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푸른 방패의 전설 1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푸른 방패의 전설 2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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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새로운 만남


돌아온 아인은 프레야에게 그의 죽음을 전했고 프레야는 그 소식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예상했던 일 이였지만 아인은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얼마 후, 마을에는 프로스트블룸 씨를 비롯한 용과의 전투에서 죽은 전사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이 끝난 뒤, 영주가 아인과 프레야에게 다가와 그녀의 아버지가 얼마나 용맹하게 싸웠는지 말해주었지만 그 말을 들은 프레야는 아인의 품에 안겨 더더욱 슬퍼할 뿐이었다. 자신의 품에서 슬퍼하는 그녀를 본 아인은 더더욱 마음을 굳히고 그 자리에서 말했다.


“영주님, 결심했습니다. 저는 떠나겠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프레야는 너무 놀라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3년 동안 잊고 있었어. 내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것을. 3년전 나는 맹세했어. 모든 용을 죽이겠다고.”


“하지만 아인, 그건 너무 위험해 네가 죽어버리면 나랑 오스카는 어쩌고?”


“나도 알아. 미안해, 하지만… 난 이미 3년 전부터 결정했었어. 그날 우리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부터. 그리고 프로스트블룸 씨가 쓰러졌을 때, 나는 완전히 마음을 굳혔어.”


프레야는 화가 났는지 아무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조용히 지켜보던 영주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인, 그렇다면 왕국의 수도 ‘트리움피한’으로 가는 것이 어떤가? 안 그래도 왕궁에 소식을 전해야 되니 말이다. 그리고 용의 ‘뿔’도 가지고 가거라, 내가 카이저께 올릴 편지를 쓰마.”


“예, 감사합니다. 영주님.”


“그리고… 프레야는 자네가 알아서 달래주게. 화가 많이 난 것 같아.”


아인은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의 옆에는 프레야가 아무 말없이 아들 오스카와 함께 누워 있었지만 자고 있지는 않았다. 아인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프레야, 괜찮아?”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프레야가 입을 열었다.


“꼭, 가야겠어?”


“응, 나는 그 자리에서 다짐했어. 부모님과 프로스트블룸 씨를 위해서라도. 모든 용을 죽이겠다고.”


“하지만… 그러다가 네가 죽으면 그럼 나랑 오스카는 어쩌고?”


그 말을 듣자 아인은 프레야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난 절대 죽지 않아. 솔직히 나도 오스카랑 널 두고 가기는 싫어. 과거가 없는 ‘아인 발터’로 3년동안 살았지만 너와의 3년은 너무나 행복했어. 하지만 이대로 나만의 행복에 빠져 있으면 우리 같이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이들이 더 늘어날 거야.”


프레야와 아인의 눈이 마주쳤다. 아인의 노란색 눈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 가도 돼, 하지만… 죽지 마”


다음날, 아인은 모든 짐을 챙겨 영주가 빌려준 말에 올랐다. 


“아인, 여기서 트리움피한 까지는 말을 타고도 일주일이네 조심하게,”


“걱정하지 마세요, 오토 폰 레오폴트 남작님. 제 앞가림 정도는 하니까.”


아인은 조용히 오스카를 안아주었다.


“오스카, 아빠가 꼭 돌아올게.”


그리고 아인을 실은 말은 달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마을을 벗어났다. 아인은 멀어져 가는 마을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등을 돌려서 바라보았다.


며칠 후, 아인은 어느새 트리움피한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 ‘스톰힐’에 도착했다.


‘여기서 쉬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되겠어, 마지막이니까 여관에서 자는 사치 정도는 누려볼까?‘


아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을 광장 옆에 있는 여관, ‘작은 술통’에 들어섰다. ‘거참 이름 한번 특이하네.’ 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선 아인은 왜 이 여관의 이름이 그런지 알 법도 했다. 이 여관 역시 대부분의 여관들처럼 1층에는 술이나 음식들을 팔고 2층에는 손님들을 제우는 구역으로 나뉘는데 여관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것이 바로 큼직한 술통 이였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어서오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 여관의 주인이 분명한 붉은 머리의 드워프였다. 


“손님 어서 오세요!”


아인은 주인에게 물었다.


“하룻밤 묵을 건데 방은 얼마입니까?”


“혼자시군요. 개인 방은 하루에 50실버입니다(100코피=1실버, 200실버=1골드이며 대부분 주민들의 주식인 빵이 한 덩어리에 80코피에서 1실버가량 한다. 일반 농민들에게 1골드는 큰돈.). 저희 여관의 자랑인 ‘땅딸보 맥주’는 한잔에 10코피이고, 한 끼 식사를 담당하는 빵은 한 덩어리에 1실버입니다!” 


아인은 주인의 책상에 51실버를 내려놓았다.


“방 하나와 빵 한 덩어리 주십시오.”


“네 그러죠.”


여관 주인은 바람처럼 오븐에서 빵 한 덩이를 꺼내 아인의 탁자에 올려놓았다. 아인은 조용히 빵을 먹어 치웠다. 주변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보아 이 여관의 맥주가 상당히 유명한 듯보였다. 하지만 아인은 술이 그렇게 마시고 싶지 않아 빵을 먹은 뒤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는 다행히 인간의 기준으로 적절한 크기의 침대와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인은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어느새 마을을 떠난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을 몇 개를 지났지만 용에 관하여 들은 건 없어. 카이저를 알현하면 뭔가 알 수 있을까?’


그때, 아래층에서 갑자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인은 조심스레 자신의 무기를 챙기고는 계단으로 움직였다. 카운터에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주인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봐, 아저씨. 말했을 텐데, 오늘까지 자릿세 5골드라고.”


주인은 그들의 말을 받아 쳤다.


“닥쳐, 난 여기서 20년 동안 살아왔어!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몹쓸 꼴 보기 전에 꺼져!”


“이 개미만 한 드워프가 미쳤나? 우리 ‘용가죽파’에게 뭐라고? 그래, 여기서 본보기를 보여주마!”


깡패는 주인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인은 그와 동시에 깡패에게 덤벼들려 했으나… 아인이 몸을 채 움직이기도 전에 주인장이 번개처럼 깡패의 주먹을 피한 다음 중심을 잃은 깡패의 뒷목을 내려쳤다. 그 깡패가 순식간에 정신을 잃자 연이어 다른 깡패가 주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나 다리가 반도 채 돌아가기 전에 주인장의 주먹에 인중을 얻어맞고 쓰러졌다.


“하!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 나대기는. 썩 꺼져! 네놈들에게 줄 돈은 없다!”


깡패들은 순식간에 도망쳤다. 아인은 칼을 집어넣으며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작게 박수를 쳤다.


“주인장, 대단한 싸움실력입니다.”


“하! 고맙네, 젊은이 내가 이래 보여도 젊었을 때는 전장에서 수많은 오크들과 사투를 벌였지!”


아인은 잠도 오지 않겠다. 그냥 여기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인이 적당한 탁자에 앉는 그 순간, 아까 전의 깡패들과 같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10여명 가까이 우르르 몰려와 여관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조금 전 주인장에게 얻어맞았던 조무래기가 그 옆에 덩치 큰 사내에게 말했다.


“저 드워프입니다. 형님!”


“네가 내 부하들을 이 꼬라지로 만들었냐?”


주인장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내가 그랬다.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를 놈들이 이제는 때로 왔구먼.”


“말이 안 통하는 놈이군, 정리해.”


그 말과 함께 10여명의 깡패들이 주인장에게 덤벼들었다. 주인장은 처음에는 조무래기 몇 명을 쓰러뜨리며 분전했으나 숫자에서 밀려 결국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나뒹굴었다. 형님 소리를 듣던 가장 덩치가 크고 험상궂은 남자(조직의 간부 정도로 보였다.)가 주인장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아저씨, 그냥 순순히 돈만 내면 되잖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주인장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네놈 따위에 줄 돈은 없다!”


간부는 열이 제대로 받아 소리쳤다.


“이놈을 끌고 가! 그분에게 바쳐!”


아인은 자신을 지켜보던 조무래기들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 빠르게 무기를 들고 덤비려 하는 순간 여관의 문이 벌컥 열리며 등에 지팡이를 맨, 작은 키를 가진 금발의 여자 엘프가 여관에 들어왔다. 아인과 깡패들이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전혀 시선을 돌리지 않고 조직 간부에게로 다가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이봐, 아저씨. 그 남자에게서 손 때.”


잠시 멍하니 있던 조직 간부는 여관 떠나가라 크게 웃었다. 뒤의 졸개들도 따라 웃었다.


“으하하하! 뭐라고 아가씨? 내가 뭐?!”


조직 간부는 잠시 그녀를 처다 보더니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나저나 아가씨, 상당히 반반한데…”


그녀는 조직 간부의 팔을 쳐냈다.


“어딜 손대!”


간부가 외쳤다.


“예들아! 저년도 붙잡아!”


아인은 이번에는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서려 했다. 그때,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허공에서 얼음이 나타나 한 조무래기의 가슴팍을 찔렀다. 놈이 단발마와 함께 쓰러지자 곧이어 그녀의 손에서 불꽃이 일더니 다른 조무래기에게 날아들었다. 불꽃을 뒤집어쓴 놈은 비명을 지르면서 여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두 명이 당하자 조폭들도 몹시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조직의 간부가 더 크게 소리쳤다.


“멍청이들아! 여자라고 봐주냐?! 한꺼번에 싸워!”


그 말을 들은 조무래기들이 단체로 그녀에게 덤비자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주문을 읊었다. 조무래기들의 주먹과 발이 그녀에게 닿기 직전, 여자가 주문의 영창을 끝냄과 동시에 양 팔을 높게 들어올리자 바닥에서 얼음이 솟구쳤다.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10명이나 되는 조폭들이 날카로운 얼음에 무력화되어 순식간에 남은 사람은 뒤에서 명령을 내리던 그 간부와 아슬아슬하게 피한 조무래기 하나뿐 이였다. 아인은 다시 칼을 집어넣으며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거참 내가 주인공인데, 활약할 틈도 안주네.”


조직의 간부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네 년이... 감히 내 부하들을! 죽여주마!”


놈이 빠르게 그녀에게 달려들었으나 그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주문을 날릴 준비를 하자 아까 전의 기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겁이 난 듯 돌진을 멈추고 순간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마법이 나가지 않자 그녀는 몹시 당황했는지 큰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마나가... 없네?”


잠시 정적이 돈 뒤, 조직 간부는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다시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위험하다!’


아인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오라아아아아아아!!!”


그녀는 강렬한 기합과 함께 끝에 그녀의 머리 만한 크기의 초록색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간부의 머리통에 휘둘렀다. 지팡이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그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탁자를 뒤집으며 엎어졌다. 곧이어 그녀는 마나를 채워주는 물약을 찾기 위해 다급하게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렸으나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마나 물약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는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간부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그제서야 드디어 아인이 나섰다. 아인은 질풍보다 빠르게 방패로 자신에게서 관심을 완전히 끊고 있던 놈의 등을 후린 다음 칼자루로 중심을 잃은 그의 뒤통수를 강하게 가격했다. 그가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정신을 잃자 아인은 칼을 집어넣으며 아직까지 겁에 질려 있는 조무래기에게 말했다.


“너, 이놈 아직 안 죽었으니까 이놈 가지고 네놈들 보스에게 전해, 한번만 더 이런 짓거리를 벌이면 정말로 쓸어 버리겠다고.”


조무래기는 간부를 업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 아인은 주인장에게 다가갔다. 주인장은 생명이 위독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인은 응급치료법을 알지 못했다. 그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찰나 방금 전의 마법사가 다가와 마법으로 주인장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주인장은 안식을 되찾자 아인이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마법사씨, 이름이…”


“잔 르블랑입니다. 저야말로 정말 고마워요. 마침 그때 마나가 떨어져서. 당신이 아니 었다면 정말 곤란했을 거에요.”


아인은 잠을 자는 주인장을 뒤로 하고 1층으로 잔과 함께 내려왔다. 감사의 대가로 아인은 그녀에게 술이라도 사주고 싶었다. 다행히 그녀는 술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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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장미단은 다시 피어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