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아. 우리 트럼프카드로 도둑잡기 할래?"

"조커가 남아있으면 지는 게임 말하는 거지?"


"응. 그런데 이 게임은 규칙이 조금 다른 게임이야.

조커가 남아있으면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임.
그리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소원 하나 들어주기. 어때?
"그래! 이기려면 무조건 조커를 가져와야겠네."

.

.

.

"앗!"

"후후. 내가 이겼네, 얀붕아?"


"그러네..소원이 뭐야?"
"내 소원은 말이야..

10년 후에도 우리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면, 나랑 결혼해주는거야"


"음...그래!"
"약속한거다?

사랑해 얀붕아❤"



@



"또 그 꿈이네.."

저번과 똑같은 꿈을 꾸다 깬다.

몇 번을 꿔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꿈.

10년 전에 나와 얀순이가 했던 약속이다.

그땐 정말 철없던 시절에 멋모르고 했던 약속이었지만,

10년이 지나고 약속했던 날이 다가오자 마음이 착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뭐 사실 약속을 기억도 못하고 있다가 얀순이가 성장하며 예뻐지자 뒤늦게 기억난 거긴 하지만.

얀순이도 이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만약 기억하고 있다면...어떻게 되는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며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려는 그 때,


"김얀붕~일어났냐~"


자취방 현관 앞에서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익숙한 듯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다.


"아, 얀순아.."

"아직도 침대에서 꾸물거리고 있네? 우리 1교시 수업있는 날이잖아 ㅋㅋㅋ"


아, 그렇네. 지금 시간이...

"...7시 20분?"


미쳤네.

도보로만 30분이 걸리는 강의실까지 제 시간에 맞춰 가려면 5분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 했다.

"야, 잠깐만 나가있어! 옷갈아입게!"


"싫은데?"

"뭐라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책상에 앉아 팔을 괴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얀붕이 꼬추 한번 보자~"

"뭐래 미친년이"

"어머, 그런말 하면 나 상처받아? 친구들한테 여기저기 다 말하고 다닐거야?"


정말 시간이 없다. 평소 같았으면 말장난을 더 쳐줬을 테지만...

세수와 양치도 할 겸,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뭐야, 도망가는거야? 실망이다 얀붕아..."

"시끄럽고, 내 전공책이랑 노트북 좀 챙겨줘. 수업도 같이 들으니까 무슨 책인지 알지? 옆에 책장에 꽂혀있을거야."

"그래? 알았어~"


책장을 뒤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 나도 씻어볼까.."



@



"...뭐야."

없다. 전공책이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다.

분명 얀순이가 챙겼을텐데? 뛰어오다가 빠트린 건가?

전공책이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얀순이가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온다.


"뭐해?"

"..내 전공책."

"으이구, 또 뛰어오다가 빠트렸나보네. 이 덜렁아, 언제까지 이 누나가 챙겨줄까~!!"

라며 자기 전공책을 내 쪽으로 밀며 살짝 웃는다.


아, 당했다.


"너.."

"응?"

"너 일부러 전공책 안챙겨줬지."


돌아오는 건 대답이 아닌 웃음.


"됐다...교수님 오셨다. 수업이나 듣자."

.

.

.

.

"...그러므로 이 작품에서 <님>은 바로 사회주의 낙원을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지루한 강의시간.

오른쪽 어깨가 무거워지길래 흘낏 쳐다보니,

얀순이가 머리를 기대 졸고 있었다.


"야, 일어나."

"헤윽?! 나,나 안 졸았어~"


허둥지둥 머리를 정리하고 졸지 않은 척하는 얀순이는..예뻤다.

그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보자니 어제 꾼 꿈이 떠올라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음? 얀붕이 너 얼굴이 빨개. 어디 아파?"

"아, 아냐. 괜찮아."


다시 수업에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만 꿈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라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너 혹시 예전에 했던 약속 기억나?"

"응? 무슨 약속?"

"..아니다. 신경쓰지마."

"아 뭔데~알려줘~"


갑자기 내 팔을 끌어안으며 조른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팔 위쪽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하며, 팔을 빼..

왜 안 빠져. 뭐야?


"수업중이야, 이것 좀...놔..!"

"알려주기 전까진 안 놔."

"알려줄테니까, 좀..!"


그제서야 내 팔을 풀어준다.


"그래서 약속이란게 뭐야?"


..이걸 입으로 말하려니 쪽팔리네.

눈 딱 감고 말하자.


"그 예전에 했던 도둑잡기 있잖아? 조커 뽑으면 이기는 거."

"응? 그랬나?"

"응. 근데 거기서 내가 져서 네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했었는데.."

"오~내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

"그...10년 후에 나랑 결...혼...."

"..."


반응이 없네.

쪽팔림을 무릅쓰고 꺼낸 얘기였는데.


반응을 보기 위해 실눈을 뜨고 얀순이를 보니


"푸, 푸흡....!"

웃겨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야..웃지마..!"

"이걸 어떻게 안웃어!"

"나,나도 그냥 기억하는지 물어본 거야! 너랑 결혼할생각 1도 없다고!"
"아이고~그러신 분이 모쏠이세요?"

"윽.."


정곡을 찔려 할 말을 찾고 있는 그때,


"거기 남학생?"


아.

조졌다.


"그..옆에 여학생하고 그만 꽁냥대고. 질문에 답이나 해보지?"


너무 시끄럽게 군 탓인지 걸려 버렸다.

수업을 들은 게 있어야 대답을 하지.

그렇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


내 앞자리의 여학생이 대신 대답을 한다.


"음..그래. 거 남학생 다음부턴 조심 좀 하도록."


살았다..라고 생각하며 자는 척하는 얀순이를 쳐다보던 그 때,


"감사인사는 됐어요."

대신 대답을 해 준 여학생이 내게 말을 건다.


"아..감ㅅ"

"감사인사는 됐다고요.

그렇게 고마우면, 밥이나 한번 살래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랜만에 소재 두개가 생각나서 메다닥 쓰러옴

얀데레는 좀 천천히 넣을 생각이니까 좀만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