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7편) : https://arca.live/b/yandere/25613120

시리즈 일람 : https://arca.live/b/yandere/26457677


출처 : https://www.pixiv.net/novel/series/1568103


주요 등장인물 :


심볼리 루돌프 : 주인공의 담당 우마무스메, 학생회장, 얀순이


트레이너 (남) : 주인공, 얀붕이
  



제목의 '진미가효(珍味佳肴)'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안주 라는 뜻이 담긴 사자성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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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아침, 트레이너 군. 아침식사는 벌써 준비 다 됐어."


 흔들흔들, 하고 몸이 가볍게 흔들리는 감각.

 눈꺼풀 너머가 밝다.

 벌써, 아침인 걸까.


 "…응, 우응"


 더 자고 싶다.

 어제는 왠지 모르게 꽤나 정신적으로 지쳤다.


 …라곤 하지만, 그렇게 자고 있을 수 만도 없다.

 느릿느릿 이불을 들춰내면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킨다.

 다리가 나른하다. 어제 너무 차게 잔 걸까.

 그러니까, 오늘은 수업이 있는 날이고, 점심에는 입학식인가….

 아침 훈련은 근육 단련을 중심으로 하고, 그 뒤엔 레이스 분석….

 점심에 있는 입학식 부터 루돌프는 움직일 수 없으니까, 오후는 거의 할게 없겠군.


 응.

 응?


 "…루돌프? 어떻게 여기 있는거야?"


 잠이 덜깬 눈을 필사적으로 비비며 잠이 깨길 바란다.

 이상하다. 뭔가가 이상하다.

 아니, 루돌프가 여기에 들락거리던 건 일상적인 이벤트였지만, 그건 1년 이상 전의 일이다.

 최근엔 아무리 잘해도 우연을 가장하여 이틀에 한 번보다 짧은 간격으로, 기숙사 앞까지 인사하러 왔던 정도.


 "이상한 걸 묻는군."


 한 편, 루돌프 본인은 고개를 갸웃한 모습.

 어? 이거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어젯 밤 있었던 일을 잊어버린 건가?





 …뭐?





 "아니 제대로 돌아갔잖아 너."


 몇 번을 되새겨봐도 확실하게 루돌프를 돌려보내고, 문을 잠근 건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래 봬도 몸가짐은 철저하다.


 "음. 그 뒤에 방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잤다고."


 앞치마를 두른 가슴을 펴고 대답하는 루돌프.

 앞치마의 가슴 부근에는 데포르메화한 심볼리 루돌프의 얼굴.

 한 손에 국자를 들고 있기 때문인가, 묘하게 젊은 아내같은 느낌이 있지만 실제 연령을 생각하면 명백히 범죄다.

 이 상태에서 실수로라도 한 이불에서 잤습니다 라고 해 봐라.

 트레이너 인트라넷에 즉각 정보가 공유되어 다른 트레이너가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고, 우마무스메들은 후각으로 알아 챌 것이다.

 그렇다면 뭐가 일어나는가?

 간단하다. 자기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 녀석들이 움직이는 거다.


 "그럼 어째서 벌써 있는거야."


 애용하는 자명종 시계에 살짝 시선을 주니 오전 5시 30분.

 동절기라면 슬슬 해가 나올 시간이지만, 이 시기엔 이미 아침해가 밝았다.


 트레이너는 기본적으로 담당의 아침 훈련이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근하여 그녀들의 강의가 있는 수업중에 수면 및 서류작업이나 레이스 분석, 출주 로테이션 작성이나 취재 스케줄 등 언론 대응의 조정 등, 책상업무를 중심으로 행한다. 그리고 오후는 트레이닝이라는 생활이 된다. 그 것 때문에, 휴일을 제하면 트레이너는 수면 부족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5시 30분은 항상 알람을 맞추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시간에 빈틈없이 몸단장을 마치고 아침식사까지 만들고 있는 루돌프.


 "일찍 일어난게 당연하지 않나."


 흠.

 일찍 일어나면 문을 잠근 방에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우마무스메에 의한 열쇠 복제 피해가 끊이질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반년에 한 번의 페이스로 자물쇠가 교환되고 있다만.

 이번엔 꽤나 (열쇠가 복제되는 게) 빠르군.


 "열쇠는?"

 "어제 빌려서 여분의 열쇠를 만들어 두었다. 불편하니까 말야."


 액면상으로 보자면 내가 범죄자지만, 범죄 피해를 받고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 쪽이다. 프라이버시란 대체? 경찰님 제발 도와주세요.

 뭐? 경찰이 도주했다고? 어째서 추입이 아닌건가 그녀는.


 "그런가."


 뭐어, 매년 '담당 트레이너 방의 열쇠를 부적으로 삼으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담당이 되어줬으면 하는 트레이너의 셔츠를 속에 입고 3200미터를 달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등의 속설이 나돌아다니는게 이 트레센 학원인 것이다.

 개인의 물건을 부적이라고 칭하여 강탈당하는 일을 이유로 보안 수준이 매년 강화되고 있는 기숙사라고 하는 건 세계가 아무리 넓다 해도 기껏해야 각지의 트레이닝 센터 정도겠지.

 지방의 트레센은 그 언저리의 사정이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

 중앙 만큼의 소문이 들리지는 않는데, 저 쪽은 평화로운 건가?


 "자, 그만 잠에서 깨고 세수를 하고 와. 아침식사가 식는다고?"

 "아, 넵."


 이미 포기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렇다 치더라도, 황제가 손수 아침식사를 준비해 준다고 하는 건, 수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이 되어서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미 남한테 아침식사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쪽에 서 있을 터인 그녀.

 황제가 손수 만드는 요리라고 하는 건, 터무니 없이 사치스런 아침식사겠지.




 아침식사는 일식이었다.

 계란말이에 된장국, 그리고 생선구이에 흰쌀밥이라니 불평할 건덕지가 없다.

 덤으로, 절임류까지 완비다. 이게 휴일이었다면 최고였을텐데.


 싱글벙글, 하는 미소의 압력에 굴하듯이 젓가락을 뻗는다.


 "…맛있어."


 확실히 맛있다.


 "오랫만에 실력을 발휘했다만, 약간은 실력이 올랐지 않나?"

 "실력이 올랐다…랄까. 아니, 굉장하네 이건. 마치 고향의…응?"


 응?

 아니, 이 맛은… 응?

 한 입, 두 입 젓가락을 움직인다.


 …글쎄.


 의문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확신으로 바뀌었다.

 …고향에서 먹던 밥의 맛하고 비슷하다, 이건.


 "…묘하게 자주 먹던 맛이라 기쁘긴 하지만, 루돌프는 어디 출신이었지?"

 "안타깝지만, 출신지는 달라. 이건 네 어머님께 연락하여 레시피를 전수받은 덕분이었지."

 "읏, 콜록, 콜록?!"


 천천히 넘기던 유부가 기관을 직격했다.

 기관부에 손상. 총원 대피.


 "아아, 천천히 먹어도 괜찮다고. 아직 출근까지 충분히 여유가 있으니 말야."


 바로 물을 따른 내가 애용하는 머그컵이 건네져, 단숨에 들이킨다.

 어떻게든 유부는 뱃속으로 씻겨나간 모양이어서, 호흡은 거칠지만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으하아 …깜짝 놀랐네. 우리 어머니가 어쨌다고?"

 "음, 어머님께 레시피를 전수받아서 말이야. 꽤나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매우 고마웠었다. 너에게도 잘 부탁한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들었지."


 ???????

 아마도 내 뒤에는 우주의 광경이라도 펼쳐져 있지 않을까.


 어머니.

 고향의 어머니.

 어느 새 루돌프랑 연락을 취했던 겁니까.

 아니, 오히려 반대인가? 어떻게 고향을 특정한 거지?


 "안심하라고. 네 어머님과 만난건 우연이야. 거리에서 팬이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잘 보니 네 자당… 아니, '어머님' 이었다, 라는 이야기다."


 사인을 해 주기 위해 성함을 여쭤봤더니, 어머님이라는 걸 알아서 말야. 라고 하며 루돌프는 웃고 있다.

 우리 집안은 흔해빠진 성씨이기 때문에, 사인 정도로 보통 눈치 챌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즉, 원래부터 어머니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거 겠지.


 어째서 알고 있는거지?


 게다가 어머니. 어째서 이런 도쿄 변두리까지 나와 계셨습니까. 여행이셨습니까.

 아니면 나이에 맞지 않게 시부야라던가에서 놀고 계셨던 겁니까.


 그리고, 뭔가 이렇게, 어머님이란 말의 울림에 쓸데없는 노이즈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든다.


 "마침 언론에서 네가… 뭐냐. 언급이 되고 있었던 때라 말이지. 걱정돼서 네 얼굴을 볼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대로 얼굴을 보여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어머니의 품에서 울 것 같은 나이도 아니지만, 얼굴을 보면 약간은 안심됐을지도 모를텐데.

 아니 역시 됐다. 전화할 때 마다 "손주는 아직이냐?" 라고 누누이 물어오던 어머니니까 아마도 쓸 데 없는 상황이 벌어졌겠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만, "그럼 안심해도 되겠네. 우리 자식을 잘 부탁해요." 라고 말하고선 관광하시고 떠나셨지. 부모님 모두 건강하신 것 같았다."


 아버지도 있었던 거냐.


 "저기."

 "뭐지?"

 "언론에서 내가 두들겨 맞던 때가 벌써 1년 이상 전 아닌가?"

 "그렇지."

 "최소한 가르쳐 줘야 됬던 거 아냐?"

 "너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생각해서 말이지."


 깜짝 놀랐다. 당연히 깜짝 놀라지 이건.

 이건가. 이게 수많은 트레이너를 늪으로 빠뜨려버린 우마무스메의 행동력인가.

 주말에 함께 외출했을 터인데, 고향에 끌려갔다던가 하는 말을 자주 듣고서는 "넋이 빠져있어서 그래."라고 웃어 넘겼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향의 어머니랑 인사를 나눴다는건 상정 외였다. 나 혼자서 방비를 굳히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걸 봐봐, 어머님과 연락처도 교환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책임을 가지고 네 고향에 보고할 수 있어. 등등의 말을 하며 루돌프는 싱글벙글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비상연락망으로써 확실히 트레센 학원에는 제출한 번호지만, 루돌프가 그걸 쥐고 있는 이상 절대로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혹은 보고 내용이 꽤나 유쾌한 방향으로 기우는 사태가 되어있음이 틀림 없다.


 내 주변. 주변 방어선은 어디로 간거야.

 머리를 감싸 안으면서도, 오랫만의 맛에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분하다. 그래도 먹게 된다.


 곁들여진 절임에 손을 댄 순간, 머리 속에서 고향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절임, 절대로 어머니가 절인 녀석이다.

 아직 맛이 연하다. 즉, 꽤나 최근에 도착한 거 겠지, 이건.




 나한테는 아무 것도 도착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어머니? 이보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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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남자 집에 들어가서 아침식사를 차려주는 건 순애의 정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함.

남자친구 집의 여분 열쇠를 받아서 집에 자주 들락거리는 것도 그렇고.

문제는 이 모든 게 남자(얀붕이)의 허락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얀데레의 정석으로 바뀌는 거지만.

근데 당사자만 좋으면 순애 아닐까?


언제나 오타 및 오역 지적 그리고 기타 피드백 대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