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이 불쌍한 아이를 살려주세요.

 



1890년 밤, 오스트리아. 한 여인이 작은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클라라였다. 그녀에게는 한 살배기 아기가 있었는데, 그 아기는 무척 아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클라라는 기도했다.

 

- 주님. 왜 그러세요. 왜 이 아무 죄 없는 아이의 목숨을 앗으려 하세요? 왜 아이와 나를 이토록 고통스럽게 하세요…

 

번개가 번쩍였다. 어두운 성당 내부가 잠깐 환해졌다. 곧 쏴아- 빗소리가 시작됐다.

 

- 주님. 주께서는 벌써 세 명의 아이를 제게서 빼앗아 가셨어요. 두 살이 안되어 모두 시름시름 앓다 죽었어요. 도대체 왜요? 제가 죄를 지었어요? 기억나지도 않는 죄를 끄집어 모조리 회개를 하고 지랄을 해 봐도, 아이의 열은 떨어지지가 않아요.

 

클라라 앞에 놓인 촛불이 바람에 휘청였다.

 

- 제가 얼마나 슬프게 기도했는데. 얼마나 애걸을 하고 악을 썼는데. 또 내 아이를 죽이실 건가요? 차라리 나를 죽이세요. 아이가 많이 아파해요.

 

끼익- 성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클라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정장을 차려입은 키 큰 남자가 성당 맨 뒷자리에 앉았다. 어두웠고, 또 챙 있는 신사 모자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앉은 채 옷 위 빗방울을 털어내고는, 곧 이렇게 말했다.

 

- 클라라야. 무엇을 구하느냐.


클라라는 그가, 그녀가 찾던 ‘주’임을 알 수 있었다. 클라라는 대답했다.

 

- 제 아들이 살아갈 기회요.

 

남자가 침묵했다. 긴 침묵 끝에 갈라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기회. 기회는 소중한 거야. 그 소중한 기회를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던 인간에게 주었단다. 내가 6일 째에 흙으로 빚어 만든 인간에게.

 

남자는 괴로운 듯 모자를 벗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백발의 노인이었다. 주름은 깊었고 눈매는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클라라가 보기에 그는 무척 지친 모습이었다.

 

- 아담. 나는 그에게 삶이라는 기회를 주었고, 아담은 그 기회를 이용해 나를 떠났지. 죄는 아담의 핏줄에 스몄고, 그의 자손은 모두 죄인이 되었지. 그 기회는 지금도 수억 명을 지옥에서 불태우는 원인이 되었던 거야.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하느님을 떠난 이야기.

 

- 그가 선악과를 먹고 당신을 떠날 것을 모르셨나요? 당신은 전지전능하잖아요.

- 그럴 수도 있겠다 느꼈지. 그렇지만, 내 바람대로 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빼앗는다면, 그게 정말로 기회일까? 뭐, 정확히는 몰랐어. 인간의 의지는 나도 온전히 예측할 수 없단다. 아니, 예측하기 싫은 것일지도.

 

남자는 마른 기침을 뱉었다. 곧 물었다.

 

- 네 아들이 살아갈 기회를 구했지?

- 네.

- 기회를 주어야 할까? 나는 세상 모든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고민한단다. 그냥 어머니 뱃속에서 죽어버린다면, 최소한 지옥에 떨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네 아들이 지금 죽어버리면, 기회 없이 죽어버리면, 죄가 묻지 않은 채로 내 곁으로 오게 될 거니까.

 

남자의 눈이 번쩍였다. 클라라는 겁을 먹었지만, 단호하게 그의 눈을 노려보았다. 남자는 그녀의 눈을 보고 한숨을 쉬고 말했다.

 

- 기회를 바라는구나.

- 네.

- 가라. 네 아이가 나음을 받았노라. 그의 기회가 그를 천국으로 인도하길.

 

 

 

클라라는 성당을 빠져나와 집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아이가 요람에 누워 옹알거리고 있었다. 아이 곁에 있던 남편 알로이스가 무심하게 괜찮아졌네- 한 마디했다.

 

클라라는 안도하며, 졸린 듯한 아기의 머리에 키스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 아돌프, 오늘 주님이 너를 구하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