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아."


"응?"


"얀데레가 뭐야?"


"...뭐?"


하교 도중 갑작스럽게 날아온 얀순이의 질문. 나는 잘못 들었나 생각했지만,


"얀데레가 뭐냐고."


"에..."


아무래도 제대로 들은게 맞는 것 같다.


"저기...갑자기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이거 네 방에서 나왔어."


얀순이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평소 내가 즐겨 하던 얀데레 게임의 CD였다.


"앗! 너, 그거 언제 가져간거야! 없어진 줄 알았는데!!"


"저번에 니 집에서 같이 숙제할 때 발견한거야."


"아, 다행이다아~ 다시 안 사도 되겠어...빨리 돌려줘."


"질문에 먼저 답해."


"..."


얀순이는 평소엔 조용한 타입의 우등생으로 흔히 말하는 쿨데레? 같은 느낌이지만 의외로 고집이 쎄서 이럴 때는 곤란하다.

얀데레라고 하면 그거잖아 그거.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 병적으로 집착하고 칼찌라던지 납치감금이라던지...다른 종류도 있겠지만 뭐 아무튼 내가 하는 게임에선 그래.


"음...그게 얀데레는 말이야...상대방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야...아마도."


"그럼 이 표지 속 여자애는 왜 피 묻은 칼을 들고 있는 거야?"


"겍;;; 그건 말이야...자기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라고나 할까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나 할까..."


"...그래. 얀붕이는 그런 걸 좋아하는구나"


"ㅇ, 아냐! 그리고 얀데레라고 해서 다 그렇게 과격한 건 아니라고! 소프트 얀데레라던지 하드 얀데레라던지 종류란게 있으니까..!"


"...그럼 얀붕이는 소프트랑 하드 중에 뭐가 더 좋은데?"


"그...그게..."


솔직히 말하면 하드가 더 좋긴 하지만 현실에서의 하드 얀데레는 사양하고 싶고...역시 살고 싶으니까.


"소프트가 더 좋다고 생각해..."


"...그래? 그럼 이건 필요 없겠네."


뽀각ㅡ


"갸악ㅡ! 너 뭐하는 거야!?!? 그게 얼마짜린데..."


"소프트한게 더 좋다고 했잖아? 그럼 이건 필요 없어."


"그...그래도..!"


"대신..."


쪽ㅡ


"!?!?!?!?"


"...내가 그 소프트 얀데레? 가 될테니까...///"


"ㅇ, 어?///"


그렇게 말한 얀순이의 얼굴은 노을 진 저녁에도 알 수 있을 만큼 새빨갛게 물들어 가 그녀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부각되어 설레버렸다.


"가자, 얀붕아."


"으...응."


방금까지 토마토 같았던 얼굴을 정리하고 다시 뒤돌아 걷는 얀순이. 하지만 그 사이로 희미한 홍조가 눈에 들어왔다.


"가끔식은 쿨데레도 나쁘지 않구만..."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