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연재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뜬다
힘들지만, 힘을 내자고
아침을 챙겨 먹은 후
간밤에 난데없이 더러워진 몸을
한숨으로 박박 씻어낸다

살결까지 벗겨낸 후에야
꽤 정돈된, 거울 속의 모습을 보고
어딘가로 출근하는 일상
우리를 툭툭 치는 얇은 빗방울을
차마 무시하며 가방에 챙긴 우산을 편다

비 위를 타고 흘러, 마치
강의 상류에서, 하류로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펜을 굴리고
종이 위에서 깜빡 졸다 윽박을 받고
점심을 먹고 다시 펜을 잡다 보면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어떠한 바람이 스치듯 바스러진다

하루는 너무 길어서
길 같지도 않은 무언가를 내일의 나에게 넘겨준다
별이 찾아와야 하는 밤에
누군가의 우리 안에서 우리는
외계인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하는 말이
계획은 성공적이다나 뭐라나
이런 말은 하지 않고 괜히들 토끼를 찾는다

어느덧 달이 하늘 높이 올라가 사라지고
일상에 찌들어버린 피부는
하도 아침에 벗기다 보니
손에 닿지 않아도 우리로부터 도망가 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자신이 침을 흘릴 걸 알고 있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우리의 일상은 곧 당연한 모두의 일상이 된다

힘들어, 힘들지만 집에 가는 길
나뭇잎이 울렁이는 길 위의 참새는
종종걸음으로 비둘기를 향해 걸어간다
둘이 친한 사이인가 보다, 어라

그러다 결국 잠이 들 때면
태양은 매일같이 돌고
지구는 매일같이 서 있다
이 말 같잖은 사실을 끊임없이 반추하며
우리는 잠에 빠진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면
힘들지만, 힘을 내자고
아침을 챙겨 먹은 후
간밤에 난데없이 더러워진 몸을
한숨으로 박박 씻어내며
우리는 그렇게 기약 없는 슬픔에 빠진다


--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느껴질 때, 이것보다 슬픈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