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입학인 건가?"


교문을 바라보며 어느 소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소녀의 이름은 릴리 베아트리체, 자타공인 최강의 마도검사라 불리는 녀석이다. 

그녀가 신입생으로 들어오게 된 이 학교는 팔라딘 기숙학원이라 한다.


이 학원은  세계최강의 결투가들을 양성하는 곳이다.  


"이 학원을 다니다 보면 언젠가 강한 녀석들이랑 한판 붙을 수 있겠지? 엄청 흥분돼....♡"


릴리는 그 상상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저릿거리는 걸 느꼈다.


그녀는 남들이 보기에 광기로 보일 만큼 전투광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강한 녀석과 싸울 때마다 흥분하는 진성 사디스트(?)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애갠 단 한가지 신념이 잇는데, 바로 약한자에게만큼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비겁하고 졸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중 어디선가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아아, 신입생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잠시후 9시 20분부터 체육관에서 입학자격시험이 있을 예정이니 

관계자 분들과 신입생들은  즉시 체육관으로 집합해주시기 바랍니다."


"호오, 입학시험이라..... 기대되는 걸?"

릴리는 우득 주먹을 꺾고는 시험을 보러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마치 고대 로마 시대의 콜로세움 경기장을 보는 것 같았다.


"우와, 존나 넓네.... 여기서 테스트를 보는 거야?"


그녀는 넋을 놓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누가봐도 학생회 임원인 것 같은 사람이 다가오더니 시험 절차가 적힌 책자를 건네주면서 줄을 서라고 안내했다.


그 줄은 다름 아닌 일종의 신체검사였다.


세계최고의 격투가를 양성하는 곳에서 약한 체력을 가진 자는 당연하게도 용납되지 않는다.

벌써 맨 앞줄부터 좌절과 탄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1차 검사인 몸무게 측정과 기초체력 테스트였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그녀의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가 나오자 나는 들뜬 기분으로 시험을 보러 갔다.


"자네에겐 전혀 망설임과 떨림이 느껴지지 않는구만.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건가?'


"네, 물론이죠. 전 제가 시험에 합격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면접관의 돌발 질문에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했다.


먼저 몸무게 검사를 실시했는데, 담당관이 결과를 보고 살짝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여자의 평균 몸무게보다 너무 가벼운데....... 괜찮을려나?"


측정 결과를 보니 44.2kg라고 나와있었다.


몸무게 측정이 끝나고 다음은 기초체력검사였다.


눈 앞에 놓여진 10kg 짜리 추를 들고 몇분동안 버틸 수 있는지 였다.


'뭐야, 이거... 엄청 쉽잖아?'

그녀한테 그정도 무게는 마치 깃털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한손으로 거뜬히 들었다.


정확히 3분동안 버티면 되는 거였다.


릴리는 한 껏 편안한 표정으로 들고 나서 추를 다시 내렸다.


면접관은 경이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합격이라는 도장을 찍었다.


그녀는 뛸듯이 기뻤다. 드디어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됐다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시험이 바로 학생회 임원들과 직접 결투를 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전투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았다.


시험의 내용은 임의로 짜여진 신입생 조 4명과 학생회임원 4명이 서로 결투를 벌여서 

먼저 리타이어하는 쪽이 패배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학생회 임원들을 넉다운 시키면 합격된다는 소리이다.


릴리는 조 명단에서 D조에 들어가게 되었다.


먼저 결투를 치르기 전 팀원끼리 서로 통성명하는 시간을 주었다.


비록 잠깐이지만 서로의 전력을 안다면 학생회를 쓰러트리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그녀는 d조의 다른 멤버가 있는 부스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나랑 같은 여학생 3명이 앉아 잇었다.


그녀는 뻘쭘히 자리에 앉아서 대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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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어색한 기류가 흐르던 중 빨간 생머리의 여자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난 체리 아나스타샤라고 해. 특기는 맨손 격투랑 자력 조종이야."


첫번째 주자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서 두번째 타자로 내 차례가 되었다.


릴리는 멤버들에게 간단히 이름과, 능력을 소개시켜줬다.


"오오.... 대단한데? 마도검사 속성은 흔치 않은데..... 그럼 혹시 마검도 보여줄 수 있어?"


"응, 당연하지."


그녀는 케이스의 지퍼를 열어 자신의 마검인 스칼렛을 보여줬다.


마검의 늠름하고 우아한 자태에 다른 멤버들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헐..... 개쩐다..... "


"한번 만져봐도 돼?"


"미안하지만, 그건 안될 거 같아. 얘가 다른 사람의 손길은 거부하거든."


"글쿠나."


이후 나머지 두명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확성기에서 d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투장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하얀제복을 입은 학생회 임원 네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풍채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투가 시작되기 전 릴리는 상대편을 쭉 훑어보면서 약점이 있을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단 제일 둔해 보이는 떡대를 노리기로 했다.


잠시 후 심판이 결투장에 올라오고는 호루라기를 불며 시합 시작을 선언했다.


 d조와 학생회 멤버들의 기합소리가 결투장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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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는 제일 먼저 아무것도 안하고 팔짱만 끼고 있는 떡대를 타깃으로 잡아서 집중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에게 아무런 데미지도 입히지 못했다.


"칫..... 이거 꽤 장기전으로 갈 거 같은데?"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상태를 살펴봤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멤버들은 각자 학생회 임원들을 상대하느라 벅차 있었다.


릴리는 팀원과 함께 다른 학생회 멤버를 공격하면서 빈틈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빙결계 능력자, 말 그대로 얼음을 자유자재로 생성해서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이다.

 그는 d조 멤버들의 능력을 전부 양팔로 막아내고는 입김을 불어 그들의 다리를 얼려버렸다.


"젠장, 다리가 얼어버렸잖아."

체리가 낑낑대며 말했다.


"이번 신입생도 별거 아니구만? 너무 시시해."

 

"글쎄? 시시한지 아닌지는 대봐야 알지."


릴리는 상대가 우리에게 일격을 내릴려는 순간 재빨리 허리에서 스칼렛을 발도해 프로펠러처럼 마구 빙빙 돌려댔다.


"으읏....!!"

상대는 결국 마검의 풍압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나가 떨어졌다.


그 순간 다리를 묶어놨던 얼음도 드디어 부셔졌다.


"체리야, 이 사람은 내가 끝낼게.  시시하다고 말하니까 열받아서 말야."


"그래, 난 다른 애들 돕고 잇을게."


그녀는 다시 일어서서 전투 태세를 갖추려는 상대의 주변에 마구 검의 분신들을 세우고 나서

 이도류로 마구 공격하면서 베어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직 릴리만이 갖고 있는 필살기인 무한일섬: 캘러미티 스트라이크이다.


상대는 결국 아무런 공격도 하지 못하고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드디어 장장 50분만에 학생회 한명을 넉다운 시켰다.


하지만 아직 3명이 남았기에 마냥 안심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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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릴리가 점찍어둔 그 상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드디어 싸울려는 거야?"


그녀는 스윽 미소를 짓고는 검을 빼들었다.


다시 한번 더 달려들어서 상대에게 마구 검을 휘둘러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어째서 공격이 통하지 않는지 공격하면서 생각해보았다.


그러던 중 문득 상대가 기류를 조절할 수 있는능력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릴리는 공격을 멈추고 검을 바닥에 내리 꽃아 바닥의 대리석을 부숴버렸다.


"..... 무슨 속셈인 거지?"


그녀의 돌발행동을 이해할 수 없더는 듯한 상대가 말을 꺼냈다.


"잠깐 기다려봐. 그쪽을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으니까 말야."


릴리는 대리석이 부숴지면서 생긴 분진을 한움큼 집어 상대를 향해 뿌렸다. 

그 순간 그녀의 추측대로 분진은 그의 얼굴을 빗겨갔다.


"역시 내 추측이 맞았네. 당신의 능력은 기류를 조절하는 거였어."


"호오, 대단하군. 내 능력을 간파해낼 줄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목을 우득 꺾더니 단숨에 릴리의 아랫배에 주먹을 꽃아넣었다.


그녀는 순간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젠장..... 너무 빠르잖아...'


그 순간  초점을 잃은 릴리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바로 스칼렛이 강제로 그녀의 몸의 주도권을 빼앗은 것이다.


릴리의 머리카락이 전부 휜색으로 변하더니 그녀의 몸 주변에 오오라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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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은 몸을 비틀며 다시 일어나고는 기합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대는 순간 바뀌어버린 분위기에 흠칫하고는 전투태세를 갖췄다.


"호오, 분위기가 바뀌었군. 이중인격이라도 되는 건가?"


"......"


스칼렛은 이성을 잃고 검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록 제대로 공격하지는 못했지만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괴성을 지르며 목을 우득 좌우로 꺾고는 검을 치켜들어 그를 찔렀다.

다행히도 검은 그의 셔츠 윗부분을 스쳐 지나갔다.


"굉장한 힘이다.....  하지만 이번 공격도 막아낼 수 있을까?"


그는 비틀 거리며 일어서고는 고속이동 (클락 업)을 사용해서 스칼렛의 시야를 방해했다.


하지만 그 순간 스칼렛은 돌려차기로 순식간에 그를 넘어뜨리고 나서 다시는 반격할 수 없도록 완전히 제압했다.


쓰러진 그의 위에 올라타고는 마구 주먹을 난사해서 기절시킨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완전히 그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말았다.


이후 스칼렛은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주도권을 다시 릴리에게로 넘겨줬다.


"어?! 뭐야, 나 이긴 거야?!"

릴리는 정신을 차리고는 눈 앞에 쓰러진 상대를 바라보고는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후 입학시험에서 d팀은 전원 합격으로 무사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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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를 포함한 합격자들은 기숙사 안내문과 반 배정표, 신입생이 지켜야 할 규칙이 적힌 책자를 받았다.

 

"흐음...... '결투는 무조건 학원장과 학생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라.... 흥미로운 걸?"

그녀는 선생님에게 이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릴리 양. 그 규칙을 만들게 된 건 다름이 아닌 결투를 빙자한 일방적인 상대의 폭행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저희 팔라딘 기숙학원은 기사도 정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합격자 여러분들은 앞으로 학원생활을 하면서 정정당당하고 올바른 결투가로서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훈화가 끝나고 나서 1시간 반동안 개인정비의 시간이 주어졌다.


릴리는 자신의 받은 반 배정표대로 1-H반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앞으로의 학원 생활에 한 껏 기대를 품고 교실 문을 활짝 열었다.


교실 안에는 다른 학생들이 각자 자리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각자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어, 음..... 난 어디에 앉지?'

그녀는 뻘쭘한 표정으로 빈자리를 찾던 중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그다음 책상에 스칼렛을 올려놓고는 조그만 손수건으로 먼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오오.... 너 꽤 좋은 무기 갖고 있잖아?"


릴리의 앞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아, 이거?  칭찬해줘서 고마워."


"보아하니 꽤 무게 나가보이는데, 얼마정도 나가니?"


"음.... 한, 4.5톤? 그 정도 될 꺼야."


"미친, 존나 무겁네. 이걸 거뜬히 드는 네가 대단하다, 야."


"나도 훈련을 받아서 거뜬히 들 수 있었던 거야."


"글쿠나, 넌 이름이 뭐냐? 난 프란체스카라고 해."


"난 릴리 베아트리체, 편하게 릴리라고 불러."


"그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프란체스카는 미소를 지으며 릴리에게 손을 건넸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릴리는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