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처음 만났던건, 내가 이제 막 모험가로서의 자격을 얻은 때였다. 그 무렵의 나는 이제 막 무기라는 것을 쥐어 본 생초짜, 손에 굳은 살 하나 없는 새내기였다.


하지만 모험가로서의 길을 택한 내가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건 어불성설. 본격적으로 모험가로서의 일을 하기 전에 나에게 맞는 무기를 찾고 싶어 마을에 있는 훈련소를 찾았다.


그리고 거기서, 작지만 있을건 있는 그 훈련소에서 그이와 만났다. 훈련소의 교관으로 있는 그 남자는 무기들을 눈앞에 두고 고민하는 나를 보고 다가와, 모험가 일이 처음인 나에게 적합한 무기와 그 무기의 사용법, 의뢰를 수주하는 법과 길드 찾기 등 초심자에게 도움이 될 정보들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게다가 그는 초심자의 행운을 빈다며 약간의 여행 경비까지 챙겨주었다. 자신이 이득보는건 없으면서, 나에겐 이것저것 챙겨주는 모습에 나는 왜 이렇게 잘 대해주냐 물었고, 그 질문에 그는 예전의 자신이 나처럼 초심자일 때 교관이 이렇게 대해줬다며 나에게서 예전의 자신의 모습과, 그 자신을 도와줬던 교관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조금이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해주었다.


거기서, 나는 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잘생기진 않았지만 보는 사람을 절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쾌활한 미소, 지루할수도 있는 설명을 재치있게 잘 풀어나가는 유머 감각, 귀찮을 수도 있는 내 질문을 짜증 한 번 안 내고 친절하고 세세하게 다 설명해주는 상냥함.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에 평생 꺼지지 않는 불을 지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 남자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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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웅이 되었다. 세계를 위협하던 마왕을 물리친 순백의 갑옷을 걸친 금발의 용사. 성검을 휘두르며 절대 악을 벤 순결의 전사.


그 여러가지 수식어들을 붙이며 사람들은 나를 떠받들었고, 수 많은 남자들이 나에게 구혼을 해왔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에 일절 관심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내가 관심 있는건 오로지 5년 전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고향에 있는 훈련소의 교관. 그 남자와 맺어져 은퇴 후 여생을 즐기는 것 외에는 관심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그 남자 옆에


다른 년이 붙어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낮의 태양과도 같던 그 미소,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감미롭던 그 목소리가, 내가 아닌 다른 년의 것이 되었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


그런 일, 있을 리가 없을텐데.


왜.














...

....

더 이상 순백 따윈 없다. 세상 사람들의 시선 따위 내가 알 바 아니다. 순백이든 영웅이든 그 남자에 비하면 길가의 돌멩이 보다 못하다.


그러니, 이제 영웅은 없다. 그 남자를 가질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 남자를 가지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마왕이든 학살자든 뭐든 될 것이니.


이제, 나는 되찾을 것이다. 내 삶의 존재 이유였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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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23722302?mode=best&p=5


이 글 보고 띠용해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