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애니 함 보면서 고민해보는게 좋다.

아무래도 가시적이다 보니(그리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전반적으로 높음) 좀 더 직관적으로 알기 쉬움.

특히 천공의 성 라퓨타는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떡밥 깔기, 위기 만들기, 히로인 매력있게 만들기 등등등 작가들에게 도움될 만한 요소가 교과서적으로 딱 들어있음.

 

+따로 파는 콘티북도 있는데 그거 사서 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


저 장면을 설명하자면 빌런과 주인공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히로인과 잠시 말을 나눌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는 부분이다.

원작 애니 내용을 옮기면 대충 이렇다.

 

빌런: "자, 보물을 넘겨라! 아니면 그 총으로 나와 대결이라도 할 건가?"

주인공 "...시타(히로인)와 잠시 얘기할 시간을 줘!"

빌런: "좋다, 3분간 기다려주지!"

 

근데 사실 이 대결은 성립이 안 되는 것이, 주인공이 들고 있는 총의 탄창은 두 발이 한계임.

오면서 벽을 뚫느라 그걸 다 썼기 때문에 저 대치는 주인공의 블러프에 불과해.

하지만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빌런은 그걸 순순히 허락해준다. 마치 짱구 극장판에 나오는 스노우맨처럼!

 

어쨌든 관객들은 잠시 위기를 벗어난 것에 대해 안도를 느낀다.

근데 안도를 느낀 다음에 몇몇 관객들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거야. 왜 빌런이 3분간 기다려주겠다고 해 준 걸까?

 

그리고 저기 콘티북을 보면, '빌런은 사실 총알이 다 떨어졌기 때문에 장전할 시간을 벌기 위해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라고 되어 있음.

결국 저 대치는 블러프와 블러프의 대결이었던 거지! 저 상황에서 관객들은 아직 그걸 모르고 있지만.

자, 이 상황을 다시 풀어보자.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총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금 있으면 빌런과 맞닥뜨리는 상황.)

빌런: "자, 보물을 넘겨라! 아니면 그 총으로 나와 대결이라도 할 건가?"(관객들에게 위기감을 들게 함)

주인공 "...시타(히로인)와 잠시 얘기할 시간을 줘!"(위기감의 절정)

빌런: "좋다, 3분간 기다려주지!"(위기감을 약간 해소시키는 것으로 관객들의 주의를 다음 전개로 돌림)

 

정말 예술에 가까운 완성도 아니냐?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관객들의 긴장감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넘기는 기술이다.

저 씬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곳이라 온갖 요소가 빡빡하게 들어차있는데, 작품 외적인 요소까지 고려한 것을 보면 작가의 노련함이 드러나는 부분이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조금 뒤에는 빌런이 총알을 장전하는 장면까지 꼼꼼히 넣어 개연성까지 챙긴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빌런이 장전하는 것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유추할 수 있겠지.

 

이렇게 어떤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이용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강조하고, 어떤 장면에서 이 떡밥을 깐게 어떻게 이어지고...

그걸 글로 풀어내서 자기 작품에 적용시켜 본다면 좋은 도움이 될 거다.

 

모두 건필하길 바란다!


출처: 플롯이 어떤건지 감이 잘 안잡힐때는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