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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의나라
신재희: 부모님의 이혼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생활하는 주인공. 사진을 좋아하며 사진 알바와 편의점 알바를 하고있다.
오다 소헤이: 재희의 유일한(?) 친구. 가벼운녀석이지만 거짓말을 못하며 시끄러운 친구. 여자를 좋아한다.
니시카와 카오리: 단발머리의 단정하고 이쁜 선배. 소헤이와 같은 학교이며 미술부. 편의점 알바 선배이기도 하다.
의문의 소녀: 밤마다 편의점을 찾아오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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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사락 사사삭..’
눈이 내리는 소리는 이곳에서 처음 듣는 소리다. 내가 살았던 곳은 이런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눈이 아예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정도로, 온세상이 하얗게만 보일정도로 내리지 않는다는 소리다. 도시에만 살아봐서 그런지 많이 올때도 금방 회색빛으로 녹아 더러움만 가득할 뿐,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어볼 겨를은 없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초여름이 되어 눈이 녹을때가 되어서야 지저분해진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마저도 빨리 치워지는듯 하다. 한마디로 이곳은 눈의 나라, 눈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아름다웠다.
내가 이곳에 온것은 약 1년전,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때 엄마의 외도로 갈라서셨고, 나는 그 당시 경재능력이 있는 아버지를 따라 함께 집을 나왔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일본 도쿄로 발령을 받아 함께 일본으로 오긴 했지만 그‘아버지’라는 사람과 붙어있기 싫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홋카이도, 그중에서도 북단에 위치한 키타미라는 도시였다. 말이 도시지 정말 시골같은 곳이었다.
유학을 가고 싶었던 나에게 이곳은 둘도없는 좋은 선택지였다. 어차피 일본을 벗어나는것이 혼자의 능력으로는 한계가있다고 생각이 들어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었을 뿐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내가 집을 구할때나, 학업에 충실하게끔 금전적 도움을 주긴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부담이 되었다. 아버지란 사람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는 아버지라는 명분으로 나를 귀찮게 하거나 간섭하진 않았다. 내가 아버지를 따라나선것은, 법적으로, 그리고 금전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필요에 의해서 그렇게했을 뿐, 돌이켜 보면 전혀 행복한 가정이라고 할 수 없는 집이었다.
그런면에 있어서 이 하얗고 추운, 이 눈의 나라는 나에게 더없는 해방구같은 느낌이었다. 사진을 전공으로 하고 싶어 대학의 관련 학과를 가볼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 먼저 금전적으로 독립을 하고 싶었기에 대학을 포기하고 편의점 알바와 사진 알바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이 도시는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은 참 아름답고 좋은 곳이지만 딱하나 맞지 않는것이 추위였다. 워낙에 추위를 많이 타기도 했지만 평균기온 자체가원래 살던 서울이나 잠깐 머물렀던 도쿄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패션에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오히려 다행이었는지도모른다. 두꺼운 겉옷만 있으면 되었으니까.
‘딩 동, 딩 동’
“어서오..아 재희였군!”
“안녕하세요 선배.”
편의점의 맑은 벨소리를 들으며 들어가자 오후조 알바인 니시카와 카오리가 나를 반긴다.
니시카와 카오리는 나보다 1살 위인 프리터이자 근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중인 학생이었다. 지금은 휴학중이라는데 굳이 그녀를 선배라고 부를 이유는 없었지만 이곳에서의 첫 알바, 첫 일을 잘 가르쳐주고 또 이곳 키타미라는 낯선 마을에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것 만큼은 고마움을 느껴 선배라고 부르고 싶었을 뿐이다.
“아우~ 선배라는 소리는 언제들어도 좋다니까~ 재희같은 착하고 잘생긴 후배가 있으면 언제든 환영이겠지만..”
아무래도 선배라는 소리를 좋아하는듯 했다. 니시카와 카오리는 이쁜얼굴의 미인 타입이었다. 이 하얀 눈의 나라와 어울리는 하얀 얼굴과 일본인 치고는 꽤 큰 키, 그리고 검은 단발머리에 화려하진 않지만 이쁜 얼굴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미인’ 이라는 느낌이었다.
“이제 제가 할게요. 일찍 들어가세요”
“오오 그럴까? 대신 나중에 맛있는거 사줄게!”
“어차피 햄버거일거면서..”
“어허! 햄버거 무시하는겐가!”
“아녜요. 기대할게요.”
“그나저나 말이야. 아무리 학교 안다녀도 밤샘 알바는 힘들지 않아?”
“뭐 처음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3개월 넘어가니까 적응 하던데요..”
“잠은 언제자는거야?”
“아무때나..사진 알바 없으면 낮에 푹 잘 수 있죠.”
“그런가..ㅋ 나는 밤잠이 많아서 말이야.”
“네..”
내가 사는 집과 그녀의 학교 중간쯤 위치한 이 편의점은 오전엔 주인 아줌마, 오후엔 니시카와, 그리고 밤엔 내가 일하는스케줄이다.
“그럼 수고하게나! 나는 이만!”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나온 니시카와 선배가 힘차게 손을 흔들며 편의점을 빠져나간다. 나는 그녀가 어딜가는것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곧 그 관심은 사라져 버린다. 저녁까지는 사람이 많은 이 편의점은 밤이 되면 분위기가 변한다. 아무래도주변에 자리잡은 유흥가 때문일것이다. 다행히 치안은 좋아서 행패를 부리거나 진상 취객은 없었던게 다행이긴 했다.
‘딩 동 딩 동’
문이 열리는 소리와 벨 소리가 났지만 인기척이 나지 않는다. 진열대가 높아 그 위로 머리가 보이지 않는것을 보니 키가작은 사람인가보다. 그때 안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재희의 정면쪽에 교복을 입고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소녀가 나타났다. 이시간 이기간에 교복이라니.
“어..서오세요..?”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는 흠칫 놀란듯 하더니 주춤주춤 다가오기를 망설인다.
“계산 하실거 있으신가요?”
결국 그녀는 도망치듯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재희는 혹시 그녀가 뭘 훔친건가 해서 사무실쪽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손님들이 몰려와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래도 꽤 규모가 있는 편의점인데 한명씩 근무를 하는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인아주머니께 말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한동안 손님의 물결을 치뤄내고 조금 여유를 찾은 나는 아까의 일이 떠올라 사무실로 들어가 CCTV를 확인해 본다. 편의점 자동문이 열리고 화면이 깜빡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그녀가 카운터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화면이 보였다. 그리고 나를 보고는 도망치듯 문을 나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버린다. 바깥 CCTV를 봤지만 그녀는 어느새 어둠속으로사라져 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소녀가 머물렀던 입구 앞으로 가봤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렇게 다행히 별일이 없는듯 하여 다시 일을 시작했고, 새벽녘 주인아주머니가 올때까지 별 탈 없이 지루한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날이 춥고 눈이 와서 그런지 바깥 자리에도 사람은 없었다.
“수고했어, 이만 들어가도 돼”
“네..아 그리고, 혹시 사람 더 구하지 않을건가요?”
나는 아까 생각한 바를 주인 아주머니께 슬쩍 말해본다.
“왜? 힘들어?”
“아 뭐..저는 그렇다쳐도 니시카와 선배는 괜찮은가 해서..”
“안그래도 중간 쉬프트를 한명 더 구할까 하긴 했는데..니시카와랑 너랑 겹치게 중간으로..”
“아 그것도 괜찮겠네요..”
“어쨌든 함 알아볼테니까”
“네..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편의점 문을 나선다. 나는 이때가 가장 싫었다. 따뜻함에 적응된 몸은 이 추운도시의 차가운새벽공기에 적응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그나마 바람이 적어 조금 나았지만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옷을 아무리 여며도 견디기 힘든 추위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눈이 쌓인 길을 걸어 아파트로 가는 길, 그다지 멀지 않은 길이지만 추위때문인지 매번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은 도시에도 이 시간까지 놀고 먹고 마시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들을 지나쳐 걸음을 계속 하던 나의 눈에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나이가 조금 있어보이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해맑게 웃으며 길 건너편을 걸어가는 사람은 바로 니시카와 카오리 선배였다. 반가움도 있었지만 귀찮기도 했고, 실례가 아닐까 싶어 조용히 갈길을 간다.
‘남자친구…아니지..얼마전엔 다른 사람이었는데..밤 잠이 많다더니..’
솔직히 니시카와선배의 저런 모습을 본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같은 사람과 있던 모습을 본적도 있지만 매번 다른 사람이옆에 있는것 같았다. 처음엔 그녀의 양면성에 적지않게 놀랐지만, 곧 일본이라는 곳의 분위기와 그들의 사상, 그리고 빠른 적응력 덕분에 시간이 지남에따라 받아들이기 수월해졌고 현재 그녀는 그저 고마운 선배로서 충분한 존재였다. 사실그녀가 밤에 무얼 하고 돌아다니는지 상관도 없었지만 말이다.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건물들이 늘어선 번화가를 지나 그 건물들이 차츰 적어질때쯤 나의 보금자리인 조그만 아파트가 나온다. 3층건물인 이 아파트는 나름 새로 지은 건물이라 깨끗했고 보안도 괜찮은,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다행히도 난방까지 잘 되어 있는 곳이기에 그 조건이 이곳을 고른 가장 큰 요인이 된 것이기도 했다.
이 곳은 1층에 집주인과 경비실, 창고등이 있고 2층에 5세대, 그리고 내가 사는 3층에 5세대가 있는 작은 건물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별 큰 관심이 없었던 나로선 주변에 누가 사는지 알길도없으려니와, 알고싶지도 않기는 했다. 누군가인생에 간섭하는것을 싫어하는 성격인것을 부모같지도 않은 사람들이랑 살면서 느껴온듯 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보통 이렇게 시간을 떼우다가 잠이 들기도하고 또 해가뜰때까지 잠이 안오기도 했다. 오늘은 주말이고 별다른 일은 없었기에 꽤 오랜시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잠이 든다.
다시 눈을 뜬 것은 해가 가장 높이 솟아 오른 오후 1시. 부스스한 몸을 일으켜 목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오늘은 날이 맑은것 같았다. 그래도 추운건 여전할테지만. 침대에서 내려와 무거운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펴본다. 커튼을 걷어 밖을 보니밤새 눈이 내렸는지 온통 하얗게 물들어 있었고 구름은 많지 않아, 밝은 햇살이 눈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멍하니 창가에서 밖을 보다가 소파에 앉아 멍하니 티비만 바라본다. 물론 티비는 꺼져있다.
‘띠링’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들려 손으로 집어든 나는 누군지 뻔하다는 표정으로 무심히 핸드폰을 바라본다. 그도 그럴것이 나에게 연락올 사람이라고는 편의점 주인아주머니, 그리고 가끔 쉬프트 바꿔달라는 연락을 하는 니시카와 선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녀석, 바로 오다 소헤이 하는 녀석이다.
내가 이곳에 머무르기 시작하고 사진알바를 시작하면서 만난 인연인데, 나와 정반대인 성격에 넉살좋고 친화력이 갑인녀석이었다. 니시카와 선배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녀석인데 니시카와 선배를 통해 편의점 알바를 소개해준것도 이 녀석이다. 가끔 귀찮긴 했지만 니시카와 선배만큼 고마운 녀석이기도 했다. 이녀석도 나를 소위 절친으로 말하고 다니니 말이다.
문자를 확인해보니 주말 스케줄을 물어보고있었다.
‘요! 주말에 모하냐! 별일없는건 알고 있으니 나랑 놀자’
‘알면서 뭘 묻냐. 뭐하게?’
‘뭐겠냐! 술이나 한잔 하자는거지!’
‘왜 또? 또 여자냐?’
‘커헉..그..그래..상담좀 부탁한다..’
‘니가 쏴라’
‘알았담마!’
‘그래도 나 10시엔 알바 가야돼.’
‘알어. 일찍 만나고 일찍 헤어지면 되지’
‘그려..장소나 문자로 남겨. 이따보자’
‘롸져댓!’
제멋대로인 시끄러운 녀석이었지만 어째선지 정반대의 성격인 나에게 친하게 굴었다. 친구가 많을것 같은 성격이었지만오히려 마음을 터 놓는 친구는 없다고 했고 그래도 나에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나의 음침하고 무거운 성격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변태가 틀림없어보였다.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약속시간이 다 되어 천천히 나갈 준비를 하고 번화가로 나간다. 여긴 이 번화가라는 곳에 모든것이모여있다. 남자녀석과 둘이 바깥에서 만나는것도 이상해서 소헤이에게 술집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고 그녀석은 왠일인지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춥다.”
“아직도 추위 타령이냐. 이제 적응할때도 됐자나?”
“내가 다른건 다 적응 했는데 이건 적응에 안된다.”
“그건 니 옆에 여자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냐.? 그나저나 오늘은 또 무슨일인데?”
소헤이란 녀석은 뭔가 친구와 문제가 있을때마다 나를 불러내곤 했다. 거의 여자 문제이긴 했지만 딱히 무슨 문제든 상관없었다. 조용한 성격의 나에게 소헤이란 존재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대변인 같은 느낌이었다. 여자친구를 사겨본 적은 있지만 경험은 없었고 그마저도 평범하게 두번 사귀어본게 전부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는일본여성에 대해선 아직 어떠한 경험도 없다. 말을 자연스럽게 섞는 또래 여자는 니시카와 선배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면에 있어서 이 소헤이란 녀석은 신선한 존재였다. 내가 이런 상황인걸 알면서도 꽤 적나라하게 그의 문란한(?) 여성관계를 피력한다. 하지만 여자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느낌은 전혀 없다. 단순히 외로움을 못견디는 바보일 뿐이다. 그러니 이 여유로운 주말에 이렇게 남자 둘이 술이나 마시고 있는것일게다.
“야 듣고 있냐?”
“어어 그래..그래서?”
“아니 그러니까..같이 미팅도 좀 나가고 그러자고..재희 너 정도면 여럿 울릴거라니까?”
“왜 미팅에 경쟁자를 데려가려 하냐..?”
“그냥 같이 놀다가 좋으면 좋은거지 무슨 경쟁이냐? 솔직히 니가 누구 좋아한다고 하면 난 얼마든지 포기해주마!”
“뭐냐 그게 ㅋㅋ”
“크크크크크”
소헤이는 장난스럽게 말을 했지만 진심어린 눈빛으로 나의 반응을 살핀다. 그런 녀석이다. 웃음이 많지 않은 나는, 소헤이 덕분에 하루에 적어도 한번은 웃게 되니 나로선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감정이 있다는것을이 가벼운 남자로 인해 알게 된다는게 웃기지만 말이다.
결국 소헤이의 넋두리는, 썸녀인줄 알았던 여자가 썸녀가 아니었고 짝녀였으며, 그 허무함을 이기지못해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퇴짜를 맞고 정식루트인 미팅으로 나를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녀석이 정말 누구와 진심으로 사겨본 적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난 관심없는데..”
“하아..너도 이제 일본 여자들도 만나보고 그래야지”
“다를게 있나..”
“모르지 나야. 한국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으니..이곳에서 한국사람을 본적도 없고 ㅋ 니가 최초다.”
“ㅋㅋ그나저나 사진알바는 또 언제야?”
“아 맞다. 그 말도 하려고 했는데.”
“그걸 먼저 말하라고.”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나에겐 생사가 달린일이다.”
“ㅋㅋㅋ 이제 인물사진이랑 모델컷도 시작할거 같애. 그리고 그러다보면 야외로 나가는 일도 많아질거고.”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사진부였던 소헤이의 소개로 알바를 시작했지만 제품이나 정물사진이 전부였고 다른건 그냥 혼자 돌아다니면서 찍은 막사진들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용주인 대학 교수가 내사진을 마음에 들어해, 소헤이와 함께 협업으로 이런저런 경험을 쌓는 것을 허락해 주었기 때문에 나로선 돈도 벌고 좋아하는 것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일이었다.
“나도 하는거냐?”
“당연하짐마! 알바라곤 하지만 왠만한 녀석들보다 사진 실력은 좋으니, 교보재로도 사용하고 또 서포트도 하고, 서로 놓친부분 체크도 하고, 아마 너 우리학교 특별전형 시험보면 단번에 붙을걸?”
소헤이란 녀석이 매번 하는 소리지만 나는 큰 관심이 없었다. 무언가를 배우는것이 귀찮았다. 더군다나 학교까지 다니며그러는것이 싫었다. 그리고 돈벌이만으로 충분하다 느낀 사진기술이었다. 누군가가 인정을 해준다는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게 다였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게 됐다. 그래서 말인데 가능하면 주말 편의점 알바는 쉬는게 어떠냐?”
“언제부터인데?”
“새학년부터지! 3월부터”
“두달도 안남았네.. 아줌마한테 얘기해볼게”
“그래그래! 아마 그만큼 돈은 두둑히 받을 수 있을거야.”
“근데 난 누굴 찍어줘 본적이 없는데..”
“그건 걱정마라. 니 실력이면 문제없을거다.”
“어쨌든 알았어. 그만 일어나자.”
“미팅은?”
“안가임마!”
“제발…”
“몰라임마 ㅋㅋ”
징징대는 그를 버려두고 먼저 가게를 나오자 그녀석이 쫄랑 쫄랑 쫓아오며 귀찮게 한다. 그녀석의 칭얼거림은 편의점에다올때까지 계속 됐다.
‘딩 동 딩 동’
“어서..오오 오늘도 일찍 왔네 재희? 엇! 오다군까지?”
“안녕하심까 선배!”
“응 오랜만이네 ㅋ 방학내내 뭐하고 다니길래 이 작은 마을에서 얼굴도 안보여?”
“저야말로 선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맸는데 보이지 않던걸요!”
“ㅋㅋ실없는 소리하지말고! 재희는 옷갈아입어. 나 오늘도 일찍가도 돼?”
“네 그러세요.”
“오에!!”
나는 소헤이를 남겨두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니시카와 선배가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고 소헤이는 어째선지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냐 더럽게..”
“더럽다니! 넌 선배의 저 아름다운 미모를 보고도 아무느낌이 없단 말이냐!”
“느낌은 무슨..너처럼 그러고 있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이녀석이 아름답다고 한 것은 거짓말안 아니었나보다. 소헤이는 가벼운 녀석이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 녀석이었다.
“하아..한번만이라도 니시카와 선배랑 데이트 해봤음 좋겠네.”
“꽤 순박하네, 더 바랄 줄 알았는데.”
“저런 아름다움을 섣불리 대할 순 없지!”
이 녀석은 니시카와 선배의 본 모습은 모르나보다. 하긴 나도 확실히 아는것인 아니다. 추측일뿐, 그녀의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알기는 어렵다.
“아직도 실없는 소리 하고 있는거야?”
어느새 니시카와선배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나에게 촙을 날린다.
“아야..아니에요. 들어가세요.”
“오오냐. 그럼 나 먼저 갈게!”
“들어가십쇼! 선배!”
“그래, 곧 2학년인데 준비 잘하고!”
“넵!”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편의점을 나갔고 소헤이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 헤벌쭉한 표정을 지으며내게 다가온다.
“오지마라 바보 묻는다.”
“뭐라는거냐. 그나저나, 니시카와 선배는 남자친구 있나?”
“알게뭐야. 넌 뭐 아는거 없어?”
그녀의 사정을 들어보려 소헤이를 떠봤지만 아는게 없는 눈치다. 내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음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으이구. 너도 남자구만!”
“뭐가?”
“관심있는거야?”
“누가?”
“누구긴 너 말야 너!”
“내가 누굴?”
“니시카와선배!”
“뭐래. 얼른가라 귀찮다 이제”
“ㅋㅋ어쨌든 잘해봐라 임마! 응원한다. 힘들겠지만..”
“꺼져라 얼른. 일해야된다.”
“그래 그럼. 간다! 연락하마!”
무슨 연락일까 생각하다가 미팅이 떠올라 손으로 엑스자를 크게 내보이고는 그녀석을 쫓아냈다. 그리고 찾아온 여유로운시간. 주말엔 사람이 더 없긴하다. 그러길 얼마 후, 벨소리가 나서 문쪽을 바라보니 어제 그 여자 아이가 똑같은 차림으로들어와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버린다.
“야. 잠깐!”
카운터에서 급하게 빠져나와 그녀를 따라 나가봤지만 하얀 어둠속에서 그녀를 찾을 순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돌아보아도 인기척도 없다. 곧 현실을 자각하고 유니폼만으론 어쩔 수 없는 추위를 피해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온다.
이상하다 생각했다. 대체 그녀는 뭘 원하는것일까.
그리고 또 그녀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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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처음 글을 올려봅니다.
예전부터 쓰던 글인데, 어떨지…ㅎ
장르는 일상, 로맨스, 미스테리 입니다.
잘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