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판타지 #TS



#1


내게는 존경하는 형이 있었다.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친형보다 더 친형같은 형


어렸을 때 동네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나를 먼저 나서서 도와주었던 


어려운 형편에도 자신이 가진 것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던


돈을 벌기위해 여러 가게들을 전전긍긍하며 잡심부름을 한 돈을 가계에 보태면서도 짬짬히 검술훈련을 멈추지 않았던 형


결국 동생이 자라서 부모님을 부양할 수 있을 나이가 될 때 쯤

 그 형은 모험가가 되었다.


나 또한 그런 형을 동경해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가업을 물려받지 않고 모험가가 되었다.



#2


그 후로 형을 만나게 된 것은 반년전. 


만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였다.


오늘도 고된 모험을 마치고 파티원들과 헤어진 후

혼자서 술집에 들어가 맥주 한잔을 시키려 점장을 불렀을 때였다.


"제이크?"


처음들어보는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어째서인지 많이 익숙한 여자가 내 앞에 서있었다.


"누구.. 세요..?"

"나야 나, 루이즈."


루이즈? 그러고보니 저 노란머리에 초록 눈은..


"설마 형이야? 루이즈형?"

"맞아 오랜만이네 제이크? 그 동안 잘 지냈어?"

"나야 뭐 별일 없었지. 그것보다 형은 대체 어떻게 된거야? 왜 그런 꼴이 되어버린거야?"

"그게 실은.."


얼마전 어느 던전에 들어갔는데 함정을 밟았다는 것

그 함정이 밟은 사람을 여자로 만들어주는 함정이였다는 것

함정 해체 담당이 여자여서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 그냥 무시한 함정이였는데 그런 효과가 있을 줄 몰랐다는 것


형은 마치 자기일이 아닌 양 웃으면서 자신이 여자가 된 이야기를 설명해 주었다.


"형은 여자가 되었어도 역시 형은 형이구나."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형은 여자가 된 이후로 모험가 생활은 그만둔거야?"

"아니? 모험가 등급은 두 단계 내려갔지만 아직 하는 중이야."

"뭐?"


모험가 인생에서 여자란 패널티밖에 없는 존재다.

몸도 약하지 감정적이지 특히 마법사나 성직자 같은 힘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직업은 몰라도 전사같이 선봉에 서는 직업을 가진 여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 아직도 전사로?"

"응"

"여자의 몸으론 힘들지 않아?"

"갑옷도 무거워진거 같고 검을 휘두르는 힘도 약해진거 같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사람들이 날 잘 대해주는 거 하나는 좋더라."


확실히.

지금의 형의 모습은 우리 마을에서 다들 입을 모아 가장 예쁘다고 말하는 아이샤에 버금가는 외모다.

아니 어쩌면 더 예쁠수도..


"근데 제이크, 이제 형이 아니라 누.나. 라고 불러야지."

"에이 한번 형은 영원한 형이지. 어떻게 형을 누나라고 불러."

"그것도 그런가?"


그날은 그동안 못 했던 이야기를 밤새 주고 받았다.



#3


"야 제이크, 너 오늘도 혼자 술집가냐?"

"뭐야 니콜, 너도 같이 가주게?"


뭐야 같이 가줄것도 아니면서 왜 말을 걸어?


"아니, 그건 아니고 지난주에 창관에 갔었는데 아주 기가막힌 여자가 하나 있더라고."

"난 여자에 관심 없어."

"말을 그렇게 해도 내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난 여자에는 관심 없다니까."


"잔말말고 들어봐. 한달전에 들어 온 창녀인데 얼굴이 아주 죽여준다니까? 비단같은 금발에 가슴도 크고.."

"...혹시 녹안이야?"

"피부도 부드러운.. 어? 어떻게 알았어?"

"잠깐만 급히 볼일이 생겨서 나 먼저 가볼게!"

"어? 그 그래."


설마.. 에이 아니겠지?

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몸은 급해졌다.


"나 참.. 여자 안 밝힌다더니 바로 창관으로 달려가네."



#4


"어서오세요. 러쉘창관입니다."


.. 창관에 와보는 것은 내 인생에 처음이다. 어떻게 말을 꺼내지?


"혹시 처음이신가요?"

"네? 아.. 네 부끄럽지만 동정입니다."

"그게 아니라 창관에 와보는게 처음이냐고 여쭤본건데.."


어색한 분위기가 주위를 맴돈다. 시발 쪽팔려 뒤지겠네.


"그.. 그럼 여기 리스트를 드릴테니 여기서 지명해주세요."


나무로 된 받침위에 종이를 얹은 리스트에는 여러 이름 나이 성별 페티쉬등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그 리스트를 꼼꼼히, 여러번 살펴 보았지만 루이즈라는 이름은 없었다.


"죄송한데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네요."

"네 그러실수도 있죠 다음에 생각있으면 언제든 다시 찾아오세요."


이거 내가 동정이라고 말했다고 쪽팔려서 안한다고 착각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며 리스트를 건네주는 순간 맨 마지막에 있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저..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요?"

"궁금한건 뭐든 물어보세요."

"혹시 루이라는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들어볼 수 있나요?"

"아, 그 아이요? 원래는 모험가였다는데 한달전 쯤에 파티원들에게 배신당해 큰 돈을 빚지고 노예시장에 팔렸다고 하네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마담눈에 들어서 창관에 창녀로 들어오긴 했지만 정신이 망가진건지 생긴건 멀쩡한데 자기가 남자라고 우기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특별한 훈련'을 통해 얌전해졌지만 말이예요."


"루이로 하겠습니다."

"네?"

"돈은 얼마든지 내죠. 루이가 있는 방으로 안내해주세요."

"짧은 밤엔 20골드고. 플레이 내용이나 시간에 따라 추가요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손님♪"



#5


"302호실 열쇠입니다 손님. 각종 물품은 안에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퇴실하실 때에는 다시 카운터로 와주세요."


열쇠를 쥔 손이 떨린다.

그래 뭔가 착각한거겠지. 오늘은 아무일도 없었던거야. 반드시 그래야만 해.


이윽고 문이 열리자 침대위에는 금발의 여성이 머리를 침대 시트에 맞대고 문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저.. 저를 지명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고객님이 만족하실만한 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웃는 얼굴. 몸매가 드러날듯말듯한 옷. 떨고있는 초록 눈.


"제.. 제이크? 네가 여길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