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기억을 되짚으며 쓰는 글이라 두서없을 수 있는데, 그래도 남겨봅니다.

 

 

1. 수술 시기와 수술 이유

 

되짚어보니 어영부영 3년 쯤 지났습니다.

TFCC(삼각섬유연골복합체?) 수술을 했는데, 이게 좀 생소한 개념이긴 할 거예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문고리를 돌리거나, PET 병뚜껑을 돌려서 따거나 빨래를 세게 짜서 물기를 뺀다거나.

이런 행동이 되게 힘들어져요.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일상 속에서 불편함과 고통이 유발되다보니 삶의 질이 대단히 크게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손목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냥 침이나 맞고 말았는데, 점점 손이 아래로 꺼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키보드 작업을 하면 할 수록 자꾸 손목을 돌려보게 되고, 뭔가 되게 기분 나쁜, 무거운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몸 관리 하겠답시고 헬스를 하다가 무게를 친 게 화근이 되어서 그 때부터 손목의 통증이 격화되기 시작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푹 쉬면 낫겠지 생각했지만..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손목이 반쯤 가라앉아 있더군요.

옆에서 봤을 때 손목에서 손가락이 일직선으로 쭉 가야 하는데, 약간 손가락 부분이 내려가 있는 거죠.

인대가 끊어져서 제대로 잡아주지를 못하니까 가라앉는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었는데.

손등 쪽을 잡더니 위로 쭉 끌어올리니까 뚝 하면서 위치가 맞춰지더군요.

엑스레이를 찍어보니까 일시적으로 일직선이 되긴 했지만 이건 그냥 체감용 시연(?)이라 금방 내려갔(?)습니다.

 

어쨌든 최종 판정은 TFCC 파열(아직도 명칭이 어려운데 그냥 인대 파열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

찢어진 부분 걷어내고 꼬맬 부분 꼬매주고, 그 다음에.

월상삼각인대라는 부분의 파열이 가장 심해서 그 부분은 바이오 나사를 박는 것으로 얘기를 하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2. 수술 전에 둘러본 병원과 치료들

 

1) 광명에 있는 ㅅㅇ병원 : 수술 소견. 금방 일상 생활 가능하다고 함. 입원도 짧아도 된다고 함. 근데 정확히 어떤 부위가 문제냐고 하니 답을 못함.

 

2) 서울에 있는 ㅅㅅ서울병원 : 비수술 소견. 수술은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자고 함. 문제는 글쟁이가 글을 쓸 수 없는 손 상태인데 비 수술이 의미가 있나? 했음.

 

3) 광주에 있는 ㅅㅁ병원 : 수술 소견. 일상 생활(수술한 손을 적당히 일상에 쓰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를 하는)까지 3개월 이상 소견. 수술 부위 자체는 명확하게 설명을 해줌. 수술이 늦어질 시에 유발될 수 있는 후폭풍(관절염. 인대 추가 파열)에 대해서도 안내를 받음.

 

4) 서울에 있는 ㅇㅅㅎ 정형외과 : 주사 치료 불가능 소견. 어지간해서는 비수술 치료를 권하는 곳인데 자기가 봐도 이건 주사로 해결 안 되는 소견이라며 수술을 하고 오라고 권함. 

 

답정너 일수도 있지만 이게 비수술 치료로 안 될 거라는 직감은 이미 하고 있어서 3번으로 선택을 했습니다.

왜냐면 체외충격파 치료, 인대 증식 주사, 재활 치료, 한의원 봉침 치료까지 다 해봤지만 반년 이상 차도 없이 악화만 됐거든요.

병원 쇼핑은 3-4 군데면 적당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집합으로 나온 내용을 수합해서 판단해보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긴 해요.

 

 

3. 수술 전에 힘들었던 부분들

 

매일 매일 글 쓰는 낙에 살았는데 수술하면 3개월은 왼손 밖에 못 쓴다는 사실이 많이 슬펐습니다. 돈도 벌어야 하는데, 왜 하늘은 내게 이런 시련을?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수술할 손이 오른손(주로 쓰는 손)이다보니 더 먹먹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네요.

무엇보다 수술 후에 사회인 야구나 볼링 같이 손목에 무리가 가는 스포츠는 즐길 수 없다는 사실도 좀 슬펐습니다.

 

수술 결정이 나면 엄청 불안해지긴 합니다. 

수술 후에 언제부터 글을 쓸 수 있을지가 관심사가 되거든요.

유경험자한테 물어봐도 각자 말이 제각각이고.

 

보통 질문이 "언제 일상생활 돼요?" "언제 사무 볼 수 있어요?" 같은 질문인데.

이게 각각의 사람마다 생각하는 일상과 사무의 기준이 다릅니다.

 

제 경험만 말하자면 일단 2개월 동안은 수술한 손이 회내(손등이 하늘을 보는 자세) 90도가 안 되기에 키보드 타이핑이 어려워요.

3개월 쯤 되었을 때부터 인체공학 키보드(마이크로 소프트에서 나온)를 활용해서 비스듬한 키보드 각도로 작업이 됩니다.

저는 이때 이게 익숙해져서 지금도 어지간해서는 인체공학 키보드 써요. 마우스도 게임할 때 아니면 버티컬 마우스 쓰고요.

 

그래서 작가로서 집필이 가능해지는 시점은 3개월 후입니다.

그 전에는 할 수는 있지만 아마 몇백자 쓰고 나면 힘들 겁니다. 

괜히 재활만 늦어집니다.

 

 

4. 수술 후에?

 

3개월 동안은 지루한 재활 운동을 계속 해야합니다.

수술하고 4-5주는 깁스를 해야하거든요. (깁스 기간이 병원마다 다른데 ㅅㅁ 병원은 보수적으로 길게 하는 곳입니다.)

깁스를 일찍 풀면 좋겠지만, 그만큼 손목 사용을 일찍 하게 되어서 안 좋은 부분도 존재는 합니다.

 

깁스를 한 기간 동안 수술한 팔의 살도 쭉쭉 빠지고 손목도 볼 때마다 답답합니다.

재활로 야들야들(?)하게 만들어놔도 자고 일어나면 손목이 굳어버리거든요. 

다시 재활운동 하면 각도가 조금 나오지만, 시간 지나면 또 굳습니다.

이런 기간이 한 1-2달 정도 갑니다.

 

재활은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회외), 손바닥이 바닥을 보게(회내), 손등과 팔이 직각이 되게(굴곡), 합장처럼 손목이 젖혀지게(신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루에 4차례 정도 해야하는데, 스스로 해줘야 해서 좀 괴롭습니다.

적당히 안 아플 정도로만 하면 재활이 아니고, 너무 아플 정도로 하면 위험하니까요.

할 때마다 욕이 좀 나옵니다.

 

 

5. 경과를 적기 전에

 

사실 저 같은 케이스는 극단적이라고 생각하고 대부분은 터널 증후군 정도로 고생하시거나.

며칠 쉬면 좋아지는 심각하지 않은 케이스라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위에 적은 것처럼 쥐어짜거나, 돌리거나 하는 행위에서 손목 통증이 점점 심해지면 이건 좀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자꾸 나도 모르게 손목 바깥(새끼손가락쪽)을 어루만지게 되면 느낌이 좀 쎄한 상황이 되는 거라서요.

 

그럴 때는 운동을 할 때도 반드시 손목 보호대를 하시는 걸 권합니다.

제가 더 버틸 수 있었는데 수술 트리거가 된 게 벤치 프레스 치다가 제대로 한 번 꺾인 거였습니다.

 

그리고 손목 세게 잡아주는 보호대를 착용한 채로 워드 작업 하는 건 고민을 잘 해보셔야 됩니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보호대 활용을 이상하게 하면 손목만 억지로 붙잡힌 상태에서 손가락이 혹사를 당해요.

제가 이게 2차 트리거가 되어서 수술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손목 보호대를 차고 워드 작업을 하게 되면, 그것에 맞게 팔 높이나 손가락 높이도 같이 잘 맞춰주셔야 합니다.

손목만 잡아놓고 이상한 상태로 작업을 하게 되면 더 심각하게 아파져요.

 

 

6. 수술 경과

 

수술 이후 3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원고 작업은 문제 없이 잘 하고 있습니다.

대신 비 오기 전날에는 손목이 쑤셔요.

이건 뭐 피할 수가 없습니다. 자체 일기예보 가능합니다. 진짜로요.

 

그리고 푸쉬업 같은 운동은 그냥도 할 수는 있지만 푸쉬업 바를 끼고 합니다.

이 수술이 손목이 젖혀지는(기도하는 자세) 행위가 유발될 때 가장 무리가 좀 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 외에 아주 말도 안 되는 무거운 무게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면 크게 손목에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스크린 야구나 골프 같은 것처럼 순간 대미지가 손목에 팍! 걸리는 운동들은 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체계적으로 재활에만 매달렸으면 가능했을 거예요.

그런데 생업으로 글을 써야 하는 사람에게는 몇 년을 재활에만 올인하기가 좀 힘들기 때문에.

물론 균형을 잘 맞출 수 있고, 전문가의 재활을 이어간다면 금방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취미 생활을 산책이나 영화 관람 같은 정적인 것으로 바꿨습니다.

이것도 나쁘진 않더군요.

 

 

7. 마치며

 

그냥 수술 이후 아는 체 하는 글이 된 것 같아서 써놓고도 잘 했나 싶지만..

고질병 같은 손목 문제로 고민이 많거나, 혹은 도대체 이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답답한 분도 계실 듯해서.

가끔 눈팅하다가 이렇게 글을 적어 봅니다.

 

개인적으로 작가 생활에서 허리보다 더 중요한 게 손목 관리라고 봐요.

저 같은 경우 허리는 문제가 없는게, 모든 작업을 스탠딩 책상에서 하다보니 허리는 딱히 불편함이 없거든요.

디스크도 약간 있다가 스탠딩 책상 쓰고, 코어 운동 해가면서 자잘했던 통증도 거의 없어진 상태입니다.

 

손목은 진짜 일상에서 너무 많이 쓰이기에 조금이라도 아프면 삶의 질이 수직 낙하합니다.

나 혼자서 병뚜껑 하나 돌리지 못해서 음료수를 마실 수 없고.

어디 가려고 문을 열 때마다 바늘로 찌르듯이 아파서 느끼는 그 고통은.. 진짜 엄청난 짜증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는 돈을 아껴도 손목 건강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 모델이나 연예인 들이 다리 같은 신체 부위에 보험을 들듯이.

작가도 손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 번 망가진 손목은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수술을 하든 안 하든 예전의 그 낭낭했던 손목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거든요.

있을 때 잘 관리를 해야하는 것 같아요.


출처: 3년이 지난, 전업 작가의 손목 수술 후기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