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우리 둘 사이에 맴도는 침묵의 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뭔가 틀린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는 아리에의 다음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
“...그래, 못 믿겠..”
“역시, 그랬군요!”
“...어?”
“저는 데인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비범하신 분이라는걸 느꼈어요!”
“발길이 끊긴 산에 오셔서 저를 구해주신 거잖아요?”
“그것, 역시 신의 뜻이셨나요?”
...어?
이걸, 의심 하나 안하고 믿는다고?
엘프가 원체 순진한 종족이라는건 알았지만..
눈을 너무나 빛내며 내게 물어오는 아리에의 모습에 되려 내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진정하고 대답해야겠지.
“...그래.”
“신께서, 고난에 빠진 엘프소녀를... 구하라고 하셨어.”
"...."
“포악한 늑대들이 있을걸 그 분께서 경고하셨지만...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널 구하러 온거란다,”
“아아아아...!!”
감격했다는 듯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하는 아리에의 모습에 안도와 동시에 불안이 느껴지기도 했다.
“데..데인,님.. 정말 감사합니다..”
“신께서, 절 구하시라고 명령하신건 제가 데인님께 필요가 있어서겠죠? 그런거겠죠?”
어어?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어쨌든 네가 내 계획에 필요한 것은 맞지..
이 대답을 원하는 듯한 아리에의 모습에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
“그래. 아리에, 너는 내게 필요해.”
“...기뻐요. 데인님께 보답을 해드릴 수 있어서..!”
너는 참 좋겠다.
기쁠 일이 많아서.
뭐, 네가 순진한 덕에 내 계획이 잘 되어가고 있는거니까.
감사인사는 해야지.
“너가 필요한만큼, 저 용사도 꼭 필요해. 도와줘서 고마워.”
“.....아, 네! 제, 제가 앞으로도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데인님!”
표정이 일순간 굳었었지만, 곧 활짝 웃으며 내게 대답하는 아리에.
좋아.
조금 이상하지만 벌써부터 열혈 신도인 엘프 소녀는 집을 바치라면 바칠 수 있을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그렇다면, 지금 저 큰 나무에 매달려 있는 붉은머리 미녀 용사를 회유해야 할텐데..
누가봐도 곱게 곱게 말을 듣지 않을 것이 눈에 선하다.
아리에는 믿을 수 없을만큼 순진해 잘 속았다면, 용사는 아리에에게 들인 노력의 10배 정도는 더 해야 믿어줄까 말까였다.
그래. 지금 이때 머리를 굴려 대본을 생각하자.
공감대 형성, 공통된 목표가 있는 것을 강조...
“데인님, 치료하는데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집에 들어가셔서 쉬시는게 어떠세요? 나무가 확장공사를 끝낸 것 같던데.”
“그럴까?”
아리에를 따라가니, 엉성하지만 확실히 더 커지고 넓어진 집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헤헤.. 마음에 드실련지 모르겠어요.”
“마음에 들어. 확실히 넓어졌네."
그 전의 집은 아리에 딱 한 명만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면, 지금의 상태는 나와 저 나무에 매달려 힐 받고 있는 용사도 같이 들어와 살 수 있을 정도로 커진 규모였다.
“저는 차를 우려올게요. 이 역시 시간이 걸릴테니, 편히 쉬고 계세요.”
아리에는 총총 주방으로 향하고, 나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천천히 집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느새 저녁이 다가오고, 해는 모습을 감추기 시작할 무렵.
“헤헤, 데인님. 이제 다른 숲을 둘러보러 갈 시간이에요..”
어느새, 그 찢어진 원피스가 아닌 새로운 옷으로 바꿔입기까지한 아리에.
좀 잊으라고!
네 숲이나 잘 지키면 되는거잖아!
숲에서 평생 살아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숲에 대한 집착은 상상 이상이였다.
“....으응..”
“...그,그런데.. 오늘은 좀 안되지 않을까?”
“....왜,왜요..?”
“같이.... 숲을 둘러보시면서 .... 단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셨잖아요..?”
“용사가, 곧 깨어날 시간 아니니?”
“용사가 깨어나면, 그녀랑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신님의 뜻이니, 양해해줄 수 있겠지?"
신 나왔다, 신.
하지만, 아리에는 좀처럼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리에가 불만이 있다는 듯 입을 열려고 하자 나는 결국 목소리를 낯춰 부르고 말했다.
“아리에.”
“...”
내가 진지하게 입을 열자, 결국 아리에는 입을 집어 넣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좋아.
진작에 이랬어야지.
얘는 멍청하게 잘 따르는 건 참 좋은데, 가끔 이렇게 고집을 부린단 말이야.
만난게 하루밖에 안 되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좀 교정해줘야겠지.
“..........그러네요..”
"그래, 이제 알면 된거란다."
"그럼 아리에, 너는 이제..."
“...제가, 바보같이... 조르고 말았네요..”
"...어..?"
갑자기 눈에 띄게 목소리가 가라앉은 그녀는 빛이 바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곧 깨어날거에요..”
“제가 달이신 차를 다 드시고 가보시면 될거에요.”
아리에는 천천히 내 팔을 향해 손을 뻗으며 집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미약한 힘이였지만, 내 자의보다는 그녀의 의지로 집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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