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시작은 90년대 배경으로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 얀붕이를 다섯살 차이나는 큰누나가 동네구경 시킨다고 업고나옴

같은 동네 사는 한 서너살 먹은 얀순이는 얀붕이가 너무 귀여워서 얀붕이를 한번만 업어보고 싶다고 졸라대고

애가 애를 업었으니 생각보다 무겁고 힘들어서 큰누나는 대충 큰 문제야 있으랴 싶어 얀순이에게 동생을 맡기는데

인형놀이랑은 다르게 무겁고 무게중심도 어려우니 한 세걸음 걷다가 앞으로 푹 자빠지는거지.


다행히도 큰 후유증은 없는데 얀붕이 이마가 심하게 찢어져서 흉이 크게 지고.

얀붕이네 부모님도 맞벌이 문제로 이미 가진 불만+애가 애를 보니까 이런일이 생기지 않느냐며 싸우다 이혼.

집도 뭔가 어수선한데 유치원에 들어가니 애들이 막 괴물이라고 놀려대서 얀붕이는 자연스레 애가 위축되는데


그걸 본 얀순이는 자기때문에 얀붕이가 불행해진거같고 미안한 마음이 드니까 얀붕이를 친누나들이 하는 것 보다 더 챙겨줌.

얀붕이는 어린마음에 자기를 제일 이뻐해주는 사람이니까 얀순이한테 꼭 붙어다니고.

그렇게 얀붕이가 자기를 전적으로 의지하는게 귀찮기도 하지만 뭔가 흐뭇한 기분임.


그렇게 지냈는데 얀붕이가 중학생이 되니까 성장기를 맞는지 키도 갑자기 커지고 어른스러워지는거지

초딩때만 해도 짝퉁 해리포터니 이마땜빵이니 하던 여자애들이 무슨 데이만 되면 선물한다고 학이며 장미며 접고앉았고

그 와중에도 얀붕이는 얀순이가 좋아서 친누나처럼 따르다가 어느날부터 괜히 내외하기 시작함.


얀순이는 첨에는 얀붕이랑 서먹해진게 뭔가 편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데

얀붕이 주변에 날파리처럼 들러붙는 여자애들이 점점 꼴보기 싫어지고

자기만 졸졸 따라다니던 얀붕이가 미워지기도 하면서 자기가 버림받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게 되는거지


그제서야 자기가 얀붕이를 단순한 동생으로 보는게 아니었단걸 자각하면서

얀붕이는 모르게 주변의 여자들을 나서서 정리하고 가족, 특히 누나들을 자기편으로 만들면서

얀붕이 지분을 잠식해가려 함.


얀붕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얀순이는 고3이라 학교에서 12시까지 통조림당하느라 가끔 교내에서 얼굴 마주치거나

체육시간에 축구하는 모습을 창밖으로 멀찌감치 보는게 전부인데 어느샌가 얀붕이 옆에 여학생 하나가 붙어다니네?

은근히 물어보니 사귀는건 아니라는데 싫은 기색은 아닌 얀붕이를 보고 얀순이가 위기감을 느끼고

백일주랍시고 수능 백일 전에 단둘이 소주를 까다가 육체관계를 맺음.


얀붕이는 자기가 저질렀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부터 끝까지 다 얀순이가 만들어놓은 덫

자연스럽게 썸 타던 여학생이랑은 거리가 멀어졌지.

이제 수능만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한 얀순이

근데 시발 임신은 계산 못했는데?

스트레스와 수험생 생활패턴때문에 수능 바로 전주에 유산되었지만 이미 양가 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소문이 퍼지고

전교 상위권인 얀순이가 수능 폭망하니까 양쪽 집은 물론이고 학교까지 난리가 난 상태.


결국 얀순이는 재수를 하고 얀붕이는 그 몇달동안 존나 고뇌를 많이 했는지 갑자기 공부를 포기하고 육군 부사관이 되겠다고 함.

같이 캠퍼스라이프를 하려고 꿈에 부풀어있던 얀순이는 생각을 바꾸게 하려다

순간 이미 상황이 둘이 결혼하기로 약정된거나 다름없는데다 여자꼬일 걱정없는 환경이 맘에 들어서 지지해줌


결혼 10년차의 밤에 얀순이가 꿈을 꾸는데

얀순이와 얽히지 않은 얀붕이는 이마에 큰 흉터도 없고, 굴곡없이 사랑받으며 살아온게 얼굴에 드러날정도.

고등학교때 잠깐 썸을 타던 여자애와 결혼한건지 둘이서 얀붕이 어릴때를 꼭 닮은 예쁜 아이를 안고서 웃고있는데

모습에 소름이 끼쳐서 잠에서 확 깨니까


각종 훈련에 야외생활에 피부는 거뭇하고 기름기도 없는 고된 얼굴

처음이 유산이었던 탓인지 번번히 실패하는 임신

정말 얀붕이 하나만을 위해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 그 결과가 얀붕이의 불행인것 같아서 갑자기 울고있으니

자다 깬 얀붕이가 얀순이를 안고 다정하게 달래줌.


얀순이는 얀붕이에 겹쳐보이던 꿈 속의 모습을 지워내면서

그래도 얀붕이의 사랑을 가져서 너무 행복하다고, 도리어 가지 못한 길을 조소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