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발키리(神乙女)라고 불리는 여자들이 있다.
마계의 맨 끝, 영원히 녹지 않는 빙설의 땅에 사는, 여자들만의 희소한 고위오니족이다.
옛적부터 마계 유수의 전사 일족이라고 알려졌으며, 그녀들이 '천제'로서 경외하는 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지금, 오니발키리들이 미미르의 동굴이라고 부르는 성역에서,
100년만의 '천제'의 신탁이 내려지려 하고 있었다.

<오니발키리의 무녀>
[신탁이 내렸다. 다음 용자(에인헤랴르)는 이 자다]

수면에 에인헤랴르의 모습이 비췬다.
그것은 그녀들이 받드는 '천제'의 뜻을 품은 자이다.
그에게 선택되는 것은 오니발키리로서 최대의 명예이다.
그 영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한사람뿐, 그것이 관례이다.

오니발키리들은 일제히 수면을 들여다본다.




<오니발키리>
[인간이다.....]
<오니발키리>
[인간이라고? 설마?]
<오니발키리>
[고작 인간 남자가 우리들의 '천제'의 뜻을 품었다고 하는 것인가?]

오니발키리들 사이에서 의혹이 퍼져간다.
그녀들에 비해 아득히 취약한 인간이 에인헤랴르로 선택되는 일 따위, 전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오니발키리>
[나는 싫다. 인간 남자 따위]
<오니발키리>
[허나 신탁에 의해 선택된 에인헤랴르다. '천제'의 뜻을 무시하는 것인가?]
<오니발키리>
[저런 자가 '천제'의 뜻을 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니발키리>
['천제'의 마음은 광대무변하다. 우리들로서는 알 수 없는 뜻으로, 저 남자를 선택하셨는지도 모른다]

신탁을 따라야 하는지 아닌지로, 오니발키리들의 의견이 갈린다.
본래, 마계의 오니족은 개인주의적이어서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인정된다.
하지만 오니발키리들은 예외적으로 질서, 그리고 '천제'의 뜻을 중시한다.
그런 그녀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할 만큼, 신탁의 결과가 의외였던 것이다.




<브륜힐드>
[그러면, 저 남자가 우리들의 에인헤랴르가 되기에 어울리는 자인지를 판가름해 보면 어떤가?]

그렇게 제안한 것은 오니발키리 중에서도 가장 이지적이라고 알려진 브륜힐드다.

<오니발키리>
[그것은 신탁의 결과를 의심한다는 것인가? 너는 '천제'의 뜻을 거스르는 것인가?]
<브륜힐드>
[그렇지 않다. 나는 신탁으로 평범한 인간이 선택되었다는 것 그 자체에 흥미가 있다]

<브륜힐드>
[분명 인간은 약하다. 허나 우리들도 위대한 '천제'가 보시기에는 똑같이 약하다. 아닌가?]
<오니발키리>
[그야 그렇다만...]

브륜힐드는 침착한 어조로, 동료들을 타이르듯이 말을 잇는다.

<브륜힐드>
[그렇기에야말로 나는 그 약한 인간 남자를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다]
[어째서 그 남자가 에인헤랴르로 선택받은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저 남자가 용자(에인헤랴르)라고 한다면 그 강함이란 무엇인가?]
[우리들보다 약한 인간이기에야말로, 우리들에게 없는 강함을 가지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오니발키리>
[너다운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인간이 우리들에게 없는 강함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브륜힐드>
[그것을 확인하러 가자]

<오니발키리의 무녀>
[괜찮겠지. 브륜힐드여. 인간계에 찾아가, 그 흐림 없는 눈으로 확실히 확인하도록 해라]
<브륜힐드>
[그 남자의 이름은?]
<오니발키리의 무녀>
[남자의 이름은--- 후우마 코타로]

...


하늘은 푸르고 쾌청했다. 태양은 기분 좋게 피부에 쬐이고 있다.
바다 냄새가 나는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끊임없는 파도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조금 이른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전투기계가 눈 앞에 있다.




<쿠거 LAWS>
[---------------]

쿠거 LAWS.
특무기관 'G'에서 전투지원을 위해 발명한 인공지능 탑재의 다각전차다.
7.62mm 기관총에 더하여, 12.7mm 중기관총을 갖추고 방전장치나 최루탄 등 다양한 대인간 제압병기를 장비하고 있다.

오늘의 상대는 이녀석이다.

이곳은 태평양에 있는 어떤 무인도.
전쟁 전에는 일본의 기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연의 DSO 관리하에 놓여,
신병기의 개발실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는 할 수 없는 실전연습에 사용되고 있다.

참가하는 멤버는 대마인에서 나랑 나카모리 나나카 선배.
DSO에서는 코우카와 아스카. 그리고 대마족병사인 도나 버로우즈가 시험병장의 테스트를 위해서 참가하고 있다.

쿠거는 아직 대기모드다. 지휘관인 나는 모두에게 작전을 전달한다.

<나>
[나는 재밍을 걸어서 적의 공격을 유도할게. 아스카는 원거리에서 녀석의 발을 묶어줘]




<아스카>
[맡겨둬]

특대의 스나이퍼라이플을 가볍게 다루면서 아스카가 말한다.

<나>
[혹시 모르니까 말해두는데, 대마초입자포로 날려버리는 건 안하기야. 훈련이 되질 않으니까]
<아스카>
[마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건 금지네. 네네 오케이-]

벌써 다짐을 받아둔 모양인 것 같다. 아스카는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나>
[나나카 선배는 녀석과의 근접전을 부탁드립니다]




<나나카>
[후우마 군은 저를 방패로 삼아도 좋아요. 저는 총알을 맞아도 멀쩡하니까]

나나카 선배는 워밍업으로 거대한 도끼를 붕붕 휘두르고 있다.
본인이 말하길 '무라사키 선생님께는 당해낼 수 없지만'이라는 위협적인 내구력과 회복력을 자랑하는 <철벽각성>의 사용자다.

<나>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라사키 선생님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나나카>
[우.... 주의하겠습니다. 아하하, 또 한소리 들어버렸습니다]

<나>
[도나, 시험병장의 상태는 어때?]




<도나>
[미안하군. 아직 출력이 안정되어있지 않아]

도난즌 중력제어병기 그래비티의 제어에 고심하고 있다.
오른팔이 안드로이드 암인 도나의 전용장비이다.
중력을 다루는 마족의 생체부품이 내장되어, 총으로서도 검으로서도 사용할 수 있는 우수한 물건이다.

지금까지 쓰고 있던 것을 대폭 강화한 시험병장인 듯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활용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나>
[그럼 무리는 하지 마. 실전에서의 데이터 수집이 최우선이다. 가능할 것 같으면 견제를 부탁해]
<도나>
[알았다]

도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스카>
[언제라도 OK야]

아스카가 엎드려쏴 자세를 취한다.

<나나카>
[저도 가능합니다]

나나카 선배도 큰도끼를 어깨에 메고 돌진 자세를 취한다.

<나>
[가자!]

실전 연습 시작이다.
나는 쿠거 LAW를 향해 달려나간다.

<쿠거 LAWS>
[-----]

쿠거 LAWS는 대기 모드를 풀고, 접근해오는 나에게 시각 센서를 향한다.

<나>
[합!!]

그 순간을 가늠하여 쿠나이를 던진다.
그냥 쿠나이는 아니다.
맞으면 폭발해서 각종 센서를 방해하는 나노머신을 흩뿌리는 특제다.

<쿠거 LAWS>
[!!!!!!!]

순식간에 센서가 이상해진 쿠거는 패닉을 일으킨 것처럼 옴짝달싹않는다.
그리고는, 온전한 센서로 나를 포착해서 대인용의 7.62mm의 총구를 향해 온다.

타다다다다당!!

발포해 왔지만 조준이 대충이다.
맞지는 않았다.

<나>
[이쪽이다 이쪽이다!!]

나는 일부러 눈에 띄게 움직여다니면서 쿠거의 헛방질을 유도한다.
총알이 다 떨어질 떄까지 도망다닌대도 좋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겠지.

즈카아아앙!!

아스카의 특대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쿠거의 앞다리 하나가 날아간다.

쿠거는 보기 좋게 고꾸라져, 보래사장에 머리부터 부닥친다.

<쿠거 LAWS>
[!!!!!!!!!]

쿠거는 남은 다리를 써서 삐걱삐걱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나나카>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노도의 기세로 돌진해온 나나카 선배가 다른 다리를 끝뿌리부터 쳐서 잘라낸다.


<쿠거 LAWS>
[!!!!!!!]

쿠거는 크게 당황해서 나나카 선배를 배제하려고 방전장치를 작동시킨다.

빠직빠직빠지직!!

고압전류로 굉장한 불꽃이 튀지만, 상대는 저 나나카 선배다.

<나나카>
[철벽강성! 그런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나나카 선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7.62mm의 포신을 일단 때려부순다.
그 사이에도 아스카의 정밀사격이 놈의 다리를 차례차례 파괴해 간다.

<쿠거 LAWS>
[기기......기기.......]

쿠거는 이제 일어날 수 없다.
다리가 잡아뜯겨진 곤충마냥 그 자리에서 굼실굼실 꿈틀댈 따름이다.

<나나카>
[자아, 마지막입니다! 갑니다, 폭쇄강부!!]

나나카 선배가 최후의 일격을 넣으려고 힘을 모으지만,

<쿠거 LAWS>
[-----------]

쿠거의 등에 있는 터렛이 돌기 시작했다.

<나>
[나나카선배, 물러나 주세요! 최루탄입니다!]
<나나카>
[에? 그치만---.
아뇨, 알겠습니다!]

무라사키 선생님의 전언을 떠올린 모양이다.
억지로 결정타를 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나카 선배는 내 지시대로 물러났다.

최루탄이 펑펑 살포되어, 근처에 최루 가스가 퍼져간다.
이곳은 해안이다. 가스는 금세 흩어져 버리겠지만, 쿠거도 그건 알고 있겠지.

이건 녀석의 시간벌기다. 아마 최후의 수단으로 12.7mm 중기관총을 난사해 올 터이다.

<나>
[아스카! 바람으로 연막을---]

후오오옷!!

내가 말하는 것보다 먼저, 돌풍이 흰 최루가스를 날려버린다.

<아스카>
[풍신의 술이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니까. 요다음은 부탁해!]

<나>
[나나카 선배 부탁드립니다! 중기관총에 주의하세요!]
<나나카>
[알겠습니다! 그런데... 에엑?]

콰아아아앙!!

조심하라고 말한 순간, 중기관총이 포신째로 소멸했다.
갑자기 날아온 그래비티 볼의, 즉 도나의 시험병장이 한 일이다.

<도나>
[결정타는 내가 하게 해다오!]
<아스카>
[도나! 할 수 있겠어!?]

<도나>
[이대로 간다! 버스터 모드 셋업!!]

접근해오는 도나의 시험병장이 거대한 손도끼 같은 형상으로 변화한다.
마족의 생체부품 몬스터 코어가 불길한 빛을 내고, 도신도 그에 호응한다.

<쿠거 LAWS>
[기기........기기기........]

<도나>
[헤비 그래비티!!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도나는 거대한 칼날을 내리쳤다.

쿠콰아아아아아앙!!

마지막에 아직 뭔가를 하려고 했던 쿠거는 문자 그대로 반토막이 나서 침묵했다.

<도나>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도나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 쿠거 앞에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나>
[해냈구나]
<도나>
[아니, 안된다....]

보아하니, 시험병장에서 하얀 증기가 뿜어져나오고 있다. 오버히트인가.

<도나>
[하아....하아.... 아직 나로서는..... 다룰 수 없는가.....]

분한 듯 말하는 도나의 몸이 기우뚱 쏠린다.

<나>
[도나!]

쓰러질 뻔한 도나를 간신히 떠받친다. 그리고 놀랐다.
몸이 이상하게 뜨겁다.
시험병장만이 아니라 도나 자신이 오버히트되어 있는 것 같다.

<나>
[괜찮은거야?]
<도나>
[괘, 괜찮다.... 잠깐 쉬면 좋아진다]

도나는 쿠거에서 조금 떨어진 모래사장에 쪼그리고 앉는다.

<도나>
[단순한 부작용이다. 문제없다.
문제는 없지만..... 후우, 더운데]

도나는 갑자기 군복의 가슴팍을 열어젖히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
[우옷!?]

물론 발가벗은 것은 아니다. 제대로 아래에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하지만 그 너머로도 알 수 있는 포동포동한 풍만함이 달아올라 땀에 젖어서 엄청난 박력---

꽁?

<나>
[아야얏!]

딱딱하고 무거운 게 후두부에 맞았다.

<아스카>
[뭘 유심히 보고 있는거야]

아스카가 라이플을 들고 있다. 그 총신으로 머리를 때린 것이다.

<나>
[벼, 별로 유심히 보고 있던 건 아냐]
<아스카>
[응큼변태]

<도나>
[아니.... 미안하군. 이런 안드로이드 암 같은 걸 달고 있으니 여러 가지로 무신경해져서 말이야]

도나는 이제야 눈치챈 듯이 몸을 옆으로 돌린다. 나도 눈을 피한다.

<아스카>
[안드로이드 암 탓이 아니고 단순히 도나가 무신경한 탓이니까]
<도나>
[에? 아아, 그렇군...]

아스카의 정정에 의리 있게 수긍하지만, 가슴에 손부채질을 하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나나카>
[그러면, 도나씨가 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한숨 돌리죠]
<아스카>
[그렇네.
.......아, 맞다. 앙제가 오하기 만들어줬었지]

<나>
[오하기?]
<아스카>
[그 애, 요새 과자 만들기에 빠져 있는거야]
<나>
[그래서 오하기인가. 구성진걸]
<아스카>
[쌀 엄청 좋아하니까]

그렇게 되어서 모두가 둘러앉아 앙제의 수제 오하기를 받게 되었다.
아스카가 찬합을 열자, 삼색 오하기가 죽 늘어서 있다.





<나나카>
[와아, 맛있겠다]
<나>
[단팥에, 콩가루에, 검은깨인가. 잘 먹겠습니다]

일단은 단팥을 입에 넣는다. 응, 맛있어.

<아스카>
[도나는 이쪽에 있는 한줄이야]
<도나>
[고맙다]

<나>
[알레르기라도 있는거야?]
<도나>
[아니, 나는 오른팔을 바꾼 이래로 미각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 버려서 말이야. 평범한 맛은 이제 잘 모르게 된거다]

<나>
[그건..... 큰일인걸. 아스카는 그런 일 없는거지?]
<아스카>
[없어없어. 도나만. 그 오른팔은 원래 내 예비용인데 이상한 이야기네]

<도나>
[나로서는 새로운 미각을 알게 되어서 꽤나 마음에 든다. 응, 이것도 맛있군]

도나는 콩가루처럼 보이는 것을 먹고 있다. 무슨 맛인 걸까.

<나나카>
[그거 한입 먹어봐도 될까요?]
<아스카>
[그만두는 편이 좋은거야]
<나나카>
[응~~~~ 그래도 한입만]

<도나>
[좋아. 자]
<나나카>
[잘 먹겠습니다--- 얌]
<나>
[어떻습니까?]

<나나카>
[우와 이거 달아! 아, 매웟! 엄청 써, 아파아!? 으와와와와]

나나카 선배는 눈을 희번덕이고 있었다. 오하기가 매운 것도 이상하지만, 쓰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저건 대체!?

<아스카>
[그러니까 그만두라고 말했는데]
<도나>
[나한테는 딱 좋아]

<나나카>
[우우, 혀와 위장이 찌릿찌릿합니다. 그치만 괜찮아요, 회복력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도하지 않기를 잘했다.

그런 대목도 있었으나, 우리들은 아까의 실전연습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잘 먹었습니다. 앙제한테 맛있었다고 감사인사해 줘]
<아스카>
[앙제한테 감사인사하는 건 좋은데, 후우마 말야, 나한테는 뭐 없어?]
<나>
[아아, 간식 가져와 줘서 고맙다]

<아스카>
[그게 아니고, 오늘 뭐 가져온 거 없어?]

아스카는 초조한 듯이 말했다.

<나>
[뭐라니? 연습에 쓸 도구라든지?]
<아스카>
[연습이라든지가 아니고, 후우마한테서 나한테 개인적으로는 뭔가 없다는 거?]

<나>
[무슨 소리야?]
<아스카>
[혹시 잊어버린거야? 벌써 3개월이나 늦었다구. 아무리 그래도 말도 안되잖아]

<나>
[아---- 미안.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어. 뭔가 주기로 약속했었던가?]
<아스카>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서도, 답례라구 답례. 보통 주잖아]

<나>
[답례라. 뭐의?]
<아스카>
[뭐라니....]

아스카는 말문이 막혀하고 있다.
왠지 화나게 한 듯하지만, 완전히 기억이 없다.

<도나>
[발렌타인의 답례다]

우리의 모습을 보다 못해서 도나가 작은 목소리로 알려줬지만,

<나>
[발렌타인? 그치만 나, 너한테 초콜릿 같은 거 받은 적---]

'없어'라고 말하려던 나를 아스카가 가로막는다.

<아스카>
[줬다구! 엄청엄청 줬다구!
설마 기억 안나는거야!?
'의리'라고 써 있었잖아!]
<나>
[앗! 아------!!
그 초콜릿 네가 준 거였구나!! 그거 맛있었다구!]

<아스카>
[당연히 맛있었겠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게니까]

<아스카>
[나한테서 온 거라고 눈치채지 못했던거야? 근데도 먹었던거야? 믿을 수 없어!]
<나>
[그치만 소포가 왔던 것뿐이고, 보낸 사람도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었고]

<도나>
[쓰여있지 않았던 건가?]
<나>
[품명에 '의리'라고 써 있었을 뿐이었어]
<도나>
[그거야 눈치챌 수 없겠군]
<나나카>
[눈치챌 수 없겠네요]




<아스카>
[에--? 왜? 어째서?
초콜릿에 '의리'라고 써 있으면 나한테서 온 게 당연하잖아]

<아스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잖아! 진짜로 둔감하다니까!]
<나>
[그런 억지가]
<아스카>
[뭐가 억지야!]

---




<브륜힐드>
[즐거워 보이는군]

브륜힐드는 흥을 내는 네사람을 멀리서 가만히 관찰하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냉정하지만, 뒤에 있는 녀석들이 떠들썩하다.

<오니발키리>
[저 남자, 여자를 세사람이나 데리고 있다고]
<오니발키리>
[혹시나 인간계에서 말하는 플레이보이라는 녀석인가?]
<오니발키리>
[하지만 아까의 전투에서 가장 덜 싸우고 있었다. 어쨰서 저런 남자에게 끌리는 것이지?]
<오니발키리>
[혹시 그것이 에인헤랴르의 자질인가?]

<브륜힐드>
[별로 너희들까지 올 건 없었잖나? 저 남자를 판별하는 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브륜힐드는 약간 질린 표정으로 동료들을 돌아본다.
그녀만 인간계에 올 예정이었던 것이지만, 다들 멋대로 따라왔던 것이다.

<오니발키리>
[우리들도 에인헤랴르에게는 흥미가 있다]
<오니발키리>
[저렇게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실실대고 있는 남자라면 더욱이다]
<오니발키리>
[나는 저 남자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좀더 보고 싶다구]
<오니발키리>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펜리르 퍼피(*puppy)를 데려왔다. 이걸로 실력을 본다는 건 어떤가?]

<펜리르 퍼피>
[갸르르르르릉]

<브륜힐드>
[펜리르 퍼리인가. 뭐, 괜찮겠지]

한랭지대에 사는 마수로, 확실히 인간 정도의 실력을 재는 데는 알맞다.

<오니발키리>
[좋아, 가라! 목표는 저 남자다!]

...

<나>
[---미안했다구. 오늘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지만, 돌아가면 뭔가 보낼게. 뭐가 좋아?]
<아스카>
[그건 스스로 골라줘. 어쩐지 재촉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싫고]

아니, 아까부터 계속 재촉하고 있잖냐,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역시 멈추어 둔다.

그때였다.





<펜리르 퍼피>
[갸르르르르릉!!]

갑자기, 본 적 없는 개형 몬스터 무리가 나타난다.

<나>
[뭐야 저녀석들? 아스카?]
<아스카>
[몰라! 설마 적!? 어째서 DSO가 관리하는 이 섬에??}

<나나카>
[어떻게 봐도 우리들을 노리고 있네요]

나, 아스카, 나나가 선배 세사람은 놀라면서도 빠르게 일어났지만,

<도나>
[큭.....]

도나는 아직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은 것인지, 휘청휘청거리고 있다.

<아스카>
[후우마, 도나는 아직 싸우지 못해. 그녀를 데리고 어딘가 안전한 장소로!]
<나나카>
[여기는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나>
[알았다]

망설이고 있을 틈은 없다.
나는 도나를 빠르게 끌어안았다. 달리 방법이 없으므로 공주님 안기다.

<도나>
[잠ㄲ, 어이 기다려, 햐앗?]
<나>
[꽉 잡아]
<도나>
[으읏!]

<나>
[적의 정체는 불명이야. 두 사람 다 조심해]
<아스카>
[됐으니까 빨리 가라니까!]

아스카가 라이플을 쏜다.

<나나카>
[저희들이 상대입니다!]

나나카 선배가 큰도끼를 휘두르며 돌격한다.

두 사람에게 그 자리를 맡기고, 나는 도나를 안고 도망쳐나갔다.

...

<오니발키리>
[도망쳤다?]
<오니발키리>
[에인헤랴르가 도망쳤다고!?]
<오니발키리>
[한사람만 데리고!? 뭐야 저 남자는??]

<브륜힐드>
[후후후, 그리 나왔나. 꽤나 재미있는걸, 저 남자]

...

우리들은 해안에서 떠나 근처에 숲으로 도망쳐들어와 있었다.
개형 몬스터는 쫓아오고 있지 않다. 두 사람이 막아주고 있는 모양이다.

<나>
[괜찮은 것 같군. 그치만, 뭐인거야 저놈들은?]
<도나>
[어, 어이.... 이제 괜찮으니까 내려다오]

계속 내 품안에서 굳어있던 도나가 불편한 듯이 말했다.

<나>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도나>
[아니, 아직 조금 위화감이 있다만]
<나>
[그러면 무리하지 마. 이 앞에 동굴이 있을 터다. 일단 거기에 몸을 숨기자]
<도나>
[아, 알았다]

도나는 수긍했지만, 덧붙여서 뭔가를 불쑥 말했다.

<도나>
[아스카가 말한 대로다. 둔감한 녀석이다]
<나>
[뭐라고?]
<도나>
[아, 아무것도 아냐!]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동굴을 향해서 가고 있자니,




<오니발키리>
[기다려라, 에인헤랴르!]

용맹스런 갑옷을 몸에 두른 여자가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나>
[에인헤랴르?]
<도나>
[누구냐!?]

<지크린데>
[나는 오니발키리인 지크린데!]

<지크린데>
[에인헤랴르 후우마 코타로! 너에게 일기토를 신청한다!]

<나>
[오니발키리라고?]
<도나>
[알고 있는건가, 후우마?]
<나>
[마계에 사는 여자뿐인 오니족으로, 발키리라는 이름대로 굉장한 전사로 알려져 있어]

<도나>
[확실히 무시무시한 갑옷을 입고 있군]
<나>
[아니, 저게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듯해]
<도나>
[정말인가!? 즉 갑옷 같은 모습의 알몸이라는 건가!?]
<나>
[그런 거 같은데. 전혀 알몸으로는 안보이지만]

<지크린데>
[뭘 궁시렁궁시렁 이야기하고 있나. 후우마 코타로,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자!]

<도나>
[너를 지명하고 있다고]
<나>
[완전히 기억나는 바가 없다만, 아까의 개도 나를 노리고 있었던 건가?]
<도나>
[어떡하지?]
<나>
[진짜 오니발키리라면 전혀 감당할 수 있는 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안고 있던 도나를 내려놓는다.

<도나>
[큭......]

도나는 그라비티를 겨누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 무거운 듯해서 비틀대고 있다.

역시 내가 상대할 수밖에 없나.

<나>
[지크린데라고 했었지. 내가 지더라도 이 도나에게는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도나>
[어이 후우마, 무슨 소리를!]
<나>
[여기서 영문도 모르고 두 사람이 당할 수는 없어]
<도나>
[그치만, 그래서야....]


<지크린데>
[저런 여자에게는 흥미가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너뿐이다!]

오니발키리는 우리들의 대화를 가로막듯이 단호하게 말한다.

<나>
[어떻게든 시간벌기를 해볼게. 나는 별로 강하지 않으니까, 강한 상대를 다루는 건 익숙해]
<도나>
[.....알았다]

나는 오니발키리를 마주하고 천천히 칼을 뽑는다.

<나>
[대마인, 후우마 코타로. 간다!]
<지크린데>
[대마인?]

표정이 알기 어렵지만, 오니발키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이름은 알고 있는데, 내가 대마인이라는 건 모르는 건가?
일기토를 희망하면서, 나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무슨 생각인 거지?

나는 틈을 재면서 칼보다 믿을 만한 무기, 즉 입을 열었다.

<나>
[아까 나를 에인헤랴르라고 그랬지?]
<지크린데>
[그렇다! 너는 신탁의 사람이다!]
<나>
[신탁의 사람? 그건 뭐야!?]
<지크린데>
['천제'의 뜻을 품은 자, 우리들 오니발키리의 미래를 짊어진 자다!]

미래를 짊어져.....!?
아무래도 적의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나>
[나한테 뭘 바라는 거야!?]
<지크린데>
[그, 그런 건 내 입으로 말할 수 없다!]

지크린데는 어째선지 말을 머뭇거린다.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여하튼 저런 모습이다. 감정을 알기 어렵다.

좀더 찔러볼까.

<나>
[그런데 그 모습, 알몸이라는 건 사실인가?]
<지크린데>
[무, 무슨 소리냐 갑자기!?]

<나>
[아니, 우리들 인간은 옷을 입어서 신체의 부끄러운 부분을 숨기고 있으니까, 너희들은 다른 건가하고 생각해서]
<지크린데>
[우리들은 긍지 높은 전사다. 이 몸에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 따위 하나도 없다!]

<나>
[아아, 그렇구나.....]
<지크린데>
[어째서 유감스런 얼굴을!?]

<나>
[여자애가 알몸을 보이면 부끄러워해 주는 쪽이 인간 남자는 기쁘니까는]
<지크린데>
[그, 그런 건가? 인간 남자라는 건 그런 것인가?]
<나>
[뭐 그렇지]

<도나>
[....뭐하는 시간벌기냐]

<지크린데>
[과연, 너를 한 가지 이해했다. 아, 아니, 잠깐! 우리들에게도 보여지면 부끄러운 장소가 있다. 잊고 있었다!]
<나>
[헤에, 어딘데?]
<지크린데>
[그, 그런 거 말할 수 있을까보냐! 알고 싶다면 지껄이고만 있지 말고 어서 덤벼라!]

지크린데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라고 생각한다) 아우성치고 있다.

하는 수 없군.

<나>
[얍!]

나는 가볍게 견제의 찌르기를 낸다.
맞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지크린데>
[아앗.....]

그것은 가슴팍에 맞고, 게다가 상처 하나도 난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지크린데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지크린드>
[용자님, 저의 패배여요. 자아, 마음대로 하셔요]

어째선지 갑자기 여성스런 말씨가 되어서는, 누운 채로 나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나>
[???]

영문을 모르겠다.
뭐야 이건!?

내가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다른 오니발키리>
[지크린데! 이런 데서 새치기냐!]

다른 오니발키리가 숲속에서 튀어나왔다.

<지크린데>
[앗, 튤레!!]
<튤레>
[이 뻔뻔한 녀석이!!]

그 오니발키리는 갑자기 지크린데를 베어버리려고 했다.

<지크린데>
[크읏!!]

지크린데는 빠르게 일어나서 동료의 일격을 받아낸다.

가치이이이이이이잉!!

서로의 칼날이 부딪히며 엄청난 불꽃이 튄다.

<지크린데>
[나는 나 스스로 에인헤랴르를 알고 싶은거다!]
<튤레>
[다들 그렇다! 새치기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다!!]
<지크린데>
[너도 그럴 생각으로 온 거겠지!]
<튤레>
[다, 닥쳐라!!]

굉장한 격투가 시작된다.
오니발키리라는 이름에 다르지 않은, 나 따위로는 도자히 손을 댈 수 없는 싸움이다.

<나>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나는 슬쩍 도나에게 다가가서, 다시 몸을 안아올렸다.

<도나>
[후, 후우마?]
<나>
[이틈에 도망가자]

오니발키리들이 챙챙 싸우고 있는 것을 곁눈질하면서 슬금슬금 도망쳐나왔다.

............

<지크린데>
[앗, 에인헤랴르가 없어!]
<튤레>
[뭣? 또 도망친 건가?]
<지크린데>
[에인헤랴르, 어디 있어!?]
<튤레>
[적어도 누구인지 선택한 다음에 도망쳐라!!]

.........





<도나>
[꽤나 안성맞춤인 동굴이 있었군]
<나>
[이 섬에는 이런 동굴이 산재해 있어. 그런 점 때문에로도 전쟁 전에 기지로 이용되고 있었던 모양이니까]

<도나>
[과연. 하지만 잘도 장소를 알고 있었군. 설마 이런 사태를 예측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나>
[이 섬에서 연습한다고 들어서 예비 조사를 했지]
<도나>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 거로군]

도나는 감명받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은 오니발키리의 눈을 피해 이 동굴에 도착해 있었다.

<나>
[몸 상태는 어때?]
<도나>
[대부분 회복했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무리인 듯하다. 미안하군]

도나는 안드로이드 암 오른팔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말했다.

<나>
[신경쓰지 마.
----안되나. 통신이 연결되질 않아]

아까부터 아스카나 나나카 선배와 연락을 취하려고 하고 있지만 노이즈 투성이다.

<도나>
[오니발키리들의 짓인가?]
<나>
[아마도. 오니발키리는 한사람 한사람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나>
[재밍을 거는 능력자가 있는 걸까]
<도나>
[오니발키리인가. 어떤 녀석들인 거지? 좀더 자세히 알려줘]
<나>
[책으로 배운 범위지만--]

나는 오니발키리가 여자뿐인 고위오니족인 듯하다는 것.
다른 오니족의 여성과 같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인정한 다른 종족의 남성 전사와 아이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는 것.
한편으로 오니족으로서는 드물게 질서를 중시하고 그녀들이 '천제'라고 섬기는 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도나>
['듯하다'가 많은데]
<나>
[수가 적은데다, 좀처럼 인간계에 나오는 일이 없는 모양이니까. 이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놀랐어]

<도나>
[그 좀처럼 나오지 않는 녀석들이 어째서 여기? 게다가 너를 찾고 있는 듯했다고]
<나>
[신탁의 사람이라든가 말했었지]

<나>
[오니발키리의 미래를 짊어진 에인헤랴르라든지 말한대도 전혀 모르겠다]
<도나>
[자기가 일기토를 걸고서 일부러 당한 체했었지. 뭐인거야 그건?]
<나>
[전혀 모르겠어. 무슨 종교적인 의식 같이도 보였다만]
<도나>
[종교적인 의식인가...]

<나>
[아무튼 네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어떻게든 아스카네들한테 연락을 취하자]

도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도나>
[그건 그렇고, 너는 냉정하군]

<도나>
[오니발키리에 대한 지식도 그렇고, 아스카가 맘에 들어할 만도 하군]
<나>
[나는 대마인이라고는 해도 인법도 못 쓰고, 체술도 최근 겨우 하고 있을 뿐이니까, 적어도 머리 정도는 단련해 두지 않으면 말야]

<도나>
[겸손하군. 저 시간벌기는 뭔가 하고 생각했다만]
<나>
[알몸의 건 말야?]
<도나>
[까딱했다간 성희롱이다]

<나>
[아니, 책에서 읽긴 했는데, 그게 알몸이라는 게 믿어지질 않아서 말야. 흥미본위 겸 시간벌기야]
<도나>
[후후, 재미있는 녀석이다]

상당히 몸상태가 회복된 듯이, 도나는 릴렉스한 미소를 지었다.





<브륜힐드>
[그렇군.... 재미있어. 아무래도 너는 그 지식을 가지고 에인헤랴르로 선택되었을런지도 모르겠는걸]

<나>
[읏!!]
<도나>
[누구냣!?]

갑자기, 어둠 속에서 여자가 나타난다.
아까와는 다르지만, 역시 전신갑옷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브륜힐드>
[나는 오니발키리인 브륜힐드]
[허나 당황하지 마라. 나는 다른 오니발키리들과는 다르다. 무턱대고 너를 요구할 생각은 없다]

<나>
[나를 요구해? 뭘 요구한다는 거야?]
<브륜힐드>
[알잖나. 너의 아기씨다]

<나>
[뭣!?]
<도나>
[아기씨!?]

<브륜힐드>
[뭐, 앉아라. 나와 같이 너도 앎을 중시하는 모양이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자]

브륜힐드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
[들어 볼까]
<도나>
[.......]

일어나서 전투태세에 들어가 있던 우리도 그것을 따랐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녀에게서 경위를 들었다.

100년에 한번 있는 오니발키리의 신탁으로 인간인 내가 우연히 선택되어,
내가 오니발키리의 미래를 짊어질, 즉 아이를 만들기에 적합한 남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왔다고 하는 경위다.

<나>
[민폐이기 짝이 없는 이야기로구만]
<브륜힐드>
[그것은 사과하지. 하지만 원래, 오니발키리에게 있어 신탁으로 나타난 '천제'의 뜻은 절대적이다]

<브륜힐드>
[네가 인간이 아니었다면, 힘을 다해서라도 너로부터 아기씨를 받고 있을 참이었겠지]
<나>
[아무런 위안도 되질 않는데]
<브륜힐드>
[알아달라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오니발키리에게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
[무슨 일이야?]

<브륜힐드>
[너는 우리들의 수가 적다고 했었지. 그 말대로, 우리들의 수는 적고 아이는 더욱 적다]
[지난 100년간,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오니발키리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다]
[젊은 오니발키리는 누구 한사람 남자를 모른다. 그리 말하는 나도 처녀다]

<나>
[그, 그런가... 그거 큰일인걸]
<도나>
[........큰일]
<나>
[달리 말할 수가 없잖냐]
<도나>
[뭐, 그렇다만.....]

도나의 표정은 복잡한 것 같았다.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듣는대도 하는 마음은 나도 안다.

<나>
[그럼, 혹시 아까 그거, 나한테 일부러 졌던 녀석은, 그 자리에서 나를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거야?]
<브륜힐드>
[지크린데 말인가? 하하하하, 그렇겠지]

<브륜힐드>
[오니발키리는 자신보다 강하다고 인정한 남자와밖에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그것이 관습이다]
[하지만 설마 일부러 패배할 줄이야. 지쿠린데놈, 꽤나 하는걸. 하하하하하!]

<나>
[웃을 일이 아니다만]
<브륜힐드>
[그만큼 너에게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나>
[뭔가란 게 뭔데?]
<도나>
[들어서 어쩌려고?]
<나>
[아니 뭐, 이야기의 흐름상....]
<도나>
[........]

<브륜힐드>
[그건 나도 모른다]

브륜힐드는 딱 잘라 말했다.

<나>
[어이]

이 녀석도 뭐냐고.

<브륜힐드>
[뭐어 들어다오. 나는 네가 진정한 에인헤랴르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찾아왔다]
[허나 너를 보고 있는 새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스스로도 신기한 일이다만]
[네가 에인헤랴르인지와는 상관없이, 너의 아기씨를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가? 여기서 내게 아기씨를 준다면 다른 오니발키리들은 체념하고 해산할 거다]

<나>
[아기씨 아기씨라니 저기 말야....]

남자를 구워삶는 데도 좀더 알맞은 표현방법이 있을 터다.
아니, 별로 구워삶아질 생각은 없다만.

<도나>
[............]

도나가 미묘하게 백안시하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면, 이 가치관이 전혀 다른 오니발키리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오니발키리>
[브륜힐드! 너도 새치기할 생각인가!}]
<오니발키리>
[그런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오니발키리>
[나도 저 남자에게 흥미가 있다! 가능하면 아기씨를 갖고 싶다!]
<오니발키리>
[나도다!]

<나>
[뭣!?]
<도나>
[이렇게나 있었던 건가!?]

아무래도 우리들의 위치는 완전히 들켜 있었던 모양이다.
어디에 숨어있었던 건지, 차례차례로 오니발키리가 나타났던 것이다.

...

<나>
[---그래서, 나한데 어떻게 하라고?]

총 열세 명의 오니발키리에게 둘러싸여, 내가 물었다.
동료들끼리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양이라, 브륜힐드가 대표해서 대답한다.

<브륜힐드>
[우리들의 사역마와 1대1로 싸워 줬으면 한다]

<브륜힐드>
[우리는 강한 남자의 씨를 품어, 아이를 낳을 것을 바라고 있다]
[네가 '천제'의 뜻을 품고 있는지, 진정한 에인헤랴르인지를 확인하게 해다오]

<오니발키리>
[부탁한다, 에인헤랴르]
<오니발키리>
[너만이 희망인 것이다]
<오니발키리>
[인간의 힘을 우리들에게 보여다오]

오니발키리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부탁해 온다.
하나 남김없이 나 같은 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전사들임에도다.

<나>
[하는 수 없네. 기대에 응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만, 싸워줄게]
<도나>
[바보같은. 그런 일에 어울려줄 필요는 없다]

이제 싸울 수 있게 된 도나가 반론한다.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만, 오니발키리의 처지를 알고 있으니 말야]
<도나>
[처지라고?]
<나>
[굳이 나한테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녀들이 오니발키리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어]

<브륜힐드>
[.....!]

브륜힐드를 시작으로, 오니발키리들이 숨을 죽이는 것이 느껴진다.

<나>
[오니발키리는 다른 오니족 여자들처럼 자신보다 강하다고 인정한 남성전사의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그녀들은 매우 강해. 너무 강하다]
[결과적으로, 그 대부분이 아이를 낳는 일 없이, 그뿐이랴 남자를 아는 일조차 없이 전장에서 흩어져 간다는 모양이야]
[그래서 죽음의 처녀에 비유해서 오니발키리라고 불리고 있어. 그렇지?]

<브륜힐드>
[그것은 우리들의 명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야말로 우리들은 전신정령을 바쳐 스스로 정한 남자의 씨를 잉태하는 것이다]

브륜힐드는 가슴을 펴고 대답한다.
다른 오니발키리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인다.

<도나>
[그건 여자로서 괴로운 일이라고 나도 생각한다만, 그러나.....]
<나>
[알고 있어. 나도 딱히 에인헤랴르인지 뭔지로 선택되고 싶은 건 아냐]

<나>
[단지, 어떤 일을 한대도 일족을 보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모르는 것도 아니야]
[나도 한번 멸망했었던 후우마 일족의 당주니까. 그 마음에 어울려줄 뿐이다]

<도나>
[....너, 좋은 녀석이구나]

도나가 감탄하고 있는 듯한, 어이없어하고 있는 듯한 얼굴로 말한다.

<브륜힐드>
[.........]

<오니발키리>
[............]

오니발키리들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 가면 같은 얼굴로는 헤아리기 어렵다.

<나>
[그래서, 내가 싸울 사역마라는 건? 여기서 싸우는거야?]
<오니발키리>
[아, 기다려 줘. 지금 내가 전투 필드를 만들어낸다]

한 오니발키리가 살짝 앞으로 나왔다.

<오니발키리>
[나, 나는 도로테아. 자유롭게 전투 필드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보아다오]
<나>
[알았어]

<오니발키리>
[Wedding hall of warriors(전사들의 결혼식장)!!]

그녀가 양손을 높이 들고 영창한 순간,

<나>
[뭣!?]





순식간에 경치가 변화한다.
어두운 동굴에서, 어딘가의 황야가 되어있다.
게다가 저녁이다.

공간전이당한 감각은 없었다. 주위 쪽이 변한 것이다.

<나>
[이거 다른 장소를 여기로 가져온 거야?]
<오니발키리>
[그렇다. 이렇게 해서 싸우면 주위에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 어떤가?]
<나>
[굉장한 능력인걸]
<오니발키리>
[그렇지?]

<오니발키리>
[비켜라 도로테아. 다음은 나다. 나는 안젤리카다. 잘 부탁해!]
<나>
[아아, 잘 부탁해]
<오니발키리>
[너에게 어울리는 상대를 불러낼 테니까. Attendent of bride(신부의 시종)!!]

안젤리카가 소리높여 사역마를 소환한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펜리르>
[그르르르르르르!!]

<나>
[어이어이........]

해안에서 봤던 녀석일까 하고 생각했더니, 그 몇배 크기의 마족늑대다.

<오니발키리>
[펜리르다. 굉장하지. 자, 너의 힘을 보여다오!]

<나>
[보여달라고 말해도 말야....]

이런 걸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일 이길 수 있었대도, 오니발키리들을 상대로 아이만들기를 하게 된다.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

자아,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