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었다.


나와 단둘이 살던 여동생을 지키기 위한 것이 내 사명으로 주어진 세상은 수인과 사는 판타지 세계처럼 되어버렸다.

내가 즐겨하던 게임 '위차'마냥 하늘에 웜홀이 열리더니 그쪽 세계와 이쪽 세계가 하나가 되었다.


그 날로 나와 여동생은 웜홀의 영향을 받은 '피해자'로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일찍 부모님을 잃은 우리는 이미 보조금을 받고 있었지만 이번 웜홀 피해자로 추가적인 보조금이 나와서 다행히 여동생을 좋은 학교로 보낼 수 있게되었다.


특이한 특성화고교이지만 피해자가 되어버린 여동생은 다시는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나는 아직까지는 사람의 형상이라는 점이었다.


세상은 뒤엉켜 게임에서 나올법한 트롤이나 오우거가 선생님을 하고 있고 길가에는 말이나 켄타우르스 같은 것들이 다니고 이걸 막기 위해 흔한 설정인 공권력이 강한 경찰이 있었다. 윌서미스 주연의 영화가 생각이 난다.


내 절친은 오크가 되었다. 진성이라는 녀석인데 항상 나와 붙어다니며 게임을 하고 지냈던 소꿉친구 같은 녀석이었다. 근데 매번 오크 캐릭터를 선택하고 하물며 MMORPG에서도 진성 호X질을 하고 다니더니 업보로 진짜 오크가 되어버렸다.


가뜩이나 못생긴 녀석이 더 못생겨졌다.


나는 여동생을 깨우고는 아침밥을 준비했다. 어제 사둔 것이 이번에는 좀 입맛에 맞길 바랬다. 


여동생은 이미 깨어나 있어서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저 뿔이 진동하면서 마법처럼 치장하는 모습은 정말 신기했다. 


-꺄악 오빠 막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그녀가 보내는 공명이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서 이질감이 들었다. 거친 푸레질로 들리지만 머릿속으로는 뚜렷하게 들리니 적응이 되었다 싶어도 다시 그대로 였다.


나는 철빗을 들어서 그녀의 갈기를 쓸어주었다.


-아 오빠 거기 좋아


그리고 전에 남자여서 그런지 너무나 잘아는 부위가 철빗이 스칠때마다 반응해서 껄떡이는 걸 볼때마다 내 여동생이 유니콘이 되어버렸다는 걸 자각하게 만들어줬다.


겉옷을 덮어줘서 밖에 나갈때 저게 안보이게 해주었다.


-오빠 땡큐


윙크를 하는 그녀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역시 오빠 손 아니면 다 거부감 든다니까.


"그건 내가 엘프니까 그렇겠지"


웜홀 피해자가 되기전 한창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을 쑤셔 넣었던 고기 홀릭이었던 나는 엘프가 되면서 강제로 비건이 되어버렸다. 진짜 판타지 소설들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런 설정이 진짜로 맞다는 사실이 너무나 소름 돋았다. 숲에서는 민첩해지고 풀떼기나 과일만 섭취 가능하고 유니콘과 소통이 가능하며 그리고...


-어 오빠 지금 야한 생각 중이지?


"내 생각 읽지 말아줄래"


-아직도 조절이 안되는 걸 어떻게해


고등학생이라는 혈기 넘치는 남자아이가 진짜로 하얀피부에 아름다운 엘프가 되었고 거기다 여성적인 부위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그런 몸매가 되었지만 뇌는 아직도 남자것이라 내 몸을 보면 야한 생각이 멤돌았다.


-오빠 선넘지마


여동생이 살짝 밀치자 제 정신이 들어서 식탁으로 향했다. 보조금 덕분에 지방에서 이런 집을 구해서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예전 임대아파트였다면 좁은 집에 여동생은 고통 받았겠지


-우와 이거 은빛초 잖아 어디서 구했어?


"아 그거 진성이가 구해줬어"


강인한 육체를 갖게된 오크들은 정부 주도하에 웜홀로 이어진 세계를 탐험하고 수확물들을 가져오는데 이쪽 세계에 없는 물건들이라 비쌌다. 하지만 불알친구 진성이 부모님이-이분들도 오크가 되셨다 아무래도 유전인듯- 남는 것을 진성이를 통해 나에게 주셨고 다행히도 여동생이 좋아해 줬다.


확실히 유니콘이라 그런지 이쪽세계의 말들이 먹는 건초나 이런것들은 잘 안먹고 딱봐도 신성해보이는 은빛초라는 것을 좋아하고 과일을 더 좋아하는 거 보면 내 여동생이지만 신성해보였다.


-나 신성해


"밥 먹을 때 생각 읽는 거 금지"


나는 내 앞에 있는 샐러드에 참깨 드레싱을 뿌려서 먹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여동생이 물어봤다.


-학교까지 태워줄까?


웜홀 피해 이후 여자옷을 입는 것이 더뎌서 여동생의 도움으로 지각을 면했는데 그 때 이후로 오늘 같이 기분 좋은날에는 날 태워주려고 했다.


"괜찮아. 오늘은 진성이랑 같이 가기로 했거든"


-아 그 오크오빠?


"응, 은빛초도 구해줬으니까 고맙기도 했고 말이야"


-흐음 그것만은 아닌거 같은데 일단 내가 기분이 좋으니 넘어갈께


"그래 고맙다..."


뿔이 빛나더니 어느새 먹고 더러워진 그릇들이 깨끗해져 있었다. 마법이란 참 신기해.


그렇게 여동생은 먼저 나갔고 나는 거울을 보며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밖으로 나섰다. 저번에 생각 없이 나갔다가 보통의 것보다 큰 가슴 때문에 교복 셔츠 단추가 뜯긴 기억이 나서 그 뒤로 반사적으로 단추를 매만졌다.


남자였을 때 그 장면을 봤다면 심봤다고 했겠지만 정작 내가 여자가되어서 그것도 금발의 뾰족귀라는 특이한 외모를 가지고 가슴이 드러나서 모두의 시선을 받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진짜 개 쪽팔렸으니까.


그때 몸으로 가려준 진성이가 고맙기도 했고..


집을 나서자 문 밖에는 진성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오크라 그런지 예전 내가 동경했던 로만 콜먼보다 두꺼운 근육과 엄청난 키가 압도적이었다. 외모만 험악하게 바뀌었지 착한건 변한게 없었다. 이렇게 기다려주고 말이다.


"왔냐"


"은빛초, 윤하가 좋아하더라 고마워"


"뭐 그럼 됐어"


원래부터 말수가 적던 녀석인데 오크가 되서부터 더 과묵해진 기분이었다. 아 어색하네.


나는 일부러 남자일때처럼 게임이야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대화의 물꼬가 터져서 진수도 과묵하지만 틈틈히 대답을 해줬다.


반에 들어오자 친구들이 북적였다. 사람인 친구들도 있지만 많은 친구들은 나와 같이 웜홀 피해자라서 가지 각색이었다. 악마뿔을 단 녀석도 있었고 절반만 변한 애도 있었다. 그중에는 나와 같이 엘프로 변한 여자애였던 남자애가 있는데 과거 오타쿠 취급받던 여자애가 엘프남으로 변하고는 일약 반의 스타가 되어서 반의 여자애들을 후리고 다니는 소위 금발양아치 남자애가 되어버렸다.


역시나 그의 주위에는 여자애들이 들끓었다. 나는 내가 이쁘게 변하고 가슴도 크고 마르고-물론 요새 많이 먹어서 배가 좀 나오긴했다... 아..허벅지도...엉덩이도...-인기가 많아야할 법한데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힐끔거리며 바라볼뿐이었다.


"진성아 왜 나는 인기가 없을까 이유를 알고 있니"


"몰라"


"딱딱하긴"

입술이 뾰족하고 튀어나왔다. 내 옆 짝꿍인 진성이가 그나마 있어서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남자였을 때 중학교 시절처럼 변기위에서 혼자 밥먹을 뻔했다.


앉은 키도 커서 그런지 무슨 표정인지 영 모르겠네 왜 주변을 그렇게 두리번거리는지 원. 가끔 진성이가 이해가 안될때가 많았다.


다가가려고 하면 거리를 벌리고 그렇다고 벌리면 이번처럼 다정하게 챙겨준다. 거기다 진성이 향수를 뿌리는지 달콤한 향이 나서 한 번은 몰래 뒤에서 뭐 썼나 궁금해서 냄새 맡았는데 들켜서 엄청 화내길래 무안한 적도 있었다.


갑자기 바리게이트처럼 엘프남을 감싸던 여자애들이 사라지자 선생님이 오신것을 알게되었다. 인간이셨을 때도 너무나 착하고 아이들을 잘챙겨주시는 걸로 유명한 담임선생님인데 가끔 말 안듣는 불량학생들 빼고는 선생님을 잘 따랐다. 하지만 오거로 변하셔서 등장하자 모든 학생들이 군말 없이 선생님을 따랐다.


착한 선생님은 편하게 가자며 웃으면서 책을 펼치시다가 강단을 두손가락으로 으깨버려서 학교내 돌을 가져와서 한손으로 즉석으로 갈아서 강단을 만드는 마법이 모두에게 경각심을 알려주었다.


당연히 우리반이 가장 성적이 좋은 반이 되었고 그 중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건 의외로 진성이었다. 보통 오크가 되면 머리가 안좋아져야 하는게 정상이 아닌가 싶었지만 애초에 부모님이 정부 고위 공무원이고 금수저가 아닌 다이아수저인 녀석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그래서 주변 애들이 진성이랑 안친하게 지내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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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생각나는대로 썼는데 막혀서 여기까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