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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NTR... 후회물... 이런 건 왜 보여주는 건데?"

"됐으니까 일단 읽어봐! 그리고 느낀 점을 말해!"


중학생 때부터 친구인 얀진이가 대뜸 우리 반에 찾아와 얀데레 채널인가 뭐시긴가에 있던 후회물 소설? 아무튼 그걸 들이밀었다. 보여주길래 보긴 했는데 그냥 기분만 나빠질 뿐 아무런 교훈도 감동도 없는 그런 글이었다.

소꿉친구인 여주와 남주는 남주의 고백으로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런데 여주는 남주를 지갑취급하며 빨아 먹을대로 빨아 먹고, 종국엔 금발에 태닝한 양아치 (꼬추큼)과 바람을 피며 얀붕이에게 헤어지자 통보한다.

그리고 나서는 뭐 얀붕이랑 있었을 땐 당연하게 느꼈던 상냥함이니 뭐니를 그리워하다 결국 금태양을 해충이라며 죽이고... 아니 시발 왜 죽여 지가 좋다고 따라가놓고. 완전 정신병자 아니냐? 아무튼 다른 여자와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던 남주에게 돌아가서 미안하다 빌다가 이내 완전히 미쳐버려 새로운 여자친구를 죽이고 남자친구의 사지를 자른 뒤 감금시켜서 둘이 사는... 그런 정신 나갈 것 같은 내용이었다.

이 글을 보고 느낀 점이라면....


"불쾌해. 헤어졌으면 헤어진 거지 뭔 후회야 후회는. 후회는 해도 자기가 버린 사람 인생을 망치는 건 아니지. 음."


내 감상을 들은 얀진이는 어깨까지 닿는 중단발을 찰랑이며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내 어깨를 짚은 뒤 나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얀붕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이런 거지같은 글은 왜 보여준 건데?"

"그래, 사실 얀순이가..."

"야이 찐따새끼야! 거기 앉아서 뭐해!"


얀진이가 핸드폰을 돌려 어떤 사진을 보여주려는 순간, 뒷통수에 쩌억! 하고 격렬한 충격이 울려 퍼졌다. 손바닥으로 풀스매싱을 후린 듯한 충격에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한숨을 뱉은 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얀순이년을 항상 따라다니는 금발에 태닝한 양아치새끼가 서 있었다. 

녀석은 특유의 음흉한 눈빛으로 얀진이를 슥 훑은 뒤, 입을 O자로 벌려 조용히 감탄했다. 얀진이에게 향한 징그러운 눈빛에 순간 주먹을 들뻔 했지만 그랬다간 귀찮아질 것이 뻔했기에 겨우 참아냈다. 

하지만 얀진이는 참지 않았다.


"야, 너 뭔데 우리 얀붕이 때리고 난리야!"

"우리 얀붕이? 뭐야. 너네 둘 사귀냐?"

"사, 사귀...는 건... 아직 아닌데... 아무튼! 사귀든 말든 그게 뭔 상관이야! 얀붕이 왜 때리냐고!"


얀진이의 앙칼진 목소리에 금발에 태닝한 양아치... 이름이 뭐더라. 존나 촌스러웠는데... 그래, 그냥 금태양으로 하자. 아무튼 금태양은 다시 한 번 소리없이 감탄하며 음흉한 눈으로 얀진이를 훑었다. 그리고 휘파람을 한 번 불고, 불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왜 때리긴. 너는 샌드백 후리는데 이유가 필요하냐?"

"뭐, 뭐? 얀붕이가 왜 샌드백이야!"

"왜 샌드백이긴 크히히... 저 새끼 우리반 공식 샌드백인 거 아직 학교에 소문 안 났냐?"

"그, 그딴 짓... 내가 용납할 것 같아?!"


작게 웃음을 흘리던 금태양은 이내 얀진이의 손목을 향해 구릿빛 손을 뻗었다. 아마 손목을 잡고 지 입술을 존나 더럽게 한 번 핥고는 '뭐, 저 새끼 샌드백 만들기 싫으면... 내꺼 하든가. 그러면 내가 저 새끼 커버 쳐줄게. 어때?' 하며 개지랄을 떨 게 분명했다. 금태양 저 새끼는 얼굴이 딱 상대방 약점 하나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면서 지가 원하는 거 다 받아처먹는 그런 이리의 상이었다.

나를 때리는 건 참아도, 내 주변 사람을 건드는 건 못 참았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쉰 뒤, 얀진이의 손목을 향해 뻗어가는 금태양의 손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뻗으며,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떠올리는 건 전국일주 당시 길을 잘못 들어서 러시아로 빠졌을 때, 불곰 한 마리가 강에서 연어를 조지기 위해 앞발을 후려치는 모습이었다. 내 오른손은 그 때의 불곰처럼 사냥감을 잡기 위해 날아들었고, 금태양의 여린 손이 그대로 연어처럼 다진고기가 되려던 찰나.


"야! 김얀붕! 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얀순이년의 목소리에 금태양의 손이 멈췄고, 나는 그대로 허공에 풀스윙을 후렸다.


후와아아앙!!!!!!!


손으로 허공을 휘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소리가 반을 울리고, 반에는 한 순간 정적이 일었다. 정적을 깬 것은 예비종 소리였다. 예비종이 울리자 얀진이는 금태양을 향해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내가 다 보고 있다고 말한 뒤 자신의 반으로 떠났고, 금태양은 그런 얀진이의 뒷모습을 진짜 개씨발역겨운 눈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건 어째서인지 잔뜩 화가 난 얀순이 뿐이었다. 얀순이는 날개뼈까지 오는 생머리를 찰랑이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선 내 책상을 손바닥으로 쾅! 쳤다. 

얀순이가 나한테 지랄하는 건 원데이 투데이가 아니었기에, 놀랍게도 그 누구도 이쪽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얀순이는 도끼눈을 뜬 채, 마치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


"야, 내가 다른 애들한테 말 걸지 말라했지."


물론 맹수도 맹수 나름이지. 내 눈엔 그냥 치와와가 앙앙거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얀순이가 무슨 다른 애들한테 말 처 걸지 말라고. 특히 얀진이 걔랑은 둘이 대화하지 말라고.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너는 그냥 내 말만 처 들으면 된다고 말하는 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다보니 문득 아까 얀진이가 보여준 후회물인지 뭔지가 떠올랐다.


만약 얀순이 이년이 저기 뒤에 있는 금태양인가 뭔가한테 빠지면... 음... 뭐 빠지는 건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 후회물처럼 지가 빠져놓고 갑자기 후회를 쳐 하더니 개지랄을 떨면 어쩌지? 


금태양의 목을 쥐불놀이마냥 붕붕 돌리며 나한테 돌아오는 걸 상상했더니 오한이 들어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그런 일만큼은 일어나선 안 됐다. 물론 얀순이가 그만큼 정신병자는 아니더라도, 쟤가 평소에 하는 꼬라지를 보면 얼마든지 그쪽으로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난 김에 예방교육을 시켜야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얀순이가 후회물 정신병자 여주인공이 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문득,  전국일주 당시 부산에서 운전을 하다가 보복운전을 당할뻔했을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얀붕아. 상대가 너에게 잘못을 하고도 뉘우치지 못했을 때는 언제나 이 말만을 떠올려라. 역지사지. 역으로 지랄해야 사람들이 지 일인 줄 안다고.'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보복운전을 보복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환상적으로 보복을 해서 상대 차를 완전히 전복시켜버렸으니 아마 그 운전자는 더 이상 보복운전은 꿈도 못 꾸겠지.

아무튼 이번 케이스는 아직 얀순이가 지랄을 하진 않아서 역으로 지랄하는 게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 년이 내게 지랄을 하는 건 기정사실이었으니. 미리 역으로 지랄해보자 결심했다. 


후회물 여주인공처럼 행동하면.. 대충 나는 이런 사람이 돼선 안 되겠구나. 하고 깨닫겠지?


국내 최초 당하기 전에 미러링 해버리기 전법이었다. 일단 후회물 소설 빌드업 부분에서 여주가 남주한테 헤어지자 말할 때, 커플링인지 뭔지를 눈앞에서 던졌었지. 그것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저번에 약속한대로 손목에 차기 시작한 팔찌를 풀러 얀순이를 향해 휙 던졌다. 얀순이는 팔찌를 가볍게 받고, 나를 의아한 듯 쳐다보다 이내 내가 던진 게 함께 맞춘 팔찌라는 걸 알아채고 안색을 파랗게 물들였다.


"어, 어어? 야, 얀붕아? 가, 갑자기 팔찌를 떨어뜨리면 어, 어떡해... 실수지? 내, 내가 다시 차줄 테니까 손 좀..."


후회물에서 후회를 하는 장면을 재현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얀순이는 사람들 앞에서 고압적이고 당당하며 나를 좆으로 보는 듯한 컨셉조차 버릴 정도로 당황했다. 그 모습에 나도 잠깐 당황했지만, 일단 시작한 거 끝은 봐야했기에 나는 무표정을 고수하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까부터 얀진이 얀진이 하던데... 맞아. 나 이제 얀진이가 더 좋아. 그러니까 그 팔찌 다시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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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물...? 아무튼 후회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