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용사인 얀붕이와 마왕인 얀순이

둘은 소꿉친구로 평범하게 시골에서 살고 있었지만 어느날 마족의 습격을 받음


때마침 산에 있던 얀붕이는 홀로 살아남고 마족에 대한 복수심으로 성당에 들어가 성기사가 됨

그리고 그 노력과 믿음을 신이 알아준 건지 성년식 날 성검의 선택을 받고 용사가 됨

용사가 된 얀붕이는 이런저런 모험 끝에 동료와 군대를 모으고 마왕성으로 쳐들어감


마왕의 군세를 물리치고 마침내 옥좌에 도착한 얀붕이

하지만 그 곳에서 얀붕이를 기다리던 건 얀순이였음

사실 얀순이가 마왕의 숨겨진 혈통이어서 마족들이 얀순이를 모시러 간 거였고 겸사겸사 인간도 죽인거였음

물론 얀순이는 성에서 지나면서 겉모습뿐만 아니라 성격도 완벽하게 마왕화된 상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얀붕이는 허탈함과 분노, 그리고 미련 속에서도 마왕과 싸우기로 결정함


하지만 그런 마음 상태로 제대로 된 힘을 낼 수가 있나, 동료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얀붕이가 마음을 다잡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어 있었음


성검도 뺏기고 마왕성 가장 깊은 방에 갇힌 얀붕이

얀순이와의 추억도 첫사랑의 설렘도 소꿉친구의 그리움도 모두 잊고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욕설을 마구 퍼부음


하지만 싸움의 여파로 얀붕이는 모든 힘을 잃고 사지 힘줄도 끊어져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살 수조차 없는 상태였음, 마왕은 곁에서 얀붕이를 극진히 돌봄


처음에는 혐오스럽기만 하던 마족의 푸른 피부, 산양의 그것처럼 우뚝 솟은 뿔 속에서 얀붕이는 한때 자신이 짝사랑했던 소꿉친구의 그림자를 발견함. 그럴 때마다 소스라치며 스스로를 질책하지만 얀붕이는 조금씩 마왕괴 소꿉친구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함


마지막으로 성검을 잡은 것도 너무 오래되었고 동료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얀붕이는 마왕의 침실에서 누구보다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며 어느새


아니, 마왕 같은 건 없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내 옆에는 소꿉친구만 있었는걸. 뿔? 피부? 얀순이는 원래 그랬어. 마족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날 돌보느라 힘들지 않아? 항상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내가 이렇게 못나서. 그러고 보니 이 상처를 어디서 입었더라... 응? 표정이 왜 그래. 네 잘못이 아니야. 사과할 필요 없어.


지금도 가끔 이상한 꿈을 꿔. 마족이 우리 마을을 침공하고, 모두가 죽었던 꿈. 나는 산 위에서, 불타는 마을을 바라보고 급하게 뛰어내려왔을 땐 이미 모든 게 늦어버린 뒤.... 하하. 물론 말도 안 되는 꿈이지. 지금 내 옆엔 네가 있는데.


내가 너무 행복해서 악몽을 꾸나 봐.


몇 달 후 열린 마왕의 결혼식에는

대륙의 모든 인간과 마물이 모여 그들을 축복하고

두 사람의 손에는 성검을 녹여 만든 반지가 끼워져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