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21539116

1편링크


'지키는 쪽으로 할게..'


"역시 24층에서 떨어지는건 무리잖아?

잘 생각했어"


조건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엄빠하고 말할때 맞장구 좀 쳐주면 돼."


실로 그리 간단한 조건이었다니..

이건 목숨을 지켜내고 시간을 벌 수 있을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문을 열고 그녀와 나왔다.


"엄마, 아빠 할 얘기가 있는데..후후"


그냥 맞장구만 잘 쳐주면...


"저, 옆에 있는 멋진 왕자님과 사귀는 중이에요."


맞장구치기엔 무리다..!

이게 뭐가 기회인지 후회할때


"얘도 아직 실감이 안나나봐요 에헤헤~"


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네.. 하하... 라고 하며 식탁에 그녀와 같이 앉은 후

쏟아지는 양가 부모님의 질문들.


언제부터 연애를 시작했는지부터, 어디까지 나갔는지, 데이트는 몇번했으며 언제 할 계획인지 상세하게 물어보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할때쯤

발이 밟히는 느낌이 났다.


필히 그녀의 압박 이리라 눈치채고 내 딴엔 재치있게 답변해서 겨우 모면해 식사 후 양가 부모님들과 보드게임까지 끝내고 겨우 5시간을 넘겼지만... 아직 4일이나 남았다.


텐트가 있나 기억 속을 뒤져봤지만 야속하게도

캠핑 같은 취미는 게임애호가에겐 없었다.

유일한 희망이 없어지자 생각나는 남은 방법은

유동적으로 위치를 바꾸는 것뿐.


5시간동안 좆빠지게 도망치면서 4일을 버틴다면..

다시는 이딴 내기는 하지도 말자고 요구하고싶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점은 어떻게 그녀가 내가 갈 곳을

알았는지, 미리 그녀의 부모님을 내 집에 알박기를

해놨다는건데...


집으로 안 간다면 내 집으로 가 양가 부모님을 포섭,

안보는 틈을 타 내 방으로 들어가 정보를 수집할 것이라고 생각해보니 소름이 온 몸을 감싸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어느쪽을 택하더라도 나의 패배였다.


풀밭에서 사육되다 어느날 갑자기 저녁 만찬의 메인메뉴로 되리라 생각했지만

나는 빠져나가는 힘을 부여잡고 버티면서

설령 패배하더라도 버텨내기를 다짐하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깨어난 뒤 씻고

메신저로 언제 시작되는지 물어보았다.

"그런걸 요구할 생각을 못했어? 너가 원할때 시작해"

그녀의 답변이 오자마자 '지금 시작할게' 라고 답을 보낸 뒤 마음먹고 문 앞을 나섰다.


현재 시각은 8시

나는 최대한 도망치며 시간을 끄는 전략을 택했다.

왕복 5시간인 지방으로 가기만 하면...이라 생각해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해 재빠르게 티켓을 끊고

버스를 기다렸다


다만..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마디


"걱정마, 내가 찾아낼테니."


나는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찾아낼지 짱구를 굴렸지만

구려터진 머리통은 가설 조차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진동이 울려 휴대폰을 보니 그녀가 메신저로 한 장의 사진을 보내온 것을 보았다.


의자에 앉아있는 내 뒷모습과 왼 손으로 V 사인이 담긴

사진 한 장....


나는 턱턱 막혀오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설령 버스에 타더라도 기다리는 시간 때문에

그녀에게 잡혀 목숨이 깎일 것이 뻔했기에 냅다 도망쳤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도망치는 와중에 그녀는 계속해서 사진을 보내온다.

내가 뛰는 모습, 지쳐서 쉬는 모습, 

그리고 두리번거리는 모습까지...


나는 이대로는 승산이 없겠다싶어 수면카페로 피신해

남은 시간을 계산한 다음 결제하고 문을 걸어담근 뒤

쉬면서 5시간을 버티기로 마음먹고 잠에 빠졌다.


반쯤 일어났을때 꿈은 생각나는게 없었다

굳이 기억을 짜내보자면 완전히 검은 어둠뿐만이 있었다.


알람소리가 귓가를 때려대며 아직 덜깬 잠으로부터

끌어내린건 잠시 후


나는 이제서야 안심했지만

메신저로 온 그녀의 통보는 이러했다.


"꼼수는 이번뿐이야"


다 알고있구나...

솔직히 말해서,  별 기대는 안했다.

남은 3일에 걸쳐 목숨을 적절히 써가며 뻐팅긴다면

이 스트레스 받는 싸움은 끝일테니..

다만... 다만 어째서 그녀는 나의 계획을 쉽게 알아내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거짓정보를 흘려가며

역으로 간파해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고 집으로 향하려했지만

편지 한 통이 문 밑에 끼어있는 것을 보았다.

내 이름이 적힌 편지의 내용은..


"앞으로 3일이나 남았네?

내가 너무 봐줬나봐? 나도 열심히 해볼테니까!

그동안 잘 도망쳐줘"


겁에 질려 구겨버린 편지를 주먹에 쥔 채

겁에 사로잡혀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