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입는 교복이 불편했다.
덥고 움직이기 불편하면서 넥타이는 약간 풀어헤쳣음에도 목이 약간 조이는것 같다.


"시바....."

군대를 제대하고나서 여자친구의 권유로 욕을 줄이기로 약속햇었지만 지금은 참을래야 참을수가 없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복학을 준비해야하는 나는 어째서 중학교로 가는걸까

"정신 나갈것 같아...."

운이없게도 개학날부터 내가 싫어하는쪽의 교복을 입게 되었다. 격일로 바뀌는 성별인데 첫날부터 안좋은쪽이라니 오늘하루 순탄치는 않을것 같았다.

똑똑똑

예전부터 정신을 차릴때 의식적으로 하는 노크를 벽에 두드렸다.
신발을 신기전 옆의 거울에 비친 내모습이 얼마나 참담할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것이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이내 거울을 보았다.
몸집이 작은듯하지만 그건 내가 성인이였던 기준에서 보기에 지나지 않았기에 넘어갔다. 소꿉친구의 억지에 방학동안 배운 옅은 화장덕에 창백했던 피부에 생기가 돋았다. 긴생머리를 엉킴없이 등까지 내리고 선물받은 머리핀을 장식하고 있는 교복을입은 소녀가 보였다.

음. 토할것 같아.

치마를 입는건 아무생각이 없었다.
옷하나가지고 과민반응을 하는성격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입을거라는 생각도 없었고 고딩때 친구를 벌칙으로 여장시키기도 해봤다.

그럼에도 심경이 복잡했다.
치마를 입는건 그럴수 있다 치자. 어차피 옷인데 뭐 과거 중세 남자들이 입었다는게 치마라 했던것같으니 벌칙으로서 입는거라면 떨떠름 할지언정 넘어갈수 있었다.

문제는 입고 외출을 해야 된다는거

"시발....."

밖에서 소꿉친구가 나오라고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도 치마를 입은 내모습을 보니 참담했다. 분명 어제 각오를 했는데 말이지
어제 한 각오따위 내발걸음을 옮기진 못했다.

여자가 된건 확실하지만 아직도 내스스로가 변태가 된것 같았다.
나이 스물셋 먹고 이러고 있다니 내가 군대도 제대한 이전세계를 아는사람이 봤다면 경찰에 신고를 해도 난 할말이 없었다.

똑똑똑

정신을 차렸다.
변한세계에 시발적인 면모가 있어도 일단 살아가기로 하였으니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는거였다.

똑똑똑

불편하긴해도 이모든게 꿈일거라면서 현실도피는 더이상 하지않았다.
자살시도까지하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모습은 더이상 보기힘들었다.

똑똑똑

꿈은 원래 내가 원하는대로 안된다는걸 안다 그것이 자각몽일지언정 부모님이 슬픈모습을 보고 무시하는건 폐륜적인 행동인것을 난 알고 잇었다.

"야 너 뭐하냐니깐?"

"어?"

신발장에 서서 거울을 두들기던 손을 잡혔다.
아직 낯선 내 소꿉친구가 내 손목을 잡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잇었다.

"뭐야 문 어케 열었어."

"우리 서로 집비번 알려줫잖아 그것보다 뮈하길래 거울을 두들겨대는거야?"

짐짓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소꿉친구가 나를 내려다봤다.
서로 남자일때와 여자일때 체격이 같은지라 교복을 서로 날마다 바꿔입는다고 했던가 내이름 석자가 박힌 교복을 입은게 눈에 띄었다. 
아이게 아니지

"뭐야 왜그렇게 쳐다봐... 그냥 멍때린거야."

이전세계에서 잘웃고 다니고 밝은 분위기의 현서가 남자인 모습으로 엄격한 표정을 짓는게 낯설어 대충 대답을 넘겼다.
내 대답에 불만이 있는것 같았지만 현서는 굳이 되묻지는 않았다.

똑똑똑

반쯤 대충 신었던 신발을 제대로 신고 정신을 차리는 의미에서 노크세번을 다시 했다. 음 썩 괜찮아진것 같아

"가자"

밑이 허전한 치마를 꾹 누른채 자취하고 있는 집을 나섰다.



중학교때의 나는 과묵햇었다.

신기하게도 계속 같은반이였던 현서를 제외하곤 딱히 대화를 나눈적은 없다.
물론 먼저 말을 걸지 않았을뿐 중딩때의 나는 물어봐오는것이 있다면 대답은 잘해주는편이였고 조별과제 같은것도 딱히 커뮤니케이션으로 내스스로 생각하기엔 문제가 없었다.

갑자기 이런생각이 든이유는 왜일까

"저기 서연아? 너 다리...."

중딩때의 책을 책상위에 놓고 멍하니 다른 남자애들이랑 애기하는 남자인 현서를 보면서 익숙해지려고 했을때 같은반이된 여자애 한명이 말을걸어왔다.

"어? 어 아! 고마워...."

담요를 깔아둔줄 알고 편하게 앉아있었는데 어느샌가 담요가 아래로 떨어졋었다. 애도 아니고 왜이리 덜렁대는걸까 나는....
다시 흘러내리지 않도록 떨어진 담요를 주워 아예 의자 뒤로 넘겨 대충 휘감았다.

"아냐 왜그리 멍하니 있는거야?"

"아... 그냥 늦게 인나서 졸려서 그래"

담요를 제자리에 두고 다시 현서나 보던중 나한테 다가왔던 여자애가 내책상 옆에 쭈구려 앉은채 물어왔다.
붙어 오려고하길래 떨어져달라고 말할뻔한걸 간신히 삼킨다.

거리감 왜이래 애 이쪽에서는 친했던 여자애 인가?

웃으면서 바라보는게 꽤나 귀여웠다. 이시기의 애들이 안귀여운애들이 어디있겠냐만은 작은체구로 애교를 부려대는것 같아서 할아버지들이 손자손녀가 왜그리 좋은지 대충 이해가 갈것만 같다.

안타까운점이라면 내 여자일때의 키는 이애보다 약간 더작다는것? 눈물이 날것 같다.

"그....누구?"

이세계의 설정이라면 친했을지 몰라도 안타깝게도 거짓말은 잘못하는 성격인지라 깔끔하게 물어봤다.
이름을 잊었다는 이유로 슬퍼할수도 있지만 괜히 숨겼다 나중에 뭔일이라도 생길라

"아, 난 효정이라고 해."

몰래 여친이였던 소꿉친구를 보던걸 방해한 여자애의 이름을 알아냈다.
잘지내자고 말하면서 높은템포인게 귀여운 외관을 빛내는게 보였다.

"그.... 우리 어디서 봣던가?"

근데 이상하게도 원래 알던사이의 인사가 아니라 자기소개같은 이야기를 하길래 떠보았다.
아, 약간 말하고서 느낀건데 나도모르게 차갑게 애기한것 같았다.

"음.... 아니? 완전 처음이야!"

뭐야. 내이름 어떻게 안거야 

"아까 교탁위에 출석표를 봐서 아는거야"

"아아..."

중학생 여자애한테 내이름 어떻게 알고있냐라고 물은게 순간 부끄러웠다. 자의식 과잉인건가 나는 
몸이 어려지니까 생각도 짧아지는 느낌이다.

"아까부터 현서 쳐다보길래....좋아하는거야?"

"아하하...."

그저 나로선 그냥 아직도 익숙해지지않는 내 소꿉친구를 보는것이였는데 오해를 삿다. 좋아하냐 싫어하냐 두가지중 하나를 따지자면 좋아한다였지만 그건 여자인 현서지 남자인 현서는 아직 낯설기에 멀리서 보기만한게 화근이 됬다.

"음... 좋아한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네"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상태인 현서는 이성적인 관점으로 좋아한다고 보기는어려웠다. 애초에 성별이 애매하게 되었다 한들 나는 확실하게 여성인쪽이 더 이성처럼 느껴졋기에 그리고 여자인 상태인 지금에도 여자는 동성보다 이성에 가까웠다.

"효정아 너야말로 현서 좋아하는거 아니고?"

처음보는애 옆에와서 말을 걸어오는게 수상하다고 느꼇더니 이런이유라면 납득이 갔다.
현서는 성별이 뭐가됬든 잘생기고 귀여운편이였으니까
중학생은 풋풋하구나 싶어 귀여웠다.

"음... 아하하... 멋지긴 한데 나는 무리. 연애같은거 하면 큰일나서 말야"

"어? 그래?"

요즘시대에도 학생들 통제가 있나 싶다가 2021년도 인걸 까먹고 있었다.
나 어려진게 아니라 회귀한거였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수능준비를 다시 해야한다는것에 가슴깊은 한탄을 내야했다. 
수능을 보고나서 전공이 아니면 다시 읽을일이 없는지라 이미 잊은지는 오래여서 아예 다시 제로부터는 아니더라도 험난한길임은 분명했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살기 고달프다.



남자인 현서는 낯설어서 본것이지 좋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자친구의 남자모습이 저렇구나 생각조차없이 제3자를 바라보는기분?

오히려 현서라는것을 알고있어도 내가모르는 모습으로 다가오는게 불편해서 최근에는 어쩔수없을때를 빼곤 내가 피하는쪽에 가깝다.

"...."

"...."

그렇다면 남자화장실에서 현서를 여자인모습으로 만났을때는 뭐라해야할까.
일단 정답은 몰라도 나를 째려보는게 무서운게 좋은만남은 아닌것같다.

"잘못들어왔어 나 자주 헷갈리잖아 그럼 갈게!"

"기다려 임마"

화장실에 들어선뒤 세면대에서 만난지라 물기를 머금은 손에 뒷덜미를 잡혔다.
순간 뿌리치고 뛸까도 싶었지만 어차피 교실에서 만날테고 피한다 한들 우리는 소꿉친구다. 부모님들부터 친했던지라 자연스럽게 소꿉친구가된
바로옆집이라 하교할때조차 같이가는지라 포기가 빨랐다.

"잘못했습니다...."

나이 스물셋을 먹고도 중학생애한테 혼나는건 좀 아닌것같지만
잘못한건 잘못이다라는 지론을 가진 현서에겐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애는 내가 스물셋인것도 모르고 있을것이고

"넌 애가 어떻게.... 하아...."

물가에 내놓은 애를 보는것마냥 나를 보면서 한숨을 쉬는게 내가 진짜 어린애라도 된기분이였다.
물론 내가 남자화장실로 잘못들어간건 맞지만 이쪽세계의 나도50퍼는 남자라고 봐도 되지않나? 싶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박혀있었지만 현서의 눈에는 달랐나보다.

"날마다 들어가는데가 다르니까 헷갈릴수도 있긴한데 그래도 너가 조심해야지 너심지어 아무도 없으면 남자화장실만 들어가서 나한테 혼난거 기억 안나?"

전과가 셀수도 없이 많은지라 변명조차 못했다.
처음에야 성별이 바뀌었음에도 습관때문에 들어갔다면 요즘에는 단순히 여자화장실에 들어간다는걸 피하고 싶었다.
중딩 여자애들 들어가있는 화장실에 내가? 이건 과연 윤리문제가 아닐까
경찰에 잡혀가는것 이전에 나는 정신이 미친놈은 아니였다.
차라리 경찰에 잡혀간다고하면 반대의 이유로 남자쪽의 화장실만 이용해서 잡혀가겠지만

"너 게다가 저번에는........"

"그..! 여기에서 애기하는것보다 다른데 가서 하자"

동급생에게 혼나고 있는 중2라니 속은 스물이 넘는 연장자라는건 눈물을 머금고 넘어가도 동급생에게 화장실 앞에서 혼나는것은 딱히 다른사람에게 보여줄것이 되지 못한다.

"...."

같은생각인지 현서가 주변을 잠시보다 내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기시작했다.
많이 화난것일까 손에는 약간 힘이 들어가있었다. 
....화난것보다 못도망가게 잡는건가?

실내화를 신은지라 걷는소리조차없이 손목을 붙잡힌채 끌려갔다.
손목을 붙잡히고 끌려가는중인데도 아프진 않았다. 아깐 힘을 좀 주었던것 같은데 막상 움직이니까 적당히 안아프게 끌고 있다.
이정도면 간단히 뿌리칠수 있겠다 싶었다가 현서의 표정을 보고 그냥 닥치고 있기로 하였다. 

애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눈길이 들지 않은곳까지 오다보니 꽤나 멀리왔다.
아무생각없이 계단을 내려온지라 여기가 지하인지조차 창문이 없는걸 보기전엔 몰랐다.

"음 조금 멀리오지 않았어 우리?"

괜히 머쓱한 기분에 볼을 긁으면서 물었다.
남들의 시선때문에 자리를 옮기긴했지만 남자인 현서는 불편했으니까
내가 옮기자고 하긴했지만 불편한건 불편한거였다.

한참을 아무말없이 나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현서가 정신좀 차리고 다니라는듯 애원했다.

"....나 진짜 걱정 되서 그래"

"요즘 세상에 걱정될게 뭐가 있다구"

나는 굴할게 없었다.
변태로 취급되서 경찰서를 간다한들 희귀병인걸 애기한다면 단순 실수로 생각 될테니 
믿으라는듯 허리를 쭉피고 가슴을 두들겼다. 
어째선지 현서가 머리를 싸매고 빡쳐하지만 저건 과보호가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