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왔네 저 손님?"


"뭐 어쩌겠어, 손님인데"


얀챈시 최고의 인기 레스토랑의 쉐프중 한명인 얀붕.

그는 오늘도 찾아오는 진상손님을 덤덤히 대한다.


"오늘의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당신으로 하고싶어요."


"네, 스페셜리테 하나 주문 받겠습니다."


얀붕이 있는 식당은 최소한의 정예 쉐프들이
손님에게 1대1로 주문을 받고 요리를 하는,

통칭, 아이돌 식당이었다.

미남 쉐프들이 자신의 얼굴을 팔아 요리를 만드니

맛도 맛이지만, 온갖 부녀자들이 그들의 얼굴에 몰려들었다.


"주문하신 제 스페셜리테, 

블레이즈 크렘브륄레 입니다.


"와아, 기뻐라... 그럼 그거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젠 무덤덤해진 듯 얀붕은 입을 연다.


"얀순양, 사랑합니다. 

제 정열과 사랑을 담은 크렘브륄레, 

맛있게 드셔주실거죠?"


"네에...♥

덤으로 번호도 좀..."


"손님, 영업 방해는 곤란합니다."


얀붕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뒤돌아 나간다.

 

"이야, 이번 진상은 꽤 질기다?"


"그러게.. 보통 5번정도 차이면 그만 오던데..."


"것보다 저 짓을 무표정으로 하는게 신기하잖냐?"


"그러게, 난 저거 오글거려서 못하겠는데 말이지"


다른 쉐프들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묵묵히 다음 주문을 받으러 가는 얀붕.


"주문은 뭘로..."



멀어져 가는 얀붕을 바라보며,

얀순은 그녀의 앞의 접시를 보며 사진을 찍는다.


"블레이징 크렘브륄레."


얀순은 메뉴 이름을 나지막히

읊고선 이내  숟가락을 든다.


얀붕의 크렘브륄레는

다른 크렘브륄레와 다르게

검게 굳은 설탕이 아닌,

붉은 주홍빛의 설탕 덩어리가 

올라가있었다.


"후훗... 얀붕씨의 사랑..."


그녀는 한입 한입을 소중하게 음미했다.

달콤한 베리 계열의 살짝 시큼한 향이

입안을 맴돌아 그녀의 기분을 고양시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얀순은

크렘브륄레를 전부 먹었다.


"하아... 이제 가야하나?"


얀붕의 스페셜리테가

양이 적은 디저트 계열인 것이

많이 아쉬운 듯 얀순은 자리를 뜬다.


"좀 더 오래 보고 싶었는데..."


.

.


"얀붕아, 오늘은 수고했다."


"아, 점장님."


"저기... 미안하다.."


"네?"


"요즘 들어 오는 진상 손님 있잖니?"

"네."


"아무래도 정당히게 손님으로 와서

돈내고 음식을 먹고 나가는 것 뿐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괜찮아요, 냅두면 알아서 떨어지겠죠."


"저기.. 미안하다, 대신 보너스 많이 넣어줄게...."


"감사합니다."


/저벅..저벅...저벅../

/또각..또각...또각../


자신의 걸음소리에 맞춰 들리는 구두소리,

제딴에는 감춘다고 감추려한 듯 보이지만,

아무도 없는 골목에선 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 거기 누구 있어요?"


"..."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얀붕은 가로등 뒤로 다가간다.

다가가서 무작정 팔을 잡아 

끌어내자....


"히잇!?"


가로등 뒤에 있던 사람은 얀순이었다.


"손님, 저희 가게는 오늘 영업이 끝났습니다.

사적으로 이렇게 아파트까지 찾아오시면

추후의 이용이 많이 곤란합니다."


경멸의 눈으로 담담하게 내뱉고선

얀붕은 그녀의 팔을 휙, 하고

거세게 놓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읏... 하아....내 심장...."


상기된 얼굴로 얀순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얀붕의 뒤를

그저 바라보았다.


"내일은 가게 안하는 날이지..."


시무룩한 표정의 얀순은 

이내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날 아침.


"...읏"


얀붕이 냉장고를 열자,

그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요즘 너무 집밥을 안 먹었나?"


스토커가 계속 퇴근시간에 따라오자,

얀붕은 보너스를 받는 조건으로

뒷정리까지 하며 더욱 늦게 퇴근했고.

식사는 점장과 배달 요리로 때운 탓에

집에서 거의 요리를 하지 않았다.


"나가기 귀찮은데..."


얀붕은 적당히 청바지와 후드를 입고

장바구니를 챙겨 식재료를 사러간다.


/끼이익.../

/끼이익.../


-어!?

-어...


문을 열자,

옆집의 문이 같이 열렸다.

그리고 그 너머엔 얀순이 있었다.


"여긴 어떻게!? 왜 있어요!?"


"그건 제가 할 말인데요...
혹시 저 따라 같은 아파트로 

이사한겁니까?"


"그건 아닌데...

아으...옆집인걸 알았으면

이렇게 고생 안 해도 됐을텐데!"


돌연 성질 부리는 얀순.

그런 그녀의 화를 배꼽시계가 멈춘다.


"아으.. 차라리 전략을 

옆집 이웃으로 시작했... /꼬르륵/ "


"... 배고파요?"


"으으... 네...."


붉어진 얼굴을 가린 얀순을

한심하다는 듯 얀붕은 쳐다봤다.


"나도 먹을 거 없어서 사야 하는데,

같이 장 보러 갈래요?"


"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갈 때 적적한데, 아무거나 얘기좀 해봐요."


"네? 아, 네! 제 이름은..."


"이름, 이얀순. 

이름은 몆번이고 들었어요, 다른 거."


"네... 그러니까...으..."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얀순.

그녀가 스토커만 아니었더라면

평범한, 사랑에 빠진 여인으로 보였으리라.


"나랑 사적으로 만나니까 좋아요?"


"네, 너무 좋아서 행복해요..."


"왜 하필 나에요?"


"그게... 잘생겨서...제 취향이라..."


"저 말고 다른 잘생긴 선배들은?

모두 나쁘진 않잖아요?"


"그냥.... 한눈에 반했어요.."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알아보려

몇가지 질문을 던져봤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없었다.


("사랑, 인가...")


"저.. 얀붕씨는요? 저 싫어요?"


"네."


"읏... 저 많이 싫어요?"


"네, 아주 싫어요."


"어디가 싫어요? 

어떻게든 고쳐볼게요!"


"나 스토킹하는 점이요."


"그럼... 스토킹만 안 하면 괜찮나요?"


"뭐, 옆집인데 안될 것도 없지?

내가 반할 수 있게 한번 힘내봐요."


"네!"


어차피 거부할 생각이니까

알아서 떨어져 달라고

적당히 뱉은 말이었지만,

얀순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

.

.


그렇게 장보기가 끝나고,

얀붕은 집에 돌아왔다.


"잠깐, 그쪽은 집에 안 들어와요?"


"들어가도 괜찮아요?"


"밥 안 해줄 거였으면

같이 장도 안 봤겠죠.."


얀순은 그 말에 신난 듯 들어왔다. 


"좋아하는 요리 있어요?"


"어... 푸타네스카?"


"알았어요, 적당히 TV나 보고 있을래요?"


"아니요..."


"그럼 나 보고 있을 거잖아요."


정곡을 찔린 듯 아무런 말도 못하는 얀순.


"됐어요, 이젠 보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얀붕은 이내 요리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맛있는 스파게티가

얀순의 앞에 나왔다.


"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둘은 식사를 하며 

적당히 대화를 나누었다.


"... 그러고보니 이젠 별로 안 떠네요?"


"네... 사실 아직도 두근거리는데
조금 진정된 것 같아요...."


"당신같은 스토커 붙을줄 알았으면,

아이돌 흉내는 내는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읏... 앞으로 스토킹 안할거에요..."


"진짜?"


"진짜에요..."


"그럼 오늘은 이거 먹고
얌전히 집에 돌아가세요."


"네에...."


얀순과의 식사가 끝나고,

얀붕은 설거지를 하고있었다.


"얀순씨? 뭐하세요?"


얀붕의 등에 그녀의 가슴이 닿고있었다.


"그... 뒷태가 멋져서...
끌어 안고싶은데....

싫어할까봐 참고있어요..."


"가슴, 닿고있어요."


"앗,... ~~~~!!!!"


지금 자신이 무슨짓을 한건지

이해한 듯 그녀는 황급히 

떨어져서는 주저 않았다.


"일어나요, 밑에 집에 민폐야."


얀붕이 손을 내밀자,

부끄럽다는 듯 손을 잡는 얀순.


"부끄러운건 알겠는데,

리액션은 정도껏 하세요."


"네..."
("손잡았다! 손잡았어!손잡았다고!!!")


몆분이나 지난걸까,

얀붕은 설거지를 끝내고

얀순을 부른다.


"얀순씨, 이제 슬슬 돌아가세요."


"안 가면 안 되나요?"


"오늘은 폐점입니다."


"치잇... 좀 더 있고 싶어요.."


"오늘 데이트 해드렸는데,
그걸로 만족 못해요?"


"데이트?"


그말에 얀순은 오늘 하루를 되새긴다.


("분명 같이 먹을거 사면서
옷도 구경하고, 길거리에서

공연도 구경하고, 집에 와서

식사까지...")


"어!? 이거 완전 데이트잖아!"


"눈치도 참 빠르네요."


"어으... 저..너무 행복해서 죽을거 같아요..."


"여기서 말고 집가서 죽으세요."


"읏.. 너무해..."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만화의 여주인공의 하트눈 마냥

눈을 번쩍 뜨며 얀붕을 바라보았다.


"그..저.... 가기전에..."


"또 뭐요?"


"전화번호... 주시면...."


"아 예, 여기요."


귀찮다는 듯 얀붕은

전화기를 얀순에게 넘겼다.


"얀붕씨의 전화번호..."


"그럼, 이제 잘 가세요."


"네엣....♥"

.

.

.


10분뒤,얀순의 집


"꺄아아아! 어떡해! 번호땄어!
잘했다, 잘했어! 과거의 이얀순!"


/뚜르르..뚜르르.../


돌연 전화가 울린다.


"어, 얀붕씨!?"


얀순은 서둘러 전화를 받고

녹음버튼을 눌렀다.


"지금 밤 늦었으니까 

조용히 자세요."


"앗, 네에..."


전화는 끊겼다.


"읏... 네헤에에엣....♥ "

("꺄아아아아아 너무좋아!")


얀순은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끌어 안고 좌우로 

힘껏 굴렀다.


"아...진짜 너무 행복하다...♥"

~~~~~~~~~~~~~~~~~~~~~~~~~


낮에 주운 소재랑 별개로 

방금 떠오른거라 잊기전에 적음.


얀데레 만들려했는데

그냥 유사 아이돌 빠순이가 되어버렸네...


다른 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