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3341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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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음...”

뻑뻑하고 침침한 눈을 실눈으로나마 떴다.

적당히 흘러들어오는 햇살이 간지러운 것이 아침인 듯했다.

잠시동안 전원을 켜던 그에게 몰려온 것은 재부팅의 고통이었다.

 

“끄으으... 으아 머리야...”

깨질 듯한 머리를 세게 짓놀렀다.

늘 겪어왔던, 날카로운 바늘로 끝없이 난도질당하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그것이었다.

마치 여태껏 입술에 댄 적도 없는 술을 실컷 들이킨 다음날의 숙취처럼 불쾌하고 성가신 느낌이었다.

 

무언가에 강렬히 취해있던 정신이 마취에서 깨어나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몸을 확인한 것마냥, 이 감각은 시도때도 없이 극렬하기만 했다.

 

‘...차라리 이게 낫나? 하지만 이래서야 약을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끄으...’

고개를 살짝 들어 딱딱한 침대 머리맡에 이마를 맞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약간이나마 머리를 풀어주는 듯했다.

찡하던 눈앞도 나름대로 깔끔히 잦아갔다.

 

“푸후...”

숨을 약하게 내뱉어보자 그 속에 담긴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앞다투어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다.

씁, 하는 소리와 함께 나머지를 갈무리하자 이제야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결국 또 아침이었다.

어제의 기묘하던 꿈은 분명 환상 속에서 그가 바랐던 모습이 아닐까.

바람일 뿐이었지만, 그것도 참 처참하고 어이없기 짝이 없어 허, 하고 웃음이 나왔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설아라니, 하도 시달리다 이제는 헛것을 보아도 제대로 뒤틀린 심사에 의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설아가 잠시나마 좋아했었으면 했던 건가, 살짝 허탈한 미소를 입에 띄고.

고개를 살짝 돌리자 옷장 손잡이에 위태롭게 매달려 구겨진 교복이 눈에 들어왔다.

끝내 모든 감정을 걷어내고 설아 없이 새로 시작을 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해야만 했다.

 

아직 자퇴서까지 온라인으로 제출할 정도로 유비쿼터스 사회에 다다르지 않은 것이 잠깐이나마 원망스러웠다.

그 시대가 올 때쯤이면 설아와 다시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을까.

 

 

꼬륵.

 

그렇게 미약하게나마 새로운 미래를 그리던 그의 위장은 당장의 허기가 더 급했다.

아직 살아있기는 하구나 싶은 마음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헝클었다.

그래, 나는 아직 살아있었다.

그렇게 머리를 정리했다. 이제 다시 나아가면 된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손을 뻗어 매트리스를 짚으려 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말캉.

 


‘...?’

뭔가 그의 손에 짚였다.

이질적이고 따뜻한 감촉이 손에 가득했다.

이불이라기에는 탄력 있고, 매트리스라기에는 유난히 봉긋 솟아 있었다.

아니 그보다,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것은 작디작은 고동이었다.

동, 동, 동, 동. 하는 느낌이 손을 약하게 간지럽혔다.

 

생명의 박동이었다.

 

 

“우으앗...!!!”

가까스로 소름 돋는 비명을 삼키자 괴랄한 신음소리가 그를 뒤따라 새어나왔다.

 

황급히 떼어낸 손에 남은 묘하게 미끈거리는 느낌.

숨을 몇 번씩 소리죽여 고르며,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살짝 비벼보았다.

어딘가 께름칙할 정도로 익숙한 촉감의 무언가가 비벼져 말랑거리는 가루같은 방울을 몇 개 만들어냈다.

그것은 마치, 조금 시간이 지난...

 

‘하하, 설마... 아니겠지.’

그 정체를 불길하리만치 정확히 직감하며 이불을 살짝 걷어내는 덜덜 떨리는 손. 

그곳에는 평온히 잠들어 있는 익숙한 얼굴이 함께하고 있었다.

 

“...씨발, 미치겠네.”

그답지 않게 걸걸한 말이 나온 것은 단순히 충격 때문은 아니었다.

서서히 맞춰지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제 코를 꿰는 듯한 느낌이었다.

따끈하게 붙어오는 다른 주인의 살갗이 제 것을 에일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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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제로, 그 중에도 늦은 저녁에 이른 시간.

 

“흐윽, 미안, 미안해애... 수혁아아...”

“...”

뭐라고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단지 그녀를 끌어안고만 있을 뿐인 그.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당장이라도 수백의 화살들이 혀끝에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입을 여는 순간 그녀에게 날아가 마지막 심장의 조각을 꿰뚫을까봐.

우습지만, 망가진 마음조차 그녀를 외면하지 못하게 했다.

 

“나... 너 가고 나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어... 유일하게 나를 좋아해 준 사람을 내가 그렇게... 그렇게 만들고...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어 수혁아... 흐으으...”

서로를 그렇게 만든 게 누구 탓이겠냐마는.

 

입 밖으로 차마 내지는 못했다. 그때의 그녀는 의식의 정지 상태였으니.

그녀는 그저 순식간에 유일했던 그녀의 친구에 대한 죄책감에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거대한 화염을, 어떻게든 호의 없이 꺼뜨리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말이나 되려나.’

해제 불가.

명령의 강화,

세뇌와 다를 게 없는 주문의 부속요소들.

어느 누구보다도 지난 몇 주간 그 책을 정독한 그가 잘 아는 것들이었다.

 

최면의 조건들이 지금까지도 뇌리에 단단히 박혀 있는데 그 문자들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피가 흐르던 팔꿈치를 잘라내든 하고 싶다는 비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얇은 딱지도 떨어져 나간 깔끔한 피부는 그 헛된 상념마저 잇지 못하게 했다.

 

당장 설아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그에게 처음 드는 감정은 혐오감이었다.

새록새록 기억나는 그녀와의 악연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현관 밖으로 내던지고 신경을 끈 채 그녀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이 잠들고 싶게 했다.

 

다만 수혁은 천성이 모질지 못했다.

당장 그에게 용서를 구하며 거의 종속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그녀를 내치는 것은 욕망보다는 죄책감 때문에서라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설아에게 건 최면이잖아.’

‘네가 설아를 망가뜨렸어.’

‘네가 설아를 이렇게 만든 거야.’

‘연수혁, 네가 설아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

 

‘그래서 이제는 버릴 거야? 네 알량한 감정 때문에, 머릿속에 너밖에 남지 않은 소꿉친구를?’

 

제발 전부 다 닥쳤으면.

하다하다 이제는 그의 목소리를 한 악마, 혹은 양심이 그의 머릿속을 쑤셔대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용서할까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의 기억은 다 지워버리고, 서로 죽고 못 살던 때로 돌아가는 것.

 

‘그러면, 내가 이설아를 용서할 수 있냐는 거지.’

잘 될 턱이 있나.

옅은 샴푸 향기가 풍기던 그녀의 머릿결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래도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단숨에 바닥까지 망가져서 돌아와도, 몇 년 동안 그에게 했던 행동들이 단숨에 용서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나 더 지나면 설아를 용서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혀 알 수 없을 뿐이었다.

첫사랑을 망가뜨리고 학교생활을 지옥으로 만든 그녀였다.

그 첫사랑이 그녀였던 것은 덤이다.

 

‘...하지만.’

고개를 내려 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 그녀였다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머리는 제대로 엉킨 털 뭉치처럼 초라하게 축 늘어져 있었다.

현관에는 어디론가 날아가 한 짝밖에는 남지 않은 슬리퍼가 제 연인을 찾으며 처절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그동안 갈아입은 건지도 의문인 교복은 대체 어디서 찢긴 것인지 팔꿈치 부분이 이미 덜렁거리며 뜯기기 직전이었다.

묘하게 옷장에 걸린 제 교복을 다시 쳐다보게 하는 위치였다.

 

운동이라도 하는 건지 알 길은 없었지만 매섭게 수혁의 온몸을 내리치던 주먹은, 이미 주체하지도 못하며 무릎 위에 간신히 올려놓고 있는 주먹의 과거.

약하게라도 그녀의 팔을 풀려는 순간 그 손은 사냥감을 덮치는 구렁이처럼 재빠르게 그의 팔뚝을 휘감는 모습이었다.

그런 설아를 팔로 약하게나마 더 세게 안아 조여보았다.

 

헙, 하는 소리와 함께 설아의 온몸이 굳어버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떨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을 결박한 수혁에게 시선을 향했다.

다시 용서를 빌거나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 그가 흔들리는 것을 알아차려버렸다.

짧은 순간 빛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를 직감할 수 있었다.

속으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 결국 최면에 걸렸어도 여전히 위험한 그녀였다.

 

그리고 설아의 수는 수혁이 예상한 것보다도 더 노골적이었다.

 

 

그녀가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약하게 웃었다.

눈물범벅이 된 채로 짓는 그 미소는 우세를 점했다는 미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어딘가 망가져 있는 감정에 가까웠다.

 

허리에 있던 수혁의 손을 살며시 잡고, 무슨 일일지 몰라 단번에 크게 뿌리치지 않는 손을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

그리고...

 

“쓰으으으... 파하...”

그녀는 당연한 듯이, 마치 고양이가 캣닢 가루에 취하듯이 그의 향기를 한껏 들이쉬어 비강에서 탐닉했다.

당황하여 손을 빼보려 하다가도 툭 치면 바스러질 듯한 설아가 혹시 맨 밑에 그의 마음 한 블럭으로 버티고 있는 젠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확 빼버릴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아직도 설아에게 좋든 싫든 마음이 묶여 있는 수혁이었다.

 

“하아... 수혁이 향기 좋아... 수혁아, 좋아해... 진짜 좋아해애...”

방금까지만 해도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것 같던 그녀가 작은 강아지처럼 헤헤거리며 제 얼굴을 부비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었다.

어찌 되었든 설아는 자신을 감싸 안아주고 있는 손길을 느끼며, 고이 접어 마음속 깊이 파묻어버린 마지막 희망을 맨손으로 파내고 있었다.

 

'...위험한데.'

아무리 봐도 위험했다.

설아는 절대로 이럴 애가 아니었다. 

애초에 최면 그것이 결국 문제였으니까 싶으면서도, 이러다 그녀가 약간이나마 원래 의식을 되찾는다면 어떻게 될까.

명령을 수행 완료하기 전까지는 바뀌는 게 없다고 책에서는 말하지만, 혹여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는가.

 

최선이라면 그녀가 조금이나마 정신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상태에서 다시 표현해 예전처럼 돌아가는 일이었을 테고.

가장 쉽게 예상되는 일이라면 걷잡을 수 없이 풀려버린 최면 탓에 전보다도 더 심한 폭력 아래 살아야 하는 미래였다.

그러나 그에게 단전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불쾌하게 그의 온몸에 걸쳐 퍼져있는 정신을 긁어먹는 듯한 미래는 그보다도 심하게 꼬여 있었다.

 

이런 데서만 쓸데없이 육감이 발달한 그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최면을 풀 수 없다면, 다른 최면을 덧씌우면 되었다.

그렇게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테니까.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 책이 지금 학교에 있을 것이라는 것뿐.

그리고 지금이 금요일 저녁이니, 그때까지 이틀 정도는 그녀와 같이 집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가면을 써야 했다.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를 자신 쪽으로 더 끌어안았다.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반쯤은 양심에 의해서, 반쯤은 죄책감에 의해서.

이 시간은 견딜 필요가 있었다.

그녀가 보내는 끝없는 사랑을 받아낼 필요도... 둘 다를 위해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최면의 한계가 본성을 조절하지는 못하는 데 있음을 알고 있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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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 자자고...?!”

“그... 정말 나랑...?”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던 건 시계를 보고 잠에 들 시간이 되었다는 말을 그녀에게 건넸을 무렵이었다.

얼굴이 잔뜩 시뻘게져서는 아직 그건 이르지 않냐는 말을 난데없이 중얼거리는 그 모습이 대체 무슨 이유인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니, 굴릴 필요도 없었다.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녀가 중얼거리듯 끝없이 말을 이었기에 속마음을 엿볼 것도 없이 다 드러나는 꼴이었기 때문에.

“그...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하, 하지만 수혁이라면... 너한테는... 처음이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야...!”

 

하,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아침에 먹은 진통제 약발이 다 떨어진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녀가 약 먹을 때를 챙겨주고 있었다.

끙, 소리를 내며 약통에 들어있는 타이레놀과 수면제를 한 번에 털어넣었다.

 

 

그녀를 용서한 건 연기다.

그리고 설아는 그걸 한없는 애정으로 인한 면죄로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다.

일생에 따른 적이 없다고 생각한 운이 최면의 지평에서 빵빵 터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정확히는, 수혁의 속을 터뜨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늘따라 약과 함께 삼키는 물맛이 씁쓰름했다. 생각에 사로잡혀 한동안 물을 머금었던 탓이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도 않을 거 아니야, 침대에서 자. 난 거실에서 잘 테니까.”

설아에게 이리 퉁명스레 말하는 것도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당장 예전처럼 헤실거리며 그녀를 보듬었다가는 눈 돌아간 그녀와 함께 꽃잠을 청하는 파멸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왜... 왜...?”

그런 내 태도에,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던 그녀의 얼굴은 바늘로 터뜨린 풍선마냥 푸시식 쪼그라들었다.

눈빛이 흔들리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없이 그녀를 감싸주던 그의 모습에서 비이성적인 이질감을 느낀다.

다시, 처음 품에 안기던 그때의 야윈 얼굴이었다.

 

“하지만, 수혁아...”

“왜, 아니면 지금이라도 돌아갈래?”

“읏, 우으... 알았어...”

돌아가라는 말에 잠시 부스스 떨던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수혁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오랜만에 맞잡은 설아의 손이 오늘따라 작게만 느껴졌다.

이게 최면인지, 인격 개조인지.

무슨 짓을 했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깨우고, 나는 자러 간다.”

“응...”

뭔가 아쉬운 듯이 그의 손을 놓는 설아를 보며 그는 방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애써 일그러뜨리지 않으려 힘을 주고 있던 입꼬리에 마비가 올 것 같았다.

이제 손 하나 까딱할 힘도 그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당장 저 소파에 몸을 던지고, 쓰러져 기절하듯 잠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끄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소파에 엎드려 누웠다.

구름처럼 푸욱 파고들지는 않았어도, 적당히 포근한 느낌이 고단한 그를 보듬어주었다.

버려두다시피 했어도 돈은 꼬박 보내주는 부모에게 감사했던 몇 안 되는 순간.

그렇게 뭐라 할 새도 없이 그는 깊이 잠에 빠져들었다.

 

 


분명히 그는 그랬을 터였다.


 

후우... 후욱...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공기가 숨을 쉴 때마다 그의 입술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점차 입으로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자 그가 약하게 기침을 했다.

 

“...우으...?”

마치 여자아이와도 같이 들리는 신음을 흘리며, 잠에 취해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간질거리는 입가의 감촉에 약간 까끌까끌한 촉감이 그의 신경을 자극했던 덕이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자유롭지 못한 입안으로 인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읍! 웁, 프하아아...!!”

아연실색하며 무겁게 무언가에 짓눌려 있던 팔을 단숨에 끄집어냈다.

뭐라 생각할 틈도 없이 당장 그를 덮치고 있는 인물을 밀쳐낸다는 생각뿐이었다.

제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상대를 가까스로 입에서 떼어내고, 잠시동안 상대의 모습을 살폈다.

 

새벽 달에 비추어 연약하게 빛을 발하는 실 한 가닥이 은빛으로 두 입술 사이를 잇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방울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의 가슴팍을 적셨다.

 

“...이설아!!”

당장 그에게 붙잡힌 설아를 살기를 품고 노려보았다.

터빈이 돌아가며 훅훅 달아오르는 뇌수에 억지로 얼음을 들이부으며, 마지막 인내심까지도 바닥나게 만든 그녀를 증오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내쫓을 것처럼, 그는 마지막 이성의 끈이 명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아에게 당장 급했던 것은 그의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불타오르는 갈망이 증명했다.

그가 제지할 틈을 주지 않고, 그녀가 스스로 와이셔츠를 찢었다.

 

투둑-

 

수혁의 얼굴에 충격과 당혹스러움이 분노를 덮고 단숨에 번져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채 감상할 틈도 없이, 설아는 울음과 웃음 사이 그 어딘가의 소리를 내며 그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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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끝맺음했던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지금 제 옆에 곤히 잠들어있는 설아를 보는 것이 이리도 부끄럽고 어렵지는 않을 터였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흔들어 깨워 밖으로 내쫓을 수도 있었다.

하다못해 비열하게 그 일을 가지고 협박해 다시는 주변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어제의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어제의 수혁도 오늘의 그에게 할 말은 그득히 쌓여 있었다.

 

정신이 나가버린 채 달라붙던 설아가 이제는 그를 덮치려 하고 있다.

당장 그녀가 초췌해져 있더라도, 그를 패고 때리던 힘이 그 며칠 사이에 사라질 리 없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그는 간신히 그녀와의 접촉을 피하는 데에 그치고 있었다.

 

“수혁아아... 헤헤... 키스했다...? 우리 키스했어어... 흐에... 수혁아...!”

그녀의 광적인 미소는 마치 어느 슬래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빙의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그에게 어휘를 가다듬을 여유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다.

“윽, 빨리, 저리 가, 저리 좀 가...! 떨어지라고!!”

“...어?”

 

순간,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의 힘이 약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품에 필사적으로 안겨 있는 그녀를 저 멀리로 밀어내고는 몸을 반대편 벽에 기댔다.


그제야 켁켁거리며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 수혁을 보며, 설아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심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톱니바퀴는 다른 곳에 딱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멈출 생각이 없는 모터에 매달린 채로.

 

“떨어..., 져?”

뭉근하게 그를 덥히던 불꽃이 단숨에 모두를 집어삼킬 화마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말벌의 벌집을 건드린 듯이, 설아의 가시덤불이 그를 덮치고 파고들었다.

거리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그의 생각을 거품으로 만들 듯이, 그녀가 수혁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크윽,,!”

“떨어져? 수혁아, 떨어지라고 했어? 나한테, 나한테, 나한테 네가 떨어지자고 했어? 아니지? 잘못 말한 거지? 다른 년들이 너한테 집적댈 때마다 했던 말이 잘못 나온 거지? 그런 거지? 말이 잘못 나온 것도 수혁이 잘못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용서할게, 그러니까 당장 그 말 취소해. 떨어지라고? 대체 왜? 우리 항상 붙어있었잖아, 내가 못 살게 굴었어도 항상 곁에 있어줬던 건 너잖아!!!”

 

그녀가 거칠게 그의 숨통을 틀어쥐고, 미쳐버린 것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주체할 수 없이 떨며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소리치고 비명을 질렀다.

 

“끄윽, 미쳤어?! 빨리 놔!! 이게 대체 뭐하는 거야!!”

“안 돼, 못 놔, 못 놔줘! 오늘밤 같이 못 자는 것까지만 해도 이미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네 아기를 갖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데도 참고 네가 잘 때까지 기다렸는데, 몰래 임신하고 나서 서프라이즈로 놀라게 해주려 했는데, 일어났을 때도 처음처럼 날 다시 안아줄 줄 알았는데... 왜 날 밀어내? 왜? 왜? 왜? 대체 왜!!!!”

 

미쳤어, 미쳤다고.

이렇게 그녀가 그에게 미쳐있는 것을 보는 것이 기분 좋았냐고 묻는 사람에게 당장 빙의해 그녀 앞에 서게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가 객관적으로 볼 때 떨어지나? 분명히 아니다.

처음 소개를 연예인이라고 해도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을 정도인 그녀다.

매끈하고 보드라운 머릿결과 적당히 들어가고 나온 몸에, 얼굴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인간은 주관적일 수밖에는 없는 존재다.

당장 그녀는 욕망의 대상보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몇 년을 그러했듯.

역시, 습관은 참으로 무서웠다.

 

“설아야, 일단 진정하고 내 얘기 좀...”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 지금 이렇게 놓쳤다가 다른 년들이 널 납치해가서 네 처음을 빼앗아버리면 어떡해? 그 암캐 년들이 내 눈앞에서 널 뺏어가버리면 나는 어떡하냐고, 나는 그러면 미쳐버릴 거야, 그 년들이랑 너까지 전부 저주할 거야!! 왜 나를 허락하지 않는 거야? 내가 그렇게 싫어? 다른 년들이 홀린 거지? 그치? 내가 그 개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오면 받아주는 거지? 받아 줄 거지? 사랑해줄 거지?? 대답해줘, 대답해줘, 대답해... 대답하라고!!”

“크읏..!”

 

대답하라면서 목 조르는 건 대체 어디 누구 방식이야.

머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직감했다.

 

‘지금 해결 못하면, 나는 분명히 죽는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이 상황을 모면할 생각을 하며, 뇌혈관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도 온몸의 피를 머리로만 풀무질하고 있었다.

‘머리야 돌아라, 머리야 돌아라. 제발 빨리 돌아서 방법을 찾아라.’

누구한테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은, 살기 위해 그녀의 눈을 맞추었다.

그녀의 눈에서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맞히는 것이, 그의 유일한 대책이었다.

 

 

그녀의 눈이 불티처럼 반짝이고는 사그라들어갔다.

 

 

‘...진짜...’

간단했다.

너무 간단하지만, 쉬운 방법이니만큼 알기 어렵게 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방법, 아니 이미 몸에 새겨져 있는 원초적인 방법.

죄책감이라는 눈물로 적절히 코팅된 눈동자는 이미 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찌질한 새끼, 이러다 평생 못할 거야?’

머릿속 악마같던 말소리도, 결국 그의 목소리였다.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입술을 앙다물고, 몸을 일으켜 그대로 그녀를 엎어지게 했다.

순식간에 위치가 반전되었다.

“꺄앗...!”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당황케 한 수혁을 올려다보는 설아.

하지만 그 눈에 서린 것은 더는 분노도 불안도 아니었다.

 

“수혁아...♡”

부끄럽다는 듯 눈을 돌리려는 그녀의 턱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게 했다.

변함없는 그녀의 가증이었다.

그녀가 시작한 이상, 그녀가 부끄러워할 리 없었다.

 

그녀는 그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녀를 용서해줄 수 있냐고.

그녀를 다시 사랑해줄 수 있냐고.

그래서... 둘의 삶을 각각 지킬 수 있냐고.

적어도 그는 설아의 눈에서 그런 것들이 내재되어 있던 것을 보았다.

 

 

그렇기에 멈출 수는 없었다.

 

 

“네가, 하아... 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 흐으, 이런 것들이야...?”

한참이 지나고, 담담히 심정을 눌러담아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서로 헐떡이는 와중에 대답을 바랄 수는 없었다.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를 내며 그의 등에 손톱자국을 남기는 그녀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이미 그가 움직이지 않아도 알아서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래, 그 빌어먹을 최면 때문에, 이설아는 연수혁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대로 움직여주리라.

 

힘을 주어 몸을 움직이자 상상조차 못한 암컷의 울음소리가 그의 귓가를 가득 채웠다.

설아에게서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잠시 얼굴을 찌푸리던 그는, 설아가 다시 그를 보자 억지로 입꼬리를 틀어올렸다.

그리고는 뭐라 추궁당하기 전, 그녀의 입을 맞추었다.

 

월요일까지면 된다.

다시 최면을 걸어, 이 모든 걸 잊게 하고 평범한 사이로 돌아가면 된다.

그때까지는... 잠깐이나마 머물러 있기로 했다.

 

최면으로 그녀를 망가뜨린 주말에, 그녀를 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알량하게나마 그녀에게 내민 마지막 책임의 손길이라,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닥쳐올 것들에 대해서는 그저 낙관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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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미친 새끼야...!”

그리고 머리에 열이 식은 지금으로서 그때의 나는 책임감 있기는커녕 미래에게 다 등떠밀어 놓은 쓰레기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항상 과거의 나는 원망스러운 존재였다.

최면을 걸지 말걸, 차라리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할걸, 최면 걸고서도 순간 원망 때문에 이렇게 망가뜨려놓지 말걸.

그리고 차라리...

 

♫~

 

...전화?

올 사람이 있나?

토요일날 아침부터 나한테?

그리고... 

 

“...이거 내 벨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이리저리 내던져진 옷가지들 사이에서 웅웅거리는 낯익은 핸드폰을 낚아채 들었다.

‘발신자 표시제한.’

“...이런 씨, 도대체 몇 명이나 나를 시험에 들게 하려는 거야.”

 

안 그래도 이미 초대형 사달을 저지른 참이었다.

이미 초강적을 옆에 두고 있는 터라 새로운 가능성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전화를 내가 지금 끊을 수 있나?

 

일단 빨리 전화벨 소리를 껐다. 그리고 여전히 울리고 있는 휴대전화를 노려보았다.

설아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가 바보는 아니었다.

설아의 집안이 어느 쪽으로든 범인들의 집안은 아닐 것쯤은 알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설아를 깨워서라도 지금 설아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면 설아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줄 알고.”

 

결혼하겠다는 말은 막을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약간이라도 비틀리는 순간 그는 그 거대한 세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을 어린 소녀를 어떤 발칙하고 추잡한 방식으로든 간에 길들여 세뇌한 무뢰배로밖에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한순간 범죄자이자 암살 타겟 1호가 된 것 같은 예감에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았다.

 

“그게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골치 아프다는 거지... 으 머리야.”

겨우 이틀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의 기억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 둘이 있는 일을 무덤까지 끌고 간다면 괜찮겠지만, 어떤 다른 사람하고 엮이기라도 한다면 그 미래는 끔찍했다.

 

그러나 지금 전화를 끊어버린다면,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변명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한숨을 푹 내쉬고, 그가 조용히 전화를 받아들었다.

이것 또한 업보일 테니.

 

“여보세요.”

“...자넨가.”

“...네?”

한순간 심사가 뒤틀렸다.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그렇게까지 증오스러웠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설아는... 옆에 있나.”

그러건 말건 덤덤하게 말하는 그 누군가는 이미 수혁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적당한 중년기에 접어든 듯한 여성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감정 절제 수술이라도 받은 듯이 딱딱한 기계음같은 그녀의 목소리.

하지만 그 어딘가에는 결국 그렇게 되었나, 하는 회한이 깃들어 있었다. 

아니꼬운 그 말투에 숨을 크게 들이쉬고 쏘아붙일 말을 생각하던 때.


“아니, 자네는 말하지 말게. 어차피 어젯밤에 거사 치르느라 고생했을 아이고, 이건 자네와 나만 얘기해야 할 내용이야.”


그 한마디에 수혁은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기껏해야 침대에 누워있던 그였지만.

 

알고 있다.

어느 누군가가 알고 있다.

어디선가 이 사람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보고 있었다면...

 

‘...모를 리가 없겠네.’

고통의 신음소리가 단전 깊은 곳에서 끓어올랐다.

시작하자마자 판이 꼬였다. 아니, 판을 이 난생처음 보는, 아니 아직 보지도 못한 양반이 설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알고 있었다.

 

“아, 걱정하지는 말게. 우리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예상?’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내가 최면 걸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그러나 저 너머에서 들리는 깊은 한숨 이후,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집 앞 공원, 내일 오후 9시. 설아와 같이 나올 것.”

“...예?”

“지금 더 이상 할 말은 없네. 다만... 설아에 대한 자네 바람이 우리의 바람과 같기를 바라지.”

“무슨...”

 

뚝.

 

“...돌겠네, 나 진짜로.”

하루만에 일어난 온갖 일들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정확히는 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해 루시마냥 머리가 터지든가 형체를 잃든가 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방금 누구야.”

소스라치게 놀라며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품에 안겨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의 어깨를 파고들며, 혼비백산한 그의 얼굴을 광택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설아.

 

“방금 그 년, 누구냐고.”

 

그 전화가 설아의 전화임을 확인시켜주고도, 그는 해가 중천을 벗어날 때까지 침대를 떠나지 못했다.

쉴 틈을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설아에게 간신히 상황을 설명하는 그.

그녀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공포가 서리고 있었던 것을 확인할 여유는 수혁에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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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늘리느라 늦게 돌아온 2차 사료임


사실 1편 올리고 이거 어떡해야 하나 하고 있었음


내가 쓴 사료가 고급이었나, 그러면 내 입맛이 여태까지 싸구려였나 하고 

하루 동안 다시 노트북도 못 펴고 반응만 보고 있었음


그래도 얀붕이들이 좋아해주니 사료싸개는 사료싸개의 본분을 다해야겠지 하고 써봤는데


이젠 나도 내가 잘 썼는지를 모르겠음 내 기준이 뭘까 하고 얀챈 정독하며 재정립 중


그래도 거의 신입이나 다름없는 사료싸개에게 보내준 성원에 힘입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길게 끄집어내서 써봄


아무래도 원래 활동하던 얀붕이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보일지도 모르겠네


피드백이나 비판도 다 좋음


뒷말이 길었네, 아무튼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