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고 생각하니, 나와 얀순이는 절대 가까워져선 안 될 관계였다. 아무리 어릴 적의 철 없는 아이의 마음이었다곤 하지만, 그 어린아이의 행동으로 자칫하면 집 안을 끝장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마음을 졸이며 평생을 살았을 부모님을 다시 생각했을 땐, 정말로 내가 못 할 짓을 했구나 라고, 어린 시절을 자책하며 후회했다.


그러니 이젠 더 이상 얀순이와 엮이지도, 엮여서도 안된다. 애초부터 그녀는 나와 다른 별 천지에 사는 존재. 애초부터 관계 되어선 안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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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가 회사를 그만뒀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요즘 들어 나에게서 멀어지고, 차가워진 그 였지만 그래도 내 곁에는 있어줬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네가 나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게. 


처음은 나에게 존댓말을 쓰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중에 가서는 나를 보아도 손을 흔들기는 커녕, 미소 조차 지어주지 않았다. 


아니, 미소를 지어주긴 했다. 


친밀함이 담긴 미소가 아닌, 사회 생활을 위한 업무용의 형식적인 미소를.


하지만 너의 거리두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앞에 나타나면 도망치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잔 권유에도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혹여나 팔이라도 잡으려 하면, 매정하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뒤엔, 언제나 두려움으로 굳은 얼굴만을 나에게 보여줬다.


이전의 따뜻한 미소는 어디에도 없어졌다. 업무의 피곤함을 해소해주던 즐거운 대화도 사라졌다. 


다시 나는 혼자가 되었다. 너를 만나기 전의 그 시절 처럼.


다른줄 알았다. 너는, 내 출신을 보지 않고 나 자체만을 봐 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단지, 알아차리는게 늦었을 뿐이다.


"....싫어."


싫다. 싫다. 이런건 싫다. 다른 놈들, 다른 년들이 그러는건 상관 없어. 하지만 어릴 적부터 스스럼 없이 나를 대해 준 네가 이러는건 죽어도 싫어.


분명 여기서 사라지면 영영 사라질 거 같다. 설령 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옆엔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싫어...싫어.....싫어!!!!"


나 이외의 여자를 보며 웃는 너. 그리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 그걸 바라만 보는 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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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니 사무실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창문은 성한 것이 없었다. 서류와 책은 아무데나 던져져있었다. 그 중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모니터는 목이 부러졌고, 화분은 깨져 흙이 사방에 퍼져 있었다.


사무실 내의 모든 것이 망가져 있었다. 마치 무너지고 찢긴 내 마음과 같이.


하지만 그건 이제 상관 없다. 미친 사람에겐 그에 걸맞는 미친 행동이 필요할 뿐, 주변이 어찌되든 그건 알 바가 아니다.


"...되찾아 오지 않으면....내 곁에...둬야 해."


망가진 사람에겐 그에 맞는 망가진 해결책을. 네가 날 떠난다면 너를 나와 똑같이 망가뜨려 곁에 두면 된다.


그래야만 멀쩡한 것들과 어울리지 않고 나와만 어울릴 것이니까. 그래야, 넌 나만을 볼 것이니까.















사랑해? 내 남편 얀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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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얀데레는 서로 친했다가 멀어지면서 생기는게 꼴리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