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어쩌면 조각품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물건이 방 문턱에 비스듬하게 서 있다. 아직 살갗을 전부 짜 넣지 않아 모조 내장이 빗장처럼 쳐진 골격 아래로 늘어져 꿀렁이며 맥동하는 모습이 퍽 보기 좋았다

 

“.......”

 

흐리멍덩하고 제각각인 인형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뭐라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저 주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걸까.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으깨고, 뭉개고, 과학 한 그릇에 주술 두 티스푼 정도를 첨가해 만든, 냉장고에서 갓 꺼낸 푸딩처럼 찰랑거리는 뇌가 그 작은 그릇 안에서 투덕거리는 소리가 두개골의 빈틈에서 새어 나온다

 

입술과 혀, 매끈하고 가지런한 이빨과 성대는 모두 만들어주었을 터, 기계에는 전혀 필요 없지만, 오직 인간을 모방하기 위해 작동하는 폐가 흉곽에서 부풀었다 쪼그라드는 모습을 가만 구경하며, 그것이 입을 열지 않는 이유를 한참이나 생각해야 했다

 

안녕.”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는 인형에게 내가 제일 먼저 건넨 말이었다. 말의 첫마디에서, 그러니까 안- 정도의 위치에서 그것의 눈동자는 정확히 나와 눈을 마주쳤다. 또륵, 또륵, 그것의 유리 눈동자가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며, 안쪽의 소재와 마찰하며 즐거운 소리를 낸다

 

“.........인님..”

 

세 글자. 간격은 제각각인데다, 우울거리는 소리가 조금 들어갔지만, 집에서 만들어낸 뇌 곤죽에 그 정도 단어를 집어넣은 정도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과부하가 걸렸는지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진동하는 뇌를 가볍게 머리를 쥐어박아 재시작한다. 수많은 다른 목소리와 얼굴 사이에서 내 얼굴과 목소리만을 구분하게끔 하는 건 아마 조금 이후의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