


나 "치, 증원이라니......귀찮게......"

오보로 "이봐, 뭐하고 있는 거야! 어서 아사기로 변신해!"

나 "젠장, 진심이냐고......"


아직 반신반의하기는 하나, 마수들이 이쪽을 보채고 다가오는 이상, 수단은 그것 밖에 없는 것 같다──.


100층



놀랍게도, 오보로의 조언은 정확했다.

아사기 모습으로 변해 무라사키 앞에 섰더니, 정말로 이쪽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가 움직일 수 없다면, 그 후에는 목적인 현자의 돌을 빼낼 뿐이다.


나 "젠장......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람."

오보로 "어쩔 수 없거든. 그 모습이 아니면 무라사키가 얌전히 있지 않거든."


무라사키의 배를 가르고, 내장 속을 더듬거리면서, 묻혀있을 현자의 돌을 찾는다.


마침내 그럴싸한 것을 찾아내, 그대로 체내에서 끌어내자──.


땅울림과 함께 풍경이 뒤틀리기 시작해, 순식간에 그 흔들림이 공간을 뒤덮기 시작한다.


오보로 "성공한 모양이야! 문에서 돌을 떼어냈으니, 폐쇄공간이 붕괴하고 있어! 서둘러, 빨리 도망가자!!"

나 "뭣......칫, 알고 있어!!"


돌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 무라사키는 원래대로 돌아갔고, 이미 괴물의 모습도 아니다. 이만하면 변신을 풀어도 덮치지 않을 것이다.


나 "좋아, 이걸로──뭐지!?"


하지만──내딛으려 한 다리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뒤돌아보니 그 손의 주인은 무라사키였다.

배가 찢겼을 무라사키는 불사의 힘으로 상처를 재생하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무라사키 "읏......네, 노옴......누구냐."

나 "눈을 떴나. 됐으니까 놔, 그리고──너도 도망칠 거라면 서두르는 편이 좋아."

무라사키 "도망이라니──무슨 소리야? ......어, 라......여기는, 어디지...…나는──."


아무래도 괴물이 되어있던 시절의 기억이 어정쩡하게 남아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귀찮긴 하지만 이대로 두면 이 녀석은 다리를 잡고 놓지 않을 것이다.


나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 지금은 함께 도망──."


그렇게 말하며 지면에 쓰러져 있는 무라사키에게 손을 뻗으려고 한 그 순간이었다.


오보로 "후후......방심했구나, 후마의 아가!"

나 "──읏! 당했다......"


잠깐 한눈 판 사이 오보로는 내 손에서 피투성이가 된 현자의 돌을 강탈한다.


오보로 "고생했어, 그럼......후후,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면 또 만나자구?"

나 "망할 년이! 너 때문에──으......"


책임을 떠넘기듯 무라사키를 돌아보지만, 그곳에 있는 건 치료 중인 중환자가 아니었다.



무라사키 "......"


배의 상처가 완벽하게 아문 무라사키가 무기를 손에 쥐고 벌거벗은 채 우뚝 서 있었다.


나 "읏......"

나 (......젠장, 어떻게 할 작정이지......어쨌든 도망치지 않으면──.)


원래 무라사키가 이렇게 된 원인은 내가 아니고, 노마드나 블랙일 것이다.

불합리와 생명의 위기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면──.


무라사키 "......나, 는......?"


아무래도 기억의 혼탁 레벨이 아니라, 원래 자신이 누구인지, 거기부터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 (어떻게든, 여기서 으깨지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지금은 그렇게 느긋할 때가 아니야!)


나 "──따라와."


무라사키의 손을 잡아끌자, 약간 저항이 있었다.


무라사키 "엇......기, 기다려, 도대체──."

나 "됐으니까 따라와, 여기는 위험해! 설명을 원한다면, 안전한 장소에서 이야기해 주마......그러니 따라와!"

무라사키 "──읏."


순간, 나를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무라사키 "......알겠다."


저항하지 않고, 대신 무라사키의 손이, 내 손을 꽉 잡아 온다.


나 "좋아, 간다."


붕괴하고 있는 폐쇄공간의 출구를 목표로, 우리는 서로 곁눈질 하며 달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