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한 기념으로 일본 여행을 간 얀붕이. 처음 가는 해외였지만 호기롭게 혼자 나선 탓에, 지하철 노선을 잘못 보고 타버린 얀붕이. 세 정거장이나 걸어서 숙소에 가던 얀붕이는 여자 비명 소리를 듣게 돼.


어떤 여자가 멀리서도 문신이 보이는 금태양 두명한테 입을 막히고 끌려가고 있었어.

얀붕이는 아까까지 사케를 질펀하게 먹은 탓에 용기가 생겨 뛰어가서는, 주먹을 쥐려다가 뜬금없이 토해버리는거야.

토사물을 뒤집어 쓴 금태양들이 덤벼들려고 했지만 눈도 잘 안 보이는 데다 키 차이도 꽤 난 탓에 쫄고 도망갔어.


얀붕이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서툰 일본어로 "괜찮아요?" 하고 물어봤어.

술이 좀 깼는지, 자신이 폼 잡을 때가 아니라 엄청 부끄러워 할 때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든 그는 그냥 숙소로 뛰어갔지.

그 금태양들보다 위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얀코를 보지 못하고 말이야.


얀코는 얀붕이를 미행했어. 그러다 얀붕이가 들어가는 여관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뛸 듯이 기뻐했지. 거긴 얀코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곳이었거든.




깨질듯한 두통에 머리를 싸매며 일어나려던 얀붕이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 분명히 팔을 들었는데, 눈 앞에 그 팔이 보이지가 않는거야.

눈을 크게 뜨고 본 곳에는 희한한 붉은 색 밧줄이, 굵은 밧줄이 묶인 얀붕이의 몸만이 있었지.


"일어나셨어요? 너무 놀라실까봐 잠시 묶어뒀어요..."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뭔가 안심되는 목소리였어.


"어제는 정말 감사했어요... 아니, 비로소 제 운명의 상대를 만났으니, 너무 기뻐서..."

일본어를 선택하긴 했지만 한문을 쳤던 얀붕이는 솔직히 기초 단어 빼면 기억나는 게 전혀 없었던거야. 대충 고맙다는 건 알겠는데, 대체 뭐길래 묶어놓고 인사하는지를 몰라 두려워했어.


"서방님께선 어제 급하게 들어오셨으니 모르셨겠지만, 저 문을 열면 간이 노천온천 욕조가 있어요. 같이 들어가실까요?"

얀코는 서서히 얀붕이의 몸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더니, 이내 옷가지까지 벗기는거야.


"제 심장이 너무 두근두근 하고 뛰어요..♥"

얀붕이는 그만 울고 말았어.

그래도 심장 정도는 외우고 있던 얀붕이한테는, 심장 빼고 다 빼내어서 팔아주겠다는 소리로 들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