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6편) : https://arca.live/b/yandere/25562310

시리즈 일람 : https://arca.live/b/yandere/26457677


출처 : https://www.pixiv.net/novel/series/1568103


주요 등장인물 :


심볼리 루돌프 : 주인공의 담당 우마무스메, 학생회장, 얀순이


트레이너 (남) : 주인공, 얀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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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신, 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등을 감쌌다.

 변하지 않는, 상냥한 감촉.


 변한 점이 있다고 하면, 그건 등을 감싸는 그녀의 팔의 위치가, 살짝 높아진 것 정도다.



 "좀 진정되었나?"

 "…미안."

 "…괜찮아."


 그로부터 잠시 지난 후,

 진정되었으니 풀어달라고 하며, 다시금 소파에 앉는다.

 루돌프도 이번엔 걸터 앉았다.


 내 옆에.


 …응?


 변함이 없는 것 같아서 안심했다.

 어째서, 나는 당시 이 방에 자주 틀어박혀 있던 그녀를 위해 산 의자가 아니라, 좁은 소파 옆에 앉고 있는지 매일 의문점이 들지만, 일일히 저 쪽으로 가라고 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몇 번인가 시험삼아 말해 본 적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도가 매정하게 각하되었다.

 한 번 이런 상태가 된 루돌프는 그 성질머리를 유감 없이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담당을 2명 가지는 거지?"


 내 눈을 옆에서 엿보듯이 있으면서 그녀는 묻는다.

 확인하듯이, 답을 맞춰 보듯이.

 전문이나 타인으로 부터가 아니라, 당사자의 입으로 부터 듣고 싶다는 거겠지.


 "응, 그랬지…"


 여기서 거짓말을 내뱉는 건 쉬운 일이다.

 아무렇게나 그 상황을 넘기기만 하면 되는 상대이기만 했다면, 나는 그런 행동을 취하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다른 우마무스메를 상대로 하고 있었다면, 적당히 그 자리를 넘기기 위한 거짓말이라도 입에 담으며 거리를 두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약간 상대가 나쁘다.

 엷은 보랏빛 눈동자. 기품, 고귀함, 신비의 색.

 거짓말이나 얼버무림이 허용되지 않는, 안을 꿰뚫어 보는듯한 그것.


 "아키카와 이사장으로부터 사령이 있었어. 나한테는 짐이 무겁지만 말야."


 나는 솔직하게 자백하기로 했다.


 "하하, 너는 온량공검(온화하고 정직하고 공손하고 검소함을 나타내는 사자성어)한 게 미덕이지만, 자기평가가 너무 낮은 것도 생각해 볼 일이군."


 데굴, 하고.

 내 무릎 위에서 몸을 굴리면서 루돌프가 웃는다.


 "저기."

 "응?"

 "아, 아닙니다."


 항상 있는 일이고 말이다.

 하는 말 자체는 평소 대로의 그것이지만, 이 방에서의 행동은 아무래도 당시로부터 변화하지 않는 느낌이 있다.

 이전에, 어떤 사정으로 인하여 이 방에서 싸움이 일어났던 때가 있었다.

 외모는 이미 거의 현재의 루돌프 정도까지 성장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다.


 둘이 있을 때는 루나라고 불러달라고 했는데! 라고 뿌루퉁해서 화를 냈던 걸 떠올린다.

 그 때는 꽤나 귀엽게 볼을 부풀린 상태였지만, 한 편 당시에 사용하고 있던 작은 소파는 무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리게 되었다.

 이 늠름한 외모로 저런 화난 모습은 어떤가,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그녀의 매력의 일부인 거겠지.


 '황제'를 동경하는 우마무스메들은 졸도할지도 모르겠지만, 절대로 타인의 눈에 띄는 장소에서는 하지 않으므로 그 점은 안심하고 있지만, 트레이닝 중에 기쁜 일이 있거나 하면, 무심코 신이 나서 까불대 버리거나 등 의외로 나사가 빠져있는 면도 있으므로 그닥 방심은 할 수 없다.


 여담으로, 사망하신 소파에 대해서는 코미디인가 라고 생각했다.

 안장에서 스프링이 튀어나왔단 말이다.



 그건 그렇고.

 …자기평가가 낮다, 라.


 "정당한 자기평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내가 그런 말을 했었던가."

 "눈을 보면 안다고. 너의 그것은 특히 알기 쉽고."


 눈은 입만큼 말을 한다, 라고는 하지만.

 심정이 표면에 드러나기 쉬운 우마무스메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도, 석연찮은 느낌이 있다.


 …솔직히, 심볼리 루돌프 한명조차 겨우겨우인 상태이다.

 트레이너로서의 역량면도 당연하지만, 루돌프 한명에게조차 이렇게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늘어난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위가 뜯겨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엔 집착하게 두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마음 속에서 생각하지만,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를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날을 세우지 않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무기를 승부복의 장식으로 소지하고 있는 자 또한 있단 말이다.

 걷어차인 것 만으로도 즉사를 면할 수 없는데, 사고로써도 처리 할 수 없을 칼부림 사건은 정말로 사양하고 싶다.


 "루돌프의 지도가 산만하게 되거나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니, 머리가 아파."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면서 넋두리를 하니, 쿡쿡, 하며 웃은 루돌프의 손이 뻗어와, 뺨에 닿았다.


 그리고 그대로 쭈욱 하고 뺨이 잡아당겨졌다.


 "하흐다호(아프다고)."

 "루나다."


 눈 아래에서 걸려오는 강력한 압박.

 이럴 때에 카리스마성을 악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떨라나.


 "하라써(알았어)…. 루나."

 "음."


 뺨이 잡아당겨진 채로 루나라고 불러줄까 라고 생각했지만, 이름을 부른 순간에 손을 놓아 버렸다.

 마음이나, 혹은 행동을 완전히 읽힌 끝에, 싱글 하는 미소를 저 쪽에서 향했다.

 어떻게든 복수해 주마 라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뺨을 잡아당기던 손이, 살짝 내 손 위에 올려졌다.


 필요 이상의 출력을 자랑하면서도, 그 나잇대의 소녀같은, 따뜻한 그 손이.

 둥실, 하고 상냥한 눈을 하고는, 황제는 말한다.


 "너라면 할 수 있어."


 ….


 "어디서 굴러온 말뼈다귀인지도 모를 신인 한 두명 정도, 육성하는 건 간단한 일이지 않나?"


 나도 모르게 멍청하게 얼빠진 얼굴을 보여버렸다는 자각은 있다.


 평상시라면 절대로 입에 담지 않을 대사다.

 어디에서 굴러온 말뼈다귀라고 할까, 우리 학교 학생이다만.

 괜찮은 걸까, 학생회장이 그런 말을 해버리다니.


 "후후, 청운지지(높은 지위에 올라가려고 하는 뜻을 칭하는 사자성어), 그 정도의 의기를 품고 도전하라, 라는 말이다."

 "…되게 엄격하네."

 "이런 얘기를 내가 할 필요도 없이, 너라면 해 보일 수 있다. 내 트레이너는 완고하고, 욕심쟁이에,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녀석이니까 말야."

 "신뢰가 무겁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어 버린다.

 그걸 루나가 말하는건가, 라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타협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무패 3관같은 대기록은 달성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도 그걸 뒤에서 밀어 줬다.


 우마무스메도, 트레이너도.

 어느쪽도 완고하고, 욕심쟁이에, 그리고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다.


 "네가 어떤 우마무스메를 데려오나 상관 없이, '절대'는 나다. 그것에 흔들림은 없어."


 절대적인 자신감.

 우마무스메에게 절대는 없다. 하지만, '절대의 황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아니.

 틀리다, 그게 아니야.


 심볼리 루돌프의 꿈은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흔들리게 두지 않는다.


 이건 사실을 말한 것도, 뭣도 아니다.

 그렇게 있고 싶다, 라고 하는 결의다. 몽상이다.


 '모든 우마무스메의 행복을 실현한다'.


 그런 몽상을 이루기 위하여, 그녀는 더 높은 곳을 계속 노린다.

 그건 레이스 방면만으로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세계.


 나는 그 꿈의 눈부심에 눈을 태워버린 거다.


 "역시나, 관록이 있네."


 뇌리에 강렬하게 새겨져,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계속해서 몹시 내리는 빗 속,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 그 모습이.


 "당연하지. 세계 제일의 트레이너의 애마가 제일인게 당연하잖아."

 "너무 치켜세우지 말라고. 내 코가 높아진다고 해서 레이스에서 이길 수는 없다고?"

 "후훗, 그럼 내 코가 더 높아지도록 해 달라고. 코 차이로 더욱 강해질수 있으니. …뭐 처음부터 그런 코가 맞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레이스를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후흥, 하고 콧김도 거칠고, 뭔가를 쟁취한 듯한 얼굴을 하며 루나는 단언했다.


 꽤나 뭐, 수년 사이에 어른이 된 것 같다.

 …유머 센스에 대해서는, 전혀 성장하지 않은 느낌도 들지만.


 아니, 그 쪽은 조금 더 성장해 줬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하늘은 가끔 공평하지 않게 한 명에게 이것 저것 내려주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깜빡하고 내려주는 걸 잊어버린게 있다고 하는 거겠지.




 …아아.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살짝 시선을 내린 앞에 있는, 끈적끈적하고 탁한 빛을 담은, 그녀의 눈동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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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문에서 나왔던 승부복의 장식품으로 무기를 소지한 자는


얘(라이스 샤워)를 말하는 거임. 얘도 테이오만큼 얀데레 밈이 널리 퍼지진 않았지만 인게임에서 충분히 그 싹수를 보이고 있는 애임.

아마 날을 안세운 칼이라고 해도 말딸의 힘이라면 칼찌당했을 때 그대로 즉사할 가능성도 있을듯.


루돌프는 캐릭터 특성상 다쟈레(아재개그)랑 사자성어를 자주 쓰는데, 그거 번역하려면 대부분의 번역자들이 학을 뗄 것임.

이 쪽 또한 그렇고.


그리고, 혹시 아카라이브에서 텍스트 위에 강조점을 찍는 게 가능한 얀붕이는 어떻게 찍는지 알려줬으면 고맙겠다.

언제나 오타 및 오역 지적 및 기타 피드백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