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다 왔다.


몇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몬드의 정문앞에 도착한다.


몬드로 가는 동안 계속 나를 보며 웃고있는 노엘


침울해 보이는 피슬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모나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왠지모르게 죄책감이 느껴지고..


제발 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줘... 아무나 좋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여행자! 리월은 어떠셨나요?"


몬드성 정문에서 경비를 보던 로렌스씨가 말을 걸어왔다.


고마워요 로렌스!


"꽤나 힘들었어요.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네요"


"다른 나라의 소식은 전해져 오는게 꽤나 느리니까 궁금해지네요. 다음에 시간이 되면 부디 알려주시길"


"일단 진 단장님께 먼저 보고 할 생각입니다. 규모가 큰 사건들이 많아서..."


"그렇군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여행자."


난 로렌스씨에게 가볍게 손을 흔드며 인사하고 몬드성 내부로 들어왔다.


"다들 긴 시간 나와 여행해줘서 고마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같이 여행하자"


"당신이 원한다면 전 언제든 곁에 있을거예요. 여행자님"


"고마워 노엘."


"다음에도 비슷한 의뢰가 있으면 말 걸어줘 여행자."


"다음에도 잘 부탁할게 모나"


"난 피곤해서 먼저 집에 갈게..."


"아... 어 고마워 피슬 다음에 보자"

피슬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


"피슬이 기운이 없네.. 역시 뭔가 있었던거야?"


"아니야! 아니야! 아무일도 없었어! 그냥 조금 피곤한게 아닐까?"


"노엘도 아까부터 너만 보면서 웃고있고 뭔가 이상한데"


"전 그냥 기분이 좋은거랍니다. 모나."


노엘이 뭔가 섬뜩한 얼굴로 대답했다.


"자 그럼 다들 피곤할텐데 빨리 해산하자!"


이렇게 말하고 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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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가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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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진단장님 계십니까?


난 부드럽게 진단장의 집무실에 노크했다.


"이 목소리는.. 여행자인가? 어서 들어와"


"잘 지냈어요?"


"나야 언제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있으니까. 언제나 똑같아"


"그렇겠죠..."


"여행자야말로 먼길오느라 힘들었을텐데"


"리월에서 많은 일들을 겪어서.... 보고하는 김에 왔죠"


"하긴 리월의 소식은 꽤나 전해져 오는게 느리니까 말이지. 항상 고마워"


난 여태까지 우리가 겪었던 리월에서의 일을 보고했다.


"모라유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시세변동이 생기고... 몬드도 대비를 해야겠는 걸"


"고마워 여행자."


"명예기사잖아요. 할일을 하는거예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여기로 온 진짜 목적은 따로있다.


"저기 진단장님. 저 질문이 있는데.."


"응? 뭔데 여행자?"


"엠버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아 그게 말이지..."


"너가 걱정할까봐 말하진 않았지만 엠버는 사직서를 내고 어디론가 떠났어"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게 벌써 2달 전 일이니까 말이지."


2달 전이면 내가 리월로 몰래 떠났던 시기와 겹친다. 


역시 나 때문인가


죄책감이 몰려왔지만 한편으론 안심했다.


내 마음 속 자리잡았던 불안감이 조금씩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신이 조금 혐오스럽다.


"그..그런가요 엠버가 정찰기사를 그만두다니... 엠버답지 않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아이가 선택한 길이니까말야"


잠시 어두워진 분위기에 난 다시 속이 욱신거렸다.


"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직 점심을 안먹어서.."


"저기 여행자"


"네?"


"그 지금 예정이 없다면.. 아니 너만 좋으면 말인데"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래? 내가 살테니까"


"아..그 저야 고맙지만 괜찮나요?"


"리월에서의 일을 보고해준 답례라고 생각해 줘"


"3분만 기다려 이것만 마무리 하고 부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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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지? 여행자"


내가 문을 열고 나간지 정확히 3분이 지났다.


시간엄수에 엄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철저할 줄은 몰랐다.


"정확히 3분... 기계인가요?"


"단장대리로서 당연한거야"


그렇게 우리는 기사단 본부 근처에있는 작은 식당으로 향했다.


"여행자는 어떤 음식을 좋아해?"


"전 아무거나 잘 먹어요"


"굳이 고르자면?"


"굳이 고르면 허니캐럿그릴 일까요. 처음 몬드에 와서 먹은 음식이기도 하고.."


"그래? 그렇구나 그럼... 그.. 피자는 좋아해?"


"피자도 꽤 좋아하는 편이에요"


"아 그래? 다행이다.."


그렇게 잡담을 하며 우린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이 가게 말이지 우리 몬드 기사들 사이에서 호평이 자자해"


"왜죠?"


"기사들은 30% 할인해주거든"


"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긴생머리의 미인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버섯피자 미디엄 사이즈에 불꽃 미트 스파게티 하나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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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웨이터 엠버를 닮았네...


뭔가 그리운 느낌이다.


넋놓고 쳐다보게 되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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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여행자!"


정신이 번쩍든다


"여행자 다른 사람을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실례야"


"명예기사로서 품위를 지켜줘"


"아.. 죄송합니다."


혼났다.


진단장한테 혼나는것도 기분이 나쁘지않다... 오히려 좋은 느낌.


내가 그렇게 넋놓고 쳐다봤나..


"....긴생머리가 좋은걸까"


"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 네. 다녀오세요."


그러고보니 여동생도 항상 식당만 오면 화장실을 자주 들렀다.


여자들은 원래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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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옴과 동시에 진단장님도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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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머리를 풀었네?


"저.. 그 어째서 머리를 풀고 나오신거죠?"


"싫어?"


진단장님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아니.. 엄청 좋아요"


"내가 그렇게 좋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머리가! 머리가 예쁘다고요!"


"알고있어 장난이야"


어떻게 표정하나 안 변하고 저렇게 놀리지...


솔직히 두근거렸다.


긴 생머리 너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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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로 잡담을 나누다 어느샌가 접시가 모두 깨끗해졌다.


"슬슬 갈까?"


"배부르게 잘먹었어요 진단장님"


"응 다행이네 좋아해줘서"


"아니 음식이 좋은거니까요! 음식이!"


"딱히 아무말도 안했는데?"


진단장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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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진단장과 작별인사를 하고 난 숙소에 갔다.


"오늘은 하루종일 자야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려는 순간 


난 리월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문단속... 문단속을 해야돼."


난 침대아래와 옷장 안을 살피고 창문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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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있잖아요 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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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주가 흘렀다. 


2주간 몸의 회복을 위해 늘어지게 쉬었다.


하루종일 먹고자고를 반복하는 일상


몸이 완전히 회복됐으니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뭔가 복도가 시끄러운데…






"아니 그게 진짜야? 거짓말 하지마"


"아니 진짜라니까 노엘이..."





옷을 갈아입는 와중에 숙소 복도에서 기사들이 수군거렸다.


"저기 무슨일 있나요?"


"아 여행자 마침 잘 만났다. 그 소문 들었어?"


"소문이요?"


"아직 못들었구나... 아! 그 확인차 물어보는건데 말이지"


"네"


"너 노엘 좋아하냐?"


"네?"


"노엘에 대한 소문이거든, 근데 너가 노엘을 좋아하면 분명 충격먹을거란 말이지"


"아니... 이성으로서 좋아하는건 아닌데.. 그보다 무슨 소문이길래 그러죠?"


"노엘이 임신했다"


"아니... 뭐요? 뭐?"


임신? 노엘이 임신? 


설마 리월에서 했던게... 


아니야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


누군가 헛소문을 뿌려대는 거겠지


"아니 헛소문이겠죠. 대체 누굽니까 그런 소문을 퍼트리는게"


"노엘 본인인데?"


응 끝났네.


자기가 말했으니 맞겠지..


아니 그러니까 피임은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안하고 싶어서 안한게 아니에요...


어쩐지 그때 날 부르던 호칭이 계속 바뀐다 했다.


진짜 애아빠가 된건가...


"그래서 그 노엘의 상대는..?"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올곧고 용기있는 사람이라던데?"


"그럼 기사들 중에 범인이 있는거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찾으면 죽여버릴거니까"


"우리의 노엘에게 손을대다니 곱게 죽지는 못할거다"


저 곱게 죽고싶어요..


"결혼도 안했는데 아이가 먼저라니... 잡으면 일단 거세부터 시작하자"


히익...


"전.. 전 먼저 갈게요!"


난 황급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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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황급히 모험자 길드로 달렸다.


마을은 노엘의 임신 소식으로 모두가 불타올랐다.


"노엘의 상대가 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노엘과 나 뿐이니까 괜찮겠지..."


아니야 잠깐만


피슬이 있었구나...


피슬이 그 소문을 퍼트리면 어떡하지...


나중에 몰래 가서 말하지 말아달라고 빌어야지 뭘 어떡해...


울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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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 길드는 한창 설원지역의 발견으로 불타올랐다.


“선착순으로 설원탐사 파티를 모집중입니다!”


여동생의 행방을 찾기위해선 여기도 한번쯤 탐험 할 필요가 있겠지


그나저나 어디서 신청하지... 선착순 이라는데.


"여행자!”


아 캐서린씨다. 


"안녕하세요! 설원에 대한 소식은 이미 들었어요."


"가고싶지?"


"당연하죠. 그런데 선착순이라서..."


"여행자 날 뭘로 보는거야? 여행자 이름으로 탐사파티 목록에 이미 추가해뒀지!"


아 그저 빛. 역시 빛이다. 


"사랑해요... 캐서린"


"어어? 아니 그.. 농담하지 말고! 이 서류에 사인해"


"이 서류가 혼인신고서라도 사인할 수 있을거 같아요 흐윽..."


"으아... 애가 무슨소릴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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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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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관련수속을 모두 처리하고 모험자 길드에서 나왔다.


"조금 출출한데"


진단장과 먹었던 버섯피자 맛있었지..


갑자기 버섯피자가 땡긴다.


그래도 혼자 레스토랑에서 피자라니... 외로울거같다.


진단장님에게 권유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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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누구야?"


"여행자예요 진단장"


"아.. 들어와"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로 진단장이 대답했다.


"아니 이게 다 뭡니까"


"서류더미..."


"아니..아는데요.."


"죽을거같아..."


"숨좀 돌릴겸 밥이라도 같이 드실래요? 이번엔 제가 쏠게요"


"권유해줘서 기쁘지만... 오늘은 너무 바빠서.."


난 진단장님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진단장님 서류 좀 가져갑니다."


"어..? 여행자?"


"그래도 이 정도면 도와드릴 수 있을거 같아서요"


난 서류더미 절반을 옆 테이블에 올려놨다.


"고마워.. 이거 나중에 내가 밥 한번 더 사야겠는데"


"전에 밥을 사준 답례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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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멋지게 답했지만 이 업무 너무 빡세다.


서류가 줄지를 않네..


"저기 여행자 그 소문 들었어?"


아 역시 들었구나 그 소문


"네 질리도록 들었어요"


"그렇구나."


"꽤 충격이었어요..."


"설마 노엘을 좋아했다거나..?"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같이 모험을 떠난 동료로서.."


"아! 그렇겠지 응."


"그나저나 그 소문에 대한 걸 바바라에게 줄 편지에 썼었어"


"그렇구나.."



"다른 대륙에 라이브공연을 하러 떠났으니 요즘은 만날일이 없었거든. 가끔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게 다야."


"노엘과 친한 사이니까 알았으면 해서 보냈어.”


“여동생을 걱정시킨게 아닐까 하고 조금 후회가 되긴하지만..."


"그래도 친구사이니까 그런일이 있으면 아는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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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잘 안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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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씨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오후 7시부터 시작이니 4시까지 리허설 무대로 와주세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공연을 끝 마치고 교회에서 제공해준 호텔로 이동했다.


객실의 문을열고 침대에 누웠다.


“아 힘들다~”


공연을 하는건 힘들지 않다.


그래도 힘들다.


그사람을 보지못하는게 힘들다.


언제나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그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고싶다.


사실 아이돌같은건 어떻게되든 상관없어.


언제라도 그만두고 그에게 가고싶어.


하지만 그가 실망하는건 더 싫어....


그 사람이 너무나 보고싶어


이렇게 힘들고 지칠때마다 그사람과 대화하고싶어.



“가방이 어디있더라..”


난 의자위에 뒀던 가방에 손을 뻗고 작은 단검을 꺼냈다.


소매를 걷고 손목을 천천히 긋는다.


빨간 피 가 고여서 피부에서 흘러내린다.


이렇게 나자신을 상처내면 기분이 고양된다.




사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 그사람이 내게 와서 나를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신경써주니까...


손목을 그을때마다 그 때 생각이나서.. 


그 이후로 멈출 수 없게 되었다.


공연을 모두 끝마치고 몬드로 돌아가면 또 그의 앞에서 상처를 내고 상처들을 보여줘야지...


이렇게 되버린 것도 모두 그사람 때문이야



똑똑똑



"바바라 씨! 언니 분 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와아! 고마워요!"


스태프한테서 받은 편지를 조심히 뜯어내서 그 내용물을 읽었다.



"노엘이...임신?"


노엘이.. 어..?


매번 같이 차를 마시던 사이였다.


친한 친구처럼 지냈기에 서로 연애에 대한 애기도 나누었다.


"분명 노엘이 좋아하던 사람은"


여행자


여행자였어


그사람이었어..


항상 그 사람이 좋다고 말했었던 노엘 


그사람에 대해 애기를 할때마다 얼굴을 붉히던 노엘


그사람외에 노엘이 좋아할만한 사람은 생각나지않아


어쩌지?


어쩌면 좋지?


이건 반칙이잖아.


치사하잖아


그사람은 나를 버리고.. 


어째서?


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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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돌이 아니었다면..


노엘을 감시했다면..


이런일은...


"흐윽..으윽"


난 미친듯이 손목을 그었고 사방에 피가 튀겼다


참을 수 없어...


머리가 아파


구해줘요...


그때처럼 나를 신경써줘요.


그때처럼 나를 걱정해줘요.


그때처럼 나를 사랑해줘요.


그때처럼 나를 꼭 안아줘.








아직은 때가 아니예요




절 기다려주시겠나요?




조금만 더 힘을 모으면




당신과 만날 수 있어




그 때까지 소설 속 인형들을 즐겨주세요






그때처럼 당신을 맛보고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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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써서 미안해요!


p.s 드디어 다음편은 피슬,클레,바바라가 나오겠군요.


p.s 빌드업이 너무 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