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너무 오랜만에 돌아왔죠? 

거의 두 달 다 되어가네요



2편 (전편): https://arca.live/b/writingnovel/1286522?target=all&keyword=평택%20Jc&p=1






2장

조수영



"수영아, 더 놀자! 대리운전 부르면 되잖아." 

"이 새끼 술 마실 줄 모르네" 


모두가 취한 지금, 시계는 벌써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빠가 걱정하실 텐데.. 빨리 돌아가야 한다.  


"미안. 아빠가 걱정하실 것 같아서. 난 돌아갈게." 


술을 몇 잔 마셨지만, 딱히 취하진 않았다. 

솔직히 마신 것도 아니다. 애들끼리 서로 컵에 든 술을 흩뿌리며 놀았으니까 .

이 정도면 음주운전 단속에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대리운전을 부를 생각은 없었다.

나는 내 차로 들어갔다. 

목적지..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1234-56.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혹여나 아빠에게 꾸중이라도 들을까, 나는 섣불리 집으로 돌아갔다. 



"아빠 나 왔어-" 


자고 있나 보다. 

집 안에는 음침한 새벽 공기와 코골이 소리, 그리고 중력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내 방문을 열었다. 


뭐야? 


어느 한 젊은 여성이 내 침대 위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잠깐 당황했다. 내 침대 위에서 다른 사람이 자고 있-



나는 기겁해서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 얼굴, 그 얼굴을 보니 나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였다. 


"뭐야? 누가 밤중에 이렇게 비명을 질- 꺄악!"


그녀도 소리를 지르며 벽 쪽으로 쓰러졌다. 

엄밀히 말하면, 그녀가 아닌, 나였다. 또 다른 나. 


"너 뭐야? 나랑 똑같이 생겼잖아?"

또 다른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가 나야? 뭐 어떻게 된 거야? 아빠가 숨겨진 쌍둥이라도 숨겨뒀던 거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곳은 내 집이다. 분명 어젯밤까지 자고 먹고 생활했던 곳이라고. 


"여긴 내 집이야!"

"누가 할 소릴!" 


그 사이, 누군가 뒤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아빠였다. 

"누가 오밤중에 소리를 시끄럽게- 흐어억!"


그렇게 아빠는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잠깐! 좀 진정해!"

"잠깐! 좀 진정해!" 


..뭐야?

내 말버릇과 완전히 같았다. 

당황스럽거나 황당한 상황이 생기면 일단 진정부터 하라고 하는 내 입버릇. 


우리 둘의 입버릇과 행동양식이 완전히 같은 것에 그녀, 아니, 또 다른 나도 놀랐나 보다. 


"그래, 진정하라고.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침착하게 알아보자. 너 이름 뭐야?" 

"조수영."

"말도 안 돼. 나랑 같잖아."

"너 돌잡이 때 뭐 잡았어?" 

"책상 밑에 걸려 있는 소화기 잡았잖아."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혹시 너랑 나랑.. 너 내 분신이냐?"

"내가 묻고 싶은 말이라고." 


이로써 그녀가 나의 숨겨진 쌍둥이가 아니라는 것은 밝혀졌다. 


"우리 둘이 같은 사람이지? 근데 왜 두 명이야?"

"몰라. 일단 아빠부터 깨우자." 

"잠깐만! 일단 너는 밖에 밤 동안만 숨어 있어." 

"왜?"

"아빠가 내가 분신술 쓴 거 보면 또 놀라서 쓰러질지 몰라." 

"알겠어."


나는 그 길로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새벽 4시다. 

두 시간 동안만 버티면 된다. 


나는 우리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해가 뜰 때쯤 다시 우리 집에 들어왔다. 


"안녕. 아빠는 회사 갔어. 들어와도 돼."


방구석 한 켠에 있는 작은 TV에서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다음 뉴스 전해드리겠습니다. 만약 가족 단위로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나타났다면 믿으시겠나요? 어제 오후 한 가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직접 뉴스룸에 출연해 주셨는데요, 안녕하십니까, 표재상 씨."


여덟 명의 출연자가 뉴스룸 한 구석에 쭈뼛쭈뼛 서 있었다. 

놀랍게도 모두가 한 쌍의 쌍둥이였다. 마치 한 가족 전체를 ctrl c+ctrl v 해놓은 것 처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앵커가 표재상이라는 사람을 지목하니, 두 명,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이 동시에 인사했다. 

잠깐..이거 완전히 우리 상황과 똑같잖아?


"김인선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표아람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표가람 씨?"


표가람이라는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물론 두 명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가요?"


표재상이라는 사람이 대답했다.


"저희가 우예 압니까?"

"저희가 우예 압니까?"


"뭐야, 저거. 우리랑 완전 똑같은 상황이잖아?"

내 옆에 있던 내가 놀란 투로 말했다. 

"일단 들어 보자."


"자, 그럼.. 두 가족이 마주친 때는 언제였습니까?"


"저희가요.. 어제 오후 6시쯤에 나들이를 가다가 지갑을 놓고 와서 집에 돌아갔는데, 웬 가족이.. 저희랑 똑같이 생긴 가족이 있었어요."

"맞아요. 오후 6시쯤이였어요. 집에서 애들이랑 나들이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랑 똑같이 생긴 가족이 들어왔어요." 


"실로 미스테리하네요. 두 가족이, 그러니까 네 쌍의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겁니까?"


"맞아요. 신분증도 완전히 같았어요."


김인선이라는 중년의 여성이 가족 여덟 명의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물론 같았다. 아들의 것도, 아버지의 것도, 딸의 것도. 


"인적사항도 다 같다는 거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제 말이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 순간 화면이 지지직 거렸다. 


"에.. 잠시 방송 연결이 고르지 못한 점.."


점점 지지직 거리더니, 갑자기 조정 화면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새벽에 방송국이 끝날 때나 나오는, 애국가 화면이 나왔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내 옆에 앉아있던 나는 TV를 껐다. 


"분명히 우리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저 가족 말고도."


"그런데 방송국은 왜 갑자기 송출이 중단되었을까?"


"그걸 어떻게 아냐? 방송사고였겠지."


"아냐. 뭔가 이상해. 느낌이 안 좋아." 


"뭐가 안 좋은데? 관심법이라도 썼어?"


"아니, 진짜.. 내 몸이. 느낌이 안 좋다.. 어지러워. 토할것 같.. 우웨에에엑!!"


나는 토사물을 그대로 뿜어냈다. 


토사물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갈색이나 흰색, 보라색의 액체가 아니였다. 


그냥 맑은 물이였다. 

위액도 아니고, 그냥 맑은 물. 

나는 맑은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