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하지 말라고 글을 적긴 했는데, 

 

얼마나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조금만 더 주절주절 끄적여봄..

 

깔끔하게 적기보단 전적으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씀. 

 

 

사실 나는 순문을 되게 좋아한다. 

 

대학교 시절에 도서관에서 살면서, 순문 잡지들을 읽는 게 가장 즐거운 기억이었을 정도로.

 

문학의 깊은 재미를 아는 사람들은 분명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웹소설을 18년째 쓰고 있는 글쟁이의 입장에서

 

순문이 도움이 되느냐...라고 한다면 그다지 안 되거나,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말하고 싶어.

 

이건 비유를 들자면,

 

다큐멘터리, 뮤지컬, 고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다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로

 

바꿔 말할 수도 있겠네.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감성들 때문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겠지?

 

 

어떤 소설들은 문장이 대단하지. 

 

언어라는 것이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게 연출과 스토리의 전달까지 끌어내는 에너지가 되니까.

 

읽으면서 감탄하는 글이라고 할까...

 

좋은 소설을 읽는 재미라고 생각해.

 

 

근데 웹소설은 어떠할까...

 

사실은 문장화된 언어의 힘을 느끼기보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에 어떤 시각화를 한다고 생각해.

 

주인공 캐릭터와 어떤 특정 사건들을 영화처럼 뇌에서 시각화하면서

 

빠르게 넘어가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 문장보다는 캐릭터와 장면들이 각인되는?

 

 

소설의 기본은 스토리니까. 

 

예전 소설들이 이렇지 않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똑같은 스토리를 전개하더라도, 표현이나 독자들의 머리에 어떤 장면들을 얼마나 빠르게 흐르게 하는가가 더욱 바뀌었다는 거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시각화된?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A라는 소설은 주인공을 위주로 빠르게 전개한다.

 

B라는 소설은 다양한 조연들이 나온다.

 

이렇게만 두 소설의 차이점을 생각할 수는 없어.

 

 

작가의 입장에서 글을 쓰다보면, 

 

소설마다, 표현이나 문장이나 장면이나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차이를 두게 된다.

 

문장이 우리에게는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전부니까.

 

하지만 그건 글을 아름답게 하기가 아니라, 

 

독자들이 이 소설의 전반적인 느낌을 어떻게 받느냐를 결정하기 위함이야.

 

 

어떤 소설이든 스토리가 있다면 그 내용의 100%를 전부 쓸 수는 없어.

 

주인공의 비중이나 특정 장면들에 팬 포커스를 맞춰가면서

 

전체 스토리를 100까지 달려가게 되는 거지.

 

어떤 장면들마다 주인공과 그 주변을 얼마나 시각화하고,

 

어느 정도의 속도와 어떤 재미들을 담아야 하는지,

 

이런 고민들이 웹소설에서는 되게 중요하다.

 

같은 스토리이더라도

 

얼마나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재미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작가는 재밌게 쓰고, 어떤 작가는 재미없게 쓰고

 

드라마나 영화로 치자면 그 어려운 감독의 역할을 웹소 작가들은 해내야 한다.

 

 

특정 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소설로 쓴다면,

 

산의 지형이나 나무들과 활동하는 캐릭터들을

 

시각화된 범위를 어디까지 보여주고, 얼마나 묘사하고, 

 

독자들이 이 장면을 읽는 적정 시간 내에 최대의 재미를 끌어내느냐... 

 

요런 고민들도 해야 된다는 거야.

 

 

어떤 소설을 보며 이제 고민하며 읽는 게 아니라,

 

빠르게 보면서, 재미를 만끽하는 것이 웹소설의 시대라서...

 

필사처럼, 문장들을 손으로 쓰면서 깊게 읽지 말고...

 

배우지 말고...

 

많은 글을 읽으면서 상상하고, 시대를 따라가고,

 

독자들과 호흡하고... 재밌는 글을 써라.

 

 

뭐 여기까지 말해도 '내 생각은 달라'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다른 방식대로 쓰면 돼. 뭐든 정답은 없으니까.

 

글을 쓰는 방식은 똑같을 수가 없고,

 

어떤 이야기가 있다면 보고 참고만 해라...

 

다만 내가 말하는 것은 특정 단점들을 가져오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일 뿐이니까.


출처: 순문과 웹소설 작법에 대해서 써봄...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